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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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예준
작품등록일 :
2024.08.16 16:35
최근연재일 :
2024.08.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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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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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군 (2)

DUMMY

탁. 탁. 튀어 오르는 불씨는 앉아 있는 이들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땅에 꺼져 점점 숨이 죽어간다.



모든 것에는 의미를 부여하면, 의미가 생기는 법. 고된 하루를 보낸 이들 중에는 불멍에 취해 자신의 감정을 불에 빗대었다.



황태자와 불의가 생긴 뒤, 몇 시간을 걸어 한적해 보이는 땅이 오늘 그들의 숙면을 취할 곳이었다.



“다들 밥 좀 드셔.”



로베리안 평민들과 루멘은 영양가는 없지만,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그 못다 한 음식이라 할지라도 입에 꾸역꾸역 넣어 배를 채웠다.



“아이 씨발. 하루 종일 쳐 걸었는데 고작 밥은 이거야?”



헤르빈은 욕을 남발하며, 기사들이 머물고 있는 곳을 보았다.


그들의 음식에 비해서는, 준비된 식사가 차려져 있었고, 애석하게도 바람을 타고, 온 달짝 지근한 냄새는 평민들의 코를 적셨다.



“아, 앗! 그러게요.”



루멘도 말에 동의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아무래도 이런 장시간의 행군이 익숙지 않았던 몸이라, 발에 물집이 잡혀 신발에서 발을 빼는 것만으로도 힘겨웠다.



“그래도, 많이 먹어 두어라.”


“네.”



루멘은 아픔은 아픔일지라도, 오늘 장 시간의 행군을 두 발로 느꼈기에, 먹을 수 있을 때. 무엇이라도 배때기 안에 넣어야 되는 것이었다.



헤르빈은 루멘의 얼굴을 쳐다보고 주위를 쓱 둘러봤다.



아까부터 기사들이 교대로 평민들의 주위를 보호 아니, 감시가 어쩌면 그들에게 더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몸의 찌꺼기를 배출하는 것조차도, 병사 2명이 같이 동행을 해야만 하였다.



“신발 좀 줘 보거라.”


“아, 네.”



조빈은 루멘의 신발을 요구에 바로 응하며, 신발을 건네줬다. 악의란 전혀 없어 보이는, 조빈이기에 쉽게 신발을 건네준 것이었다.



조빈은 루멘의 발 사이즈 보다 큰 신발 밑에 자신의 옷에서 뜯은 천을 깔아 다시 돌려줬다.


저 낡고, 큰 신발에 지금의 최선의 조치였다.



“감사합니다.”


“그래.”



루멘은 조빈의 담담한 어조에 왠지 마음이 더욱 뭉클해졌다.



“다 먹었으면 잠을 청하거라. 내일도 많은 시간을 걸어야 될 테니.”


“네.”



루멘은 침낭을 두르고 바닥에 누웠다.


병사들은 임시 거처를 쓰는 모양이지만, 평민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달도, 별도 없는 고요한 밤 하늘이었다.


루멘, 모상현은 전생에도 불편한 곳에 많이 졸아본지라 별 불편함 없이 잠을 청했다.


 


땡땡땡!



“허!”



루멘은 고막이 찢어질 듯한 소리에 곧바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무언가 이상했다. 눈을 감았다, 뜨니 곧 바로 수평선 너머 반 쯤 고개를 내민 해가 반겼다.



“와⋅⋅⋅⋅.”



비오스는 여명을 보며, 어린아이에게서 나오지 못할 깊은 한숨이 흘렀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난 것에 놀란 것도 있지만, 여명명이 마치 한 편의 그림같이 그림자를 머금고 빛을 내는 해는 아주 조화로웠다.



“일어났느냐?”



옆에는 이미 일어나있는 조빈이 떡하니 서있었다. 주변은 새벽부터 소란스러웠는데,


병사들은 잠시 잠을 청한 초소를 철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루멘은 아직 잠에 깨어나지 못해 비몽사몽한 상태로, 노을을 보며 내뱉었다.


조빈도 한창 뜨고 있는, 여명을 보며, 홀린 듯 쳐다보다가 루멘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노을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래, 시간 참 빠르구나.”



루멘은 방금 자신이 이상한 말을 했구나, 생각했는데 조빈은 공감해 주었다.



“어이, 전 기사단 형씨 밥 먹자고.”



헤르빈이 자신의 팔뚝보다 작은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몸집도 크고, 근육도 잘 갖추고 있었지만. 열심히 훈련하여 생긴 근육이 아닌,  즉 생활. 농사를 짓던 근육이었다.



“어디갔다 오는 길이세요?”

“장작이 필요해서, 로븐이랑 같이 장작 좀 패왔지.”



헤르빈과 로븐은 어느새 관계가 친구처럼 친밀해 있었다.


장작을 패 왔다는 말에, 루멘은 어젯밤 불을 지폈던 곳을 쳐다봤다. 불을 타오르는 곳 위에 큰 냄비에서부터 식재료들이 마구 섞인 해석하지 못할 냄새가 풍겨왔다.



루멘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모닥불에 다가가 앉아 밥을 먹었다.



“후. 그래도 오늘 밥은 먹은 것 중에 맛있었네요."


“그런가.”



다시 행군을 이어가던 중 조빈은 오늘의 아침에 대해서 생각했다.


비록 어제나 전처럼 생김새는 개밥이 아니었다만, 맛은 그렇게 크게 변화가 없었다.



“발은 안 아프냐?”


“조금 아프긴 한데⋅⋅⋅ 어제보다는 훨씬 낫네요.”



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행군을 계속 이어가며, 포장이 제대로 되지 않은 길을 지나고, 동북동을 진입하고 있었다.



“이 언덕만 넘으면 다리가 나올거란다.”


“하, 하, 네.”



루멘은 계속된 높고 가파른 길에, 대답할 힘조차 없었다.


그리고 루멘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보았다. 좀 멀리 떨어져 있는 마차가 아직 행군에 같이 있었다.



‘나도 마차에 타고 가고 싶네.’



탁!



“으악!”



헤르빈이 잠시 머물러 있는 루멘의 등짝을 툭 쳤다.


일반 손에 맞은 것 같지 않았다. 굳은살과, 남들과는 다른 큰 손에 널찍한 벽돌에 치이는 느낌이었다.



“허어. 이 다리만 넘으면 편할테니까, 하아, 좀만 더 힘내자.”


“네⋅⋅⋅⋅.”



병사들의 말발굽 소리와, 평민들의 발소리 그리고 병사들 중간에 가고 있는 마차 바퀴가 끌리는 소리.



곧 이들은 마지막 고비, 언덕을 넘어 수평선 넘어 다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허어. 다, 다 왔다.”



루멘도 지칠 대로 지쳤지만, 헤르빈의 거친 숨소리가, 루멘의 가쁜 숨소리를 묻혀 갔다.



그리고 그들은 다리 앞에 도착했을 때 다리만을 쳐다보며, 건너지 못했다.


왜냐면 돌다리가 중간에 부서졌는데, 그 아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 공포를 서리고 있었다.



크리안은 마차가 멈추고, 병사들이 깊은 탄식을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느린 행군 탓에 짜증이 나있던 황태자는 창문을 열어 기사단장에게 짜증을 쏟아냈다.



“안 가? 이러다, 아주 날밤 세겠다? 전쟁에 늦거나 차질 생기면, 네가 책임질래?”


“공자님⋅⋅⋅⋅⋅ 후우 그게⋅⋅⋅⋅⋅.”



크리안은 창문을 열어 상황 파악은 하지 않고, 곧장 덜덜덜 거리는 마차의 느낌이 끊겨, 짜증만 낼 뿐이었다.



“말을 해! 말을.”



기사단장은 창문 너머로 자신들과는 다르게 평탄하게 온 황태자가 아니 꼽았지만, 그렇다고 자신보다 월등히, 하늘 높이 우러러봐야 될 신분 앞에서는 그 무슨 말이라도 입에 담아 서는 안 됐다.



기사단장은 송골 맺힌 땀방울을 훔치며, 분노와 함께 털어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다, 다리가 끊겼습니다.”


“엥? 그게 부서졌다고?”



황태자는 교육을 받을 때 저 돌다리를 기억했다. 마물이 다리를 파괴할 것을 염두에, 많은 마력석들과 보호 마법이 들어간 다리였다.



“흠.”



조빈은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며 다리를 보았다.



휙.



그 순간, 불어오는 바람이 조빈의 후두를 벗겼다.


벗겨진 모자로부터, 긴 머리가 찰랑거렸다. 꽤나 머리가 긴 것은 알고 있었다만, 허리춤까지 올 정도로 머리카락이 긴 것은 아름다운 느낌을 자아냈다.



루멘은 조빈의 날카로운 인상과 긴 머리가 잘 어우러져 시크한 분위기가 탄성을 흘리게 했다.



“와아⋅⋅⋅⋅⋅⋅”


“응? 왜 그러는 것이냐.”


“아, 머리카락⋅⋅⋅⋅⋅. 아, 아니 저희 그래서 이제 어떡하죠? 다리가⋅⋅⋅⋅⋅.”


“그러게. 이게 쉽게 부서질 다리가 아닌데.”


“네에? 그럼⋅⋅⋅⋅?”



루멘은 지금 조빈에게 감탄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어, 급히 화제를 돌렸다.



흠.



조빈은 다시 다리가 부서진 표면을 보았다.


부서진 다리 표면에 누가 불이라도 지핀 듯 그을러진 흔적이 있었다. 칼의 그음대로 부서진 것이  아닌 것으로 보아, 대마법사의 마법으로 부서진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보았을 적군의 불의 정령이 깃든 소드 마스터라면 가능한 짓이지만, 검의 흔적이 아닌 마법의 흔적이 확실했다.



‘이렇게 대놓고 흔적을 남겨 놓나.’



건너편 다리와 발을 딛고 있는 다리에는 큰 구체 형체가 부시고 간 흔적이 있었다. 


혹여 혼란을 주려 했다면, 용의 흔적같이 막무가내로 부셔서 용의 비늘을 남겨 놓거나, 차라리 누가  만든지 모를  대륙 곳곳에 퍼져있는는 이성이 없는 키메라의 흔적을 남겨 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건 뭐, 떡하니, 우리가 했어요. 같은 다리가 부서진 흔적이었다.



“아이 씨발 다 비켜 봐.”



황태자의 목소리에 평민들은 중구난방하게 길을 빠르게 터줬다.


곧 황태자와 기사단장이 다리를 유심히 보고있는 조빈의 옆에 섰다.



“시발 뭐야 이게.”


“다리가 부서진 것⋅⋅⋅⋅.”


“내가 그걸 몰라서 묻겠어?”



옆에 있던 조빈의 눈동자 없는 눈이 황태자를 허망하게 바라봤다.



크리안은 조빈의 시선에 자신의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크리안은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이 다리를 건너, 숲을 지나고, 길을 따라가는 것만 배웠을 뿐. 이런 변수에 대해서는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크흠. 이 길 말고 또 다른 길이 있나?”


“아, 아마 이 다리 말고는 이 절벽 따라 남쪽으로 쭉 가면, 절벽 아래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진작 말하지. 난 또 뭐라고.”


“그, 그게 절벽에 내려가 또다시 건너편으로 올라오는 것만 해도 이틀은 넘게 걸릴 것입니다.”



크리안은 고민을 하는 듯. 혼동 상태가 그의 머릿속을 휘저었다. 



‘흠.’



그리고 생각을 단순하게 하니, 결과는 나왔다.



“1일, 우린 1일 안에 간다.”


“예? 그건 말이 되지 않는⋅⋅⋅.”



기사단장은 입이 벌어진 채로, 말을 끝맺지 못했다.


왜냐면 크리안은 이미 절벽 따라 길을 걷고 있었다. 



항상 독단적이고, 제멋대로 굴던 크리안이 무언가에 의해 앞서 걷고 있기 때문이었다.


잠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들이 벙쪄 있는 사이, 이미 크리안 황태자는 저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앞서 나가기 보다는, 무언가에 이끌려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기사단장은 허겁지겁 모든 기사들에게 하루 만에 절벽을 건넌다는 소식을 전하고, 평민들에게 빨리 황태자가 있는 곳까지 뛰어라며 소리쳤다.



“어⋅⋅⋅ 저희 괜찮은 거겠죠?”


“모르겠구나.”



조빈도 확실한 답을 해줄 수는 없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며. 자신이 개척해서 가는 것이다. 그런데 올바른 길이란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황태자, 크리안의 뒷모습은 은 이 전쟁의 제대로 된 지휘관의 사념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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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행군 (3) 24.08.22 7 0 13쪽
» 행군 (2) 24.08.21 9 0 11쪽
3 행군 24.08.20 17 0 14쪽
2 루멘 24.08.19 12 0 16쪽
1 프롤로그 빙의 24.08.19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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