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탑랭커는 이세계로 납치당했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새글

후쨩
작품등록일 :
2024.08.16 11:55
최근연재일 :
2024.09.19 17: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83
추천수 :
7
글자수 :
103,716

작성
24.09.17 17:00
조회
13
추천
0
글자
10쪽

20화. 나무

DUMMY

"아저씨 뭐해?"

"나 말이냐? 책에 불꽃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그걸 왜 하는데"

"불사조의 불꽃에 대해 동족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말이다"


드워프 중에 불사조의 불을 실재로 본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저 전설로만 전해져 내려올뿐.

그러니 이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해 후대에 알려야한다.


"굳이?"

"에잉! 니 녀석은 그 불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서 그러는게야!"

"대단한건 나도 알지. 공격도 되고 치료도 해주는 만능이니까"

"그런걸 말하는게 아니잖느냐! 그 불로 망치를 두드리면 얼마나 쾌감이 느껴지는데!"

"..그게 더 별거 없는거 같은데"

"에라이! 저리 가라!"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 대장간을 빠져나왔다.


"페이 뭐해?"

"쉬고 있었다"

"그래? 그럼 나랑 산책가자"

"알았다"


페이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 백연우와 산책을 나왔다.

상쾌한 바람이 기분 좋았다.


"연우 궁금한게 있다"

"뭔데?"

"연우가 처음에 날 치료해줬을때 내 몸이 불타올랐잖나. 그게 불사조의 불이었나?"

"맞아"

"그렇군 고맙다"

"뭘 당연한거지"


그때 나는 페이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근데 왜 도망친거야? 그냥 인사 좀 한거가지고"

"음..그게 솔직히 무서웠다"

"내가?"

"그렇다. 그 주변에 얼어있는 몬스터들을 봐서"

"아아 걔네?"


먼저 공격해서 그런건데.

뭔가 억울했다.


"지금은?"

"당연히 괜찮다. 오히려.."

"오히려?"


조금 하찮아보인다..

페이는 말을 아꼈다.

백연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을 재촉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아, 저기 있는 나무 향이가 좋아하는 나무다"

"아! 그러네! 잠깐 너 말 돌리는거지?"

"아니다. 빨리 구해서 가져가자"

"흥! 내가 한 번 속아준다"


나는 얼른 나무를 주워왔다.


"응? 저게 뭐지?"

"뭐가 말이냐?"

"나..나무가 움직이고 있어!"


나무에 다리라도 달렸냐고? 맞다.

나무가 뿌리를 다리처럼 움직이며 달리고 있었다.


"..나도 저런건 처음 본다"

"너도?"

"그렇다. 이번에 새로 생긴 몬스터인거 같다"


재해의 숲에는 가끔 새로운 몬스터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 백연우를 봤을때도 착각했으니까.


"음..쟤는 뭘 먹고 살까?"

"아무래도 고기가 아닐까 한다만"

"나무가..?"


아무리 그래도 식물이 육식을?

나는 짜게 식은 눈으로 페이를 바라봤다.


"식물은 보통 물이랑 햇빛을 먹고 살거든?"

"..여긴 재해의 숲이다. 몬스터가 그러는게 이상한거다"

"흥! 누구 말이 맞나 한번 보자"


새롭게 발견한 흥미거리.

우린 조용히 나무 뒤를 따라갔다.


"..쟤 뭐하냐?"

"나도 모른다"


대체 왜 다른 나무한테 들이박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는거지?


"나무한테 싸움을 거는건가?"

"..아무래도 그렇게 보인다"


아무래도 저 움직이는 나무는 다른 나무를 경쟁자로 생각하나 보다.

그게 아니면 굳이 가만히 있는 나무한테 시비를 걸겠는가?


"생각보다 호전적인 몬스터인가 보네"

"몬스터는 원래 그렇다"

"근데 쟤는 왜 저렇게 한찮냐"


저 움직이는 나무는 상당히 크기가 작았다.

대충 내 무릎까지 올 정도로.

그런 나무가 자기보다 훨씬 큰 나무한테 시비를 걸고 있으니 참 우스웠다.

심지어 다른 나무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어어 운다!"

"..그렇다. 울고 있다"


저 하찮은 나무가 지금 즙 짜는거야?

웃기게도 저 나무에는 눈과 입이 달려 있었다.

코는 없지만..

아무튼 저 나무가 지금 방울방울 울고 있다.


"음..점점 말라가는거 같은데 내 기분 탓이야?"

"아니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


즙을 얼마나 흘렸으면 나무가 말라가냐.

점점 앙상해지는게 꼭 겨울에 잎사귀 한점 없는 나뭇가지 같다.


"물 주면 다시 통통해질까?"

"..통통? 그래서 뭘 할 생각이지?"

"글쎄다. 모르겠는데"


그냥 나름 귀엽게 생겼으니까 도와주고 싶다고 해야하나?


"마음대로 해라"

"알았어. 잠시만"


나는 나무한테 다가갔다.


"무아!"


나무는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며 나를 경계했다.


"근데 너는 왜 껍질이 없니?"


이 나무는 신기하게도 특유의 거칠거칠한 껍질이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바오밥나무처럼 매끈거리는 느낌이 있달까?


"무아?"

"여기 물 줄게. 마셔"

"무아!"


나무는 물을 뿌리로 빨아들였다.


"맛있게 잘 먹네"

"무아!"

"고맙다고?"

"무아아~"


아, 너무 귀엽다.

잔가지를 흔들거리는게 참 귀여웠다.


"무아?!"

"왜 그래?"

"무아아!"


나무는 내 팔을 붙잡고 당겼다.

하지만 고작 약한 힘으로 당겨질 내가 아니었다.


"무아아!"

"음?"


나는 나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페이가 멀뚱거리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저 늑대때문에 그래?"

"무앙!"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


"괜찮아. 내 친구야"

"무아?"

"페이 이리와봐"


페이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페이가 다가올때마다 나무 잎사귀가 하나씩 떨어졌다.


"..무서워서 그래?"

"무아아.."

"괜찮아. 괜찮아"


나는 나무를 꼬옥 안아주었다.

잘게 떨리게 느껴져서 더욱 안쓰러웠다.


"저 나무가 왜 그러지?"

"니가 무서운가 봐"

"음..보는 눈이 있구나!"

"응?"


싫어할 줄 알았는데 왜 좋아하는거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건 백연우가 페이의 마음을 몰라서 그러는거였다.

페이는 나름대로 재해의 숲에 포식자였다.

바실리스크나 용보다는 약하지만 그 아래임은 분명한.

그렇기에 이렇게 두려움을 보이는게 당연했다.

오히려 귀엽다고 하는 백연우가 이상한거지.

백연우와 함께 있다보니 파이네도 그렇고 제이크도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뭐랄까 정체성을 잃는 기분이랄까?

그렇기에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에 페이는 기뻤다.


"무앙..무앙!"


나무가 품에서 빠져나가 용감하게 백연우와 페이 사이를 가로 막았다.

그러고는..


찰싹! 찰싹!


잔가지로 페이를 후려쳤다.


"..."

"..."

"무앙! 무앙!"


뭐랄까..참 하찮다.


"푸흐.."

"크흠.."


우리는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저 작은 나뭇가지로 쳐서 어디 아프기나 할까.

그런데 저렇게 열심히 치니까 참..


"페이 좀 져줘라..크흡.."

"아..알았다.."


페이는 혼신의 연기를 했다.


"으아..너무 아프다.."

"무아?"


나무는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더 열심히 쳤다.

참고로 페이는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애초에 나무의 가지는 페이의 두꺼운 가죽을 뚫을 수 없었으니까.


"나무야 내 친구야. 그만해"

"무앙?"


갸웃?


"그래. 내 친구 맞아. 그러니까 그만해"

"무아!"


그제야 나무는 멈췄다.

그러고는 내가 이 정도라는듯 허리(?)에 나뭇가지를 가져다대고 우쭐했다.


"아, 진짜 귀여워"

"맞다"


나무가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거야?


"얘도 데려가서 같이 살까?"

"..파이네가 먹이로 생각할거 같은데"

"그러려나? 그래도 움직이는데"


아무리 파이네도 움직이는 나무를 먹으려나?


"향이라면 먹을거 같다만"

"음..미식이라면서 먹을지도 모르겠네"


이제는 모두가 향이의 취미가 미식임을 알고 있다.

그러니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가족이라고 말하면 안 그러지 않을까?"

"흐음..모르겠다"

"몰라 일단 데려가보자"

"무아앙!"


번쩍 뿌리까지 들린 나무가 버둥거렸다.


"무아앙.."

"아 왜 또 울어..즙 그만 짜"


훌쩍..훌쩍.


나무가 열심히 즙을 짰다.

그럴수록 앙상해지는게 느껴져서 마음이 안 좋았다.


"자 여기 물 마셔"

"..무아"


나무는 그래도 죽기는 싫었는지 물을 마셨다.

그리고 다시 이동하면 훌쩍이기를 반복했다.


"음..혹시 우리가 잡아먹는다고 생각하는거 아니겠나?"

"그런가?"


나는 훌쩍이는 나무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다정히 말했다.


"우린 너 안 잡아먹어"

"무아앙.."

"진짜야. 그냥 우리랑 같이 살자고 데려가는거야. 혹시 싫으면 원래 살던 곳으로 데려다줄게"

"무아?"

"그래. 진짜"

"무아아.."


그 이후 나무는 울지 않았다.

그저 대롱대롱 매달려 우리와 함께 집으로 갈 뿐.


***


"자 도착했어"

"무아?"


나무는 조심스럽게 뿌리를 내딛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무아!하면서 호수를 바라봤다.


"호수가 마음에 들어?"

"무아!"

"물을 먹는 녀석이니까 호수를 좋아하나 보군"

"그런가 봐"


나무는 호수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호수를 보고 정신이 팔려있던 나무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구경했다.

그러다가..


"키시?"

"무아..?"


나무와 향이가 조우했다.


"키시.."


새로운 먹이다!

맛있어 보이는 나무.

아마 삼촌이 가져온 것이겠지.

향이는 나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향아! 잠깐"

"키시?"


삼촌 왜 그래?


"저 나무는 먹는게 아니야"

"키시?!"


말도 안돼!

장난 치지마!


"봐봐. 저 나무 움직이지?"

"키시.."


확실히 그렇긴 한데..

지금까지 죽은 나무만 보다가 살아있는(?) 나무를 처음봐서 맛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우리랑 같이 살게 될 식구니까 향이가 좀 봐주라"

"키시"


알았어. 어쩔 수 없지.

삼촌이 식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향이는 잘 아니까!


"키시!"

"무앙?"

"키시"

"무아!"

"..?"

"..?"

"쟤네 대화가 통하는거야?"

"잘 모르겠다"


애초에 종족이 다른데 말이 통할까?

어쩌면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걸지도.


"그래도 금방 친해져서 다행이야"

"그렇다"


저 작은 나무가 여기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좋은 신호 아니겠는가?

그거면 충분했다.


***


"나무 이름을 뭐로 지어줄까?"

"마음대로 지어라"

"그럼 무아는 어때?"

"무아? 울음소리때문인가?"

"응. 귀엽잖아"

"맞긴 하다"


무아는 참 귀엽지.

페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렇게 우리와 살게된 나무의 이름은 무아라고 지어졌다.


"무아! 무아!"


무아무아 우는 저 나무가 우리에게 정확히 어떤 것을 가져다 줄지 이때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저 다들 무아를 귀여워 했을 뿐이니까.

그러나 며칠이 지나고 우리는 무아가 정말 특별한 나무임을 알게 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은퇴한 탑랭커는 이세계로 납치당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22화. 필리아(1) NEW 15시간 전 6 0 11쪽
21 21화. 무아 24.09.18 13 0 10쪽
» 20화. 나무 24.09.17 14 0 10쪽
19 19화. 용사 24.09.16 19 0 11쪽
18 18화. 백연우 24.09.13 16 0 10쪽
17 17화. 꿀 24.09.12 13 0 10쪽
16 16화. 순수한 불꽃 24.09.11 15 0 11쪽
15 15화. 조리도구를 만들어줘! 24.09.10 16 0 10쪽
14 14화. 자동차(2) 24.09.09 16 0 10쪽
13 13화. 자동차(1) 24.09.06 19 1 10쪽
12 12화. 제이크(2) 24.09.05 18 0 10쪽
11 11화. 제이크(1) 24.09.04 21 0 10쪽
10 10화. 과거의 동료(2) 24.09.03 21 0 11쪽
9 9화. 과거의 동료(1) 24.09.02 26 0 10쪽
8 8화. 용을 만나다 24.08.30 22 0 10쪽
7 7화. 호야의 가출 24.08.29 24 0 11쪽
6 6화. 태어난 아이들 24.08.28 23 0 10쪽
5 5화. 뜨개질 장인을 만나다 24.08.27 26 0 11쪽
4 4화. 집을 꾸미자!(2) 24.08.26 28 1 11쪽
3 3화. 집을 꾸미자!(1) 24.08.23 35 1 11쪽
2 2화. 페이 24.08.22 37 2 11쪽
1 1화. 이세계 +1 24.08.21 56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