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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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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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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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마스크 코인(3)

DUMMY

본관 대회의실.

이한빈 부사장은 일론 마스크와 테이블을 두고 마주했다.


"NCA, NCM 등의 하이니켈 전구체 생산 케파는 연간 5만톤 수준입니다."

"저희와 계약을 하게 되면 그 케파를 얼만큼 끌어올릴 수 있겠습니까?"

"24년까지 20만톤 이상, 그리고 티슬라에게 최소 10만톤 이상의 공급을 약속드립니다."


전구체.

리튬을 배합하게 되면 양극재가 된다.

저 리튬을 우리 쪽에서만 공급할 수 있다면 우리 펀드의 훌륭한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


"10만톤이라··· 첫 계약치고 나쁘지 않은 물량입니다. 다만, 계약금액에 대해 논의가 필요할 것 같은데 말이죠."


개구쟁이 같던 그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하는 순간이었다.

계약을 따내더라도 이윤을 가져오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저희 쪽에서 제출한 서류에 금액은 이미 명시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그 금액이라는게 톤당 15,000달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너무 많아요. 12,000달러에 맞춰 주시죠."

"뭐라고요?"

"12,000달러에 맞춰달라고 했습니다."

"자그마치 계약 금액의 20% 수준입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론 마스크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운 채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가볍게 목을 축였다.


"불안하지 않습니까?"

"뭐를 말입니까?"

"에코포로머티리얼즈가 생산하고 있는 전구체가 전부 관계사로만 유통되고 있지 않습니까? 관계사를 제외한 외부 판매 비중은 고작 10% 내외일텐데."


이한빈 부사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고객 다변화는 영업의 기본 중에 기본.

에코포로머티리얼즈의 주요 고객사는 에코포로비엠이 전부였다.


즉, 에코포로비엠이 무너지는 순간 에코포로머티리얼즈는 함께 무너진다.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이한빈 부사장도 외부 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나는 이나연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아무래도, 말린 것 같은데요?"

"그렇게 보이나요?"

"네?"

"이제부터 잘 지켜보세요. 이한빈 부사장님이 단지 회장님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저 자리에 올라간 건 아니니까요."


이내, 이한빈 부사장이 입꼬리를 올리며 일론 마스크를 응시했다.


"그럼, 어쩔 수 없겠네요. 계약은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방금 뭐라고···"


되레 당황한 건 이한빈 부사장이 아닌 일론 마스크였다.


"오시는 길에 드넓은 황무지를 보셨을 겁니다. 그 곳에 저희는 전구체 공장을 증설할 겁니다. 증설을 마치고 나면 저희 전구체의 위치가 어느 위치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이한빈 부사장은 손가락 3개를 편 채 마스크를 향해 내밀었다.

그러고는 다시.


"3위입니다. 티슬라라는 대형 고객사를 놓친 건 많이 아쉽겠지만 저희와 계약하고 싶은 기업들은 많을테니까요."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방금, 후회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후회는 티슬라에서 하셔야죠."

"뭐요?"

"시간이 별로 없을텐데요."

"그게 무슨···"

"IRA 대응을 서둘러야 할 테니까요."


자국 산업 보호 차원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IRA가 본격화되면, 미국은 총 두 가지의 조건을 충족시킨 전기차에 보조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미국 및 미국 FTA를 체결한 국가일 것.

- 생산된 전기차는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될 것.


표면적으로는 자국 산업 보호였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티슬라의 들어가는 배터리 중 일부는 중국 CBTL의 각형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던 만큼 보조금을 지원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그를 대체할 수단을 급히 수배하고 있었다.


그 말을 끝으로 둘은 아무말없이 서로를 한동안 바라봤다.

마치 눈싸움이라도 하자는 듯.


그러고는 이내.

일론 마스크는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핫! 이거 제가 졌습니다. 계약은 원안대로 진행하시죠."


이한빈 부사장.

순식간에 헤게모니를 가져왔다.


저런 판단들이 모여 에코포로의 주가가 150만원을 이룰 수 있었던건가.


다시 한 번 설레기 시작했다.

내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가의 미래가 바뀔거라는 생각에.


***


계약은 원안대로 진행되며, 공장 투어와 기념 사진을 끝으로 마스크의 일정이 마무리됐다.


"괜찮다면 저녁이라도 한 끼 대접하고 싶습니다."

"흐음, 아쉽게도 선약이 있네요."

"한국에서 말입니까?"

"저기 있네요."


마스크는 내가 서있는 방향으로 턱짓했다.

나는 검지손가락으로 내 가슴팍을 가리켰다.


나?

나랑 약속을 한 적이 없는데.


그런데 이나연은 왜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고 있는거지.


"제가 잡았어요. 약속."

"네?"

"오랜만에 봤는데 저녁이라도 대접해야죠."


마스크는 이한빈 부사장에게 악수를 건넸다.


"즐거웠습니다. 이한빈 부사장님.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일론 마스크는 그 길로 곧장 우리에게 다가왔다.


"오늘의 K-푸드는 뭔가요?"

"에이, 벌써 말하면 기대가 팍 식잖아요."

"그렇게 말하니까 더 기대되는걸요?"

"그럼 약속 장소 넣어드릴게요. 거기서 뵙는 걸로 해요."

"굳이 그럴 필요 있나요?"

"네?"

"한 차로 가시죠."


설마.

아방이를 타려는 건 아니겠지.


"그럼 저희 차로 가요. 차가 꽤나 멋있거든요."

"오우, 갑자기 긴장되는데요? 티슬라보다 멋있으면 어떡하나."


나는 살기를 두른 채 이나연을 쳐다봤다.

가만히 있으면 절반은 간다던데.

이나연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내 시선은 느꼈는지 이나연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또 나왔다.

저 순진무구한 표정.


"···제 차로 가시죠."


***


"헐."


아방떼N을 보고는 마스크의 입에서 처음으로 흘러나온 단어였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방금 마스크가 한국말로 헐이라고 한 것 같은데.


"이건 뭐랄까. 시대를 앞서간 일종의 혁신?"


그런 심오한 말을 아방떼N을 보면서 하지 말라고.


"이 작품은 도대체 누가 디자인한 작품입니까? 그 디자이너를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


중고차를 작품이라고 하지 말라고.


"···일단 타시죠."


차로 가면서도 그의 칭찬은 계속됐다.

정호석 과장이 들었다면 잠도 못자고 좋아했으리라.


차를 주차하고 이나연이 알려준 식당으로 들어가자.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코 끝을 스쳤다.


"이 냄새는 설마 과메기입니까?"

"맞아요! 포항왔는데 또 안먹어보고 갈 수는 없잖아요?"


일론 마스크는 우리의 뒤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과메기?"


한 켠에 마련된 룸.

좌식으로 된 의자에 우리는 몸을 앉혔다.


잠시 후,

식당 아주머니가 과메기 한 상을 내왔다.

고추, 마늘, 쪽파, 다시마, 꼬사래기, 김과 함께.


"아이 러브 참이술."


마스크는 테이블 위로 올라온 소주병을 들고는 잔을 건넸다.


"마스크는 아쉽지 않습니까?"

"어떤 게 말입니까?"

"계약 금액을 원안으로 유지해서요."

"하하, 전혀요. 그저 한 번 던져본 것 뿐입니다."

"던져요?"

"제 등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인지 테스트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이한빈 부사장은 한 번 봤지만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변수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이미 대응할 수 까지 생각하고 있었던거니까요. 그럼, 건배할까요?"


우리는 잔을 부딪혔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소주는 목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갔다.


마스크는 젓가락으로 과메기를 한 점 집었다.

그러고는 김에 마늘과 과메기를 올리고는 초장에 듬뿍 찍어 한 입에 넣었다.


몇 번 오물거리고는.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나연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마스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것 처럼 보였다.


"세상에나."

"왜요? 별로에요?"

"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이제서야 먹어보다니."


긴장하고 있던 이나연은 그제서야 미소를 지었다.


"하아- 다행이에요."

"한 점에 소주 한 잔인 것 아시죠?"


하하.

그냥 네가 한국인해라.


마스크는 소주를 다시 따르고는 잔을 들이켰다.

몇 번의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고는 이내, 마스크는 본론을 꺼내들었다.


"리튬은 찾으셨습니까?"

"아쉽게도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습니다."

"때? 그 때라는 게 뭐죠?"


마스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내년 4월까지는 기다려야 하거든요."


대답을 들을수록 그의 고개의 기울기는 X 지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궁금하네요. 민규 씨만의 철학이 무엇인지."


사람의 흥미는 어디서 오는가.

그건 궁금증에서 기인한다.


괜히 김수영처럼 불륜이 나는 게 아니다.

그게 다 새로운 남자가 궁금하고 흥미로워서 그러는거다.

망할년.


마스크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

그것만이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다.


"이제는 말해줄 때가 됐네요."


내 대답에 마스크는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나를 응시했다.

그러고는 조용히 내 다음 말을 기다렸다.


"대신 이 비밀은 무덤까지 가져가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티슬라의 이름을 걸고 약속드리죠."


나는 옆에 놓인 물잔으로 목을 가볍게 축였다.

그러고는 다시.


"제가 어떻게 마스크의 퀴즈를 맞출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까?"

"그게 아무리봐도 미스테리란 말이죠."

"신기(神氣)가 있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신기? 무당이라도 된다는 건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스크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이나연의 눈이 함께 커졌다.

'역시, 점집을 차리는 게 맞았던 건가?'


"그런게 실재한단 말입니까?"

"제가 증명할 수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어떻게 말이죠?"

"티슬라의 주가. 그 고점을 제가 맞춰보겠습니다."

"하하하하! 말도 안돼요. 그건 신이 와도 못 맞춥니다."

"내기 한 번 하시겠습니까?"

"내기요?"

"자신 없으십니까?"


약간의 도발.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마스크는 그 도발에 응해주겠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민규 킴이 못 맞춘다면 제게 뭘 해줄 수 있겠습니까?"

"질문이 틀렸습니다."

"네?"

"제가 그걸 맞추는 순간부터 제가 마스크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마스크가 저를 더 탐내지 않겠습니까?"


김민규의 말을 듣고 마스크는 속으로 생각했다.

'한국사람들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 많단 말이지.'


“꽤나 자신이 있어보이네요?”

“없었다면 애초에 시작도 안했을겁니다.”

"일단 들어나보죠. 만약 민규 킴이 그 고점을 맞춘다면 제가 뭘 들어드리면 되는지."


마스크는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럴만도 하지.


"앞으로 코인을 개발할 겁니다. 그 코인을 티슬라의 결제 수단으로 포함시켜주시죠. 그게 제가 원하는 조건입니다."


갑작스런 코인 이야기에 일론 마스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코인이요?“

“어디까지나 제가 내기에서 이겼다는 전제입니다. 어렵겠습니까?”


반신반의한 그의 표정.

하지만 그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그 부분은 내부 이사진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코인의 탑재여부는 내용을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저희의 티슬라는 결코 장난이 아니니까요."

"걱정 마세요. 마스크가 만족할만할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겁니다."

"제가 만족할만할 결과물이라는 게 뭐죠?"

”마스크의 티셔츠에 정답이 있는 것 같은데요.“


그의 오른쪽 가슴에 박힌 시바견의 사진.

마스크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거리고 있었다.


귀여운 게 최고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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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마스크 코인(1) +10 24.09.20 8,636 184 11쪽
36 36화. 어벤저스 결성 +14 24.09.19 9,608 192 12쪽
35 35화. 도박의 눈(3) +12 24.09.18 10,373 206 12쪽
34 34화. 도박의 눈(2) +19 24.09.17 10,851 215 12쪽
33 33화. 도박의 눈(1) +13 24.09.16 11,453 216 12쪽
32 32화. 힐링 여행(2) +16 24.09.15 11,825 236 12쪽
31 31화. 힐링 여행(1) +13 24.09.14 12,396 231 12쪽
30 30화. 일론 마스크(3) +9 24.09.13 12,418 240 12쪽
29 29화. 일론 마스크(2) +13 24.09.12 12,928 227 12쪽
28 28화. 일론 마스크(1) +18 24.09.11 13,876 259 11쪽
27 27화. 재벌의 품격 +18 24.09.10 14,847 262 12쪽
26 26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2) +19 24.09.09 15,227 271 12쪽
25 25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1) +16 24.09.08 15,848 266 12쪽
24 24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15 24.09.07 16,058 263 12쪽
23 23화. Only Invest +13 24.09.06 16,556 286 12쪽
22 22화. 최고의 인복(2) +9 24.09.05 17,174 275 12쪽
21 21화. 최고의 인복(1) +15 24.09.04 17,227 287 12쪽
20 20화. 생명의 은인 (2) +10 24.09.03 17,634 294 12쪽
19 19화. 생명의 은인(1) +14 24.09.02 18,123 280 12쪽
18 18화. 최고의 복수 +15 24.09.01 18,380 296 12쪽
17 17화. 너, 내 동료가 돼라. +11 24.08.31 17,671 278 12쪽
16 16화. 밧데리 아저씨(3) +9 24.08.31 17,875 30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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