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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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예준
작품등록일 :
2024.08.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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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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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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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빙의

DUMMY

당신은 10년의 인생이 길다고 생각하나?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20년은?


‘많은 추억들을 쌓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너의 인생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다면 28년의 인생을 살아온 나는 이렇게 답을 할 것이다.


‘마치 모든 게 꿈같았지. 눈 한 번 끔뻑이니 28살이나 먹은. 곧 3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있었지.’


이것이 28년의 인생을 살아온 이가 이세계에 빙의되어 눈을 뜬 첫 후기였다.


***


남자가 눈을 떴을 때는. 낯선 집의 공기와 낡은 목재의 천장이 반겼다.


그가 사고가 돌기까지에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왜 여기 있지?’


그의 마지막 기억으로는. 잘 마시지도 않았던 술 한 병을 사와 집에서 마신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남자는 화끈 거리는 정신 머리에 이마를 짚으려 했지만.


어라?


다름 아닌 자신의 오른쪽 팔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매끈한 표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게 뭐⋅⋅⋅ 야!’


소년은 화들짝 놀라 소리를 쳤다.

무언가 이상했다. 소년의 원래 나이는 28세였는데 지금 짧은 다리와, 이 말랑한 목소리.

현실에 찌들었던 목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소년은 혹여 여기가 지옥인가라는 생각에 억울하면서도, 왼손으로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젖살이 붙어 있는 볼은 그렇게 아프진 않았다만, 고통은 확실히 전해졌다.


소년은 두 다리에 힘을 주어 몸을 벌떡 일으켰다. 미친 거야, 미친 거야를 연신 중얼거리며, 무엇부터 해야 될까 하다가 침대 바로 옆 서랍이 눈에 들어왔다.


스륵.


서랍 안에는 평범한 가족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굳이 평범하지 않은 것을 뽑는다면, 중간에 있는 아이의 그림에는 오른쪽 팔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소년은 지금 벅차오르는 감정이 자신의 감정이 아니란 것을 알아챘다.


‘몸이 그림에 반응하고 있어⋅⋅⋅.’



그는 서랍장에 그림을 다시 넣어 놓고, 화장실 거울을 봤다. 검은색의 눈동자의 총랑한 눈빛과 백발의 머리.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앳된 모습이 11살에서 12살로 추정되어 보이는 소년이 거울 앞에 서있었다.


모습이 변한 것에 믿기지 않아, 거울에 얼굴을 밀착 시켰다. 하얀 머릿결이 빛에 비춰 실타래처럼 살랑거렸다


소년은 지금 거울 속 비추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차라리 태어날 거면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던가 아니면 몸뚱아리 라도 좀 제대로 붙어 있던가.’


소년은 왼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바닥에 앉았다.


전 삶에 부모도 없고, 친구들과도 연락을 거의 하지 않았던 이에게는 딱히 미련이란 없었다.

그저 새로운 출발이 낯설고, 무서웠다.


그래도 하루를 살아가기에 있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몸도 제대로 서성치 않은 마당에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소년은 머리를 짚고 있던 손을 툭 떨구었다.


그에 눈에 들어 온 것은 왼손에 굳은 살이 여기 저기 새겨 있었다.

이 몸의 전 주인도 이런 몸으로도 불구하고, 고된 삶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하.’


그래. 다시 시작된 삶. 무엇이라도 해보자고. 소년은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점점 다가왔다.


곧 말발굽의 소리가 멈추고, 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여기 맞나?”

“네. 맞습니다.”


밖에서는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의 머릿속으로는 이게 뭔 상황이지? 이해를 못 했지만, 소년의 몸은 무언가 알고 있는 것처럼 불안에 떨었다.


‘뭐. 뭐야.’


쿵! 쿵!


“제국의 부름으로써 루멘 씨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응? 소년은 자신의 집을 두드리는 것을 보고 문을 열었다.


“누구시죠?”

“저희는 로레비안 왕국의 기사단. 입⋅⋅⋅⋅.”

“야 이 새끼야. 뭘 하나하나 설명을 하고 있냐.”


옆에 지위가 더 높아 보이는 사람이 기사의 설명을 끊었다.


“아, 네 그런데 왜요?”


소년은 아무것도 모르기에 정말 순수하게 물어보았다.


곧 지위가 더욱 높아 보이는 남자의 표정에는 당황함이 역력해 보였다. 옆의 기사가 무언가 말을 하려 입술이 반쯤 벌어졌지만, 지위가 높아 보이는 기사가 다짜고짜 소년의 멱살을 잡았다.


“어⋅⋅⋅ 저한테 왜 이러시는⋅⋅⋅⋅⋅.”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멱살을 잡고 있는 사내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그득했다.

그렇지만 소년은 정말 모른다.


“네⋅⋅⋅ 정말 모르겠는데.”

“그렇다면 알게 해주지.”


퍽. 퍽. 소년은 사내의 주먹에 복부를 얻어맞았다.


“크윽. 저, 저한테 왜 이러시는⋅⋅⋅⋅.”


옆의 기사가 종이를 훑어보고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루멘 씨 당신은 국가의 부름을 무시하고, 잠적해 저희가 이렇게 데리러 왔습니다.”


루멘? 자신을 그렇게 부르는 것을 보아하니. 이 몸뚱아리에 이름은 루멘으로 되어 보였다.

루멘은 복부를 맞아. 아직 고통이 가시지 않았지만, 궁금점은 해소되지 않아 계속해서 물었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 거죠?”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인가?”


루멘은 계속해서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역으로 물어 오는 것에 진절머리가 났다.


“몰라서 묻죠. 그냥 좀 알려주시죠?”


지위 높은 기사는 혀를 내둘렀다.


평민 주제 자신에게 대하는 것은 넘어간다 쳐도, 지금 국가의 상황을 모르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장 내일이 전쟁이 일어 나는데 정말 몰랐다고?”

“네? 내일 전⋅⋅⋅쟁이?”


루멘은 몸이 계속 겁에 질려있었는지를 이제서야 이해했다.

아마 국가 간에 전쟁이 터져 농민이고, 뭐고 다 부른 것 같은데, 이 몸의 전 주인 놈이 집에서 잠적한 것 같았다.


“그, 그런데 제가 오른쪽 팔이 없는⋅⋅⋅⋅.”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위 높은 기사는 얼굴을 점점 루멘 쪽으로 넣더니 귓가에 속삭였다.


“너희 같은 놈들은 질 낮은 고기 방패면 충분하지.”


그의 말에 당혹감과 분노가 요동쳤다.

아무리 전쟁을 하는지라도 한쪽 팔이 없는 사람도 싹 다 전쟁에 참여 시키려는 국가의 행보였다.


루멘은 생각했다. 도망을 가야 될까. 아니면⋅⋅⋅.


“안돼!!”


그때. 여자의 절규 소리가 들려왔다.

루멘은 문득 들려 온 소리에 고개를 돌려봤다.

기사들한테 저지당하고 있는 적색 머리의 여자가 있었다.


“루멘은 싸우지 못해요! 그러니⋅⋅⋅⋅.”


아마 저 적색 머리의 여자는 이 몸의 전 주인의 친구? 아니면 연인 정도의 사이 인 것을 직감했다.

그렇다 해도 루멘의 몸은 더 이상 루멘이 아니었다.


그래서 모상현, 루멘은 같이 절규하지 않았다.


“얘들아 싸자.”

“예!”


곧 뒤에 있던 병력들 몇 명이 큰 포대를 들고 걸어왔다.

루멘은 직감했다. 잡혀가면 죽는다.


그치만 도망 갈 곳이 석연치 않았다.

등 뒤에 집에 들어간다 해도 잡히고, 왼쪽 오른쪽은 울타리를 넘어서 농장 밭이 쭉 뻗어 있었다. 숨을 곳이란 저 멀리 보이는 숲이었는데 저기까지 뛰어 도망가기에는 루멘은 짐작할 수 있었다.


훈련이 되어 있는 병사들에게서 이런 몸으로는 금방 잡힐 것을.


“안 돼! 루멘.”


루멘은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것에 망연자실해 받아들이기로 했다.


“루멘⋅⋅⋅⋅ 꼭 살아서 돌아와⋅⋅⋅⋅.”


루멘, 모상현은 저 적색 머리의 여자아이와 무슨 사이 인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전 삶에도 꼭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있었다. 루멘. 그래도 이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는 것 같아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곤 루멘은 그래도 반응을 해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해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아⋅⋅⋅⋅⋅ 루멘”


쓰윽 一


곧 루멘의 정경이 휩싸였다.


***


루멘은 자신이 전쟁터로 끌려가는 것쯤은 알았다. 그런데 지금 불편한 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포대 안에 묶여 있었다.


드르르륵.


마차 바퀴가 굴러 가는 소리도 신경 쓰였지만, 마차가 돌에 걸려 덜컹거릴 때마다, 루멘은 머리를 박아 계속해서 고통을 호소했다.


‘아 살살 좀 가지.’


모상현은 당 이 이상한 세계에 몸에 빙의해 살아가는 것도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데, 상황을 둘러볼 시간도 안 주고, 끌려가는 것에 어이가 없어 생각을 멈췄다.

아무리 지금 생각을 한들 이 좁은 포대자루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루멘의 몸이 담겨있는 포대 자루가 들렸다.


“아, 씨 꼭 이런 힘든 일은 나만 시키더라.”


루멘의 몸이 담기 포대 자루를 들고 가던 병사는 계속해서 짜증을 호소했다.


쿵! 병사가 문을 발로 차고, 중앙에 꿈틀 거리는 포대 자루를 놓았다.


“후 존X 힘드네.”


포대 자루를 놓아 놓고, 나가려는 병사의 앞길을 막아선 사내가 말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기다리기만 합니까?”


병사의 눈꼬리가 휘어지며, 비꼬는 어조로 말했다.


“저희도 뭐 놀기만 합니까? 아, 씨 할 것도 많은데 지랄이야.”


사내는 병사보다 몸집이 더 컸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들도 반강제로 끌려온 마당이었다.


가족과, 국가를 지켜라는 헌신한 말들.


날라온 통지서에는 오지 않을 시 가족 전체를 몰락 시키겠다는 말이 있어. 남자라면 나이 가리지 않고, 모두가 이 밀집한 방에 도착해 있었다.


사내의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이것은 불문한 신분제 차이였다. 검 한 번 들어 본 적 없는 농민들과 평민들은 이 방에 모두 집어넣었다.


“뭐, 더 할 말이라도?”


사내는 저 기사의 말투와 표정에 아니 꼬았지만, 신분 앞에서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는 그는 혀를 차며 문 앞을 비켜줬다.


병사는 입꼬리를 올려 보이며, 일부러 사내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저게 씨!”

“진정하세요. 그러다가 죽습니다.”


사내는 탄식을 내뱉으며 포대를 바라 보았다.

포대에는 누군가 있는지 아까부터 계속 꼬물거렸다.


“저, 포대나 좀 풀어 보시죠.”


그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포대를 풀어 헤쳤다.


“하아一.”


루멘은 갑갑한 곳에 나와 곧바로 숨을 내뱉었다.

그러고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아무도 루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은 루멘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반기고 있었고, 몹시 멸시에 탄 눈빛도 있었다.


사람들의 동요치는, 감정의 분노는 루멘에게 향해 있던 것이 아니었다. 팔 한쪽이 없는 장애인조차도, 남자라면 다 데려온 국가에 향한 불만이었다.


다들 발만 주춤 거릴 때 가장 먼저 루멘에게 말은 건 것은 아까 기사 앞을 막았던 사내였다.


“안녕. 꼬마야 난 헤르빈이라고 하네.”

“아, 네 저는 모, 아니, 루멘입니다.”


아직 떨떠름한 감정이 가시지 않은 루멘은 전생의 이름을 잠시나마 생각했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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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행군 (2) 24.08.21 8 0 11쪽
3 행군 24.08.20 17 0 14쪽
2 루멘 24.08.19 12 0 16쪽
» 프롤로그 빙의 24.08.19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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