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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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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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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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마스크 코인(1)

DUMMY

논현동 사무실.

그 안에서는 권도훈이 모니터를 빤히 바라본 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합니까. 권 실장님."


박 이사는 심오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에게 물었다.


김민규는 권도훈에게 '실장'이라는 직책을 내렸다.

정확히 말하면 개발실장이었다.


"현재 티슬라의 결제 시스템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디스커버, 마스터카드, 비자, 앱플페이 정도에요. 여기에 코인을 추가시키는 건 결코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괜한 말을 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였다.


"편하게 말해보세요. 저희도 일종의 스타트업이니 지금은 브레인스토밍 같이 여러 의견을 모으고 들어보는 게 중요합니다."


박 이사의 말을 듣고는 권도훈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코인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홍보가 필요합니다."

"홍보? 그거야 홍보실장이 여러 기자들과 접촉해 보도자료 형식으로 배포하면 되지 않을까요?"


권도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거 하나로는 부족합니다."

"그러면?"

"SNS를 타고 가야해요. 더 나아가 SNS를 장악하면 더 좋고요."

"장악···?"

"별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이 있는 메타(Meta)를 인수하기에는 시총이 크니 마스크가 트위터 정도만 인수해주더라도 코인의 대중화가 가능해질 겁니다."


그는 코인에 진심이었다.

그렇기에 대중화를 바라고 있었다.

'사기'나 '돈벌이 수단'아닌 화폐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기를.


박 이사는 그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복 중에서도 인복이 제일 중요한데 대표님은 아무래도 인복 하나는 타고난 것 같단 말이지.'


***


회장실과 유일하게 한 층에 있는 부서.

경영전략실.


사무실에는 고작 네 명의 직원이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저 네명의 직원만으로 전 계열사를 전부 관리할 수 있는 건가?


타다다다닥- 딸깍. 타다닥. 타타다다닥.


무섭게 휘몰아치는 키보드와 마우스 소리.

저런 소리를 들어본 건 고등학생 시절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다.


"뭘, 그렇게 빤히 보고 있습니까?"


어디서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럼, 그렇지.

이기영 실장이 안경을 고쳐쓰고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실장님."


나는 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휴가는 잘 다녀왔습니까?"

"네, 좋은 휴가였습니다."


이기영 실장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나를 쳐다봤다.


"아가씨랑은 정말 아무 사이가 아닌 게 맞습니까?"

"아무 사이가 아니라면 믿어주실 수는 있으신 겁니까?"

"···괜한 말을 한 것 같네요. 인사는 나중에 하고 우선은 회장님실로 가 보시죠."

"네?"

"막내사위 온다고 기대하고 있을테니까요."

"하하-"


나는 이 실장을 지나쳐 회장실로 향했다.

회장실 문 앞에 서고는.

스스로 시뮬레이션을 계속 돌리기 시작했다.


우선은 들어가자마자 이나연 점장과 아무런 사이가 아님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심호흡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조심히 문을 두드렸다.


똑. 똑.


"회장님. 김민규 대리입니다."

"들어와."


옷매무새를 다시 한 번 다듬고는 조심히 문고리를 돌렸다.

문을 열자 옅은 미소를 띄고 있는 이동주 회장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볼 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지.

말은 장난스럽게 하더라도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신혼여행은 잘 다녀왔나?"


···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는 건 취소다.


"오해입니다."

"오예겠지."

"······"

"재미없었나?"

"네."

"크흠. 우선 자리에 앉지."


나는 자리를 옮겨 이동주 회장의 옆에 착석했다.


"회장님. 마음이 심란하실거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분명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나연 점장과는 우연히 미국 비행기에서 마주했고 티슬라 배터리데이에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그 뿐입니다."

"비행기 같이 탔고?"

"그렇습니다."

"같이 이동 했고?"

"맞습니다."

"밥도 같이 묵고?"

"···네"


물어볼 때마다 이동주 회장의 표정이 그라데이션으로 음흉해지고 있었다.


뭔데.

뭘 원하는 건데.


"이미 세상이 인정한 부부 아니겠나. 받아들여야지."

"하하···"


차라리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한 번 이혼한 거 두 번 못하겠나.

그냥 신혼여행 간 거 맞고 이혼했다고 말하고 다닐까···


여러 생각이 들고 있는 상황에 테이블 위에 올려진 서류 한 부가 눈에 들어왔다.


- 티슬라 전구체 공급 계약 검토(안)


서류를 힐긋 바라보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이동주 회장이 입을 뗐다.


"이 서류가 무슨 서류인지 궁금하나?"


기업의 수장이 보는 서류인데 안 궁금할리 없었다.


"그렇습니다."

"이번에 일론 마스크가 직접 한국에 들어올 모양이야. 본인들이 생산할 배터리의 원료 공급처를 직접 찾겠다는거지."


그래서 마스크가 한국에 들어오겠다고 한거군.


"그렇군요."

"이번에 티슬라데이에서 직접 마스크를 대면했었지?"

"그렇습니다."

"소감이 어떻던가."

"괴짜같지만 확실한 건 자신만의 철학은 분명했습니다."

"자신만의 철학이라 그것만큼 중요한 게 없지. 세상에는 시기질투하는 사람들이 많아. 본인들이 실패하는 만큼, 남들도 실패하기를 바라지. 아니 실패를 해야만해. 자신들은 못했으니까. 그런데 그런 압박을 뚫고 해내는 사람이야 말로 지금의 일론 마스크처럼 그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되는거지."


맞는 말이다.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다.

살아남는 놈이 강한거지.


이동주 회장은 다시금 말을 이었다.


"이번에도 함께 만나봐."

"중요한 계약에 저를 포함시키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누가 말을 하랬나. 그저 지켜보라는 거지. 자세한 이야기는 이 실장에게 들어보고 이만 나가봐."


내게도 분명 좋은 기회가 될거다.


"알겠습니다."

"참, 대신 사람 한 명 더 붙일걸세."


나가려는 내 뒤로 이동주 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명이라면?"


똑. 똑.


"회장님, 아가씨 들어오셨습니다."


나는 귀를 의심했다.

아, 아가씨?


딸깍-

문이 열리고.

구두굽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마치 전장을 누비는 말발굽의 소리처럼 그녀의 구두굽 소리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오늘 첫 출근한 이나연 과장입니다."


과, 과장?

아무리 혈육이라도 그렇지.

이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


우리는 이동주 회장과 간단히 대화를 마치고 회장실을 빠져나왔다.


"뭡니까, 갑자기?"

"뭐가요?"

"뽀르쉐 직장은 갑자기 어디에 두고 이 쪽으로 돌아온 겁니까?"

"이제 아버지 밑에서 일할 때가 된 것 같아서 돌아온 것 뿐이에요."

"분명히 형제들 싸움에 끼고 싶지 않다고 선택하신 길이었잖아요."

"생각이 바꼈어요."

"무슨 심경의 변화를 느낀 겁니까?"

"그건···"


사실 엄연히 말하면 그만 둔 게 아니라 해고였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열흘의 휴가와 함께.


이나연은 차마 해고당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 말을 얼버무렸다.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요."

"예?"


사실 그녀가 그녀의 아버지 회사에 온다는 것에 대해 내가 왈가왈부 할 사항은 아니었다.

그저 시기적으로 너무 맞아떨어지다보니 '막내사위'라는 오명을 벗어내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하아- 됐고, 그럼 부서는 어디입니까?"

"제 부서요? 당연히 여기죠."

"여기라면··· 과장님도 경영전략실이에요?"

"맞아요. 저도 여기로 배치받았어요."


이나연은 왜 그러냐는 듯 뻔한 눈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그리고 제가 엄연히 상사니까 너무 뭐라고 하지는 말아주세요."


라스미디어든 에코포로든 학연, 혈연, 지연은 어딜가나 만국 공통인 것 같았다.

고개를 푹 떨구고 한숨을 내쉬고 있는 사이.


이기영 실장이 소음을 느꼈는지 탕비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왜 나만 째려보는거지.


"회장님실에서 나왔으면 바로 경영전략실로 복귀해야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나는 이나연의 어깨 뒤로 살짝 몸을 감췄다.


보여줘라.

재벌가 막내딸의 위엄을.


내가 보낸 텔레파시를 느꼈는지 이나연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실장님. 갑자기 김민규 대리가 이야기 할 게 있다고 해서요."


뭐, 뭐라?

나를 판다고?


"사회생활에 있어서 첫인상이 가장 중요한 것 모릅니까? 이번 한 번만 용서해줄테니 두분 다 따라오세요."

"알겠습니다."


이기영 실장의 뒤로 이나연은 빠르게 붙어 걸어갔다.

나는 허탈한 표정을 지은 채 이나연의 뒷모습늘 바라봤다.


진짜로.

회사 인수할까.


***


"잠시 주목해주세요."


이기영 실장은 정적이 흐르는 사무실에서 처음으로 입을 연 남자였다.

그의 소리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그를 일제히 바라보기만 했다.


"오늘부터 같이 일하게 될 직원들입니다. 이 쪽은 이나연 과장, 그리고 이 쪽은 김민규 대리입니다."


짝- 짝-


형식적인 박수갈채 소리와 함께.

이기영 실장은 다시 말을 이었다.


"인사는 차차 나누기로 하고, 두 분은 다시 저를 따라오세요."


한 회의실.

이기영 실장은 우리를 자리에 앉힌 채 그 맞은편에 착석했다.


"일론 마스크가 온다는 이야기는 들으셨을 겁니다. 그러고보니 두 분은 구면이시죠?"

"맞아요. 이렇게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이나연은 옛친구라도 다시 만나는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티슬라에서 이번에 에코포로를 방문하는 목적은 '전구체'입니다."


전구체라.

박 이사에게 들은 적 있다.

에코포로가 티슬라와의 계약에서 승부를 보기 가장 좋은 원료는 에코포로머티리얼즈의 '전구체'일 것이라고.


"그럼, 이한빈 부사장님이 직접 마스크를 대면하는 건가요?"


이나연의 물음에 이기영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이한빈 부사장님이 계약을 성공하든 실패하든 오롯이 그의 선택에 맡긴다고 하셨습니다."

"회장의 자리를 위해 공정한 경쟁구도를 만들기 위함이겠네요."

"그럼, 저희는 포함시키는 이유가 뭐죠?"


문득 드는 의문.

아무것도 모르는 이나연과 나를 그 계약 현장에 배치시키는 이유가 궁금했다.


"크게는 두 가지일겁니다. 하나는 보고 배우라는 차원일 것이고, 또 하나는···"


이 실장은 말을 하려다 멈췄다.

이나연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우고는 대신 대답했다.


"또 하나는 저를 자연스레 경영에 참여시키겠다는 회장님의 의도겠죠. 새로운 사람이 나타났으니 오빠들은 자연스럽게 긴장할테고, 긴장을 하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죠. 가령 본인들이 계획했던 것들을 조금 빨리 당긴다거나. 제 말이 맞죠. 이 실장님?"


너무나 정확한 말에 이기영 실장은 본인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정확합니다."


이기영 실장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가씨는 결코 경영에 관심이 없던 게 아니었다. 그저 적절한 시기를 보고 있었을 뿐. 그리고 그 시기를 정해준 건 결국···'


그의 시선은 김민규에게로 향했다.

도저히 읽혀지지 않는 저 표정.

'저 남자 때문인가. 김민규 대리, 당신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거지?'


이기영이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던 순간.

김민규는 속으로 생각했다.


'미국 여행 또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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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도박의 눈(2) +18 24.09.17 9,458 19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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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일론 마스크(3) +8 24.09.13 11,198 212 12쪽
29 29화. 일론 마스크(2) +12 24.09.12 11,708 203 12쪽
28 28화. 일론 마스크(1) +14 24.09.11 12,632 234 11쪽
27 27화. 재벌의 품격 +18 24.09.10 13,625 236 12쪽
26 26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2) +19 24.09.09 14,039 245 12쪽
25 25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1) +16 24.09.08 14,655 2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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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Only Invest +12 24.09.06 15,347 255 12쪽
22 22화. 최고의 인복(2) +9 24.09.05 15,944 2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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