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탑랭커는 이세계로 납치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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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쨩
작품등록일 :
2024.08.16 11:55
최근연재일 :
2024.09.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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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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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순수한 불꽃

DUMMY

제이크는 황홀한 얼굴로 불을 바라봤다.


"이..이 불은 무엇이냐!"

"능력으로 만든 불이지?"

"허..그럴수가.."


살면서 이런 불을 보게 될 줄이야..

정령의 불? 그건 이것과 비교하면 태양 앞 반딧불이와 다를바 없었다.


'이걸로 무기를 만들면..'


주괴에는 불순물이 있다.

불로 그것을 없애는 작업을 해야한다.

하지만 불꽃마다 그것을 없앨 수 있는 정도가 달랐다.

상급정령의 불꽃은 순도 99퍼센트가 최대.

하지만..이 불로 한다면..


'이론상 가능했던 100퍼센트가 될지도..'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마력전도력이 오르는건 물론 훨씬 날카로운 무기를 만들 수 있겠지.


"이..이 불을 나한테!"


이 불로 딱 한 번만이라도 검을 만들고 싶다.

그럴수만 있다면 당장 노예가 된다해도 괜찮을거 같다.

장인으로서의 욕망이 번뜩였다.


"대장간에 넣어주면 되는거지?"

"주..줄거냐?"

"어려운 일도 아닌데 뭐"

"허..너는 내 은인이다! 프라이팬? 냄비? 얼마든지 더 만들어주마!"


제이크는 불을 바라보며 침을 질질 흘렸다.

어딘가 실성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주춤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흐흐흐흐 저거만 있으면!"


이거 괜히 보여준건 아니겠지?

괜히 후회되는 날이었다.


***


까앙! 까앙!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저씨..이런 새벽부터 왜 일어나있어?"


아직 해도 제대로 뜨지 않은 새벽.

제이크는 일어나서 대장간에서 주괴를 두드리고 있었다.


"일어났냐? 그게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말이다"

"그렇게 좋아?"

"물론! 하하! 이거 봐라! 주괴에서 빛이 나지 않느냐!"


내가 볼땐 똑같은데..


"자! 프라이팬을 다시 만들었다! 한번 써보거라"

"응? 이미 만들어 줬잖아"

"흐흐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거다!"


제이크는 어린아이처럼 눈을 빛냈다.

수염 붙은 아저씨가 그래봤자 징그러울 뿐이지만.


"알았어. 뭐가 달라졌나?"


나는 프라이팬에 남은 고기를 넣었다.

그러자..


"응? 이거 왜 이래?"


불도 키지 않은 팬이 알아서 열을 내며 고기를 굽고 있다.


"후후후 마석을 넣어봤다!"

"마석을?"

"그래. 거기 손잡이에 보이지 않냐?"

"아 이거?"


그냥 장식품인줄.

누가 프라이팬에 마석을 쓴단 말인가?


"어떠냐? 마음에 드냐?"

"마음에 들긴 하는데..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어?"


어차피 불이야 어디서든 피울 수 있는데 굳이?


"에잉! 낭만도 없는 녀석! 그걸 쓰면 양념도 골고루 베고 얼마나 좋은데!"

"양념이 골고루?"

"그래! 역사상 이보다 훌륭한 프라이팬은 없을거다!"

"오오오오오! 대단해!"


그거면 얘기가 달라지지.


"그 뿐인줄 아느냐? 적절하게 익힐뿐 태우지는 않는다. 열 전달도 골고루되고 이 얼마나 훌륭하냐?"

"진짜 대단해! 역시 아저씨는 장인이야!"

"크흠! 그걸 이제 알았냐?"


제이크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안 그런척 하지만 기분 좋은게 분명했다.


"이게 다 니 불 덕이다"

"불?"

"그래. 그 불이 아니었으면 그 프라이팬은 탄생하지 않았을게다"


애초에 프라이팬에 마석을 넣을 수는 없다.

마석 자체가 귀한 것도 있지만 불순물이 많으면 마력이 전달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불꽃으로 불순물을 제거한 지금은 달랐다.

고작 철이 마력 전도율이 가장 높다는 미스릴에 버금가니까.


"그래?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

"..그게 끝이냐?"

"뭐가 더 필요해?"


아니..좀 더..그..반응을 원했는데..?

솔직히 이런 반응은 좀 의외였다.

자신이 가진 것이 얼마나 대단한건지 모르는건가?


"너 미스릴이 뭔지는 아냐?"

"물론 알지"


미스릴은 광석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광석을 통틀어 마력 전도율이 가장 높은.

현대에서도 게이트를 클리어하면 가끔 보상으로 나왔기에 알고 있다.

미스릴이 조금이라도 섞인 무기는 그 가격이 몇배로 뛸 정도니 말 다했다.


"그런데 왜 안 놀라냐고! 어? 고작 철이 미스릴에 버금간다니까?"

"음..애초에 난 무기를 안 써서 별로 관심 없어"

"..그러냐?"


그래..내가 또 이 녀석한테 상식을 기대했구나..


"그런데 무기를 안 쓰는건 무슨 이유가 있는거냐?"

"아니? 그냥 얼음으로 만드는게 더 효율이 높아서"

"그 얼음이?"


분명 대단하긴 했지만..그래도 진짜 무기와 비교하면 부족하지 않나?


"보여줄까?"

"그래. 한 번 보여줘봐라"


대체 얼마나 대단하기에 무기를 안 쓰는지 한 번 보자!


"이..이건.."


이게 고작 얼음이라고?

철보다 단단하고 미스릴보다 마력전도율도 좋다.

균형이 맞지는 않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광석보다 훌륭했다.


"괜찮지?"

"괜찮은 정도가 아니야! 이건! 이건 혁명이야!"


만약 이런 광석이 있다면 모든걸 내주어서라도 갖고 싶어할 드워프가 세상에 널렸다.

아니, 드워프만이 아니라 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 만져보고 싶겠지.


"이거..얼마나 만들 수 있냐..?"

"무한히"

"..!"


이런 사기적인 존재를 봤나!


'부럽다!'


제이크는 백연우가 진심으로 부러웠다.

자신이 만약 이 얼음과 불꽃을 가지고 있다면..


'드워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장인이 됐을텐데!'


대체 왜 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이런 녀석한테 이런 능력을!


"이거..혹시 재련도 가능하냐?"

"그건 안돼. 내 마음대로 모양을 바꿀 수는 있지만 그건 불가능하더라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도해 본적이 있다.

다른 이들에게 보급하면 도움이 될거 같아서.

하지만 재련은 커녕 다듬는 것도 불가능했다.


"으아아아아! 제길!"


가능했으면 저걸로 검을 만드는건데!


"너..나한테 배워라.."

"뭘?"

"야장술!"

"굳이?"

"이 능력을 낭비하는건 신을 모욕하는거다! 너한테 이런 능력을 준 이유가 있겠지!"

"신? 이쪽 세계 신은 아니니까 상관없지 않아?"


만약 현대에도 신이 있다면 나한테 이 능력을 준건 그쪽 신이지 여기 신이 아니다.

오히려 납치당했는데..


"헛소리 말고! 넌 최고의 대장장이가 될 자질을 갖췄다!"

"으음..뭐, 그래"

"좋다! 너한테 내 모든 기술을 전수해주마!"


제이크는 신이 났다.

자신의 기술을 이어받은 백연우가 최고의 대장장이가 된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


"페이. 아저씨가 야장술 가르쳐준대"

"으음..그런가?"


방금 막 깨어난 페이는 비몽사몽했다.


"오늘부터 배울건데 같이 듣지 않을래?"

"음..? 내가?"

"응"

"나는 어차피 들어도 못한다"


자신의 앞발과 백연우와 제이크의 발은 달랐다.

물건을 자유롭게 잡는게 가능한 손.

하지만 자신은 달랐다.


"왜에에! 바람을 쓰면 손처럼 사용가능할걸?"

"그런가? 음..그러면 알았다"


붕붕!

페이의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돌아갔다.


"가자!"

"알았다"


우리는 아저씨한테 갔다.


"왔냐? 응? 너도 들으려고?"

"같이 듣자고 해서"

"아아 알았다. 상관없지"


뭐, 듣는 늑대 하나 늘어난다고 문제가 생기는건 아니니까.


"자 봐라. 여기 철 주괴가 있다"

"엄청 많은데?"

"그렇지. 여기 이 열개중 순도가 가장 높은걸 찾아봐라"

"알았어"


철 주괴 열개.

그 중 순도가 가장 높은건..


"이거?"

"나도 마찬가지다"


일곱 번째에 있는 주괴.


"정답이다. 이걸 어떻게 한번에 맞춘거지?"


나는 한달이나 걸렸는데?


"마력을 쓰고 보면 보이는데?"

"뭔 헛소리냐? 마력을 어떻게 눈으로 봐?"

"응? 안 보여?"

"..?"

"..?"

"..?"


우린 서로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마력을 눈으로 보는 미친놈이 어딨어!"

"그치만 보이는걸"


지금도 내 눈엔 선명히 보인다.

알록달록 환히 빛나는 마력들이.


"페이 넌 어떻게 알았어?"

"바람을 주입해봤다"

"그래! 저게 정상이라고! 니가 비정상인거야!"


어딘가에 마력을 주입하는 것.

그건 꽤나 까다로운 작업이다.

한 번에 한게 놀랍긴 하지만 둘 다 강하기에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그야 둘 다 마력을 다루니까.

하지만 백연우가 말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마력은 애초에 눈으로 볼 수 없다.

그저 있다고 느끼는 것 뿐.


"대체 어떻게 보인느거냐.."

"그냥 눈에 마력을 집중하면 보이던데"

"..? 그러면 그냥 안력이 강화될 뿐일텐데.."


눈에 마력을 집중할 경우 시력이 좋아지며 더 멀리까지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 효과는 없었다.


"그래? 뭐 별로 중요한건 아닌거 같으니까 수업 계속해!"


이거보다 수업이 더 중요해..?

인류 역사상 최초의 발견인데..?


"그..아니다. 말 해봤자 내 입만 아프지"


그래..여기는 저 녀석은 비정상.

하는 행동도 이상하고 어린애가 재해의 숲에 있는 것도 이상하고 그냥 다 이상한 녀석이다.

자꾸 이해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이해하려 애쓰지 말자.


"크흠..우선 주괴를 뜨겁게 달군 다음 망치로 치며 모양을 잡는다"


까앙! 까앙!


주괴는 점점 모양을 갖췄다.


"단검?"

"그래. 처음이니까. 나도 처음에는 단검을 만들었다"


재료도 적게 들어가고 초보자가 만들기 괜찮은 편이니까.


"그래? 알았어"


제이크는 뚝딱뚝딱 금세 단검을 만들어냈다.


"후우..이렇게 하면 된다"

"음..알았어!"


대충 어떻게 하는지 알겠다.

나는 자세를 잡고 주괴를 달궜다.


'이쯤 달궈졌을때..지금!'


까앙! 까앙!


일정한 박자고 소리가 나는 주괴.

제이크는 경악했다.


'일정하게 두드리고 있어!'


일정한 박자와 일정한 힘으로!

그게 얼마나 힘든데.


'저 녀석..천재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깨우치는 천재.

제이크는 기대가 됐다.

시간이 얼마나 있으면 녀석이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


"야 이 녀석아! 좀 해라!"


그러나 그 기대는 하루가 지나서 금세 무너져 내렸다.

재능? 그런건 문제가 아니었다.

백연우는 실재로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왜 아무것도 안 하냐고!"


너무나도 게으르다.

사람이 어떻게 아무것도 안하고 먹고 잘 수만 있는거지?


"그치만 귀찮은데"

"왜! 뭐가 귀찮은데!"


잘하고 있잖아! 그런데 대체 왜!


"재미 없어"

"뭐..? 그런 재능을 가졌는데 재미가 없다고..?"


원래 재능이 있으면 뭐든 재밌는 법인데..


"이제 그만할래"

"으아아아아! 내 꿈이!"


제자가 최고의 대장장이가 되는 꿈이!


"신이시여! 대체 왜 저 녀석에게 저런 재능을!"


그 꿈은 한 명의 게으름뱅이에게 가로막혔다.

계속된 설득 끝에 패배하는건 결국 제이크였다.


"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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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백연우 24.09.13 1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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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순수한 불꽃 24.09.11 1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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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자동차(2) 24.09.09 16 0 10쪽
13 13화. 자동차(1) 24.09.06 19 1 10쪽
12 12화. 제이크(2) 24.09.05 18 0 10쪽
11 11화. 제이크(1) 24.09.04 21 0 10쪽
10 10화. 과거의 동료(2) 24.09.03 21 0 11쪽
9 9화. 과거의 동료(1) 24.09.02 2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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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호야의 가출 24.08.29 24 0 11쪽
6 6화. 태어난 아이들 24.08.28 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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