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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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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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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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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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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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액땜은 로또가 아닌 나였다.

DUMMY

병동에서의 시간은 참 느리게 흘러갔다.

딱히, 할 것도 없었다.


휴대폰만 하루종일 보는 것도 질렸다.

그나마, 유일한 낙이라고는 아침 9시에 열리는 주식장이랄까.


마이너스통장부터 신용대출까지.

이미 아파트를 사며 대출을 잔뜩 받은 터라, 내게 빌려줄 돈은 하나도 없었다.


신통제약도 어제 상한가를 친 탓에, 보합세를 유지하는 듯 했다.

오늘은 주식 보는 맛도 없네.


휴대폰을 어루만지던 중 예전에 쓰러지면서 흘렸던 핏자국을 발견했다.

더럽긴 더럽네.


나는 케이스를 닦기 위해 휴대폰과 분리시키자.


툭-


한 장의 용지가 떨어졌다.

이건···?


기억 났다.

888회차 로또 복권.

내가 불륜을 발견하기 전 편의점에서 샀던 복권 한 장.


시발.

액땜은 무슨.

모든 액이란 액은 내가 다 받았구만.


3. 7. 12. 31. 34. 38


이제 보니 복권 번호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게 열 개라니.

차라리 아내라도 줘서 액이라도 나눌 걸 그랬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래도 번호는 확인은 해봐야했기에, 888회차 로또 일등 번호를 확인했다.


어디보자..

오, 첫 번호는 맞았네.

오, 두 번째도 맞았네.

오오.. 세 번째도···


잠깐만.

네 번째..

다섯 번째..

그리고 마지막까지..


나는 로또 용지를 들고, 휴대폰 화면에 띠어진 일등 번호와 계속해서 비교했다.


맞다.

위로보든 아래로보든 거꾸로보든.

내 손에 쥐어진 용지와 휴대폰 화면에 띠어진 번호가 일치한다.


그것도 무려 10개가···


888회차 일등 당첨복권수는 고작 13개.

당첨금은 한 개에 2,370,359,204원이었다.


그럼 나는 10개니까 세전으로 237억원!!?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렇게 큰 돈이 눈 앞에 펼쳐지면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그리고 빠르게 주변을 경계했다.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만약 이 돈으로 투자한다면?

막대한 시드머니와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지는 주식창.


이렇게 생각하니, 나는 빨리 행복은행으로 가야겠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벽면에 걸린 시계를 쳐다봤다.

10시 12분.


몸은 이상 없는 것 같고.

퇴원해볼까.


나는 의사와 간호사의 수 차례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원을 강행했다


오랜만에 바깥공기를 마시니,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상쾌하다는 건 로또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곧장 휴대폰에 로또 1등 당첨금 수령시 주의사항을 확인했다.


신분증은 챙겼고.

월요일은 피하라 했으니, 오늘은 목요일이니까 문제 없다.


나는 곧장 택시를 잡았다.


“기사님. HP카페로 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행복은행 인근에 있는 카페로 주소를 말했다.

잠시 후, 택시는 50분을 넘게 달려 서대문역에 도착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행복은행 입구로 들어섰다.

내 발자국에 맞춰 심장박동소리가 함께 울려퍼졌다.

마치 메트로놈같이.


안내데스크 근처에 정장을 입은 보완요원이 보였다.

나는 주변 눈치를 슬쩍 살피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행복복권 1등 당첨금 수령하러 왔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고객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는 누군가에 전화를 걸고는 나를 곧장 안내했다.


VIP 엘리베이터.

Very Important Person.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중요했던 적이 있었나.


평범한 삶의 나날이 점차 특별한 삶의 나날로 바뀌어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나와 보안요원은 함께 탑승했다.

요원은 복권상담실이 있는 3층을 눌렀다.


인터넷에 보면 직원이 은행 상품을 권유할텐데, 무조건 빚이 있으라고 하라했다.


빚.

기억해두자 '빚이 있다.'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요원이 나를 상담실로 안내했다.


그 안에는 중후한 50대의 남성이 환한 미소를 하며 나를 반겼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행복은행 부지점장 김민철입니다.”

“빚이 있습니다!”

“네?”


아불싸-!

머릿속에 계속 되새기고 있던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하하··· 앞으로 제 인생에 빛이 생겼다라는 의미입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축하드립니다. 우선, 차분히 얘기도 나눌 겸 이쪽에 앉으시죠.”


한 직원이 커피를 내왔다.

나는 바싹 마른 입을 축이기 위해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럼, 복권 번호좀 확인하겠습니다.”

“여깄습니다.”


복권을 건네자, 부지점장의 눈이 크게 떠졌다.


“888회차면 3개월 전인데 왜 이제야 나타나셨습니까? 그것도 1개도 아니고 무려 10개인데.”

“일이 조금 있었습니다. 빨리 확인부터 해주세요.”


부지점장은 간단히 복권 내용들을 확인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고객님께서 총 받으실 금액은 세금 33%를 제외하고 15,881,406,670원입니다.


158억원.

일반 직장인이 일생동안 한 번도 볼 수 없는 금액이다.


“고객님. 이렇게 갑자기 큰 돈이 생기시면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저희 은행에서는 좋은 상품들을···”

“빚이 있습니다.”

“하하, 네네. 고객님의 삶에 항상 빛이 있기를 바라며···”

“아니요. 빚! 채무가 있다고요.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러니 제 계좌로 일괄 입금 시켜주셨으면 합니다.”


부지점장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거리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기본적으로 마쳐야 할 서류들을 처리하고는 행복은행을 벗어났다.


가장 먼저 확인한 건 계좌 확인이었다.


행복은행 입금) 1,588,140,667원


나는 그대로 입을 틀어막았다.


보통 소설이나 이런 곳에서 이렇게 큰 돈에 당첨되면 어떻게 하더라?

자기가 다니던 회사를 계속해서 다니며, 권선징악을 했었나.


나는 그럴 생각은 없었다.

큰 돈이 들어오니, 그 꼴보기 싫던 김수영과 주진영의 얼굴도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내 현재의 불행지수보다, 앞으로 내가 느낄 행복지수가 더 클 테니까.


그렇다고 그들을 용서할 생각은 없었다.

할 건 해야하니까.


100억은 그대로 증권계좌로 옮겨담았다.


150억을 전부 투자하면 좋겠지만, 나는 지금 당장의 빌어먹을 형편을 뜯어 고치고 싶었다.


지금 시간은 14시.

신통제약은 어제 상한가를 쳤던 터라 지금도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시총이 낮은 종목이니 만큼, 한 번에 매수하면 괜히 쓸데없는 개미들까지 달라붙을 수 있다.


9월까지 214,000원이 간다는 전제하에 나는 천천히 매수를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신통제약 7,100원 매수체결, 70,422주]


70,422주. 약 5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나는 내 매수 탓에 일시적으로 요동치는 호가창을 한번 보고는 다시 택시를 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뽀르쉐 센터 용산점으로 갈게요.”

“알겠습니다.”


남자라면 드림카 하나 정도는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산다.

그리고, 뽀르쉐가 바로 나의 드림카였다.


뽀르쉐 센터 용산점 앞에 도착했다.

입구로 들어서자,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직원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내 몰골을 보더니 나를 위아래로 스윽 훑었다.

이내, 자기들끼리 속닥거리고는 서로 팔꿈치로 툭툭 치기 시작했다.


보통 영업을 하는 사람들끼리 손님들을 보며 ‘똥파리’라고 칭하는 경우가 있는데 흔히, 돈 없어 보이는 사람을 의미하는 용어였다.

아마 자기들끼리 똥파리가 왔다며 수근대고 있겠지.


그도 그럴것이 지금 내가 신고있는 건 삼선슬리퍼다.

추리닝 반바지와 점퍼 하나만을 걸친 채.

무엇보다 삼개월동안 누워있었으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한 남자가 마지못해 내게 걸어왔다.

그것도 아주 느릿한 발걸음으로.


“어서오세요. 고객님.”

“차 좀 보러왔습니다.”

“아··· 차요?”


그의 눈빛이 ‘감히 네가 뽀르쉐를?’을 말하는 것만 같았다.


“뭐 문제 있나요?”

“아니요. 문제는 없는데.”

“그럼, 한 번 둘러볼게요.”


뭐 내 행색이 그리 좋지 않으니, 이 정도 무시받는거야 기분이 그닥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매장을 둘러보며 차량들을 구경했다.

내게 왔던 직원은 더 이상 따라오지 않고, 다시금 자기들끼리 키득거리고 있었다.


그 때, 하나의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이 차가 마음에 드는데?


뽀르쉐 911 터보.

내가 차 문을 열어보려는 그 순간.


“어, 어! 뭐하는거야!”


한 직원이 아까와는 다르게 빠른걸음으로 내게 달려왔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이 비싼 차를 만지면 어떡합니까!”

“차를 사려고 왔는데, 만져보는 것도 안 됩니까?”

“하-”

“하?”


이 양반이 자꾸 선을 넘으려고 하네.

나는 그의 가슴에 패용되어 있는 명찰을 확인했다.

김석두 주임.


“내가 당신 같은 사람들 잘 알아. 돈 한푼도 없는 그지새끼들이 인별그램으로 본인 차인 것 마냥 과시하려고 차에 타서 사진 몇 장 찍어보려는 속셈을 내가 모를 것 같아?”

“푸하하하하핫!”


나는 그의 말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의 행동에 나는 오늘로서 결심했다.

다시는 무시당하는 삶을 살지 않을거라고.


“알겠어요. 안 타고 계약하면 되는거죠?”

“뭐?”

“그런데, 당신이랑은 하기 싫고 어디보자··· 여기, 점장 나오라 그래!!!”


나는 매장 안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내가 소란을 피우자 김석두가 급히 나를 제지했다.

힘이 꽤나 있었지만, 버틸만 했다.


“김 주임, 무슨 일이야?”

"아니, 이 사람이 지금 돈도 없으면서 여기서 소란을 피우고 있지 않습니까."

“뭐?”


그의 가슴에는 이현도 과장이라는 명찰이 달려있었다.

김석두의 말을 듣고는 이현도 과장이라는 사람이 미간을 좁히며 나를 쳐다봤다.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차를 사려고 하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지금 이 뽀르쉐를 산다는 겁니까?"

"바로 계약하겠다고 분명!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 영업하는 매장에서 계속해서 장난치시면 저희도 경찰에 신고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슨 일이지?”


또각. 또각.

소란이 지속되자 높은 힐을 신은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등장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여자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이 없자, 여자는 미간을 좁히고 다시 물었다.


“내가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았습니까. 이 과장님?”

“아, 그게 여기 손님과 직원간의 오해가 조금 있어서 약간의 소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해? 소란?

그게 누구때문인데.


“말을 그렇게 하시면 안 되죠. 정확히는 저를 거지새끼로 보고 차에 타서 사진이나 찍으며 허세부리는 사람으로 ‘오해’했다 이거 아닙니까? 안 그렇습니까 김석두 주임님?”


내 말에 여자는 고개를 돌려 김석두를 응시했다.


“이 분 말씀이 사실입니까?”

“죄, 죄송합니다.”

“후우-”


여자는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머리를 한번 쓸어넘기고는 나를 쳐다봤다.


“이거 어떡하죠.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저는 뽀르쉐 용산점 점장 이나연입니다.”


나이는 나랑 비슷해 보이는데 점장이야?

이 사람은 그래도 직원들이랑은 다르네.


“저는 그 쪽보다는 이 쪽에서 직접 사과를 받고 싶은데.”


내 말에 이나연은 곧장 김석두를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당장 사과드리세요.”


그녀의 말 한마디에 김석두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내게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 쪽은 안합니까? 이현도 과장?”


내 말에 이현도 과장도 뜨끔하고는 고개를 숙이며 다급히 사과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고객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지금은 조금 기분이 진정 되셨을까요?"


이나연이 정중하게 의사를 물어왔다.


"아니요. 이 분들의 고객서비스에 대해 어떠한 처분을 내리실지 제게 직접 말해주세요. 그에 따라, 제 기분이 풀리고 안풀리고가 결정될 것 같네요."


내 대답에 김석두와 이현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제는 참지 않으리라.

상대가 누가 됐던간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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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힐링 여행(1) +11 24.09.14 7,747 158 12쪽
30 30화. 일론 마스크(3) +7 24.09.13 8,095 165 12쪽
29 29화. 일론 마스크(2) +12 24.09.12 8,762 165 12쪽
28 28화. 일론 마스크(1) +13 24.09.11 9,670 18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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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2) +18 24.09.09 11,143 198 12쪽
25 25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1) +12 24.09.08 11,757 19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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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생명의 은인(1) +13 24.09.02 13,817 203 12쪽
18 18화. 최고의 복수 +13 24.09.01 14,024 219 12쪽
17 17화. 너, 내 동료가 돼라. +10 24.08.31 13,431 20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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