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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말랭
작품등록일 :
2024.08.1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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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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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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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방해하기

DUMMY


주인공은 강하고 또 정의롭다.


누가 정한 법칙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인공이라는 것들은 이 법칙을 충실히 따른다.


체이서 라이프의 주인공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웹소설답지 않게, 지나치게 정의나 올바름을 추구한다는 것이 조금 다를 뿐이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사명이라도 되는 듯이.


"끄으읏······."


구석에 처박혀 있던 신주혁은 몸을 조심스럽게 일으켰다.

강서아를 몸으로 감싸고 있었다.


"괜찮아? 네 선배는?"

"둘 다 괜찮아요."


신주혁의 말과 달리 강서아는 눈을 뜨지 않았다.

죽지는 않았겠지만,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체내의 오러를 모조리 흡수당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도대체 뭐죠? 그건······. 어디서 났는지."

"얘기하자면 길어."


그리고 그 얘기를 다 할 수 있는 시간도 없었다.


곧 녀석이 올 테니까.

재빠르게 이 자리를 벗어나야만 했다.


"얼른 가자. 곧 있으면······."

"선배님이 움직이지 않아요. 몸을 부축해야······."

"어휴. 진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쿠쾅!

밖에서 또 다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또 주인공이 난리를 친 건가? 다시 밖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연기만 피어올랐다.


"······?"


설마.

고개를 돌려 교무실 안을 돌아보았을 때.


"친구야, 넌 누구니?"


교무실 한 구석에는 그 놈이 서 있었다.


이제 갓 중학생이나 되었을 것 같은 앳된 얼굴. 작은 키.

하지만 눈빛은 도저히 애 같지 않았다.


"너한테 말하는 거야. 친구야."


놈은 짜증날 정도로 발랄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언제 여기 온 거지.

여긴 2층인데.

계단을 타고 올라온 것 같지는 않았다.


"쟤네들은 또 누구고. 왜 너희들이 여기에 있어?"

"······망할."


입에서 그런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부서진 책상들 위에 그 놈은 걸터앉았다.

교무실 안을 스윽 둘러보고는 다시 나를 보았다.


"너희들이 이 난장판을 만든 거니?"


이 이야기, 체이서 라이프의 주인공. 이찬익.


"······넌, 도대체 누구야?"


이찬익은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울였다.

완전한 무표정이었다.


소년과도 같은 말투.

하지만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떨린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윤도하."

"응?"

"윤도하다."


내 이름을 듣자, 이찬익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 그렇구나.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나는 네 이름을 물은 게 아니야. 이름은 들어도 잘 기억은 못하거든. 네 정체를 물어본 거야. 친구는 뭐하는 친구니?"

"회사원."

"어떤 회산데?"

"이름을 들어도 모를 텐데. 그냥 광고회사야."

"체이서야?"

"······아니."


신주혁에게는 내가 메타계라는 설정이었지만, 어차피 나에게 자각은 없다는 설정이기도 했으니 이렇게 대답해도 무방하겠지.


무엇보다 이 이찬익에게 거짓말할 수는 없었다.


"거짓말은 하지 않는구나. 정말이네. 오러도 피어오르지 않고 있고."


이찬익은 내 손에 쥔 칼을 봤다. 오러 블레이드는 여전히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칼에서 고개를 돌린 놈은, 손가락을 들어, 교무실 한 구석을 가리켰다.


"저 사람들은 누구야?"

"여자는 강서아, 부축하고 있는 남자는 신주혁."

"이름을 물은 게 아니야. 저 사람들은 체이서 같은데······. 특기대야?"


이찬익은 신주혁이 입고 있는 옷을 위아래로 흘겨봤다.


"그렇다더라."

"카더라? 흐음. 같은 편이 아닌가 보네?"

"같은 편이야. 소속은 다르지만."

"흐으음. 그래?"


이찬익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팔짱을 꼈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손가락을 까딱였다.

인사는 아니고 생각에 잠긴 듯 했다.


긴장됐다.

원래 주인공, 이찬익의 힘을 알고 있다 보니 더더욱 그랬다.


녀석의 힘은, 지금의 나로선 도저히 상대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크레이터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니까.

놈에게는 손에 아무 무기도 없었다. 오직 맨손에 오러만 담아 펼쳐 보인 위력이었다.


아무리 먼치킨 주인공이라지만 시작부터 너무한 거 아닌가.


원망해봤자 소용없었다.

이 소설이 원래 그런 걸 어쩌겠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굴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 멀록은 너희들이 죽였어?"

"그래."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찬익은 생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런 눈으로 실실 쪼개고 있으니 더더욱 괴리감이 심했다.


"아~. 그래? 그렇단 말이지? 참 좋은 일 했구나. 몬스터도 쓰러트리고."

"칭찬 고맙네."


나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친절한 말투.

싱글싱글한 얼굴.

순수한 소년.


하나도 반갑지 않았다.


녀석의 본성을 나는 알고 있으니까.


"아하하. 재밌네. 간땡이가 부은 건지. 너 혹시 뒈지고 싶니? 그래서 그런 거지?"


착하고 정의로운 주인공이긴 했다.


어디까지나 행보만.


"내 먹이를 먼저 건드리고, 내 무기도 훔치고. 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그 본성은 그냥 미친놈이었다.


++++


"크윽!"


걷어차였다.


이찬익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아주 여유로운 자세. 그 자세 그대로 다리만 올려 내 가슴께를 차올렸다.


"크앗!"


몸이 붕 떠올랐다. 뒤로 날려져 바닥에 처박혔다. 온갖 잔해와 먼지를 뒤집어썼다.


"어? 아파? 아~. 살살 찼는데. 벌써부터 아파하면 안 되지~."

"크으윽······."


엄청나게 아팠다. 오러도 담지 않은 단순한 발차기. 그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렸다.


"선생님! ······이 자식이이이이!"


신주혁은 <기갑전신>까지 써가며 이찬익에게 달려들었지만.


"응? 뭐야. 넌~? 방해하지 말아줄래?"

"크억!"


오러를 담은 돌려차기 한 방에, 나가 떨어졌다.

벽에 처박혀 움직이지 못했다. 오러마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기절했다는 뜻이었다.


"너 말이야. 손에 꼭 쥐고 있는 그거. 그게 뭔지는 알고 있어?"


이찬익은 그런 신주혁이나 내 꼴에는 관심도 없이 내 손에 꽉 쥐고 있는 오러 블레이드를 보고 있었다.


"······알지."

"줄래?"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네가 가지고 있을 만한 물건이 아니거든. 그거. 하핫. 좋은 말로 할 때 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안 그럼 너에게 굉장히 좋지 않거든."


그런다고 순순히 줄 것 같냐.

더더욱 칼을 꽉 쥐었다.

이찬익은 그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하아. 얘, 고집 있네. 있잖아. 그건 악마의 무기야. 온갖 악한 특성을 지닌 완전 나쁜 저주받은 무기인데? 쓰는 사람의 오러는 물론 의식까지 갉아먹는다고. 너 그거 잘못 쓰면 저렇게 된다?"


이찬익이 가리킨 곳에는 강서아가 있었다.

강서아가 썼단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이찬익이 알아챌만한 게, 강서아의 오른손에는 아직도 검은 오러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먼지를 툭툭 털고 몸을 일으켰다.


"그런 위험한 걸 어쩌려고 달라 하시나."

"응? 아~. 내가 쓰려고."

"뭐?"

"아핫. 말 귀를 못 알아먹네. 내가 쓸 거라니깐? 악마의 무기지만 나랑은 상관없거든~. 오러를 흡수하든 말든 상관없어. 오히려 내 착한 오러를 계속 흡수시켜서 정화시키려고. 그럼 언젠가 악의적인 특성은 사라지지 않을까?"


확신을 가진 말투였다.


오러 블레이드의 특성은 주인공의 오러로 서서히 정화된다.

분명히 그런 내용도 원작에 있었다.


딱 보아하니 적절한 시기가 되었을 때, 정화 끝났다면서 무기가 업그레이드되어 나타나기 좋은 설정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더욱 넘겨줄 수 없었다.


내가 계속 꿈쩍을 않자, 이찬익은 한 손을 내 앞에 내밀었다.


"너는 혹시 정화할 수 있어? 없지? 그래. 없을 거야. 갖고 있어봤자 쓰지도 못할 거고. 그럼 나한테 주지 않을래?"


그 말은 틀린 게 없었다.

혹시나 하는 내 실험이 있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그건 강서아의 현재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내주고 있었다.


나는 아예 쓰지도 못하고 있고.

거추장스러운 장난감에 불과했다.


하지만.


"싫다면?"


그래도 넘겨줄 순 없었다.


"······? 뭐야. 아하핫!"


이찬익은 살짝 놀라더니 웃었다.


"미안하지만 못 주겠는데. 내가 힘들게 구한 거라. 남의 아이템을 그렇게 뺏으려하면 쓰나."

"아하하하핫! 진짜? 너 진짜 재밌다."


엄청나게 웃어댔다.

쓰라린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는 나를 보며 이찬익은 고개를 까딱였다.


"그건 내 무기라니깐? 원래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는 거야. 광고회사 아저씨. 넘볼 걸 넘봐야지."

"윤도하라니깐."

"그 딴 거 알게 뭐야? 내 칼이나 이리 줘."


웃기지도 않았다.

오러 블레이드는 스토리를 진행하며 우연히 얻는 칼이었다. 그걸 당연히 자기 것인 것 마냥 취급하는 게 어처구니없었다.

가질 거 다 가져놓고, 이것도 가져가려고?


내가 힘껏 노려보자, 이찬익은 내민 손을 다시 거뒀다.


"하하핫. 그렇게 주기 싫어? 그럼 주지 마. 힘으로 뺏어줄 테니까."


깔보는 목소리에 침을 꿀꺽 삼켰다.

냉정히 판단하면 그냥 줘버리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어차피 당장 이 놈하고 싸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주고 싶지 않다.

이미 다 가진 놈이 이 칼까지 손에 넣고, 얼마나 더 강해지려고?

존재 자체로 사기인데다 업그레이드를 위한 복선까지 깔려 있는 아이템이다.

이걸 넘기면, 아마 나는 영영 이찬익을 이기지 못하겠지.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에 진짜 주인공 따윈 필요 없다.

언젠가 이놈은 반드시 죽여야 된다.


"뺏어보시지."

"······? 잘못 들었나? 뭐라 했어~?"

"뺏어보라고. 할 수 있으면."


나는 조심스레 자세를 잡았다. 두 손에 오러 블레이드를 쥐었다.


양손 검 마냥 손잡이만 잡은 건 아니었다.

한 손에 칼날 끝을, 한 손에는 손잡이를 꽉 쥐었다.


"나는 살아생전 잘못 하나 한 것 없어. 오늘도 내가 한 일이라곤 몬스터들을 때려잡고 멀록을 쓰러트리도록 도운 것뿐이다. 그 이외는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해."

"하핫!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지금 자랑하는 거야? 나 착한 놈이라고?"

"상관있잖아? 너한테는. 내가 어떤 놈인지가."

"······뭐?"


순간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미소가 사라졌다.

조금 놀란 눈치는 이내 싸늘한 표정으로 변해버렸다.

그와 동시에 경계심도 한 층 더 높아진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찬익의 오른손에 서서히 오러가 모이는 게 느껴졌다.

그걸 보니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저게 크레이터의 원흉이니까.


"있잖아. 너 말이야. 나 알아?"


잘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떤 '설정'의 캐릭터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아니. 근데 하는 걸 보니 그런 것 같았어."

"무슨 근거로?"

"감으로. 난, 감이 좋거든."


감. 내가 생각했지만 참 여러모로 편리한 변명이었다.


"하핫······. 후우. 그래? 그거 재미있네."


그 말을 듣고 이찬익은 살며시 미소 지었다.

나는 전혀 재미있지 않은데 말이지.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했다.


자, 너는 이걸 절대로 막을 수 없을 거다.


"그래서 지금 내가 어떻게 해야 가장 좋을 지 잘 알고 있어."

"어떻게 할 건데?"


긴장됐다.

내가 벌일 일 이후, 이 녀석이 어떻게 나올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저지르자.

가끔씩 무모하게, 도박도 한다.

그게 주인공이니까.


"너······. 설마······. 아니지? 응? 그렇지?"


이찬익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아니, 맞아."


뿌드득!

나는 양 손에 힘을 주고, 무릎을 차올렸다.


오러가 없으면 그저 플라스틱 장난감에 불과한 칼.

민첩 41의 니킥을 버틸 리가 없었다.


오러 블레이드는 그렇게 부러졌다.


++++


"하하하핫!"


축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속도로 이찬익은 내 눈앞으로 뛰어 들어와 나를 붙들었다.


"크읏······!"

"너 뭐하는 짓이야~? 응!? 정신이 나갔구나?"


쿵!

바닥에 내리쳤다. 그리고는 다시 들어올렸다.


"켁, 케엑!"


한 손에 내 목을 쥐었다. 꽉 조였다. 남이 내 목을 조르니 숨이 막히는 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그럼에도 나는 태연했다. 아니 태연함을 연기해야 했다.


"켁, 네,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쓰나······. 사람 죽이려 하면 안 되지."

"하핫······!"


이찬익은 여유 있는 표정이 아니었다.

등에서 무언가 오러가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아마 내 목을 조르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은 착하고 정의롭다.

당연히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안 될 일이었다.


이찬익에게는 그런 법칙이, 설정으로 붙어 있었다.


"응? 있잖아. 나에 대해서 어떻게 안 거야? 말해봐. 어?"

"감이라니깐."


그리고 이 세계에서, 작가의 설정은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

모든 개연성과 합리적인 인과관계마저 무시한다.


- 주인공 너무 착해빠진 거 아닌가요? 아무나 막 구해주고, 성인군자마냥 굴고. 착한 척 오지네요. 그냥 성격이 저런 건가요? 요즘 누가 이런 정의 좋아하나요?


- 독자님, 아직 작중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주인공이 저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실은······.


악플에 지친 작가가, 무심코 댓글에 드러내버린 중요한 설정.

이 설정만 확실하다면 주인공 성격이 아무리 내 예상과 달라도, 행동은 예측할 수 있었다.


- 주인공의 힘은 선한 존재들에게 전수받은 힘입니다. 그래서 초반부터 강하지만 제약이 있습니다.

- 선행과 정의로운 일을 하면 강해지고, 반대로 악행을 하면 패널티를 입거나 죽게 됩니다.

- 곧 드러낼 설정이지만 독자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댓글 남깁니다.


요즘 아무도 정의롭고 착해빠진 주인공을 좋아하지 않는다.


성격은 어찌되었던, 그런 착한 주인공을 만들고 싶었던 작가가 억지로 붙여놓은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

그것은 이 세계에서도 충실히 적용되고 있었다.


이찬익의 성격이 여기서 어떠하든 아무 상관없이, 이 설정은 유효했다.

아무리 정신 나간 놈일지라도, 세계관 설정은 캐릭터보다 우선하니까.


"크으······. 나, 나는. 아무 죄도 없는 민간인이야. 아니······. 크읏······. 오히려 좋은 놈이지. 모, 몬스터를 때려잡는데, 카악! 도움을 주었으니까."

"하, 하핫······. 너 이······새끼!"


이찬익은 고통스러워했다.

나를 붙들고 목을 조르면 조를수록 더더욱 얼굴이 일그러졌다.


"썅!"


털썩.

결국 버티지 못하고 나를 바닥에 내던질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고통에서 해방됐다.

하마터면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쿨럭! 크······. 그리고 방금 내가 한 행동······. 뭐가 잘못됐지?"

"하······ 너 이 새끼······. 뭐하는 놈이야?"


구겨진 얼굴의 이찬익을 무시하고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질흑의 검기. 악마의 무기. 그런 나쁜 물건을 부쉈을 뿐인데 말이지."


선한 사람,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을 주인공이 건드려서는 안 된다.

정의를 표방하는 주인공이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지.


악마의 무기를 자신의 손으로 파괴한 '선행'을 한 일반인을 죽이려 든다면.

그건 완전히 악당의 행보나 다름없잖아?


"나 완전 착한 놈이라고."


도박이었다.

이 설정이 잘 작동할지도, 이 설정에 이찬익이 잘 따라줄지도 미지수였다.


하지만 이찬익은 처음부터 나를 대화로 설득해보려 했다.

기껏 해봤자 오러도 담지 않은 발차기 한 번의 위협 정도였다. 물론 그것도 엄청나긴 했지만.


힘으로 뺏으려면, 얼마든지 힘을 써서 뺏을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러지 못했다.


그건 내가 설마 이걸 부수리라는 생각을 이찬익이 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평범한 인간인 나를 죽게 만들었을 때, 심각한 패널티가 걸리게 되니까.


그리고 이찬익은 그 패널티를 잘 인지하고 성격과 다르게 규칙을 철저히 준수했다.


오직 그런 행동 하나만 보고, 나는 올인 했다.


"그렇네······."


이찬익의 몸이 떨렸다.


"그렇네······. 하핫! 그지! 그렇겠지! 하하하핫!"


그리고는 실성이라도 한 것처럼 웃어댔다.

고개를 쳐들고 몇 번이나 소리 내 웃던 이찬익.


"하······."


이번엔 뚝, 웃음을 멈추고 나를 싸늘하게 쳐다봤다.


"······너 이름이 뭐라 했지?"

"······윤도하."

"그 이름 외워줄게."


고맙군.

9화 내내 강서아 이름도 못 외우던 놈이었는데.


"있잖아. 윤도하. 너 잘못 걸렸어. 지금이야 착한 놈이라지만."


이찬익은 뒤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만일 내가 너 찢어 죽여도 상관없게 되면······. 하핫! 얼굴을 갈아버릴 테니까. 알았지?"

"······그거 기대되네."


허세 한가득 담아, 그렇게 받아쳤다.

다시 주머니에 손을 꽂고 돌아가는 이찬익을 보았다.


"아니지."


이찬익은 혼잣말을 하며 잠깐 멈칫했다.

서서히 고개를 다시 돌렸다.


"뭔데? 얌전히 꺼져주라."

"하핫? 원래 그럴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갑자기 해야 할 일이 떠올랐거든."


그 때.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오러가 한 데 뭉치는 느낌.

그 중심은 이찬익의 오른손이었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 세상의 주인공이야. 그리고······."


뭐야. 설마.

몸이 휘청거렸다.

크게 웃고 있는 이찬익의 얼굴밖에 보이지 않았다.


"주인공은 질 땐 지더라도 말이지······."


세상이 휘는 느낌이었다.


"사이다는 날려줘야 하는······. 법이야!"

"뭐······?"


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이찬익은 내 얼굴 바로 앞까지 '날아왔다'.


오러를 가득 실은 오른손을 내 명치에 처박으면서.


"크······. 억······!"

"그래야 다음 편을 읽어주거든. 안 그래?"

"이런 씨······. 발······."


정통으로 꽂힌 주먹.

나는 그 한 방에 정신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폐허가 된 교무실 광경과 발걸음을 돌리는 이찬익.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시선은 희미해져갔다.


미친놈.

마지막까지 편히 보내주지를 않네.


그래도 다행이었다.

맞은 곳이 명치라서.


[사용자의 정보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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