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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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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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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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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좀 받으려고요

DUMMY

"이... 이게 대체...."


박대기 기자는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목발을 짚고 있었는데,

그랬던 이가 100m를 11초대로 주파한 것이다.


그것도 100kg이 훨씬 넘는 몸으로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던지기는 만점인 63m를 아득히 넘는 150m를 넘게 던졌고, 턱걸이 또한 마치 발판을 딛고 한다는 착각이 일 정도로 빠르게 횟수를 올렸다.

나머지 종목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치 오랫동안 훈련을 해온 운동선수인 것마냥 다른 이들과는 비교도 안 될 압도적인 성적으로 만점을 받아냈다.


“특종이다!!”


자신도 모르게 외친 소리에 급히 입을 막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다행히 자신 말고 오늘 이곳에 참석한 다른 언론사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기자 생활 10년 동안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행운의 여신이 오늘 이자리에 강림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호성을 지르고 싶은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기사를 쓰기 위해 신문사로 돌아가려는데.

검은색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갑자기 그의 주위를 둘러쌌다.

그리고는 그들 사이로 한 남자가 박대기를 향해 다가갔다.


"대한그룹 김성재입니다. 잠시 대화 좀 나누시죠."

"·····"



***



강북대한병원


"그러니까. 태주이 절마 다리가 진짜로 다 나았단 말이가?"


장우진 회장은 너무 놀란 나머지.

20년도 더 전에 고쳤다고 생각했던 사투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회장님, 이건 정말 기적이라고밖에 설명이 되질 않습니다."

"허."


태준이를 처음 집으로 데려왔던 6개월 전,

장우진 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마비된 한쪽 다리를 고칠 희망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당시 박경민 원장이 했던 말을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한데... 불과 6개월 만에 그의 입에서 180도 다른 대답이 흘러나온 것이다.

그러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물론, 그 이유를 나는 알고 있었다.

베네요타의 피를 주입받고, 회귀한 뒤로 나날이 다리가 회복되고 있음을 진작부터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1년 정도는 걸릴 줄 알았는데.

반년이 조금 넘는 시간 만에 정상으로 회복될 줄은 나조차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다리가 회복됐다는 사실을 미리 할아버지에게 말할까도 고민했지만, 굳이 그러지는 않았다.

만에 하나라도 그 사실이 천도희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내기를 무효로 돌리자고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비밀을 유지한 덕분인지.

장덕현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던 천도희는 대책을 수립할 겨를도 없이 지분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흠, 대산물산 지분 1%라...'


뜻밖의 수확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 천도희의 입에서 한국대 입학 성적을 두고 내기를 벌이자는 말이 나왔을 땐,

쾌재라도 부르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아야 했다.

장덕현이 제아무리 수재고, 공부를 잘한다고 해도, 절대 나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장덕현도 이제야 그것을 깨달았는지.

원망과 분노가 잔뜩 혼재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런 녀석을 향해 더욱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 병신 같은 새끼가 웃어?"

"나하고 한 내기는 벌써 잊은 건가?"

"시발, 뭔 x소리야!"

"그래 생각이 안 날 수도 있지. 괜찮아, 맞다 보면, 저절로 생각이 날 테니까."


내가 웃으며, 한 걸음 다가서자.

당황한 녀석이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뭐... 뭐야?"

"뭐야는 반말이지 새끼야!"


물러서는 것보다 더 빨리 다가간 내가 녀석의 빰을 힘껏 후려쳤다.


짜악-


별로 힘을 쓰지 않았음에도 녀석의 목이 훽하니 옆으로 돌아갔다.


"이... 이... 개새...."


아무래도 한 대로는 상황을 깨닫지 못하는 듯했다.

아직도 내게 이를 드러내는 것을 보면 말이다.

물론 상관없었다.

개처럼 맞다 보면, 깨닫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깨닫게 될 테니까.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


어설프게나마, 대항하려던 녀석은 내가 휘두른 주먹에 정확히 복부를 가격당하고는 뱃속에 들어있는 것들을 강제로 게워냈다.


"우웨에엑!"


다행히 지금 집에는 나와 장덕현 말고는 일하는 직원들만이 있을 뿐이었고,

내가 찾지 않는 이상 그들이 방에 들어올 염려는 없었다.


뒷머리를 움켜잡아, 강제로 일으켜 세운 녀석과 눈을 마주했다.


"아직도 기억이 안 나지?"

"너... 너 이 새끼. 내가 할머니 한..."


쾅!


"잡소리는 치우고, 생각나는지 안 나는지만 대답해."

"주... 죽여버리..."


쾅!


"뭐라고? 다시?"

"·····"


쾅!


"끄... 끄아아악! 제... 제발 그마안."

“아직도 기억이 안 난다고?"


다시금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에 기겁한 녀석이 다급히 소리쳤다.


"혀.... 형님..."

"더 크게!"


버럭 소리를 지르자.

녀석이 눈을 질끈 감고 크게 소리쳤다.


"형님!"

"크하하하하하."


비굴하게 외치는 형님 소리에 내가 폭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1회차 때 감옥으로 찾아와 나를 비웃던 놈을 이번 생에서 더는 볼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



***



다음날, 아침 식사 시간.


"뭘 그렇게 깨작거리고 있어?"


평소와 다른 덕현이 탐탁지 않은지 장기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


그런 장기석의 말에도 장덕현은 별다른 대답 없이 그저 밥그릇만 쳐다보고 있었다.

내게 맞아서 그렇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는 경쟁에서 져서 그런 걸로 생각하고, 혀를 쯧쯧 찼다.


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할아버지는 입맛이 좋은지.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워냈다.


"으하하하하. 내 집에서 한국대 수석이 나오다니. 태준아 정말 고생 많았다."

할아버지의 시선이 밥먹는 내내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거참 얼굴 닳겠네...’


6개월이라는 시간 때문인지.

아니면, 나를 생각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느껴서 인지는 몰라도.

그동안 할아버지한테 맺혀있던 앙금이 조금은 옅어진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장우진 회장이라는 말보다도 이제는 할아버지라는 단어가 조금은 더 편해진 것같았다.


"그래... 지분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


지분이라는 단어에 식사 중이던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현재 대한그룹의 경영권이 할아버지에게 있는 건 사실이지만,

창업 당시 천도희 집안의 돈이 상당 부분 들어간 탓에 저들이 가진 지분 또한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그러니, 이곳에 있는 이들 모두 내가 보유한 대한물산의 지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대출 좀 받으려고요."

"뭐? 주식 담보 대출을 말하는 거야?"


예상치 못한 내 대답에 할아버지가 당혹감을 드러냈다.


"대출받아서 투자를 좀 해보려고요."


할아버지가 무언가를 말을 하려고 했지만,

천도희가 한발 먼저 대화에 끼어들었다.


"우리 태준이가 투자에 관심이 생겼나 보구나. 젊어서 그런 걸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 어떻게 이 할미가 금리가 괜찮은 곳으로 좀 알아봐 주랴?"


표면적으로는 나를 도와주려는 모양새였지만,

사실은 내가 보유한 지분을 빼앗아 올 기회로 여긴다는 사실은 장기석과 주고받는 눈짓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눈 돌아가겠군.’


굳이 아는 척을 하진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냥 천도희의 제안에 화답했다.


"그래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태준아..."

"할아버지, 증여해주신 지분 말인데요. 저한테 맡긴 게 아니라. 주신 거 맞죠?"

"다... 당연하지. 그런데 말이다. 태준아..."

"저한테 주신 게 맞다면, 믿고 지켜봐 주시면 안 될까요."


이번에는 모두의 시선이 할아버지에게로 쏠렸다.

모두들 할아버지가 반대할 거라 생각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할아버지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계속해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탓에 이번에도 나를 믿어보기로 한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나보다 더 큰 쾌재를 부른 것은 바로 천도희였다.

내게 대출을 주선해주고, 내가 돈을 갚지 못하면, 담보로 잡힌 대한물산의 지분을 가져갈 생각일 테니까 말이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아침을 먹은 뒤,

곧장 집을 빠져나왔다.

입학식까지 남은 두 달 동안 계획한 일을 모두 마치려면,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부아아앙-


한국대 수석 입학 기념으로 할아버지가 사준 랭글러를 타고 시원하게 도로를 질주했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곳은 여의도에 위치한 한 아파트였다.


‘목련 아파트라고 했지?’


반년 만에 겨우 알아낸 주소가 적힌 쪽지를 보며, 힘껏 악셀을 밟았다.

기억이 맞다면, 분명 아버지를 따라온 한국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을 시기였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어떻게든 그와의 인연을 만드는 게 이번 만남의 목표였다.


30분쯤 도로를 달려 쪽지에 적힌 아파트에 도착했다.


“정확한 집 주소 모르니. 일단은 여기서 기다려야겠군.”


에일린이 한국대 출신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수소문 끝에 사는 곳까지는 알아낼 수 있었지만,

정확한 동·호수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아파트 입구 근처에서 무작정 기다려보기로 했다.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젊은 모습일 테지만, 그렇다고 해도 알아보지 못할 리는 없었다.

그만큼 에일린의 외모는 특별했으니까.


근처 구멍 가가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한 시간쯤 기다렸을까.

검은색 승합차 한 대가 아파트로 들어왔다.


'뭐지?'


의문스런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승합차에서 시커먼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내리더니, 서양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를 차에서 강제로 끌어 내렸다.


한눈에 그들이 조폭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야이, x발 양키 새끼야. 집이 어디야?"

"I... I'll pay you back somehow."

"이 새끼가 아직 덜 맞았구나. 어디서 꼬부랑말을 쳐 씨부려."


퍼억-


조폭의 공격에 서양 남자가 멀찍이 날아가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아파트 단지를 오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지만, 조폭들의 서슬 퍼런 기세에 곁눈질로 쳐다만 볼뿐,

나서서 말리는 이는 없었다.


꿈틀대며 일어난 서양 남자가 서툰 한국말로 조폭들에게 애원했다.


"머... 머니 어떠케튼 갚켔다. 플리즈... 기브미 타임."

"야이 x발아. 돈을 빌려 갔으면, 제날짜에 맞춰서 갚아야지. 뭘 시간을 더 줘. 돈이 없으면, 네 딸년이라도 팔아!"


딸이라는 말에 서양 남자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조폭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그컨 안태... 하... 한탈 안에 준다. 머니."

"햐, 이 새끼 사람 인내심 시험하네. 고객님 그 말만 벌써 세 번째인 건 알고 하는 말이세요? 주식으로 돈을 쳐 날렸으면, 딸을 팔든. 장기를 팔든 하라고, 이 개 호로 새끼야."


퍽, 퍼버벅, 퍼억!


무자비한 조폭들의 손속에 서양 남자가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변했다.

남자는 그런 상태에서도 절대 자기 집 위치만은 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조폭들이 말한 딸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조폭들은 더욱더 잔인하게 폭력을 사용했고, 이대로 두고만 보다가는 정말로 남자가 잘못될 것 처럼 보였다.


보다 못한 내가 나서려는 순간.

갑자기 한 여자가 나타나더니,

조폭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목검을 휘둘렀다.


그런 여자의 정체를 알아본 내가 우뚝 몸을 멈췄다.

월가의 전설이라 불리웠던 에일린이 너무나도 앳된 얼굴로 조폭들을 몰아쳤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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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너무 과민하게 보는 거 아냐? +2 24.08.18 3,472 52 11쪽
11 원샷을 못하면, 장가를 못가요 +3 24.08.17 3,527 51 13쪽
10 태준이가 거기 없었으면, 어쩔뻔했어? +3 24.08.16 3,563 48 14쪽
9 고작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3 24.08.15 3,644 51 13쪽
8 네? 특별 사업팀이요? +4 24.08.14 3,905 54 10쪽
7 삼국지를 좋아했었나? +6 24.08.12 4,064 54 11쪽
» 대출 좀 받으려고요 +7 24.08.12 4,240 61 12쪽
5 몸만 멀쩡했어도 +4 24.08.11 4,273 62 12쪽
4 와, 정말이에요? +6 24.08.10 4,592 71 11쪽
3 이 할애비와 함께가지 않겠느냐? +4 24.08.09 4,792 70 11쪽
2 골드바흐의 추측 +8 24.08.08 5,228 71 9쪽
1 프롤로그 - 내용수정 +7 24.08.07 5,828 7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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