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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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
그림/삽화
연재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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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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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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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5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1)

DUMMY

보통 다단계가 그렇다.


어느 날 자신이 출세했다고 온 몸에 명품을 두르고는 외제차를 한 대 끌고온다.

그리고 자신의 직업을 재무설계사나 그럴싸한 직업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방법대로 따라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정우용의 눈에 내가 딱 그렇게 보였다.


"이 자식! 나는 너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했는데."

"하하,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라. 사실 너네 삼촌도 흥신소 접고 이 쪽으로 넘어왔어."

"삼촌? 정호석 삼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우리 무식한··· 순수한 삼촌까지 꼬드겼다고?


방금 무식하다라고 들린 것 같은데.


정우용은 내 멱살을 부여잡았다.

나는 그의 멱살을 풀어 손을 살포시 내려놓고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업부트를 켜 그에게 내밀었다.

지금 그를 믿게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


"업부트? 이건 갑자기 왜?"

"투자 금액이 얼마인지 잘 봐바."

"뭐 많으면 얼마나 많다고."


정우용은 거북목처럼 고개를 쭉 빼고는 업부트에 적힌 금액 단위를 소리내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이거 진짜야?"


숫자를 읽어나갈수록 그의 눈도 점차 커져갔다.

더 이상 숫자를 세기도 힘들었는지 정우용은 말을 멈추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뭐, 운이 좋았다."

"아무리 신통제약이라도 해도 시드머니가 없으면 이렇게 금액을 불릴 수가 없을텐데."

"불린 건 불린거고. 그래서, 내 말을 믿겠다고 안 믿겠다고?"


정우용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소주를 한 잔 더 따라 그대로 입에 털어넣었다.

그러고는 입가를 손등으로 스윽- 닦고는


"내가 뭘 하면 되는데?"


나는 그제서야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박 이사가 했던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


새로운 업무를 시작한다는 것.

누군가는 설렐 수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리고 정우용은 전형적인 전자의 사람이었다.

그의 눈빛이 벌써부터 반짝이고 있었다.


서클렌즈라도 낀건가.

왜 이렇게 반짝여.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딨겠어. 그저, 서로를 믿고 따라와 줄 사람이 필요한거지."

"고맙다. 민규야. 이렇게라도 생각해줘서."

"고맙긴. 지금 회사 정리하고 나와. 지금 받는 보수보다는 더 두둑히 챙겨줄 테니까."

"고마운 건 고마운거고. 몇 배 쳐줄건데?"


그의 눈이 다시 한 번 반짝였다.

역시 서클렌즈가 맞다니까.


친구간에 돈 거래를 안 하는게 제일 좋지만 만약 해야한다면 확실히 하고 가는게 좋다.

돈 거래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연봉 계약도 돈 거래라면 거래겠지.


그리고 친구라고 후하게 쳐 줄 생각은 없었다.

앞으로 그가 회사에서 어떠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의 몸값은 달라질거다.


"1.5배 쳐줄게. 그리고, 너가 하는 성과에 따라서 알파가 추가로 지급될 거야."

"연봉이야 좋다 이거야. 문제는 안정성이지."


이해는 된다.

나중에는 1조가 될 금액이지만 정우용에게 보여준 금액은 2,500억원.

당연히 큰 금액이긴 하겠지만, 사모펀드가 본격적으로 운영된다면 언제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금액이기도 했다.


"책임질게. 회사가 만에 하나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너 만큼은 라스미디어에서 평생을 일한 것보다 더 많이 챙겨서 나가게 해줄게."


이 말만큼은 진심이었다.

모험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하지만 그 리스크는 나 하나로 족한다.

내 주변에게까지 그 피해를 끼칠 생각은 없었다.


정우용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내 몫은 내가 챙길게. 투자 회사잖냐. 그러니까 너는 너대로 잘 이끌어봐."

"그 말은 허락한걸로 받아들여도 되는건가?"

"허락은 무슨. 사실 나는 너랑 일할 때가 제일 재밌었다. 지금은 하나도 재미가 없어. 앞으로도 재밌게 일해보자."

"그래, 고맙다. 홍보실장 정우용."

"푸하하하핫! 홍보실장은 무슨."


좋단다.


홍보실장.

고작 넷 밖에 없는 회사였지만 그에게 감투 하나라도 씌워주고 싶었다.

정우용은 티를 안내려고 했지만, 그의 입꼬리는 계속해서 씰룩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잔을 기울였다.

몸이 함께 기울어 질때까지.


***


주말은 참 빨리도 흘러간다.

평일은 긴 것 같은데.


실제로 평일이 5일이고 주말이 이틀이니 틀린말은 아닌건가.


사무실로 출근하자.


팡-!

미리 기다리고 있던 주태양 대리가 폭죽을 터트렸다.


"악!"


시끄러운 소리에 악소리가 절로 터져나왔다.

김현지가 구석에서 케이크를 들고 나를 향해 걸어왔다.

그 위에는 초 한 개가 활활 타오르며 촛농을 떨어트릴 듯 말듯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다.


"축하해요! 빨리 불어요!"

"네?"


나는 일단 급히 초를 불었다.

초를 불자 곳곳에서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가요?"

"하하, 하하하! 민규 인턴, 아니, 이제는 김민규 사원이라고 해야하나?"


배준성 과장이 내 옆으로 다가와 어깨를 다독였다.

그의 옆에서 김현지가 말을 이었다.


"오늘 아침에 인사발령 났어요. 정규직 전환됐다고요."

"아, 그런가요?"

"뭐야, 반응이 왜 그래? 안 기뻐?"


배 과장은 김이 팍- 식는다는 듯 나를 째려봤다.


"기쁩니다."


그런데 내가 정규직이 된 게 팀원들이 이렇게나 기뻐할 일인가?


"그렇지? 나도 기뻐. 홍보팀 직원들 전부 기본급 100%를 상여금으로 받았으니까."

"그건 무슨 말이에요?"

"한수지 섭외한 걸로 포상까지 줬다니까? 이게 다 민규씨 덕이야."


어쩐지.

에코포로에서 계좌에 추가로 입금해주더라니.


그럼 이렇게 기뻐하는 게 내 전환이 아니고 돈 때문이었냐.


내 표정을 읽었는지 김현지가 말을 이었다.


"저희가 기뻐한 건 포상보다는 민규 씨랑 이제 같이 일할 수 있어서에요. 그러니까 오해는 하지 말아요."

"하하, 알겠습니다."


먼발치에서 서 팀장이 상황을 지켜보다 이내, 가까이 다가왔다.


"나랑 잠시 이야기 좀 할까?"

"알겠습니다."


빈 회의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 팀장과 나는 단 둘이 마주했다.


"우선,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대리 승진과 관련해서는 인사 쪽에서 별도로 검토 진행중인 것 같더라. 그 때까지 조금 기다리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휴가다."

"네?"

"발령 일자가 11월 1일이야. 그 때 정식으로 출근하고 그 동안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와."


졸지에 2주의 휴가가 생겨났다.

펀드 회사가 정식적으로 운영 되면 지금보다 더 바빠지겠지.

어디 해외라도 다녀와야 하나.


"감사합니다. 팀장님."

"감사는 무슨, 내가 휴가 줬나."


다시금 정적이 흘렀다.

어색한 기류에 서 팀장은 애꿎은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러고는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 면담도 해본 적이 없네."

"그러네요."

"민규 씨는 많은 회사 중에서도 그런데 왜 우리 회사를 온 거지?"


그의 말을 들으니 잊고 있던 본질이 떠올랐다.


"에코포로로 오면 많은 건 배울 수 있다고 해서 들어왔습니다."

"누가? 이 실장이?"

"뭐, 비슷하겠네요."

“비슷? 뭐, 그건 그렇고. 그래서 조금 배우는 것 같나?"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하지만 알게모르게 뭔가를 배워가고 있을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도 편하고."


서 팀장은 내게 평범한 위로를 던졌다.

과연 그럴까.


서 팀장과의 면담을 마치고 나는 홀로 자축을 위해 옥상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자축보다는 여럿 생각들이 머릿 속을 스쳐갔다.


정규직 전환도 좋고, 대리 진급도 좋다.

그런데 이런 식의 흐름이라면 회사를 굳이 다닐 필요가 있나 생각했다.

내가 배우려던 건 이런 사회 생활이 아니다.

이동주 회장 그 자체지.


복잡해져 가는 머릿속과는 다르게 선선한 바람은 단순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마치 마음내키는대로 하라는 듯.


***


한편, 에코포로 내부에서도 김민규 발(發) 균열이 생겨나고 있었다.


똑. 똑.

회장실로 조곤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회장님. 이기영 실장입니다."

"들어오게."


이 실장은 회장실로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이동주 회장은 창가에 서 건물 외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한 손에는 울퉁불퉁한 지팡이 한 개가 야무지게 쥐어져 있었다.


"임원진들은 별 다른 이야기는 없던가."


최근 들어 대부분의 주요 회의를 이기영 실장이 대신 수행하고 있었다.


"일부 임원진들이 의심을 하는 것 같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괜찮은 분위기입니다."

"좀 더 분위기 조성해봐. 그럼 고개 치켜들고 대드려는 놈들이 나올테니까."


이동주 회장의 건강 악화 루머가 들려오자.

자식들이 많았던 만큼 내부에서도 각 라인을 타려는 움직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속여가며 하실 필요가 있으십니까?"


그의 말에 이동주 회장은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이 실장을 쳐다봤다.


"줄 때 주더라도 한 놈에게 확실히 줘야해. 그래야 형제 간 다툼이 안 난다. 과연 누가 내 허락도 없이 내 밥그릇에 손을 대려는지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

"알겠습니다. 임원진들 주요 동향은 계속 살펴보며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홍보팀 김민규 인턴 사원 관련 인사 발령 건입니다."


이 실장의 말에 이 회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인사 발령? 입사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 회장은 이 실장이 건넨 결재파일을 받아 내용을 확인했다.


"그니까 그 애송이가 한 때 탑스타였던 사람을 홍보모델로 세웠고, 그걸 빌미로 정규직 전환을 허락한 게 상빈이고?"

"그렇습니다. 과거 탑스타였다고는 하지만 이펙트는 무시할 수 없을겁니다. 최소 모델비로만 수억원의 비용을 줘도 모자를 판국인데 아무런 대가 없이 한 것 같습니다."

"푸하하핫-! 고놈 참 물건이네. 상빈이 배알좀 꼴렸겠어."

"그런데, 김민규는 그냥 이렇게 냅두실 겁니까?"

"그럴 리가 있나. 고놈 회장실로 바로 좀 불러와. 이제 테스트를 통과했으니 얼굴 한 번 봐야겠지."


이동주 회장은 김민규가 스스로 올라올 수 있는 놈인지 테스트 하기 위해서 인턴으로 그를 입사시켰다.

그리고 김민규는 그걸 보란듯이 해냈다.

그것도 삼 개월이 아닌, 고작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에.


"사석에서 뵙지 않고, 회장실로 부르라는 말씀이십니까?"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곳곳에 보는 눈들이 많습니다. 다른 곳에서 마주하시는게···"

"보라고 하는거야."

"네?"

"이 실장아."


이동주 회장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 목소리에 이기영은 자세를 고쳐잡았다.


"네, 회장님."

"내가 죽기전에 보고 싶었던 모습이 뭔지아나."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나연이 경영 일선에서 일하는 모습이었다. 아드놈들에게만 죄다 밥그릇을 나눠줬으니, 서운할테지. 그래도 그런 거 내색안하고 혼자 잘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기특하던지."


그의 말에 이기영의 눈이 크게 떠졌다.


"회장님! 그 말씀은 설마 김민규를 통해 아가씨를 경영으로 불러들여서···"

"적어도 기회는 줘야하지 않겠나. 내 왕관을 물려쓸 기회."


이기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김민규를 그저 불러들인게 아니다. 진심이야. 그러다 진짜 아가씨와 맺어지기라도 한다면··· 아무래도 조만간 내부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군.'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이기영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말도 함께 삼켰다.


"바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모습에 이동주 회장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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