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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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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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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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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삼국지를 좋아했었나?

DUMMY

퍼버버버버벅!


"끄... 끄아아아악!!"


가녀린 여자한테 얻어맞고 비명을 지르는 조폭들의 모습에 사람들이 하나둘 주위로 몰려들었다.


"...저 여자 대체 정체가 뭐야?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같은데..."

“어? 나 저 여자 누군지 알아."

"누군데? 우리 아파트 사람이야?"

"그 왜 있잖아. 일하는 아빠 따라서 한국에 와서 한국대 다닌다던."

"그러고 보니, 3동에 사는 그 애잖아? 이 사람아, 그럼 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빨리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지!"

"뭐 하러? 조폭들이 위험할까 봐?"

"·····"


누군가의 말처럼.

조폭들은 에일린이 휘두르는 목검에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할 뿐.

제대로 반격조차 하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검도 9단의 고수라고 했었지?’


에일린은 5살 때부터 그런 할아버지밑에서 오랫동안 검도를 배워온 것으로 알고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위력 또한 상당했다.


온몸에 문신이 잔뜩 새겨진 조폭 2명이 제대로 된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넝마로 변했다.


하지만, 승합차에 있던 조폭 3명이 추가로 싸움에 가세하자.

상황이 반전됐다.


아무리 검도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여자의 몸으로 다섯이나 되는 조폭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저 xx년 죽여!!"


퍼버버버버버벅-


목검을 든 에일린이 조폭들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한번 손발이 꼬이기 시작하자.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는 조폭들의 공격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한눈에 봐도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저대로 놔둔다면, 오래지 않아 치명상을 입을 게 분명했다.

나는 생각하고 말것도 없이 곧장 조폭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두두두두두두-


처음 회귀했을 때만 해도 내 몸은 150kg의 비대한... 아니 초고도 비만에 가까운 몸이었지만,

지난 6개월간 지방은 점차 사라졌고,

지방 대신 강철같은 근육이 그 자리를 채워가고 있었다.


분명 놀라운 일이었지만,

당사자인 나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베네요타 때문임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초고도 비만 상태였을 때도 웬만한 이들은 내 상대가 되지 못했는데.

완성된 신체를 보유한 지금.

조폭들은 내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

내가 난입함과 동시에 그들은 손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순식간에 사방으로 나가떨어졌다.

······



***



"정말 감사합니다."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나온 에일린이 내게 허리를 숙였다.


"법적인 건 김성재 실장이 알아서 잘 처리해줄 거니까. 조폭들은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야."

아파트 단지에서 그것도 대낮에 조폭들과 싸움을 벌였는데.

조용히 넘어갈 리 없었다.

누군가의 신고로 오래지 않아 경찰이 출동했고, 나를 포함한 모두가 경찰서로 연행됐다.

다행히 목격자들이 제법 많았기에 김성재 실장의 말로는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했다.


"그래도 빚은 꼭 갚을게요."


에일린의 입에서 돈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순간 내가 눈을 번뜩였다.


"어떻게?"

"...네?"

"네 아버지가 조폭들한테 빌린 돈이 1억 5천이나 되던데... 어떻게 갚을 거냐고?"


1993년에 1억 5천만원이면, 절대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제가 곧 졸업하거든요. 그럼 취업도 할 수 있을 거니까. 다달이..."

"초봉이 한 100만원... 아니 한국대 출신이니 150만원쯤 되려나? 전부 갚으려면 10년은 족히 걸릴 것 같은데?"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당당했던 에일린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모습에 나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저 모습을 보고 누가 에일린이 월가의 전설이라 불리는 투자자라 생각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분명 에일린은 내가 아는 한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투자자이자.

월가에서 5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콘트라리온을 10년만에 손에 꼽히는 금융 그룹으로 발돋움하게 만든 인재였다.

물론 나도 제법 잘나가는 투자자이긴 했지만,

시황을 분석하는 통찰력과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밀어붙이는 추진력에 있어서 에일린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아직은 고작 24살의 앳된 여자에 불과했지만, 에일린이 세상을 발을 내딛는 순간.

그 진면목이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일린은 돈을 어떻게 갚을지에 관해서 고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에일린이 무언가 결심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어떻게 해서든 3년 안에 갚을게요."


에일린과 눈을 마주친 나는 슬슬 이곳에 온 목적을 말할 때라고 생각했다.


"내가 다른 제안을 하나 해도 될까?"

"·····"


분명 에일린이라면, 3년이 아니라.

1억 5천쯤은 1년 안에도 갚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에일린을 옭아맬 기회는 지금뿐이었다.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에일린을 향해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조만간 내가 투자회사를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나와 함께 일해보는 건 어때? 네가 함께한다면, 지급된 1억 5천만원은 계약금으로 처리하지."

"혹시... 저에 관해서 알아보고 오신 건가요?"

"학교에 갔다가 우연히 듣게 됐어."

"학교라면... 혹시 한국대 다니세요?"

"아직 다니는 건 아니고, 곧 다닐 거야."


93학번이냐는 물음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에일린은 한국대... 특히 주식 동아리 내에서 제법 유명한 인사였다.

작년에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에게 개방되자.

곧 가치투자 열풍이 불 거란 예견을 했고,

그런 그녀의 예상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부족한 시드머니 탓에 큰 돈을 벌진 못했고, 투자회사에 다니는 아버지의 실패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기는 했지만,

그 안목 하나만큼은 진짜였다.


"...후배였구나?"

"아직은 섣불리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네 결정에 따라 보스가 될 수도 있으니까."


은근슬쩍 후배로 서열 정리를 하려는 에일린에게 보스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에일린 하고는 서열 정리를 확실하게 해둘 필요가 있었다.

지금이야 내 도움을 받은 탓에 어느 정도 예의를 지키고는 있었지만, 언제 본연의 성격을 드러낼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쪽이 투자회사를 설립할 건데. 저보고 거기서 일을 하라는 거죠?"

"정확해."

"그럼... 명함은 제 뜻대로 파도 되는 건가요?"


배시시 웃는 에일린의 표정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한순간 마음을 빼앗겼을 것이다.

본연의 성격과는 전혀다른.

외모 하나만큼은 청순가련의 끝판왕이었으니까.

하지만,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에일린 밑에서 그 지랄맞은 성격을 겪어온 탓에 그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 차례 숨을 고른 뒤, 에일린의 물음에 대답했다.


"두 가지 조건만 지키면, 명함은 네가 원하는 대로 파도 좋아."


첫째. 모든 투자를 집행하기 전, 수립된 투자 리서치를 내게 보고할 것.

둘째. 내가 말한 투자처를 포트폴리오 최상단에 올릴 것.

오너라면 당연한 권리였고, 무리한 요구도 아니었기에 에일린은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본금은 얼마에요?"

"30억."


생각보다 큰 액수에 에일린이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경찰서에서도 느끼긴 했지만, 상당한 부잣집 아들인가 봐요."

"이번 일하고 우리 집하고는 아무 상관 없어."


에일린은 그 말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

아무리 재벌 2세라고 해도, 고작 20살밖에 안 된 자식한테 30억이나 되는 큰돈을 맡길 부모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


약간의 오해가 있긴 했지만,

에일린과의 협약(?)은 순탄하게 진행됐고, 그녀는 아버지의 채무를 변제해주는 조건으로 내가 설립할 투자회사에서 일하기로 결정했다.


"기반은 미국으로 하실 건가요?"

"당연하지."


고민할 것도 없는 문제였다.

투자 환경에 있어서 한국은 미국에 상대조차 되지 않았으니까.


"그럼 자금을 미국으로 옮기는 작업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래. 아직 금융실..."


나도 모르게 금융실명제라는 단어를 언급하려다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네? 금융 뭐요?"

"아니... 차명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자금을 미국으로 옮길 수 있을 거라고."

"한국은 돈 많은 사람들이 정말 살기 좋은 나라인 것같아요."

"무슨 말이지?"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차명 거래를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요. 부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이곳에서 주가 조작 정도는 손쉽게 할 수 있을 거예요."


분명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차명 거래를 할 수 있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외화를 반출해서 해외 법인을 만들려면, 지금이 가장 적기였다.


"최대한 빨리 미국에 법인을 만들어. 늦기 전에 국내 시장에서도 재미를 좀 봐야 하니까."

"생각해두신 거라도 있으세요?"


에일린의 물음에 내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국내에 가치투자 열풍이 불 거라고, 네가 예견했다던데. 맞나?"

"예견했다기보다. 세계 경제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던 거죠. 그 와중에 우연찮게 한국 정부가 외국인에게 주식투자까지 허용했던 거고. 저는 그 상황에 맞춰 종목을 골랐던 것뿐이에요."

"세계 경제가 그렇다는 말은. 경기 과열을 의미하는 거겠지?"


에일린이 예상 밖이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한국 언론에서는 세계 경제 관련 뉴스를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 않던데. 용케도 그런 것까지 알고 계시네요."

"내가 관심이 좀 많거든."

사실은 회귀자라서 아는 거지만,

관심이 많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말씀하신대로, 미국 재무부가 90년대 초부터 시작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상 최저 수준인 3%로 금리를 유지해 오긴 했죠."

"그 덕분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낮은 금리를 기반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을 마구 사들이고 있는 거고."

"맞아요. 사실 이런 장에서 돈을 벌지 못하면, 바보죠."

에일린은 그 바보 중에 한 사람이 자신의 아빠라는 것을 깨닫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아빠가 자기 말만 관심 있게 들어줬다면, 쫄딱 망하는 대신 지금쯤 돈방석에 앉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깊게 생각해봐야 속만 쓰렸다.


"그럼 미국 재정부에서 지금 같은 저금리를 얼마나 유지할 거라고 생각해?"

"글쎄요. 작년 9월부터 저금리 정책을 시행했으니까. 최소한 올해 연말까지는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고 봐도 될 것 같은데요."


약간의 오차가 있긴 했지만,

거의 정확한 예측이었다.


"그럼 어떤 종목이 괜찮은지도 생각해둔 게 있어?"

"표정을 보니, 그쪽도..."

"그쪽이 아니라. 보스라고 불러!"

"...그러니까. 보스도 생각한 게 있는 것 같은데. 각자 손바닥에 적어서 보여주는 건 어때요?"


뭐야? 삼국지를 좋아했었나?


에일린의 얼굴에서 적벽대전에서 조조를 상대할 계책을 논의하던 주유와 제갈량의 모습이 겹쳐졌다.

하지만, 한편으로 재밌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우리는 각자의 손에 무언가를 적은 뒤,

서로를 향해 내밀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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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네? 특별 사업팀이요? +4 24.08.14 3,905 54 10쪽
» 삼국지를 좋아했었나? +6 24.08.12 4,064 5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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