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탑랭커는 이세계로 납치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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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쨩
작품등록일 :
2024.08.16 11:55
최근연재일 :
2024.09.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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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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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백연우

DUMMY

향이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건 다름아닌 페이였다.


'예전과 달라졌군'


과거의 향이라면 나무를 가져다주면 맛있게 먹었을거다.

하지만 지금은 가리는게 생겼다.

맛있는 것과 맛 없는 것을 구분하고 먹는 것처럼.

거기에서 탈락한 나무는 한입 먹고 버려졌다.


"키시!"


봐라. 지금도 버리고 있지 않은가?


"먹기 싫은가?"

"키시~"


맛 없어.


"뭐, 괜찮겠지"


연우라면 향이가 맛있어하는 나무를 구해다줄거다.

밖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오직 이곳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 다 됐다!"


꿀을 넣어 만든 과일주스!


"음~역시 맛있어!"


달달한 사과의 맛과 꿀의 하모니가 입을 즐겁게 만들었다.


"페이! 너도 얼른 먹어봐"

"알았다"


후릅..


"맛있다"

"그치? 아저씨랑 아이들도 줘야겠다"


나는 주스를 들고 제이크와 파이를 찾아갔다.


"맛있구나!"

"키싯!"


다들 좋아했다.


"흐음..용한테도 가져다줄까?"

"..용이라면 양이 너무 적은거 아닌가?"

"그런가?"


용은 덩치가 매우 컸다.

족히 1리터가 되는 양이지만 녀석이라면 기별도 안갈 것이다.


"음..이러다가는 꿀을 다 써버릴거 같은데"


용한테 줄 주스를 만들려면 가져온 꿀을 전부 써야할거 같다.

솔직히 다시 따러가기 귀찮은데..


"그냥 주지 않으면 된다"

"..그래도 이웃인데 어떻게 그래. 꿀은 다시 따면 되지"


나는 그렇게 모든 꿀을 소모해 용에게 줄 주스를 만들었다.


"갔다올게"

"나도 간다"

"너도?"

"그렇다. 저번에 치욕을 갚을거다"

"용이랑 또 싸우려고?"

"그렇다. 이번에는 이길거다"


페이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용을 이긴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거다.

그동안 열심히 수련했으니까.


"알았어 같이가자"


우리는 호수로 갔다.


"왔나?"

"응. 이거 주려고 왔어"

"그게 뭐지?"

"꿀이랑 과일로 만든 주스야. 맛있으니까 먹어봐"

"고맙다"


용은 활짝 웃으며 주스를 마셨다.

꿀은 그 또한 처음 먹어보는 식재료였다.


"맛있다"


주스에 단맛이 참 기분 좋았다.


"아, 맞다. 혹시 페이랑 또 수련해줄 수 있어?"

"음? 바실리스크는 그때 죽은거 아닌가?"

"맞아. 근데 너한테 지고 많이 분했나봐"

"아아"


피식.

용은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니 말대로 우린 이웃이니까"


예전에 이 근처 영역을 지배했던 몬스터와는 원수에 가까웠다.

녀석은 자신을 두려워하면서도 호수를 차지하고 싶어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백연우는 자신보다 강하지만 친근했다.

위협하는 것도 없었으며 가끔 물고기만 잡아갔다.

그러다가도 자신과 대화를 나눠주는.

그래, 백연우의 표현대로 자신과 백연우는 이웃이었다.

가까이 사는 이웃.

예전에는 단 한번도 누군가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건 꽤나 중독적이었다.

원래 없었던 것을 얻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지금 용이 딱 그런 상태였다.


'저 늑대도 그렇겠지'


이렇게 자신을 변하게 만들어준 백연우.

그리고 자신보다 예전에 백연우를 만난 늑대.

아마 저 늑대도 자신과 비슷했을거다.

재해의 숲에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기란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백연우는 그걸 가능케했다.

배신하지도 이용하지도 않는 관계.

그것이 참 기꺼웠다.


"시작하지"

"와라"


둘은 그렇게 대련을 시작했다.

꽤 오랜 시간 격돌했지만 결국 패배는 페이의 몫이었다.


***


우린 한동안 집에서 가만히 있었다.

아, 꿀을 따러 다시 절벽으로 갔던것만 빼면.

배가 부르면 자고, 다시 일어나서 식사를 하는 그런 평화로운 일상.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날들이었다.

하지만 제이크만은 달랐다.


까앙! 까앙!


"후우.."


그는 한시도 쉬지 않았다.

매일 대장간에서 철을 두드렸다.

백연우가 부탁했던 것들을 만들고 난 후 그는 바로 검을 만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


예전이었다면 분명 훌륭하다 평했을 검.

하지만 지금은 마음에 차지 않았다.

순도 높은 철과 상급 정령의 불꽃보다도 순수한 불.

망치를 두드리기 최상의 조건인데 어찌 평범한 작품으로 만족하겠는가?


"조금만 더.."


진짜 조금만 더 하면 다음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거 같다.

드워프 족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아이언 마스터의 경지에.

그 경지에 도달하면 더욱 뛰어난 재료들을 만질 수 있다.

전설로만 내려오는 드래곤의 비늘이라던가 와이번에 가죽들.

워낙 귀하고 비싼 재료이기에 평범한 장인은 손도 대지 못하는 것들.

하지만 아이언 마시터가 되면 달랐다.

그들말고 그 재료를 다룰 수 있는 존재는 없으니까.

그 전에 동족들을 다시 만나야하지만 언젠가 만날 수 있을거다.

친구들한테 경지가 올랐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아저씨 쉬면서 해"

"나는 됐다"

"힘들지 않아?"

"당연히 힘들지. 하지만 즐겁다"

"일이 즐거워?"

"그럼.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

"신기하네. 난 아무리해도 일이 좋아지지 않던데"


몇년을 몇십년을 해도 일이 좋아진 적은 없었다.

단 한 순간도.


"일? 너 여기 오기 전에 무슨 일이라도 했었냐?"


아직 꼬맹이인데 무슨 일을?


'설마..어느 왕국에서 만든 비밀병기나 암살자 같은건가?'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어린데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을 수 없었다.

제이크가 안타까운 눈으로 백연우를 바라봤다.


"아저씨.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거 오해야. 오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줄 알고"

"딱 봐도 엉뚱한 생각이었겠지"


맞긴 한데..그게 아니면 니 실력을 어떻게 설명해?


"음..내가 예전에 했던 일은 몬스터와 싸우는 일이야"

"몬스터와?"

"응"

"뭐..기사라도 됐었냐?"

"아니. 그런건 아니고"


헌터라는 직업이었지.


"너..대체 뭘 숨기고 있는거냐?"

"숨기는거..?"

"그래. 다들 모른척 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니가 우리한테 뭘 숨기고 있다는건 모두가 알거다"

"..그래?"

"그래. 언젠가 말해주겠지하고 기다리고는 있지만 가끔은 답답할때가 있다"


말하기 싫어서 얼버부린다는걸 모르는 이들은 적어도 여기 없다.

특히 백연우와 가장 오래 산 페이는 당연히 눈치채고 있었다.


"..아무도 받아들이지 못할거야"

"그건 니가 정하는게 아니라 우리가 정하는거다"

"그래..? 음..그럼 생각이 정리되면 말해줄게. 반드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가서 쉬었다.


'다들 눈치채고 있었구나..'


티 안 냈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그걸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걸'


***


예전에 나는 그저 평범한 소년이었다.

학교에가서 친구들과 장난치고 노는 그런 평범한.

하지만 내 인생이 바뀐 순간이 있었다.

바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몬스터들.

최초의 게이트가 생기고 세상이 달라진 순간이었다.

그때는 다들 정신이 없었다.

몬스터에게 현대 무기는 조금도 먹히지 않았으니까.

고작 사일만에 일류의 사분의 일이 죽어나갔다.

다들 멸망할거라며 떠들어댔다.

그러다가 나타난 희망과도 같았던 존재 각성자.

마력이라는 힘을 다루며 몬스터를 찢어발기는 이들.

그리고 나는 그들 중 한명이었다.


"백연우 엄호해줘!"

"알았어"


그 당시 내 나이는 14살.

고작 중학교 일학년에 나이였다.

그럼에도 세상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그때는 나보다 더 어린 아이들도 몬스터와 싸우는 시대였으니까.

그래,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가족들도 무사했고 점차 몬스터를 몰아내고 다시 인류의 시대가 찾아왔으니까.

하지만 내가 이상함을 느낀 것은 일년이 지났을때였다.


"넌 왜 조금도 안 크냐?"


친구의 놀림 섞인 말.

같은 나이였던 친구들은 일년동안 10cm가 크기도 하는 시기였다.

그럼에도 내 키는 단 0.1cm도 자라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왜..왜 안 자라지?'


삼년이 지나도 오년이 지나도 나는 그대로였다.

그때부터는 묘한 두려움을 느꼈던거 같다.

성인이 되고도 중학교때 키 그대로.

처음에는 하이랜더 증후군을 의심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아무리 검사를 해봐도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십년이 흘렀을때..


"끄아아악!"


몬스터에게 당해 죽음의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화르르륵!


난 죽지 않았다.

내 안에 있던 불꽃이 처음으로 발현된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살아났다.

몬스터에게 심장이 뚫려도, 목이 잘려도 다시..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늙지도 않고 죽지 않는다는 거잖아?'


인간이라면 누구나 오래 살기를 소망하니까.

축복이었다.

하지만 불사는 절대로 축복이 아니었다.

가족과 친구들이 노화로 인해 죽어도 나는 죽지 않았다.

그때즘이면 불사가 되고 싶어 나를 잡으려 드는 인간들도 많았다.

나는 순순히 잡혀서 실험당해줬다.

죽고 싶었으니까.

그러나 그들은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내 몸은 평범한 인간보다 조금 강할뿐 다르지 않았으니까.

결국 그들은 내가 죽지 않는게 각성능력때문이라 생각하고 포기했다.

그리고 인류는 나를 최강의 헌터라며 치켜세웠다.

그래, 오랜 세월을 살며 쌓은 경험과 지식은 나를 최강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몇백년을 인류를 위해 일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지독한 탈력감이 찾아왔다.


'쉬고 싶어..'


돈도, 명예도, 모든 것을 가졌지만 나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그저 쉬고 싶을 뿐.

그래서 은퇴했다.

설마 은퇴를 이세계에 와서 하게 될줄은 몰랐지만.


'그런데 이걸 어떻게 말해'


내 시간은 저들과 다르다는 것을.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내가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것도.

용사로 선택되었다는 것도.

그 모든것을 버리고 이곳에 있다는 것도.

하나도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언젠가 저들도 나이가 들어 죽을텐데.

그때는 또 다시 상실감을 느끼게 되겠지?

우울하다.

하지만 그래도 말해야겠지.

저들이 나와 함께 살면 알게 될테니까.

말하고 싶지 않다는건 그저 내 이기심일 뿐이니까.


"나는.."


그렇게 나는 이들에게 모든 것을 말했다.

망설였던 시간이 머쓱해지게 입에서 말이 술술 나왔다.


'아..나는 누군가한테 내 속내를 털어놓고 싶었구나..'


아이러니 하게도 머리는 무거워졌지만 마음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고생했다"

"고생 많았다"


아..눈에서 왜 땀이..

백연우는 진심으로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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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탑랭커는 이세계로 납치당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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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필리아(1) NEW 15시간 전 6 0 11쪽
21 21화. 무아 24.09.18 12 0 10쪽
20 20화. 나무 24.09.17 13 0 10쪽
19 19화. 용사 24.09.16 19 0 11쪽
» 18화. 백연우 24.09.13 16 0 10쪽
17 17화. 꿀 24.09.12 13 0 10쪽
16 16화. 순수한 불꽃 24.09.11 15 0 11쪽
15 15화. 조리도구를 만들어줘! 24.09.10 16 0 10쪽
14 14화. 자동차(2) 24.09.09 16 0 10쪽
13 13화. 자동차(1) 24.09.06 19 1 10쪽
12 12화. 제이크(2) 24.09.05 18 0 10쪽
11 11화. 제이크(1) 24.09.04 21 0 10쪽
10 10화. 과거의 동료(2) 24.09.03 21 0 11쪽
9 9화. 과거의 동료(1) 24.09.02 25 0 10쪽
8 8화. 용을 만나다 24.08.30 22 0 10쪽
7 7화. 호야의 가출 24.08.29 24 0 11쪽
6 6화. 태어난 아이들 24.08.28 23 0 10쪽
5 5화. 뜨개질 장인을 만나다 24.08.27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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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페이 24.08.22 37 2 11쪽
1 1화. 이세계 +1 24.08.21 5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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