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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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예준
작품등록일 :
2024.08.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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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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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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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멘

DUMMY

‘이제 나는 모상현이 아니다. 난, 루멘. 루멘. 루멘.’



루멘은 자신에게 루멘이라는 최면을 걸었다.



곧 큼직한 손이 다가왔고, 그 출처는 헤르빈이 건넨 손이었다. 루멘은 헤르빈의 손을 잡아채며, 일어섰다.



“혹시 여기가 어디죠?”



전생에도 눈치가 빨랐던 모상현, 루멘은 여기가 어딘지 대충 짐작했다. 그렇지만 확실한 답을 얻기 위해 헤르빈에게 물었다.



“여긴⋅⋅⋅⋅⋅ 신분이 낮은 너와, 나 그리고 저 모두들. 대충 노예 평민들의 집합소라고 생각해.”


“아, 네.”



루멘은 역시나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더 물어볼 게 있는⋅⋅⋅⋅.”


“어차피 여기 사람들은 다 죽을 목숨. 정을 주지 말자고.”



구석진 자리라 그림자가 드리워져, 얼굴이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벌써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한마디 한마디의 서늘한 한한숨을 더했다.



“쯪.”



듣고 있던 헤르빈이 혀를 찼다.



“아까부터 저런 병신 새끼가 다 있어. 죽을 거면 혼자 죽으세.”



구석에 앉아 있던 사내는 조용히 말을 삼켰다.



“그래서 물어볼 것이 있다고?”


“네. 혹시 이 전쟁은 왜 일어난 건가요?”

“나도 제대로 된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뭐 뻔하지. 이 제국의 욕심 그득한 인간이라면.”



착장에 기대어있던 남자가 말했다.



“아, 내 이름은 로븐이라고 하네.”


“아⋅⋅⋅ 네. 저는 루멘입니다.”



둘은 가볍게 악수를 한 뒤, 로븐이 말을 보탰다.



“뭐, 전쟁이 난 이유라면 너도 들어 봤을 것이. 세레스티아 왕국에서 이번에 용사 파티가 왕국을 나서 마왕을 토벌하러 나갔지.”


“.......”


“그새를 못 참고, 이 로레비안 왕국의 배부른 돼지 새끼가 다짜고짜 전쟁을 벌였고.


“로븐, 크흠..”


“뭐, 내가 못할 말이라도 했소? 나도 이런 말 안 하려 했지만, 어차피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어.”



헤르빈은 로이의 말에 낙담한 듯.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었다.



“그래. 맞는 말이지.”



루멘은 저들의 말을 정리했다.


뭐, 딱히 정리라고 할 것도 없었다.


세레스티아 라는 왕국이 지금 루멘이 있는 로레비안 왕국보다, 더 강했고, 그 강함의 중심이 용사 파티였던 것 같은데. 그들이 지금 자리를 비운 사이. 로레비안 왕국이 이때가 기회다 싶어 공격을 하려 많은 병력들을 모집한 것.



루멘은 이 제국의, 황제의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투성이었지만, 갇혀 있는 신세에 그가 할 수 있던 것은 진실인지 모를 여러 가지의 이야기들을 조합해 추측하는 것뿐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날 때쯤. 문이 열렸다.



쿵! 문을 연 기사가 자기 몸통만 한 냄비를 앞에다 놓았다.



“자 너네 밥이다. 국왕님께서 너희 같은 하찮은 것에게도 따뜻한 마음으로 내려 주신 것이니. 감사히들 쳐 먹어라.”



헤르빈은 곧장 냄비를 뚜껑을 열자, 풍겨오는 쓰레기 냄새에 코를 막으며, 뚜껑을 다시 덮었다.



“이걸 쳐 먹으라고 준 거냐?”



안에는 개밥 같은 비주얼에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진동했다.


기사는 헤르빈의 일그러진 표정에 혀를 찼다.



“배은망덕한 놈. 감사히 쳐 먹어도 모자를 것이. 쯪. 그것도 너희들에게 과분한 것이니, 마지막 만찬이라 생각하며, 감사히 쳐 먹어라.”


“저게, 씨.”



헤르빈이 주먹을 지자 문 뒤에 서있던 기사 두 명이 창이 헤르빈에게 향해 있었다.



“쯪. 하찮은 것들.”



루멘은 음식도 음식이지만, 아까 기사의 말에 지금 여기 있는 우리들은 이미 시한부의 가축 같은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꼬르륵.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루멘의 배에서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소리가 꽤나 컸는지 옆에 있던, 헤르빈이 말했다.



“배고픈 것 같은데 이거라도 먹을⋅⋅⋅.”



헤르빈은 말을 끝매치지 못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인간이 먹으라고 가져다준 음식이 아니었다.



“씨발. 이걸 어떻게 쳐 먹으라는 건지.”


“저희 농앗간에서 키우는 개한테도 이런 음식은 안 줄 겁니다”



옆에 있던 로븐도 동조했다.


그렇지만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다. 이것이라도 먹지 않는다면, 배고픔에 시달릴 것을.



구석에 앉아 있던 기사가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큰 냄비에 다가섰다.


그러고는 국자로 크게 퍼 자신의 그릇에 담았다.



다들 그 모습에 놀란 모습이 기색했다.


그릇에 퍼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중 앉아 있던 사내가 말했다.



“어?! 혹시 기사단장. 조빈?”



이름을 들은 남자는 뒤를 돌아서며 시비조로 말했다.



“그래. 그래서 뭐?”


“예? 아니⋅⋅⋅⋅ 왜⋅⋅⋅⋅ 여기에?”



조빈은 대답 대신에 망토의 후드를 벗었다.



다들 그의 모습에 충격받은 표정들을 들어냈디.


왼쪽 눈동자는 시각을 완전히 잃었는지 흰 자만 있었고, 오른쪽 눈도 초점이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그리고 눈 옆에 주름이 더욱 공포를 조성하기에도 충분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죄송하고, 할게 뭐가 있나. 어차피 우린 다 죽은 목숨이다.”



다들 이미 여기 들어선 후부터 죽을 것이란 건 알고 있었다만, 조빈의 말에 더욱 죽음이 코앞까지 찾아온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조빈은 안다. 이 싸움에는 무조건 패배 할 것이라는 것을. 


세레스티아와, 로레비안 왕국은 몇십 년 전에도 잦은 다툼이 일 거웠다고 전해졌다. 로레비안 왕국에 황제가 바뀌고부터 조금이나마 이어지던 교류도 끊어졌다. 



교류가 끊어지기 10년 전 조빈은 특출난 재능을 가진 기사였다. 세레스티아 왕국과 대련을 하기 전까지는.



소드마스터. 검사의 검이 극에 도달 했을 때 일궈지는 경지다. 로레비안 왕국에는 왕국 기사단장. 3명만이 소드마스터를 달성했다. 



조빈은 소드마스터가 무엇인지 잘 몰랐었다. 그들을 보기 전까지는. 저 검술이 소드마스터구나 라는 것을 세레스티아 기사단들의 대련으로 알 수 있었다. 저것이 소드마스터라는 것을. 


마치 검과 하나가 된 듯. 검을 휘두를 때나 끊김 없이 자연스럽게 물결같이 흘렀다.



세레스티아 왕국에 소드 마스터, 대 마법사만 합쳐도 30명이 넘는다고 들었다.


그치만 이 로레비안 왕국은 어떤가? 이제 소드 마스터는 2명 대 마법사도 3명에 불과했다.



애초에 진 싸움이다. 아니, 싸움을 일으키면 안 되는 상황이다. 10년 전만 해도, 마왕의 공격에 모든 국가들이 힘을 모아, 간신히 막아. 지금 휴전 아닌, 휴전 상태인데, 전쟁을 벌인다고?



“그 조빈 기사단장님 눈은 어쩌시다가.”



조빈은 욱신 거리는 눈자위에 손을 갖다 댔다.



“죄, 죄송합니다. 감히 제가 불신한 말씀을.”



조빈은 자신에게 계속 사과하는 저 사내에 불편한 마음이 들어 말해주었다.



“드래곤과 싸웠다네. 자네도 들어 봤듯이 용을 처치한 자. 그게 나였지⋅⋅⋅ 그런데 그 싸움으로 한쪽 눈을 잃었고, 남은 한쪽 눈마저도 거의 희미하지. 그래서 은퇴했다.



조빈은 말을 하다, 짧은 탄식과 함께 말을 이었다.



“지휘는 아니더라도 보상은 내려 줄 줄 알았지⋅⋅⋅ 명예는 바라지도 않았다네. 그런데 왕국에 신실하지 않은 자는 필요 없다고 하였지.”



듣고 있던 사람들은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왕국을 위해 싸운 기사가 몸을 다쳤다고 이렇게나 버려지다니.



듣고 있던 루멘의 표정은 동경을 담고 있었다.



“기사님은 왜 그렇게⋅⋅⋅⋅까지 이 왕국을 지키셨나요⋅⋅⋅⋅?”



루멘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왜 이런 쓰레기 왕국을 지켜 왔는가.



조빈은 지혜로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족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단다.”



비오스는 조빈의 어려 나오는 말에 느낄 수 있었다. 가족에 대한 애정을.


루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조용히 침음을 삼킬 뿐.



조빈은 고개가 숙여져 있는 루멘의 머리를 만지며, 아들에 대하 듯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는 없겠구나. 전쟁에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니. 밥이라도 든든히 먹어 두어라.”



가만히 듣고 있던 사람들은 전 기사단장이었던 조빈의 말에 국자로 개죽 같은 것을. 국자로 크게 퍼 자신의 그릇에 담았다.



다들 한 입 먹을 때마다. 표정이 썩어 문드러졌지만, 다들 계속해서 입에 쑤셔 넣었다.



***





햇빛 하나 들지 않는 지하실은 아침인지 밤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지만, 다들 잠이 올 시점에 잠을 자고, 매일 아침 밭을 갈러 가는 농사꾼들은 어느 시각이 되자 하나 둘 눈이 떠졌다. 그들의 뒤척이는 움직임에 다들 아침이라 생각하며, 일어났다.



루멘은 불편한 잠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구석에 앉아 있는 조빈은 루멘에 향하여 앉아 있었는데, 자고 있는 건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어쩌면 저게 기사단장이란 자리까지 올라갔던 위엄인가.



쿵!



어제 개 죽 같은 밥을 주고 갔던 병사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아직 자고 있던 사람들도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이 하찮은 것들이 먹고 재워주니 빠져 가지고는 어서 안 일어나?”



사람들은 서로들 쳐다보며,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섰다.



“1시간 후에 위에 광장에서 소집하니, 갑옷, 무기를 챙겨 기다려라.”



이른 새벽부터 뭔 날벼락 인가.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모였다.



조빈이 사람들 앞을 지나, 병사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검을 꺼내거나, 살의도 품지 않았다.


그렇지만 병사는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위압갑이 전해졌다.



조빈이 병사까지 거리가 6발자국 남았을 정도, 문 뒤에 서있던 병사 두 명의 창이 조빈의 앞을 막아섰다.



“왜, 뭐, 때문이지?”



병사는 강압적으로 말하려 했지만, 말을 더듬어 버렸다.


조빈은 갑옷과, 무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런 것을 입고, 들고 싸워라고?”



정말 눈이 안 보이는 것이 맞나?


병사는 조빈의 초점 없는 눈이 속임수같이도 느껴질 정도의 시선처리에 놀랐다.



“그, 그건, 크흠. 너희도 알듯이 우리는 물자가 그렇게 많지도 않다. 그리고 너희는 전쟁을 할 필요도 없지. 그저⋅⋅⋅⋅.”



제일 앞에 서 시체 방패가 되는 것이 너희의 명예로운 전사이다.라고 말하려 했지만 이 남자 앞에서는 그런 말을 했다가는 옆에 병사 둘이 창을 겨누고 있지마는, 목이 잘려 나갈 것만 같았다.



“너희는 그, 그래. 머릿수만 채우면 되는 것이다.”



병사는 하필 여기에 조빈이 있다는 것에 혀를 찼다.


병사는 자신보다 키가 큰 조빈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아무런 말도 없이 서있는 게 더욱 위화감이 닥쳐왔다.



“그, 그럼 나가 보겠다. 어서들 준비하고⋅⋅⋅⋅.”



스으一



조빈은 자신의 검을 빼내들었다.


그의 검은 일반적인 검과는 다르게 손잡이로부터 꼬부랗게 날이 올라갔다.



병사도 그와 검을 알고 있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조빈.


그렇지만 두 눈을 거의 잃고, 은퇴했지만 평민으로 몰락해 버린.



“거, 검은 왜 빼내 든 것인가.”



옆에 있던 병사들도 창을 고쳐 잡으며, 자세를 잡았다.



샤악一



조빈의 검은 병사의 삐져나온 콧수염을 정확한 거리감 각과 함께 배어냈다.


그러고는 검을 다시 검집에 넣었다.



“털이 삐져나와서.”



털이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지고, 병사도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앉았다.



“그, 그런가. 내, 몸 좀 일으켜 주어라.”



계속해서 공손해져 가는 병사는 옆에 병사들의 부축과 함께 문을 나섰다.


그걸 지켜보던 사람들도 입만 쩍 벌리며 쳐다 봤다.



‘와.’



루멘도 탄성을 내뱉었다.



짝짝짝.



덩치와 같이 손이 큰 헤르빈의 박수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자, 자 다들 준비들 합시다.”



얼떨떨해 있던 사람들도 갑옷과, 무기를 하나들씩 빼 들었다.


루멘도 눈치를 보다가, 다가가 통에 담겨 있는 검을 하나 빼들었다.



‘어?’



들고 있던 검이 누군가의 힘으로 인해 위로 계속해서 당겨졌다.


루멘은 고개를 위로 들어 올리니, 조빈이 검날을 잡고, 루멘의 손에서 때 냈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루멘의 몸보다는 사이즈가 큰 갑옷을 들고 와 루멘의 몸에 입혔다.



루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전생에도 받아보지도 못한 아버지란 손길이 이런 것인가. 생각하며 그저 조빈이 입혀주는 것에 가만히 받아들였다.


관리가 안 된 갑옷이라 그런지 냄새나 녹슨 곳이 많았다.



갑옷을 다 입혀준 조빈은 또다시 진열되어 있는 무기 쪽으로 가더니 둥근 방패를 하나 챙겨왔다.



“자, 검대신 이것을 들거라.”


“아, 네.”



뒤에서  갑옷을 다 입은 헤르빈과 로븐도 고개를 끄덕였다.


팔 하나밖에 없는 놈이 몸도 아직 다 크지 않은 아이가 검을 들고, 전쟁에 나서면 개죽음뿐이었다.



헤르빈은 아직 다 크지 않은 아이가 갑옷을 입고 있는 현실에 머리를 내둘렀다.


어차피 다 죽는다. 그것은 변함없다. 얼마나 더 발악을 하느냐뿐.



쿵!



병사는 문을 발로 차며 들어서자마자 조빈과 눈이 마주쳤다.



“다, 다들 준비는 되었겠지? 올라 가⋅⋅⋅⋅자.”



사람들은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병사의 모습을 보았다가, 다들 조빈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가자꾸나."



조빈의 낮은 음정에 루멘은 느꼈다. 올 것이 왔다는 것을.



두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만한 계단을 올라갔다. 


한 계단 오를수록 심장이 빨리 뛰고, 억울함도 같이 한 계단을 오를 때마다 더욱 치솟았다.



계단을 오르고 있던 루멘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바로 뒤를 따라가던 헤르빈과 로븐은 갑작스럽게 멈춰 선 루멘에 헤르빈은 반응해 멈췄지만, 로븐은 헤르빈의 어깨에 부딪혔다.



“아, 뭐야.”


“루멘⋅⋅⋅⋅.”



헤르빈은 저 아이가 멈춰 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당연히 자신도 지금 그런 감정이다.



무섭다. 두렵다. 자신도 계단을 오를 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무서웠다.



그도 그런데. 어찌 저 어린아이가.



루멘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죽는 건가⋅⋅⋅?.’



척.



앞장서 계단을 오르던 조빈이 비오스의 머리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그러자 루멘도 고개를 올려 조빈과 눈을 마주쳤다.


루멘은 이상했다. 죽음의 끝으로 가는데 조빈은 어찌 저렇게 지혜로운 미소로 웃을 수 있는지.



루멘의 표정에는 억울함은 자신이 아닌, 이들의 억울함을 담고 있었다.



“왜. 제가 아니, 저희가 죽어야 될까요? 왜⋅⋅⋅?.”



조빈은 곧장 대답 대신 머리를 그대로 쓰다듬었다.



“사실. 정해진 ‘운명’은 없어. 다들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만 같지만, 두렵단다. 그러니 죽기 살기로 발악해 운명에서 벗어나는 거지. 그리고 옆에 내가 있으니 그 무엇도 두려워 말거라.”


“그래! 뒤에는 이렇게 든든한 우리가 있는데 뭘.”



헤르빈도 로빈의 말에 동조했고, 로븐은 늘씬 고개만 끄덕였다.



“앞에 안 가요?!”



계단 뒤에서있던 사람들의 짜증이 들려왔다.



"가자꾸나. 그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너 하나는 지켜 줄 테니.”


“네.”



조빈은 이런 말만을 해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담했다. 권력도, 예전만큼의 힘도. 없는 그는 지켜주겠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루멘은 조빈의 등을 보며 따라 계단을 계속해  올라갔다.



어째 선가. 조빈의 행동과, 말에 의해 루멘은 어린아이가 되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돈이 어릴 때부터 어른으로 이끌었던 것은 아닐까.



계단을 따라 끝까지 올라갔을 때는 곧바로 바깥 환경이 펼쳐졌다.


루멘이 있던 지하는 밖에서부터 연결되어 있는 지하였다.



사람들은 너도 너도 할 것 없이 기지개를 폈다.


지켜보고 있던 루멘도 덩달아 기지개를 펼치니, 뭔가 해방감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곧 병사들이 루멘, 조빈, 헤르빈, 로븐. 평민들의 주위를 둘러 쌌다.



“국왕폐하의 연설을 듣고 갈테니⋅⋅⋅⋅.”



병사와 조빈의 눈이 마주쳤다.



“조심히 따라오도록."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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