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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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말랭
작품등록일 :
2024.08.13 21:48
최근연재일 :
2024.08.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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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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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과 성장

DUMMY


솔직히 나도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다.


글을 올리는 도중에 느낀 것이었지만 내가 봐도 현실성이 없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사람은 단순히 흥미로운 건지, 정말 진지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글을 흘려 넘기지 않았다.


wkRk501.

그게 그 사람의 닉네임이었다.


- 입금 확인함? 그럼 댓글 답 좀 해줘. 어떤 소설에 빙의한 건지.


얼떨떨하며 소지금을 확인하고 있는 사이에 또다시 댓글이 달려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먹튀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나는 현실의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 소설유토피아에 연재 중인 '체이서 라이프'라는 소설이다.


그렇게 댓글을 남겼다.

먼저 대댓글을 남긴 것은 구경하던 다른 사람들이었다.


- 야 이제 보니 신종 홍보였네. 머리 좀 썼다. 홍보력은 ㅇㅈ합니다.

- 처음 들어보는 소설인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워낙 인기 없는 소설이었으니까. 악플이 넘쳐난다는 게 그나마 보는 사람은 있다는 반증이었다.


하지만 나는 홍보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작가를 만나면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 먼치킨 주인공을 만들었냐고.

그리고 잘 좀 쓰라고.


1분 정도 기다리자, wkRk501의 댓글이 달렸다.


- 왜 하필 그런 소설에 빙의하게 됨?


원인은 당연히 모르고, 나도 이런 소설에 빙의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언가 단서가 있다면 이것뿐이었다.


- 나도 모르겠다. 하필 빙의하는 시점에 이 소설 읽는 도중이기는 했음.

- 홍보가 목적이니까 그렇지.


악성 대댓글은 이제 무시하자.

그 다음에야 달린 wkRk501의 댓글은 이랬다.


- 잠깐 읽어보고 올 게.


그러고는 1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정말 원작을 읽어보러 간 것 같았다.


그다지 재미없을 텐데.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댓글이 달렸다.

구경꾼들은 이제 더 오지 않았다. 게시글이 둘 만의 채팅방이 되었다.


- 한 5화까지 봄. 지금 너는 몇 화 정도 이야기가 진행됨?

- 15화 정도.


정확히는 15화 중간이었다.

주인공이 체이서 특기대에 들어간 뒤, 수련하는 장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면서, 첫 문장이 이렇게 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주일 뒤.]


시기상, 지금은 그 일주일 중 어느 날임이 분명했다.

바꿔 말하면 당분간은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고.


- 주인공으로 빙의한 거임? 아님 다른 인물?

- 아니. 아예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들어갔어.

- 주인공이랑은 만남? 어땠음? 먼치킨이던데.


만나긴 했지. 그리 유쾌한 만남은 아니었다.


- ㅇㅇ. 쌔긴 쌔더라.

- 너는 거기서 어떻게 적응함? 세계관 완전 막장이던데.


예상외의 질문이었다. 하지만 할 수도 있을 법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지금처럼 인터넷이 되니까 소설도 볼 수 있어. 소설 속에서 나온 힌트들 가지고 이리저리 이용하고 살고 있다.

- 혹시 너도 능력 같은 거 생김?

- 생겼다. 주인공한테 맞고 나서.


사실만을 그대로 얘기해주었다.


- 그럼 지금은 뭐하면서 지내고 있음?

- 우선 주인공 하는 거 따라하고 있다. 적당히 소설 내용 따라가야 적응하기 편할 것 같아서.

- 괜찮은 생각이네.


칭찬받았다.


- 근데 그럼 주인공은 뭐하고 있음? 너랑 같이 다녀?

- 아니. 내가 주인공 무기 부숴먹은 뒤로 어디 가버렸어. 소설 이야기랑 별개로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다.

- 그거 좀 위험하지 않음?


"······."


솔직히 할 말은 없었다.

나도 위험을 감수하고 벌인 일이었고, 이찬익은 나에게 단단히 경고도 했었다.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죽일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당장에 죽이려 들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지금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방법이 없긴 했다.

그저 이찬익에게 걸린 제약만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무언가, 좀 더 확실하게 이찬익의 힘을 빼놔야만 했다.


- 알아서 잘 버티고 있다.


적당히 얼버무리기 위해 그렇게 댓글을 남겼다.


- 앞으로도 계속 주인공처럼 행동할 거임?

- 그래야지. 그래야 소설 내용 안 흩트리면서 적당히 이용해먹을 수 있으니까.

- 주인공처럼 엔딩가면 세상을 위해 싸우고 그럴 거야?


고민되는 질문이었다.

아직 체이서 라이프가 엔딩이 나지도 않았으니, 어떤 결말이 나는지는 몰랐다.

주인공에게 그런 중대한 사명이 있는 지도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정의를 관철하는 주인공이니, 그런 스토리가 나와도 결코 이상할 건 없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인공이 되고 싶기는 했지만, 그런다고 남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 내가 주인공처럼 착한 사람도 아니고. 본받고 싶지도 않다. 어차피 주인공 같은 제약도 없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려고.


그래. 이게 최선이다.

주인공처럼 살아가되, 어디까지나 중심 스토리의 행보만.

그 이외에 나는 적당히 뜯어먹으며 잘 살 궁리나 할 거다.


- 네가 들어가면서 그쪽 이야기는 바뀌었지만 원작은 변함이 없지 않음? 나중가면 갈수록 원작하고 스토리 달라질 텐데 그럼 어떻게 할 생각임?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무슨 의도지. wkRk501은.

나도 이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방법이 없었다.

돌이키기엔 이미 늦었고, 돌이킬 수도 없었다.


원작대로 간다는 건, 나는 이 세상에서 아무 존재감 없는 소시민 A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뜻이니까.

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 일단 원작 개연성을 최대한 살리는 식으로 조율해봐야지.

- 원작 주인공 같은 힘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도 있지 않음? 주인공 무기도 부쉈다면서.

- 이미 알고 있는 원작 내용이 있으니까, 그거 최대한 활용하면서 나 나름대로 짜 맞추고 있어. 내 힘으로 안 되는 건 아직 생각 못해 봄.


아직까지는 내 힘으로도 어떻게든 해볼 수 있는 이야기들뿐이었다.

태반은 허풍으로 넘어가기는 했지만.


- 그래도 핵심은 모르지 않음? 갑자기 반전 일어나거나 너도 모르는 떡밥을 건드리거나 하면 어떻게 함?


이 부분은 나도 우려했다.

특히 작가가 신인이다 보니, 그걸 넘어서 아무 복선도 없이 반전이 터지거나, 어처구니없는 것을 떡밥으로 쓰거나 할 가능성이 있었다.


당장 1화만 봐도 이유도 뭣도 없이 제약이 걸리기도 했고.

명쾌한 해답은 낼 수 없었다.


- 그 때는 그 때가서 알아서 대처해봐야지. 웹소설 한두 개 읽은 건 아니니까, 적당히 클리셰 활용하면 될 거 같고. 타이밍 봐서 스토리 정체시키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 개연성 막거나, 일부러 늘어지게 만드는 거?

- 그렇지.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뭐가 필요하다 싶으면, 내가 그거 막아버리면 이야기가 멈추겠지.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이긴 했지만, 꽤 괜찮은 생각이었다.


- 지금 소설 15화 즈음이라고 했는데, 만일 연재분량 다 따라잡아버리면 어떻게 할 거임?


그건 생각지 못했네.

다행히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으니, 그 동안 다시 연재되면 그걸 보면 되지 않을까.

하루에 1편 연재하니, 7편 분량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정답일까? 그건 아니었다.


- 그건 모르겠다. 그 때 가서 생각해봐야지.


이렇게밖에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휴대폰을 잠깐 내려놓았다.


신나서 해주기 시작한 답변이었지만, 질문을 받다보니 걱정이 많아졌다.

생각보다 내가 허술하게 이 세계에 대처하고 있었구나, 하는 느낌이 절실히 들었다.


다시 댓글이 달렸다.

그리고 그 댓글이야말로 내 고민에 쐐기를 박아버리는 질문이었다.


- 만일 소설이 연재중단하거나 완결 나버리면 네가 있는 세계는 어떻게 되는 거임?


숨이 턱 막혔다.

답을 할 수 없었다.


사실 원작 소설이 어찌되든 내 알바는 아니었다. 인기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만일 연재가 중단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당혹감에 휩싸였다.

인기가 없으면 조용히 연재 마치고 사라져버리는 소설을 상당수 본 적이 있었다.

체이서 라이프의 작가도 그런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비교적 성실히 연재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 바뀔지 몰랐다.

악플은 계속되고 조회 수는 떨어지고 있었다. 선작 수도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떨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정체된 인기 없는 소설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대로라면 곧 연재가 중단되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리고 연재가 중단되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전혀 알지 못했다.


세계가 멸망하기라도 하는 건가? 사라지는 건가? 나는 현실로 돌아가는 건가?

온갖 추측만이 난무했지만 정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 거기서 주인공 돼서 잘 나가게 되더라도 세계가 계속 유지되어야 되는 거 아님?


맞는 말이었다.

주인공이 되는 것도. 잘 먹고 잘 사는 것도. 강해져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것도.


이 세계가 계속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


꿀꺽.

침이 절로 넘어갔다.


알아야만 했다.

이 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어떤 결말을 맺게 되는지.

그리고 끝이 났을 때 나는 어떻게 되는 건지.


막아야했다.

적어도 완결도 내지 않고 연재가 중단되는 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만 했다.

연중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그 꼴이 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 어떻게 생각함?


그 질문에 나는 아직 완벽히 답할 수 없었다.


- 나도 모르겠다. 어떻게 되는 지도 모름. 그래도 세계가 끝나면 안 되지. 어찌 될 지도 모르는데.

- 그렇지?


이상했다.

마치 내가 그렇게 답변하리라고 예상한 듯한 말투.

하지만 그런 것에 의구심을 가지고 파고들 정도로 심정적으로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었다.


- 한 번 잘 해봐. 나중에 기회 되면 또 이야기하고. 연중 안 되길 바람.


wkRk501의 댓글은 그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어지지 않았다.


"후우······."


몸을 축 늘어트렸다.


당연히 나도 연중 안 되길 바라지.

하지만 내가 작가도 아닌데 어떻게?


소설 유토피아의 체이서 라이프 게시판을 들어갔다.


[체이서 라이프]

[조회 16,550회 / 추천 203 / 선작 544]


애매한 지표였다.


인기가 많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아슬아슬한 지표.

하지만 연재를 계속 이어나갈 만한 지표라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었다.


50화나 이어지면 다행일까.

그렇게 생각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이 세계의 수명은 한 달 안에 결정된다.


인기를 올려야 했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체이서 라이프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독자 입장에서 보았을 땐 솔직히 이게 한계였다.


필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소재가 기발한 것도 아니고. 개연성도 엉망, 주인공도 인기 있을 법한 주인공은 아니었다.


한 마디로 재미없다.

재미없어서 인기 없어진 작품을 무슨 수로 인기 있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만 깊어져갔다.


빙의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지만 명확한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체이서 라이프 27화가 등록되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울리며 그런 알림이 떴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이야기는 계속 흘러만 간다.

시간을 허투루 쓸 수는 없었다.


아직 15화 중간.

머지않아 다음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선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다음 에피소드는 조금 길어질 테니까.


++++


5일을 수련으로 보냈다.


얻은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신체 능력 : 체력 33 / 힘 26 / 민첩 41 / 지구력 22]

[오러 능력 : 용량 68 / 타입 고유 / 스킬 <블루투스 Lv.1>]


신체 스텟 한두 개. 오러 용량 조금.


돈을 쓰지 않고 수련만으로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돈은 쓰면 안 되겠지. 다음 에피소드에서 써야 할 일이 많으니까.

슬슬 연락이 올 때가 되었는데······.


드르륵.

귀신 같이 진동이 울리며 문자가 왔다.


[형님! 비상소집이에요! 첫 임무신데, 참가하시려면 내일 본부로 와 주세요!]


드디어 움직일 때가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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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약과 성장 24.08.22 4 0 12쪽
19 계약과 성장 24.08.22 4 0 11쪽
18 계약과 성장 24.08.21 7 0 14쪽
17 계약과 성장 24.08.21 7 0 17쪽
16 계약과 성장 24.08.20 8 0 12쪽
15 오러 스킬 24.08.20 6 0 13쪽
14 오러 스킬 24.08.19 7 0 13쪽
13 오러 스킬 24.08.19 8 0 12쪽
12 오러 스킬 24.08.18 8 0 13쪽
11 주인공 방해하기 24.08.18 9 0 18쪽
10 주인공 방해하기 24.08.17 9 0 13쪽
9 주인공 방해하기 24.08.17 12 0 12쪽
8 주인공 방해하기 24.08.16 12 0 13쪽
7 주인공 방해하기 24.08.16 14 0 11쪽
6 하필 빙의한 소설이 24.08.15 15 0 13쪽
5 하필 빙의한 소설이 24.08.15 15 0 13쪽
4 하필 빙의한 소설이 24.08.14 17 0 14쪽
3 하필 빙의한 소설이 24.08.14 22 0 13쪽
2 하필 빙의한 소설이 24.08.13 23 0 13쪽
1 프롤로그 24.08.13 27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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