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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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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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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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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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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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도박의 눈(2)

DUMMY

우리는 잠시, 자리를 지키며 종업원의 상태를 확인했다.


"손등에도 멍이 들어있고, 얼굴에도 군데군데 상처가 보여요. 아무래도 평범한 직원같지는 않아요."


이나연은 마치 명탐정 코난에 빙의라도 한 듯 남자를 유심히 살펴봤다.

선글라스는 또 언제 낀건데.


"그거야 직접 확인해보면 되겠죠."


정장을 입은 직원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우리는 조심히 그에게 다가갔다.


"저기."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그는 화들짝 놀라며 우리를 쳐다봤다.


"네?"

"한국 분 맞으시죠?"

"맞, 맞습니다."


잠깐의 대화에도 눈빛이 떨려오고 있었다.

지레 겁을 먹은 듯한 느낌.


"잠시, 시간이 된다면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아··· 어떤거 때문에?"

"여기서 일하고 계시는 건가요?"

"···네"


"야!!! 빨리 일 안해?"


정장을 입은 직원이 언제 들어왔는지 그 남자를 바라보며 호통을 내질렀다.

그 소리에 남자는 다급히 자리를 이탈했다.


"죄송해요. 이야기는 다음에 해요."


아무리봐도 지금의 상황은 너무 꺼림칙했다.

나는 발걸음을 옮겨 호통을 내지른 직원에게 다가갔다.


"저기, 말 좀 묻겠습니다."

"네, 손님."


아까의 성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지금은 그저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직원만이 남아있었다.


"아까, 저기서 혼나고 있던 직원에 대해 왜 그런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그 남자에 대해 언급하자, 직원의 태도가 변했다.

어느 새 그의 미간은 가운데 동전을 꽂을 수 있을정도로 좁혀져 있었다.


"뭐야, 당신들 한 패야? 그러고보니 같은 한국인이네?"


이런 상황이 온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보통 이런 상황을 이렇게 풀어나갔지.


나는 지갑에서 100달러짜리 10장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한 패인지 아닌지는 알 것 없고 제 물음에 대답만 해주셨으면 하는데 어렵겠습니까?"


직원은 주변 눈치를 슬쩍 살피고는 내가 건넨 지폐를 낚아채고는 자켓 안주머니에 급히 넣었다.


"하하, 그런거라면 진즉에 말씀해주시지. 잠시 자리를 옮기시죠."


직원은 우리를 데리고 한 룸으로 데려갔다.

그러고는 자켓에서 담배를 꺼내 내게 건넸다.


"담배 태우십니까?"

"괜찮습니다."


직원은 연초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밀폐된 공간이라 이내, 연기는 룸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이나연은 코를 틀어막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궁금한게 뭐라고 하셨죠?"

"그 직원이 왜 여기서 일하게 됐는지 알 수 있습니까?"


직원은 연기를 자욱하게 내뿜고는 말을 잇기 시작했다.


"한 6개월 전이었나. 한 남자가 찾아왔죠. 자신이 한 핀테크 기업 대표라고요."


핀테크.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송금, 크라우드 펀딩과 같이 금융 서비스와 관련된 기술을 의미했다.


"그 대표라는 사람이 저 남자인 겁니까?"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는 아들이죠. 그 남자의 아들."

"아들?"

"그 대표라는 사람은 여기 카지노에 와서 맛이 들렸는지 몇날며칠을 지냈었죠. 돈도 꽤나 있었으니 나름 VIP 였습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죠. 욕심이 화를 부른다고 가지고 온 돈 전부 탕진하고 카지노에서 대표라는 신용을 빌미로 10억원 이상을 빌렸습니다. 그러고는 빚을 갚기 위해 자산을 정리하고 다시 돌아온다 했는데 감쪽같이 사라졌죠."

"10억원을 빌린 사람을 그대로 보내준 겁니까?"

"하하, 그럴리가요. 그 기간동안 저 아들이 여기 담보처럼 머물러 있던 겁니다."


돈 때문에 아들을 판 건가.

그런 상황이라면 우리가 줄 수 있는 도움은 없다.

어쨌거나 잘못은 잘못이니까.


"그런데 그 기업 이름이 뭐에요?"


이나연은 여전히 코를 틀어막고는 궁금한 듯 물었다.


"이름이 태라폼탭스인가 그랬던 것 같네요. 무슨 블록체인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을 다양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제공한다고 하던데. 그런데 더 웃긴 게 뭔지 압니까?"

"뭔가요?"

"수배 떨어진 놈이었습니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한 탕 챙겨서 떠나려던 것 같은데 카지노가 어디 쉽나요."


직원의 아버지.

즉, 대표라는 사람은 결국 쉽게 말해 코인 개발자였다.


"그럼, 저 남자는 여기서 계속 일하며 빚을 갚아 나가야하는 겁니까?"

"거의 노예계약이라고 보면 됩니다."


상황은 딱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알겠습니다.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나연은 내 태도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를 쳐다봤다.


"정말 이대로 가는거에요?"

"저희는 자선봉사단체가 아닙니다. 사정은 딱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으니까요."


룸에서 나가기 위해 문고리를 돌리려는 순간.

그 직원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소리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코인이라도 개발할 줄 알았으면 오죽 좋나."


코인을 개발···?


나는 몸을 돌려 그 직원에게 다시 말했다.


"청소하고 있는 남자의 원래 직업은 뭐였죠?"

"그냥 그 대표라는 작자의 회사에서 이사로 근무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하.

이거 아무래도 다시 이야기 해봐야겠는데?


나는 지갑에서 100달러짜리 10장을 추가로 꺼내 그에게 건넸다.


"그 남자와 여기서 10분 정도만 이야기 해볼 수 있겠습니까?"

"스읍- 그건 조금 곤란한데."


남자는 입맛을 다셨다.

곤란한 게 아니라 돈을 더 달라는 의미다.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있다면 그건 돈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나는 지갑에서 100달러 10장을 더 꺼냈다.


"다시 묻겠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딱 10분입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죠."


남자는 내 손에 쥐어진 스무 장을 받아들고는 룸을 나갔다.


***


잠시 후.

직원은 그 남자와 함께 룸으로 들어왔다.


내가 직원에게 눈짓을 보내자 알았다는 듯 자리를 비켜줬다.


"우선, 이 쪽으로 앉으시죠."


남자는 아무말없이 내 맞은편에 착석했다.

그의 손은 겁을 먹은 듯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저희는 이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우연히 아까 상황을 목격했는데 같은 한국인이라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싶어 잠시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했습니다."

"···도움이요?"


바닥을 바라보고 있던 그의 시선이 스멀스멀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아버지가 코인개발자셨다고 들었습니다."

"하아-"


남자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고는 다시.


"언제고 이 사달이 날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걸 못 말린 저도 잘못이죠."

"이 사달이라는게?"

"암호화폐, 즉 코인은 잘만 활용할 수 있다면 하나의 사업 생태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았죠. 본인이 직접 암호화페 생태계를 운영하면서도 '코인은 사기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다니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라이브 방송을 하며 저 말을 사람들 앞에서 해버렸죠."

"설마··· 태라폼텝스가 태라코인을 말하는 거였어요?"


이나연의 눈이 크게 떠졌다.

남자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버지 성함이 권두형 대표이사에요?"

"그렇습니다."

"점장님은 뭔가 알고 계신 것 같네요?"

"최근에 암호화폐 중에서도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던게 태라 코인이었어요. 그런데 대표이사가 코인은 허상에 불과하다라는 발언에 사흘만에 99% 하락하는 사태가 발생했죠. 지금은 도망자 신세라고는 들었는데 그게 저 분의 아버지 일줄은···"


이나연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듣자 뉴스에서 봤던 게 얼핏 기억이 나는 것 같았다.


"저랑 아버지는 가치관이 달랐어요. 저는 코인은 실제로 화폐의 가치를 대체할 수 있다고 굳건히 믿고 있었고, 아버지는 그러지 않았죠. 그래서 이 사달이 난 겁니다."

"그럼, 아버지께서는 코인을 개발하실 때부터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을 했던 건가요?"

"코인은 아버지가 개발한 게 아니에요."

"네?"

"제가 한 겁니다. 처음 설계부터 생태계 구성까지."

"그러면 왜 여기서 계속 청소를 하고 계신거죠? 새로운 코인 개발이라면 아버지가 빌린 빚을 갚는 것쯤이야 아무런 문제가 되지도 않을텐데요."


남자는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번 태라 코인으로 가늠도 안 될 만큼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습니다. 그 중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도 있을거고요. 적어도 제가 개발한 코인이 그런 용도로 쓰는 건 두고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코인 개발을 못하는 척을 한 건가.

돈을 쉽게 갚을 수 있었음에도?


나는 남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탐난다.

이 남자.


"저와 함께 일해볼 생각 없으십니까?"

"네?"


이번에는 남자의 눈이 크게 떠졌다.


"여기서 구해드리겠습니다. 대신 저와 함께 일해주세요."

"설마, 함께 일한다는게 제가 코인 개발을 해야하는 건가요?"


내 의중을 눈치챘는지 그의 눈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오히려 경계하는 듯 미간을 살짝 좁혔다.


"코인 개발은 맞지만 저도 다른 사람들이 피해보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게 말하죠. 하지만 코인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사람의 마음도 변하더라고요. 그 일은 못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시간이 다 된 것 같으니 저는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남자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는 순간.


"티슬라 생태계."

"네?"


남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 듯 되물었다.

티슬라가 동네 개 이름도 아니고 쉽게 나올 수 있는 단어는 아닐테니까.


"당신이 만들 코인을 티슬라 생태계에 적용시킬겁니다. 티슬라 정도라면 쉽게 안 흔들리지 않겠습니까?"


일론 마스크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코인을 티슬라 제품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물론 코인이 시바견처럼 귀여워야겠지만.

설득은 그 이후의 문제다.


"그게 정말 가능한 겁니까?"

"약속드리죠. 그러니 제 손을 잡으세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악수를 내밀었다.

그가 내 악수를 바라보며 쭈뼛거리는 사이.


끼익-!


룸의 문이 열렸다.

벌써 시간이 다 됐나 생각하려는 순간.

룸으로 들어오는 인원은 직원 한 명이 아닌 족히 다섯은 넘어보였다.


"애들 맞아?"

"맞습니다. 저 청소부의 정보를 계속해서 물어봤습니다."


꽤나 우람한 체격의 덩치의 남자가 내게 돈을 받아갔던 직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나연도 조금은 겁먹었는지 내 등 뒤로 다가와서는 슬쩍 숨었다.

그게 가린다고 가려지나.


덩치의 남자는 내게 다가와 말했다.


"청소부를 왜 찾은거지?"

"같은 한국인이라 왜 여기서 일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고?"

"아는 사이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아는 사이가 될 수도 있겠네요."

"뭐?"

"이 친구의 빚을 대신 갚으면 여기 카지노에서 데리고 나가도 되는 겁니까?"

"푸하하하핫!"


내 말에 남자는 폭소를 터트렸다.

재미도 없는 이야기에 저렇게 웃는 걸 보니 순간 동양과 서양의 유머코드가 다른가 싶었다.


한참을 웃다가 남자는 다시 정색을 유지하고는 말했다.


"그건 안되겠는데?"

"안되는 이유가 뭐죠?"

"조용히하고 따라와. 우리 보스가 찾으니까."

"보스?"

"왜? 내키지 않아?"


상황이 뭔가 꼬임을 직감했다.

빚만 갚는다하면 순순히 보내줄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내 앞에 길을 막고 있는 남자들을 훑었다.


직원들의 수는 눈 앞에 덩치의 남자를 포함해 여섯 명.

언제고 이런 상황을 대비해 나름대로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런 내가 이들을 제압하고 도망칠 수 있는 확률은···

.

.

.

없다.


"그럴리가요. 따라가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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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도박의 눈(3) +8 24.09.18 5,562 138 12쪽
» 34화. 도박의 눈(2) +16 24.09.17 6,901 157 12쪽
33 33화. 도박의 눈(1) +11 24.09.16 7,752 157 12쪽
32 32화. 힐링 여행(2) +11 24.09.15 8,368 178 12쪽
31 31화. 힐링 여행(1) +11 24.09.14 9,025 173 12쪽
30 30화. 일론 마스크(3) +7 24.09.13 9,216 179 12쪽
29 29화. 일론 마스크(2) +12 24.09.12 9,802 176 12쪽
28 28화. 일론 마스크(1) +13 24.09.11 10,711 203 11쪽
27 27화. 재벌의 품격 +16 24.09.10 11,686 208 12쪽
26 26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2) +18 24.09.09 12,145 213 12쪽
25 25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1) +14 24.09.08 12,763 213 12쪽
24 24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12 24.09.07 12,965 208 12쪽
23 23화. Only Invest +11 24.09.06 13,422 227 12쪽
22 22화. 최고의 인복(2) +8 24.09.05 14,005 216 12쪽
21 21화. 최고의 인복(1) +13 24.09.04 14,095 230 12쪽
20 20화. 생명의 은인 (2) +9 24.09.03 14,422 234 12쪽
19 19화. 생명의 은인(1) +13 24.09.02 14,857 217 12쪽
18 18화. 최고의 복수 +14 24.09.01 15,104 234 12쪽
17 17화. 너, 내 동료가 돼라. +10 24.08.31 14,483 216 12쪽
16 16화. 밧데리 아저씨(3) +8 24.08.31 14,698 239 12쪽
15 15화. 밧데리 아저씨(2) +8 24.08.30 15,007 238 12쪽
14 14화. 인턴, 네 손에 달렸어 +16 24.08.29 15,262 237 12쪽
13 13화. 밧데리 아저씨(1) +14 24.08.28 15,628 2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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