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한 고인물이 특전을 독식함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새글

딜로
작품등록일 :
2024.08.17 00:12
최근연재일 :
2024.09.17 15:2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1,977
추천수 :
1,232
글자수 :
251,808

작성
24.08.28 19:05
조회
1,508
추천
39
글자
19쪽

돌풍을 몰고 오는 (1)

DUMMY




 몸이 붕 뜨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는 것이 마치 무중력 상태에 들어간 것 같았다.


 퉁.


 ‘어라?’


 어딘가에 튕기는 듯한 느낌이 든 뒤 빛무리가 걷히고, 눈 앞에 넓은 들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숲의 출구였다.

 당혹스러운 동시에 기분도 좋은 얼떨떨한 상황.


 “뭐야, 이거 왜 이래?”


 귀환의 돌은 분명 시작 지점으로 돌려주는 물건일 텐데.

 무슨 일이 벌어진거지?


 [ 숲을 이미 돌파하셨다는 기록이 남아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


 “원래 클리어해도 다시 숲에 들어갈 수 있지 않아?”


 [ 한번 숲을 클리어할 시, 해당 인스턴스는 소멸합니다. ]


 아하.

 그러니까 시작 지점이 존재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버그 때문에 발칸델 섬에 갈 수 있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귀환의 돌이 오류를 일으켰다는 말.

 본래 귀환의 돌은 사용하지 않아도 숲을 돌파하면 자연스레 소멸해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버그로 숲을 돌파하여 돌은 남았지만, 시작 지점은 사라져 버렸으니 자연스레 숲의 출구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나쁘지 않네.”


 숲에서 이삼일 정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니.

 좋은 게 좋은 거아니겠나.

 나는 주저 없이 길을 따라 도시로 향했다.



**



 신예의 둥지에는 단 하나의 도시가 존재한다.

 헤메이는 숲이 개척자가 될 수 있을지 기본 자질을 시험한다면, 도시에서는 하늘섬을 등반하기 전 본격적으로 개척자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한다.


 그렇다고 해서 양성소만 홀로 떡하니 있는 것은 아니다.

 커다란 성벽 안에 도시가 있고, 그 바깥으로는 농사나 어업 등을 통해 살아가는 시민도 있는 꽤 큰 규모의 도시였다.


 “정지 부탁드림다. 제 말 알아들으심까?”

 “예.”

 “안쪽에 들어가셔서 조금 걸으시고, 왼쪽 보면서 가시면 등록소라고 적힌 큰 건물 하나 있는데 그쪽에 들어가시면 됨다.”


 나른해 보이는 경비병의 안내에 고개를 꾸벅이곤 성문을 통과했다.

 그의 말대로 곧 등록소라고 적힌 큰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좀 많이 큰데.”


 거의 뭐 중세 시대 대성당인가 싶을 정도로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여러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해 꽂혔다가 이내 관심 없다는 듯 흩어졌다.

 술을 서빙하던 직원이 나를 흘끗 보곤 어눌한 한국말로 왼쪽을 가리켰다.


 “등록은 이쪽입니다.”


 ‘식당이나 주점을 겸하고 있나 보군.’


 내부에는 많은 테이블이 있었는데,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기도 하고, 카페처럼 음료만 놔둔 뒤 잡담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앉아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그들이 개척자였다는 것.

 입고 있는 복장이 죄다 서바이벌 느낌이 나니 쉽게 구분이 갔다.


 접수 창구는 하나밖에 없었지만, 비어있었기 때문에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 말 알아들으시나요?”

 “예.”

 “오, 각성을 이미 하셨나 보네요! 다행이다. 아직도 한국어가 좀 서툴어서요. 혹시 한국인이시면 등록증 주시겠어요?”


 상태창을 부여받아 개척자가 된 순간부터 이계에서의 의사소통은 문제 없이 진행된다.

 심지어 다른 나라의 개척자를 만나더라도 말이다.


 터미널에서 부여받은 등록증을 건네자, 접수원은 익숙하게 본인 앞에 있는 크리스탈을 톡톡 쳤다.

 그러자 마치 빔프로젝터처럼 벽면과 책상에 화면과 입력기가 펼쳐졌다.


 ‘여기도 스크립터가 있구나.’


 마법 공학 기술로 만들어진 ‘에테르 스크립터’였다.

 우리 세상의 컴퓨터와 다를바 없는, 시스템에 정보를 등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알려진 기기.


 이 섬뿐만 아니라 마법 공학의 손길이 닿아있는 섬이라면 대부분 사용하고 있었다.


 “이름이랑, 기본 등급 부여하고···. 혼자 출발하셨으니, 사상자는 없고···. 특이 사항 없음. 자. 여기에 이제 손대보시겠어요?”


 접수원의 안내대로 앞에 설치된 판에 손을 갖다 댔다.


 [ 각성 기기처럼 보입니다. ]


 “이미 제 말 알아들으시니까 각성 절차는 필요 없고···. 어디 보자. 오, 레벨까지 이미 3을 찍고 오셨구나. 숲에서 거울 연못을 찾으셨나 보네요. 능력 있으시네.”


 알티의 추측대로 이 판은 숲을 통과한 사람에게 상태창을 부여하는 장치였다.

 난 이미 강제로 상태창을 개방했기 때문에, 접수원은 차분히 정보를 계속 써 내려갔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달랐다.


 속닥속닥.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게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어느새 내 쪽을 바라보며 소곤거리고 있었다.

 심지어 대놓고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창구 주변의 대기 의자에 앉는 사람까지.


 [ 헤메이는 숲 안에서 상태창을 각성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

 [ 탈출 과정에서 극도로 우수한 결과를 보여야만 상태창이 주어질 겁니다. ]


 알티의 말에 대충 짐작이 갔다.

 패널에 손을 대도 특별한 효과가 없었으니 각성 사실을 짐작했을 테고, 주변에 파티원도 없어 보이니 여차하면 파티를 제안할 생각이겠지.


 ‘곧 다시 다 자리를 옮기겠지만 말이야.’


 나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금부터 상세 능력 검사를 할 건데, 혹시 밝히실 생각이 없다면 지금 미리 말해주세요. 불이익은 없고, 조금 번거롭긴 해도 안에서 진행하실 수 있거든요.”


 “그냥 여기서 해보겠습니다.”


 “네~ 그럼 판에 양손을 모두 갖다 대주세요.”


 안내에 따라 양손을 올리자 옅은 빛과 함께 앞에 있는 알림판에 내 능력치가 드러났다.


──────

레벨 : 3


<기본 능력치>


근력 : 8

내구 : 12

민첩 : 13

지능 : 9

마력 : 5


<특성(0)>


──────


 역시 게임 시절과 마찬가지였다.


 여기 표기된 능력치는 후유증으로 인해 감소한 값밖에 나오지 않았다.

 특수 상태로 인해 줄여진 능력치나 성장 상한은 오직 나만 볼 수 있으니까.


 잔여 능력치를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최대 레벨이 18이라는 사실도 마찬가지로 뜨지 않는다.

 하우징에서 얻어지는 시스템 특전 같은 것들은 애초에 내 상태 창에도 뜨지 않고 말이다.


 “뭐야. 특성이 없다고?”

 “레벨 3이면, 능력치를 6이나 투자했는데 저런 능력치가···.”

 “몸이 저렇게 괜찮은데 근력이 어떻게 8···.”


 능력치가 드러나는 것과 동시에 뒤에서 몰래 훔쳐보던 사람들이 작은 목소리로 속닥이는 게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조용히 자리를 뜨는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건장한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근력 내구 민첩의 평균은 10에서 12 사이다.

 레벨 3이라면 어디든 능력치를 6 정도 투자했을 텐데, 평균치를 근소하게 상회하고 있으니 실망스러운 것이 당연했다.


 "어라, 특성이 없으시네요? 보통 숲에서 각성하신 분들은 하나씩 특성이 있거든요."


 접수원의 말에 나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사정도 있었구나.

 알림판에 뜬 결과에는 특성도 없으니, 지켜보던 사람들 입장에선 어떻게 숲에서 각성했나 싶을 수 밖에.


 [ 감히 뒤에서 흉을 보다니···. ]

 [ 도혁 님은 이런 대우 받으실 분이 아닙니다. ]


 ‘무슨 소리야, 차라리 잘 됐지.’


 화가 난 듯한 말투의 알티.

 괜찮다는 건 그냥 진정시키려고 하는 생각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사람들의 관심 정도야 나중에는 싫어도 주목을 끌게 될 것이니까.


 ‘그래도 얼른 상태 이상을 없앨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처음 확인했을 때 비해서는 감소율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후유증으로 인해 근력과 내구, 민첩 모두 30% 정도 줄어들어 있는 상태.


 등록이 끝나면 얼른 치료소를 들려봐야겠다.


 “등록 완료됐습니다~ 오늘 오셔서 다행이시네요.”


 “특별한 게 있습니까?”


 “특별까진 아니고, 기초 전투 양성소가 바로 내일 열리거든요.”


 “아하. 혹시 어떤 식으로 교육이 진행되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내가 해보았던 튜토리얼은 항상 숲에서 끝나고, 이후는 점핑 캐릭터들이 모이는 어떤 거대 도시에서 진행됐다.

 이 도시의 양성소에 와본 것은 처음이라 궁금한 게 많았다.


 “기초 전투 훈련은 2주간 필수로 이수하셔야 하고, 그 이후에는 성장 상태나 희망에 따라서 다른 과정을 교육받으실 수 있어요.”


 “다른 과정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보통은 심화 전투 양성소까지 들어가시는 경우도 있고, 마법이나 연금술, 제작도 있어요. 성직자 계열의 교육도 있고, 아예 무역이나 건축, 음악 같은 걸 배우시는 분도 가끔은 계시고요.”


 “종류가 생각보다 많군요.”


 “네. 전부 알려드리긴 힘든 게, 하도 많다 보니 저도 모르는 교육소들이 꽤 있어서요.”


 점핑 캐릭터를 만든 뒤에 갔던 대도시의 훈련소에서는 오직 전투 훈련만이 존재했다.

 그곳과는 달리, 그야말로 배움의 도시다운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굉장히 신선하게 들렸다.


 ‘기초 전투 훈련을 이수하고, 마법부터 배우러 가봐야겠네.’


 다른 교육은 크게 관심 없지만, 마법 교육만큼은 받아볼 생각이다.

 마법을 아예 주 전투 방식으로 사용할 생각까진 없지만, 내 머릿속에는 알티가 있지 않은가.


 스스로 마법을 캐스팅할 수 있는 AI가 내 머릿속에 있는데, 이걸 활용하지 않고 지나갈 순 없지.

 전사가 등에 마법사 한 명을 업은 채 함께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그것도 몸무게가 없는 마법사를 말이다.


 “마법이나 신성 교육 같은 건 누구나 받을 수 있습니까?”


 “음~ 누구나 ‘시험’을 받을 수 있어요.”


 그냥 들어갈 순 없단 말이군.


 “보자, 신성력은 직접 가보셔야 알겠고···. 마력이 그래도 5 정도는 있으시니까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으신데요?”


 “시험이 어렵나요?”


 “으음···. 상대적인 부분이라 단언하긴 어렵네요.”


 턱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잠깐 고민하는 모습의 안내원.


 “보통 100명 정도 시험을 보면 세 분 정도 합격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제 이렇게.”


 손가락을 위로 퍼 올리고 조용히 중얼거리더니, 반딧불처럼 작은 불빛이 뿅 하고 떠올랐다.


 “실제로 마력을 컨트롤할 수 있는 재능이 있느냐를 보거든요. 2일의 교육 기간을 주지만 이것도 무척 짧다 보니 아무래도 탈락자가 많은 편이에요.”


 “아하.”


 “초기 마력이 높으신 분들이 보통 제어 재능도 같이 있으셔서 쉽게 합격하세요. 보통 10에 가까우신 분들요.”


 그래도 그녀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으며 두 손으로 주먹을 꾹 쥐어 보인다.


 “하지만 5 정도의 마력을 가지고도 합격한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한번 배우고 나서 탈락하시더라도, 몇 주 정도 혼자 마력 제어를 홀로 연습하시고 다시 도전하는 방식··· 으로···.”


 3%의 합격률.

 인터넷에서 미리 보긴 했지만 역시 생각보다 마법사는 훨씬 귀한 존재였다.


 나는 고민이 있는 척, 고개를 숙이곤 천천히 끄덕였다.

 물론 전혀 고민 같은 건 없었다.

 라이트 마법 정도야 이미 알티가 사용하는 걸 보여주지 않았나.


 화아악!


 그래, 이렇게 탁구공만 한 큰 라이트를···.


 “···.”

 “···.”


 이게 뭐야.


 접수대 위에 손을 깍지 낀 채로 올려뒀는데, 그 위로 라이트 마법이 솟아올라 있었다.

 심장이 살짝 옥죄이는 듯한 느낌과 함께 말이다.


 “허억!”

 “형님, 저기! 저기!”

“마법! 마법이었구나!“

“이런, 미친. 마법을 벌써 쓸 수 있다고?“

 “잠시만, 저 사람 혼자 아냐!?”


 접수원의 라이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영롱한 플래시.

 그녀의 눈이 커다랗게 떠지는 것과 동시에, 나에게서 물러갔던 관심이 삽시간에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우르르.


 “거기 잠시만요!”

 “혹시 전위 많은 파티 필요하지 않습니까? 여기 든든한···.”

 “저기! 혹시 국립 서울 마법 아카데미 출신 아니신가요? 저도 마법은 아직 못쓰지만 그 비슷한 서울 사이버 마법 아카데미 출신···!”


 “다들 자리로 가주세요, 아직 등록 안 끝났으니까!”


 갑작스레 주변이 소란스러워지자 접수원이 황급히 바깥으로 나와 언성을 높여가며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무한히 생성을 반복할 수 있던 게임과는 달리, 이 세상에서 마법사는 굉장히 희소한 인재였다.

 그중에서 재능 있는 마법사는 당연히 더 희귀한 인재고.

 거기에 일행 없이 혼자서 오기까지 한 마법사가 있다면?


 그야말로 낚싯대 앞에 갑자기 대어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 꼴이겠지.


 [ 이 정도 대우는 받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


 이 상황을 만든 범인은 뿌듯한 듯한 목소리로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



 접수원은 이런 경우가 정말 가끔이지만 있다며, 도시에 대한 필수 전달 사항을 빠르게 몇 가지 더 알려준 뒤 뒷문으로 나를 안내했다.


 사람들이 쫓아오지 않도록 ‘안에서 몇 가지 안내를 더 드리겠다’며 자연스럽게 나를 데려가 주는 고마운 모습까지 보였다.


 [ ···죄송합니다. ]


 나오자마자 내 눈치를 봤는지 알티가 조용히 사과를 해왔다.

 감정 그 자체를 읽진 못해도 신체 반응으로 내 기분이 어떤지 대충은 유추가 가능하니까.


 옛날부터 느꼈지만 알티는 내가 훨씬 더 크게 성공하는 것을 원하는 것 같다.

 레닉수스에 푹 빠졌을 당시에도, 이 정도 재능이면 디지털 글래디에이터가 되어야 한다며 게임을 바꿔야 한다고 셀 수 없이 권하지 않았던가.


늘 의욕이 넘치는 녀석이지만 이번 일은 좀 주의를 줘야겠다.


 “알티. 내가 남들 눈에 안 띄고 조용히 살아가려 하는, 뭐 그런 성격은 아니야.”


 굳이 따지자면 나는 과시욕도 꽤 있고.

 남들 앞에 나서는 것 또한 좋아하는 성격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에서 게임 영상 채널을 운영할 생각조차 안했을거다.


 “근데 지금은 아냐. 아직 이름을 날려봤자 얻는 것도 없고,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어.”


 지금은 해야할 일이 많았다.

 훈련을 통해 성장 상한을 올려야 하고, 생각해 두었던 특성도 획득해야 하며, 후유증을 치료할 방법은 없는지 찾아봐야 한다.

 알티의 능력 활용을 넓히기 위해 마법도 배워야하고, 다른 재능은 없나 살펴보기도 해야하니까.


 그리고, 인터넷에서 들었던 소문이지만.


 국가 간의 경쟁력이 곧 개척자인 시대이다 보니, 일부러 타국의 유망주 위치를 알아내 목숨을 거두는 일도 분명히 있다고 한다.

 지구라면 모를까, 게이트 너머에서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릴 수 있는 곳이 비일비재하니까.


 소문에 따르면 나라별 블랙리스트도 존재한다고 하고.


 물론 고작해야 신예의 둥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인 만큼, 라이트 하나 썼다고 신입 개척자에게 지대한 관심을 줄 리는 없긴 하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않은가.


 “마법은 내가 원할 때만. 알겠어?”


 [ 예···. ]


의기소침해진 알티.


 뭐, 이 정도만 이야기해도 잘 알아들을 것이다.

 사람이나 다를 바 없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보니 강한 충성심이 과도한 결과를 불러일으켰을 뿐이다.


 아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알티 녀석에 직접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게임을 하던 시절에는 AI의 보조 같은 걸 한 번도 킨 적 없었으니까.


 처음으로 나를 통해 자기의 힘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다고 생각했겠지.


 나도 알티에게 주의를 주고 싶은 거지 크게 책망하려는 건 아니다.


 저 넘치는 의욕이, 과거 목숨을 포기하려던 날 살려주지 않았던가.


 ‘어디 보자.’


 접수원의 안내에 따르면 지금 왔던 방향대로 쭉 걸어 도시의 중심 구역을 지나면 숙소가 있다.


 기숙사처럼 2인 1실로 이루어진 작은 집이라고 한다.

 운 좋게도 내일 기초 전투 훈련이 시작되다 보니, 혼자서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고.


 숙소에 갔다가 치료시설을 방문해 보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었지만.


 “알티, 시장에서 밥부터 먹고 갈까?”


 오감을 공유할 수 있는 만큼, 식사 시간을 즐기는 것은 알티도 마찬가지였다.


 [ ···네! 기대가 됩니다. ]


 대답이 약간 늦어지긴 했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금세 돌아온 녀석.

 그래, 넌 활기찬 게 좋다.


 “네가 말하던 땅콩버터 젤리 샌드위치인가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네.”


 그렇게 시장으로 향하려던 순간.


 “너.”


 눈앞에 나타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접근하는 기색도 느끼지 못했고, 마치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나 내 앞을 가로막은 사람.


 세련되며 우아한 인상을 주는 긴 금발 머리에, 현대의 연구복처럼 보이기도 하는 긴 흰색의 코트.

 그 코트의 소매와 가슴팍 부분에는 기하학적인 은빛 문양이 빛나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은 느낌의 여성이었다.


 “···절 부르셨습니까?”


 “그래. 방금 등록소에 있었는데, 좀 궁금한게 생겨서.”


 조금 전 등록소에 있었다면 알티의 마법 때문인게 분명했다.

 한 손에 있는 크리스탈 펜을 가볍게 돌리던 그녀의 차갑고 깊은 은색 동공이 나를 훑어 내려갔다.


 “조금 전 라이트 마법, 어떻게 한 거지?”


 “무슨 소리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무표정하던 그녀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더니, 손 위에 푸른빛 구체를 만들어냈다.


 “마법은 말이야.”


 라이트 마법이 아니라, 스스로의 순수한 마력을 그저 뭉치고 뭉쳐 만들어낸 극도로 위협적인 힘.


 “스스로 지닌 마력을, 의지를 통해 엮어내서, 이 세상에 반응하게 하는 거야. 마치 정교한 기계장치를 작동시키는 열쇠를 만드는 것과 같지. 얼마나 그 열쇠를 아름답게 만들어내느냐가 술자의 능력인 거고.”


 내가 마법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어도, 그 경지조차 못 알아보진 않았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녀는 절대로 개척자가 아니었다.

최소 고위계를 달성한 마법사다.

 경계심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았다.


 “그게 저랑 무슨···.”

 “신속 영창이나, 무영창 같은 것조차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정령 같은 힘을 빌리지도 않았더라. 과정을 뛰어넘은 수준이 아니라, 과정이 없었어.”


 팍, 하고 주먹을 쥐자 사라지는 마력의 덩어리.

 눈을 가늘게 뜨고는 나를 바라본다.


 “지금 내가, 그게 너무 궁금하거든.”

 “혹시, 성함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나의 질문에 잠깐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이내 다시 옅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름은 좀 그렇고. 학술 지구에 있는 마과학 연구실의 실장. 이 정도면 설명이 됐겠지?”


 양성소나 교육소가 아닌, 연구실 소속이라는 소개.

 그 말에 조금 전 접수원이 해주었던 말 하나가 떠올랐다.


 -양성소나 교육소는 어디든 방문해 봐도 괜찮지만, 학술 지구 쪽 건물에는 되도록 들어가지 마세요. 좀 괴팍한 사람들이 많아서요.


 ···큰일 났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환한 고인물이 특전을 독식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9월 16일 월요일은 휴재입니다 24.09.15 20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9.08 37 0 -
공지 연재 시각은 오후 3시 20분 입니다 24.09.06 26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 <귀환한 고인물이 특전을 독식함> 24.09.03 147 0 -
공지 모르반 일러스트 +1 24.08.29 945 0 -
30 철과 기계의 섬 (3) NEW +1 11시간 전 258 23 18쪽
29 철과 기계의 섬 (2) +3 24.09.15 558 30 18쪽
28 철과 기계의 섬 (1) 24.09.14 687 31 18쪽
27 뜻 밖의 행운 (3) +2 24.09.13 797 33 18쪽
26 뜻 밖의 행운 (2) +4 24.09.12 926 36 18쪽
25 뜻 밖의 행운 (1) +2 24.09.11 979 38 18쪽
24 경계를 넘는 자 (4) +1 24.09.10 1,032 40 18쪽
23 경계를 넘는 자 (3) 24.09.09 1,046 36 20쪽
22 경계를 넘는 자 (2) 24.09.08 1,151 42 19쪽
21 경계를 넘는 자 (1) +1 24.09.07 1,226 44 19쪽
20 진짜 재능이란 (5) 24.09.06 1,257 43 18쪽
19 진짜 재능이란 (4) +2 24.09.05 1,278 42 19쪽
18 진짜 재능이란 (3) +1 24.09.04 1,287 43 20쪽
17 진짜 재능이란 (2) +2 24.09.03 1,288 44 20쪽
16 진짜 재능이란 (1) 24.09.02 1,320 45 20쪽
15 돌풍을 몰고 오는 (4) 24.08.31 1,307 41 18쪽
14 돌풍을 몰고 오는 (3) 24.08.30 1,334 40 18쪽
13 돌풍을 몰고 오는 (2) 24.08.29 1,433 39 18쪽
» 돌풍을 몰고 오는 (1) 24.08.28 1,509 39 19쪽
11 최초의 특전 (3) +1 24.08.27 1,579 44 20쪽
10 최초의 특전 (2) 24.08.26 1,644 43 20쪽
9 최초의 특전 (1) +1 24.08.25 1,691 42 16쪽
8 튜토리얼? 일단 버그부터 써보자고 (3) +2 24.08.24 1,684 45 18쪽
7 튜토리얼? 일단 버그부터 써보자고 (2) +3 24.08.23 1,721 44 18쪽
6 튜토리얼? 일단 버그부터 써보자고 (1) +1 24.08.22 1,811 43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