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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말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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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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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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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방해하기

DUMMY


"너, 뭐하는 놈이야!"


뒷덜미를 잡혀 그대로 엎어졌다. 아스팔트 바닥과 키스할 뻔 했다.


"말 해봐! 수상쩍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정체가 뭐냐고!"


저항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강서아의 손에서는 오러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야기가 끝나니 다시 소거 상태가 풀린 건가.

설정 상 체이서 중에서도 유난히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강서아였다.

그런 강서아조차 손에 오러를 집중한다면 맨손으로 내 몸 정도는 질질 잡아 끌 수 있었다.


글로만 볼 때랑은 다르네.

훨씬 더 실감나게 오러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정도의 힘을 지닌 체이서를, 아무 능력도 없는 내가 구해주었다.


나는 우선 시치미를 뚝 떼었다.


"별 거 아니야. 지나가던 회사원이지."

"웃기고 있네!"

"진짜라니깐. 그냥 민간인이라고."


이 말은 사실이었다.

당장 나한테 뭔가 탁월한 능력이 생긴 게 아니었으니까.


오러도 없고, 아이템도 없었다.

신체능력이 우월해지긴 했지만 아직은 인간의 한계범위 내였다.


"그럼 아까 그건 어떻게 한 거야?"

"뭘?"

"스케빈져 리더를 찾은 거. 코인을 어떻게 찾은 거냐고!"


강서아가 이렇게 당황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 세계에서, 체이서가 아닌 민간인은 그야말로 당하는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오러 능력을 보고 신기해하고 놀라워만 하다가 당하고 비명이나 지르는 게 전부였다.

배역으로 치면 엑스트라였다.


나도 물론 민간인이었고.

엑스트라만도 못한 존재였다.

그게 나였다.


"민간인이 스케빈져를 상대로······. 어떻게 해 볼 수야 있겠지만, 코인을 찾아내는 건 불가능할 텐데? 그건...!"

"오러 능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거지?"

"그래!"


스케빈져들은 코인을 감추지만 그래도 찾아낼 방법은 있었다.

1화가 수정되기 전에 아마 주인공이 썼을 법한 방법.


코인 속에 은폐된 아주 미약한 오러.

그것을 같은 오러 능력을 이용해 포착해내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치만 어떻게 한 거야. 오러는 소거 상태였을 텐데?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었어. 그런데 넌······."

"말했잖아. 감이라니깐."

"감 좋아하네! 너 체이서지? 나 놀려먹으려고 지금 이런 거지? 일부러 소거 상태 만들어놓고!"


이 대사, 비슷한 대사를 본 적이 있었다.

강서아가 처음 주인공과 만난 이후에도 이렇게 말했지.


["너 뭐야? 일부러 나를 소거 상태로 만든 거야? 나 놀리려는 거야? 아니면 뭐 감사단이라도 돼?"]


"너, 뭐 감사단이라도 되는 거야? 설마? 아니면······."


역시나.

강서아가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럴 리가 있나. 진짜 평범한 사람이라고."

"거짓말 하지 말라고!"


이러고 있다간 끝도 없을 것 같았다.

상황이 정리됐으면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초조했다.

왜냐하면 곧바로 '다음 이야기'가 진행될 테니까.


'그 사람'이 오면 그 순간이 움직일 타이밍이었다.

그럼 곧바로 다음 행동에 착수해야지.


"C22, 오버 컨트롤. 현재 위치로 지원요망. 수상한 인물 발견하여 확보 중!"

"오버컨트롤, C22. 카피. 현재 위치에서 대기할 것."


이제야 무전을 친 건가. 조금 더 기다려야겠다.


"너 그대로 기다려. 허튼 짓 하면 바로 죽여 버린다."

"그러시든가."


어차피 지금 당장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나 혼자 맨몸으로 움직여서 될 일은 아니었으니까.


다음 행동을 위해서는 적어도 강서아와 또 한 사람은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타이밍을 종잡기 힘들었다. 이야기는 내가 바꾸어버렸으니까.


주인공은 강서아를 구하지 않았으니, 곧바로 목적지로 향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작보다도 더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주인공보다도 빨리.

만날 일 조차 없을 정도로 빨리 움직여야 했다.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주인공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나는 힘이 제로에 가깝지만, 주인공은 그렇지 않으니까.


혈통 빨로 타고난 엄청난 오러. 재능으로 얻은 습득력과 다양한 기술들. 단련된 괴물 같은 신체 능력.


그 먼치킨스러운 힘도 싫었지만.

무엇보다도 싫은 건. 주인공의 성향이었다.


주인공의 성향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정의.

마치 소년만화 주인공 같은 올바른 행동.


그게 가장 꼴 보기 싫었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내가 보일 행보는, 그것과 거리가 아주 먼 행보일 테니까.


그런다고 주인공과 멀리 떨어져서는 또 안 되었다.

원작이 주인공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상, 그것을 이용하려면 주인공과 가까이 있기는 해야 했다.


주인공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인공과 얽혀야 한다.

그 자리를 빼앗기 위해서.


자, 그럼.

어떤 것부터 방해를 시작해볼까.


++++


부우웅-.

우리가 있는 쪽으로 차가 한 대 다가왔다. 유리창과 범퍼를 철창으로 가린 중무장 차량.

그것만 봐도 무슨 용도인지 알만한 차량이었다.

이제야 온 건가.


"선배님, 괜찮으신가요?"


운전석에서 내린 건 말끔하게 생긴 젊은 남자였다. 강서아와 비슷한 전투복 차림이었다.

선배님, 이라고 부른 건 당연히 나를 향해서가 아니었다.

나를 붙들고 있는 여자, 강서아를 향해서였다.


"왜 이제야 온 거야?"

"연락 받고 바로 달려온 거예요. 스케빈져들이 조금 있어서 뚫고 왔고요."


차량 앞 범퍼에 달린 철창에는 핏자국이 조금 묻어 있었다.

어떻게 왔는지 대강 상상이 되었다.


"다치신 데는 없어요?"

"내가 다칠 일이 뭐가 있어?"

"하도 급하게 무전 치셔서 혹시나 해서······."

"시끄러. 내가 스케빈져 따위한테 당하고 있을 것 같아?"


방금 당할 뻔 했었잖아.

그러나 강서아는 말하지 말라는 듯 내 팔을 꽉 쥐었다,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맘대로 하라지.


"그러겠죠. 역시 선배님이에요."


남자는 강서아의 말을 100% 신뢰하는 것 같았다.


"근데······. 그 사람은 누굽니까?"


이제야 말을 꺼낼 타이밍을 잡았는지, 남자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마침 얘기하려 했어. 이 사람, 체포 좀 해."

"네?"


자기 귀를 의심한 건지 남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럼에도 강서아는 거리낌 없이 말했다.


"체포하라고. 조사해봐야 될 게 있으니까."

"아! 네."


강서아의 말만 듣고서 남자는 수갑을 꺼내 들었다.

상황파악보다도 명령에 따른 행동이 먼저였다. 일말의 주저함도 없는 모습. 거기에 확신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

정확히는 그 캐릭터가 맞았다.


강서아의 후배이자, 같은 특기대 대원인 신주혁.

이 사람도 왔으니, 이제 움직일 시간이 되었다.


"이렇게 함부로 민간인을 체포해도 되나. 체이서들."


신주혁이 내 팔에 수갑을 가까이 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윽!"

"동행은 가능해도 수갑까지 채울 수는 없을텐데. 너희들은."

"으······! 너, 너는 민간인이 아니잖아!"

"민간인이라니까. 아니면 조사해보시던가. 내가 체이서인지 아닌지, 두 명 있으면 확인해볼 수 있을 텐데?"

"뭣?"

"괜한 월권행위 하다가 짤리지 말고."


내 말에 강서아와 신주혁은 서로를 바라봤다.

내가 일부러 이런 말을 하는 데에는 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다.


"선배님, 확인······.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눈치가 빠른 신주혁이 먼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잘못했다가 진짜 민간인이기라도 하면······. 아시죠?"


역시. 생각대로 움직여주는 캐릭터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알아서 다 해주었다.


"이윽······. 아, 알았어."


그렇게 나와야지.

강서아와 신주혁이 내 말에 신중해지는 건 예상한 바였다.


체이서라고는 해도 특수기동대에 속한 이상 어디까지나 특정직 공무원.

함부로 현행범도 아닌 민간인을 조사명목으로 체포할 권한은 없었다.


거기다 '이야기대로' 라면, 이 두 사람은 민간인을 함부로 건드리면 어떤 꼴이 되는지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런 사례를 직접 봤으니까.


"그럼 '식별' 하겠습니다."


신주혁과 강서아는 각각 내 손등에 손을 올려놓았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식별.

오러 능력의 유무나 계통을 확인하기 위해 거치는 행위.


자세한 원리는 작중에서 나오지 않아 모르지만, 이 행동의 결과는 잘 알고 있었다.


몇 초간 두 사람은 신경을 집중했다.

아마 오러를 흘려보내거나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한테는 의미 없는 행위였다.


"이럴 수가······."

"선배님, 이 사람······."


강서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기가 생각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겠지.


"정말 반응이 없습니다. 오러 발현도 안 되었어요. 그냥 평범한 사람인데. 대체 왜 그러시죠?"

"······."


신주혁의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신주혁은 결국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일단 풀어드리겠습니다."


멍하니 있는 강서아를 내버려두고 나는 신주혁에게 이끌려 자리에서 일어섰다. 꽤 오랫동안 엎드려 있었다.

이야기상 거쳐야 되는 일이니 각오는 했다만 꽤나 귀찮은 일이었다.


"민간인이 여기에 도대체 왜 있죠? 이 사람이 아까 대피 못 했다던 그 민간인인가요?"

"······그래."

"그럼 대피시켜야죠. 아직 작전 중인데. 선생님. 여기 있으면 위험해요. 차에 태워드릴 테니까······."

"안 돼. 그 사람, 그냥 보낼 수 없어."


강서아의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강서아 입장에서 보자면. 오러도 없이 뭔가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까.


미래를 알고 있다, 라는 정보를 제하고 내 행동을 옆에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있는 놈이야. 남의 오러를 강제로 소거시키고, 자기는 오러조차 없고, 그러면서도 미약한 오러 반응은 찾아낼 수 있었어."

"네? 이 사람이요?"


그리고 그런 해석은 나를 전혀 다른 존재로 보게 만들었다.


"그래. 스케빈져의 리더 코인을. 단번에. 소거 상태였음에도."

"소거······. 상태."

"본인은 감이라고 하지만 그게 감일리가 없어. 감이라고 착각하는 거겠지."


강서아가 멋대로 상상하는, 신비한 존재로.


"너도 들어본 적은 있었지? 수십만 분의 일 확률로 나타난다는 오러 계통. 자신이 아닌 남의 오러를 써서······. 정작 본인은 자신이 오러를 사용하는 줄도 모르지."

"······아!"


신주혁도 뭔가 짐작 가는 게 있는 것 같았다.


"방금 있었던 일을 종합해보면 그렇게 밖에 해석이 안 돼. '그거'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야."


일이 쉽게 잘 풀릴 것 같다.

내 상태창에 왜 직업이 사기꾼으로 적혀 있는지 이제야 알 것 같기도 했고.


"선배님 그럼 이 사람이······."

"그래."


내가 이런 결론을 의도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애초에, 등장인물들이 그런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나는 모르지만 소설 속에서는 상식으로 통하는 정보.

아마 내가 아직 보지 못한 분량에 적힌 설정이겠지.


그것을 내가 미리 알고 유도하지는 않았다.

순전히 우연의 일치였다.


그러니까 이건······. 예상치 못했던, 정말로 오해에서 비롯된 착각이었다.


"타인의 오러에 간섭하는 메타계 능력자. 분명 그걸 거야."


그리고 나는 오해를 풀 생각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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