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탑랭커는 이세계로 납치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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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쨩
작품등록일 :
2024.08.1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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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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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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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집을 꾸미자!(1)

DUMMY

제임스는 객관적이었다.

자신의 힘으로 재해의 숲에 가면 어찌될지 뻔했다.

갈가리 찢겨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죽겠지.

그전에 운명을 돌려줄 방법도 찾아야하고.


[운명을 빼았을때 사용했던 아티팩트는 어찌되었느냐?]


"망가졌어요"


[허! 그러면 어디서 구했느냐?]


"사이룬 왕국에 위치한 동굴에 있었어요"


[흐음..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내 살면서 그런 아티팩트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적이 없어]


"..."


제임스는 아무 말도 못했다.


"함정이었을까요..?"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 마왕이 강림하기 전에 수하들을 보내 함정을 만들어뒀을 수도 있으니]


"제가 걸려들었네요"


제임스는 자조섞인 웃음을 흘렸다.

아무런 의심없이 그런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다니.

지금 생각하니 참 멍청했다.


"신님,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나약하기 그지 없는 인간.

제임스는 스스로를 그렇게 평했다.

약하고, 무력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제에 욕심은 많은.


[할 수 있냐가 아니라 해야하는 일이다]


"네..그렇죠. 제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네요"


제임스는 사이룬 왕국으로 향했다.

그곳에 조금이라도 단서가 있긴를 바라며.


***


"페이! 이거 봐!"

"위험하다. 내려와라"

"괜찮아 괜찮아"


페이는 나무 위에 올라가 원숭이처럼 까불거리는 백연우를 바라봤다.


"여기 바나나가 있을 줄은 몰랐어"


지구의 노란 바나나와 달리 빨간색이었지만 그래도 맛은 똑같았다.


"괜찮은가..?"

"응 맛잇는데?"

"그거 독이 있을텐데.."


과일이 너무 익으면 바닥으로 떨어진다.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식량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저 빨건 열매를 먹었던 이들은 모두 죽었기에 어렵지 않게 독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응? 독? 안 느껴지는데"

"그런가..?"

"너도 먹어볼래?"

"..알았다"


페이는 조심스레 바나나를 한입 먹었다.

바나나에 단맛이 페이에 입을 잠식해갔다.

페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맛있군"

"그치? 맛있지?"


나는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봤다.

반려동물이 좋아하니 나도 좋달까?


"그런데 껍질은 안 먹는건가?"

"어. 껍질을 왜 먹어?"


우리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나대로 페이를 이해할 수 없었고 페이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설마..바나나껍질도 먹은거야?"

"나는 먹은 적이 없다. 다만 이것을 먹은 자들이 껍질까지 먹었을뿐"

"아하.."


그럼 맛 없었을텐데..


"흐음..잠시만.."


나는 바나나껍질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뭐하는 짓이냐!"


백연우에 얼굴이 보라색으로 물들어갔다.

그것은 과거 바나나를 먹고 죽은 이들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알았다!"

"괘..괜찮은거냐..?"


한순간에 돌아온 피부색을 본 페이는 당황스러웠다.

분명 독에 중독되어 죽어가고 있지 않았나?


"바나나 껍질에 독이 있는거야. 껍질을 벗기고 먹으면 괜찮은가봐"

"그걸 알아내겠다고 먹은거냐..?"

"응"


나는 당당했다.

어차피 독은 내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뭐, 복어 독이랑 비슷한 수준에 독이긴 하지만 이 정도는 그냥 애교였다.


"넌 겁이 없구나"


같이 살면서 알게된 사실은 백연우는 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하늘 높이 뻗어있는 나무 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어느 날은 독 버섯을 집어 먹었다.

목숨이 아깝지 않은것만 같았다.

생명체인 이상 죽음이 두려울 수 밖에 없을텐데.


"페이! 저기에 뭐가 있어! 저기에 가보자!"


백연우는 호기심도 많았다.

뭐가 그리 신기한지 눈을 반짝일때면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거 봐! 여기 뭐가 쓰러져있어!"

"바실리스크로군"


그냥 커다란 뱀이었다.

석화독을 가지고 있어 조심해야할 녀석이었다.


"떨어져라"

"이미 죽은건가?"


움직임이 조금도 없고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걸 보니 죽어있는게 확실했다.

그래도 독이 남아있을 수 있기에 조심해야했다.

하지만 백연우는 페이에 말을 무시하고 바실리스크 주위를 뒤적거렸다.


"오! 이게 뭐지?"

"마석이다"

"마석? 내가 아는 마석이랑 다른데?"


몬스터를 잡으면 마석이 나오는데 색은 다양했지만 공통적으로 투명했다.

그런데 이건 불투명한게 꼭 돌멩이 같았다.


"바실리스크가 가진 독과 닿아서 그런다. 가끔씩 있는 경우다"

"그래? 하긴 바실리스크는 나도 처음 보는거니까"


수 많은 몬스터와 싸웠지만 바실리스크는 처음 본다.

하긴, 몬스터인데 말도 하는 페이가 있는데 그럴 수 있지.

이 세계에 오고 처음 보는 것 투성이였다.


"바실리스크 맛있어?"

"아니다. 질겨서 맛 없다"

"그래?"


아쉬운데..

대충 봐도 20m가 넘어 보이는 바실리스크.

먹을게 없다니 아쉬웠다.


"가죽이라도 벗겨갈까?"

"어디에 쓰려는거지?"

"몰라! 나중에 쓸모가 있지 않을까?"

"마음대로 해라"


페이는 썩 관심이 없었다.

먹는 것도 아닌 가죽을 어디다 쓴단 말인가?

오직 먹기 위해 사냥하는 페이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이제 어디로 가볼까?"

"날이 어둡다. 이만 돌아가자"

"음..그럴까?"


노을이 지는게 곧 밤이 될거 같기는 했다.


"그래. 돌아가자"


우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얼음 막에 구멍을 내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집이다.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신기하다"

"응?"

"얼음이 조금도 녹지 않고 오직 니 의지에만 반응한다는게 신기하다"


얼음은 결국 물이 얼어 있는 거다.

그렇기에 이렇게 햇볕이 쨍쨍한 곳에서는 녹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녹기는 커녕 차가운 기운을 주위에 흩뿌리는 모습은 대단했다.


"뭐야~칭찬해주면 부끄럽잖아~"

"..칭찬 아니다"


페이는 몸을 꼬며 부끄러워하는 백연우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진지함이라고는 조금도 없군'


이렇게 굉장한 능력을 가진 인간이지만 어째 진지한 날이 없었다.

언제나 해맑고 한 없이 가벼운 성격이었다.

가끔씩은 어린 아이를 돌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 그래서 작은 건가?'


자기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연우는 작았다.

어쩌면 인간이라는 종족은 정신에 따라 외향이 결정되는게 아닐까?

터무니 없는 오해를 키워가는 페이였다.


***


"있잖아. 집이 너무 어둡지 않아?"


나는 지금 진지했다.

아무리 봐도 빛 한점 없는 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현대에 살때에는 당연히 전기가 들어오니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글쎄 잘 모르겠다만"

"아, 너 야행성이지"


늑대는 야행성 동물이다.

때문에 밤눈이 밝았다.

작은 달빛만 있어도 생활하는 녀석에게 물었다니 나도 참 바보다.


"어두워! 어둡다고!"

"그래.."


페이는 칭얼거리는 백연우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어린애가 분명했다.


"어떻게 좋은 방법이 없을까?"

"흐음..니 능력으로 어떻게 안되나?"


페이는 아직도 그 날을 잊을 수 없었다.

꼼짝없이 죽는다 생각했더니 몸이 타오르고 오래된 상처가 사라지며 몸이 나았을때를.


"불꽃? 안돼. 그건 너무 위험해"


자신의 능력이긴 하지만 불은 너무 위험했다.

얼음과 다르게 불꽃은 주위로 번지는 성질이 있지 않은가?

자칫 방심하면 집이 불탈 수도 있었다.


"그럼..마석은 어떤가?"

"마석?"

"그래. 마력만 주입하면 은은하게 빛나던데"

"오! 좋은 생각이야! 집에 장식하면 예쁘겠다"


은은한 조명이 빛나는 집이라..

벌써부터 낭만이 느껴졌다.


"그럼 마석 구하러 가자!"

"알았다"


페이는 귀찮았지만 몸을 일으켰다.

신나 보이는 백연우는 말릴 수 없었다.


"우와! 빨간색 마석 예쁜데?"

"그렇군"

"음..근데 크기가 너무 작다"


색은 마음에 들지만 손톱만한 마석을 어디다 쓴단 말인가?

조금 더 큰 마석이 필요했다.


"페이 큰 마석을 가진 몬스터 어디 없을까?"


보통 강한 몬스터일수록 마석 크기가 컸다.

그만큼 많은 마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는 곰곰히 생각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우거는 어떤가..?"

"오우거?"

"그래. 나보다 강한 녀석이긴 한데.."


과거 자신이 다리를 다친 원인이 오우거였다.

녀석과의 전투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다리에 부상이 생겼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는 도움을 주지 못 한다"


페이에 두 귀와 꼬리가 추욱 늘어졌다.

오우거는 자신보다 강했다.

백연우는 강하니 오우거도 이길 수 있겠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미안하다"

"에이~미안하긴. 괜찮아. 반려동물한테 싸움을 시키는 반려인이 어딨어?"

"반려동물..?"


그게 뭐지?

페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살던 세상에서는 인간과 같이 사는 동물들을 반려동물이라고 불렀어"

"그런가..?"


페이는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늑대에게 반려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평생 한명의 반려만을 택하고 사랑하는게 늑대였다.

그래서인지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참 좋았다.


"오우거는 어디있어?"

"따라와라"


페이는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러고는 힐끔 옆을 돌아봤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뭐가 문제냐는듯 구는 백연우.


'빠르군..'


페이는 자신의 종족인 바람늑대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바람늑대는 바람에 힘을 이용해 매우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그런데 대체 저 짧은 두 다리로 자신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여기다"


나무에서 풍겨오는 냄새.

영역 표시를 해놓은 오우거에 냄새가 주위에 가득했다.


"그르륵?"


역시나 녀석은 자신의 구역에 누가 들어온걸 눈치채고 달려왔다.

그러면서 페이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우거는 이곳에 살면서 언제나 포식자로 군림했다.

그러다가 딱 한번 잡아먹지 못하고 도망친 늑대 한마리.

그것과 똑같은 냄새가 났다.


"그르륵!"


오우거는 씨익 웃었다.

그때에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얻었다.

마침 늑대고기가 먹고 싶던 참이다.

옆에 웬 고블린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건 신경쓰지 않았다.

오우거가 페이에게 달려들었다.


쩌저저적!


"그러면 안돼~넌 나랑 놀아야지"


페이와 오우거 사이에 거대한 얼음 벽이 생겼다.


"그르륵?"


너냐?


"맞아. 나야"


백연우는 여유롭게 웃었다.


"음..확실히 강하긴 하네~"


녀석은 강했다.

페이보다 조금 더.

하지만..


"그렇다고 내 상대는 아니지"


오우거가 아무리 강해도 결국 오우거다.

기껏해야 A급 몬스터.

현대에서도 몇번 상대해본 녀석이었고, 녀석들은 손짓 한번이면 쓸어버릴 수 있었다.


"오늘은 집 인테리어 날이라고. 꺼져"


휙!


쩌저저저저적..


단순한 손짓 한번에 오우거는 얼음조각이 됐다.

나는 그 조각을 부숴트렸다.


툭! 데구르르..


"와! 확실히 크네!"


오우거는 대충 5m정도에 크기였다.

녀석에 덩치가 커서 그런지 마석도 수박만했다.


"이제 가자~"


백연우는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마석을 설치했다.

그리고 밤이 되자 마석이 환히 불을 밝혔다.


"이게..맞는거냐?"


페이는 스스로 미적감각이 없음을 알았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집이 최악이라는건 알 수 있었다.

은은하게 비추는 붉은 마석이 꼭 피처럼 보였고.

대체 왜 바실리스크 가죽이 지붕에 올라가 있는건지.

심지어 주위가 밝아지니 얼음막을 통과해 들어간 빛이 주위에 포진해 있던 몬스터 조각들을 비춰 훨씬 더 스산하게 보였다.


"음음! 마음에 들어!"


그러거나 말거나 백연우는 즐거웠다.


"그래..니가 마음에 든다면.."


페이는 떨떠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앞으로 여기서 살아야한다는건가..예전이 더 나은거 같은데..'


벌써부터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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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제이크(2) 24.09.05 18 0 10쪽
11 11화. 제이크(1) 24.09.04 21 0 10쪽
10 10화. 과거의 동료(2) 24.09.03 21 0 11쪽
9 9화. 과거의 동료(1) 24.09.02 2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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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호야의 가출 24.08.29 24 0 11쪽
6 6화. 태어난 아이들 24.08.28 23 0 10쪽
5 5화. 뜨개질 장인을 만나다 24.08.27 26 0 11쪽
4 4화. 집을 꾸미자!(2) 24.08.26 28 1 11쪽
» 3화. 집을 꾸미자!(1) 24.08.23 35 1 11쪽
2 2화. 페이 24.08.22 37 2 11쪽
1 1화. 이세계 +1 24.08.21 5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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