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한 고인물이 특전을 독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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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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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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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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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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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돌풍을 몰고 오는 (2)

DUMMY




 둥지의 도시에는 여러 지구가 있다.

 그중에서도 학술 지구는 좀 특별했는데, 이곳에 있는 주민 중에는 개척자를 가르치거나 도와야 할 의무가 없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알티, 마과학 연구소에 대한 정보가 있어?’


 [ 대화 로그 검색 결과 0건 ]


 ‘마과학에 대한 키워드는?’


 [ 마찬가지로 없습니다. ]


 마법 공학도 아닌 마과학이라는 단어는 분명 들어본 적 없었다.

 그것에 대해 생각할 여유도 없이 알티의 말이 이어졌다.


 [ 주변에 규칙적인 마력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

 [ 결계가 쳐져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결계라.’


 눈에 보이는 것은 없지만 마력에 관해서는 나보다 알티가 더 잘 감지할 수 있겠지.

 짐작해 볼 만한 종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물리는 종류의 결계던가, 아니면.


 ‘진실의 장막 같은 마법일 수도 있겠어.’


 내부에 있는 사람이 거짓을 고하는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는 계통의 마법이 펼쳐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일단은 이 상황을 어떻게든 타파하는 게 중요했다.

 아주 잠깐의 고민을 끝낸 뒤, 나는 손을 위로 펼쳤다.


 “라이트.”


 번쩍.


 곧바로 내 의도를 파악한 알티가 마법을 발현해 주었다.


 밝게 빛나는 라이트를 본 순간, 연구실장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마치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진열대에서 발견한 듯한 눈빛.

 이번에는 양념을 칠 차례다.


 “제가 이걸 쓰겠다고 생각한 순간, 저절로 마법이 발현됐습니다.”


 “···저절로?”


 “저도 어떤 원리로 되는지 알고서 쓰는 게 아닙니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잠깐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변명이나 다름없는 말에도 고민하는 모습.


 “이름.”

 “성도혁입니다.”

 “나이는?”

 “29살.”

 “여기엔 오늘 왔겠지?”

 “예.”

 “흐음.”


 ‘질문을 일부러 끊어서 하고 있어.’


 등록소에서 있던 사건 때문에 날 쫓아온 것이니, 분명 이미 알고 있을 만한 정보임에도 한 번 더 확인하는 모습은 분명 의도가 있었다.

 진실을 판별하는 마법이 펼쳐진 게 확실했다.


 ‘다행이다.’


 지금 나는 조금의 거짓말도 하지 않았다.


 내 입장에서는 쓰겠다고 생각한 순간, 절로 마법이 발현된 거나 마찬가지다.

 마법을 배운 것도 아니니, 어떤 원리인지 모르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참과 거짓 만을 판명하는 마법이 있다는 걸 알면 쉽게 쓸 수 있는 속임수다.


 내 레벨은 고작 3.

 약해빠진 초보 개척자가 상대였으니, 결계의 종류를 구분하고 일부러 대답을 회피했다고는 짐작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다른 마법은 배운 게 있나?”


 [ 라이트 이외에는 쓸 수 있는 게 없습니다. ]


 “라이트밖엔 모릅니다.”


 “그럼 다시 한번 써봐.”


 끄덕.


 “라이트.”


 요청대로 다시 라이트를 사용했고, 그녀는 마법에 가까이 다가와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신기하네, 진짜···. 이게 도대체···.”


 나를 아예 신경 쓰지 않고 혼자 무어라 중얼거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고위 마법사 같았다.

 잠시 뒤 눈은 구체에 고정한 채로, 가만히 입을 여는 모습.


 “너, 기초 훈련 끝나면 내 연구실로 와.”


 영입 제안, 아니 실험체 제안일 가능성도 있다.

 악의가 느껴지진 않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거절하는 것도 위험했다.

 의무에 속박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곧, 조금만 수틀려도 나를 마력으로 짓누를 수 있다는 말이니까.


 최대한 평범한 개척자처럼 답하자.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마과학연구실에서는 뭘 배울 수 있습니까. 혹시 마법 공학 같은 것도 가르쳐줍니까?”


 “뭐?”


 이상한 거라도 본 것 마냥 표정을 찡그리는 그녀.


 “아니, 배우는 곳이 아냐. 거기에 마법 공학 같은 걸 배워서 뭘 하게? 뚝딱거리는 거 좋아하는 범생이였어?”


 “그럼 그냥 마법 교육 받으러 가는 게 저한테 좋지 않나요? 아무래도 시간이 좀···.”


 신예의 둥지는 개척자들이 기초를 배울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지만, 언제까지고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둥지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게이트에 진입한 그 순간으로부터 최대 3달.

 인터넷에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실이자, 접수원도 공지했던 내용이다.


 “···그러니까 오기 싫다?”


 [ 경고. 방대한 마력 압력 감지. ]


 가벼웠던 공기가 한순간에 뒤집히고, 바늘이 콕콕 찌르는 듯한 분위기로 변해버렸다.

 실장의 몸에서 뿜어나온 마력이 결계 내를 가득 채워나갔다.

 마력을 느끼고 다룰 줄 아는 이라면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의 압력이겠지.


 “마법 교육소에 계신 분보다 경지가 높으신가요?”


 그 속에서 나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실장의 눈이 크게 떠지더니 이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그녀의 입장에선 당연히 이게 뭔가 싶겠지.

 영창 과정도 생략하고 마법을 바로 발현할 정도로 기이한 마력 제어 재능을 가진 이가 이 정도의 마력 발산을 못 느낀다는 게 말이 안 되니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말이 된다.


 공교롭게도 지금 내 마력 감지 능력은 일반인보다 약간 나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뛰어난 마력 감지와 제어 능력은 오롯이 알티의 것이었으니까.

 내 입장에선 위협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돈 알겠지만, 그냥 그러고 있구나 싶은 게 전부였다.


 “······마법 교육소장 녀석은 내 제자의 제자 같은 거야. 너 진짜 뭔데?”


 “아니, 정말입니까? 그럼 꼭 한번 배워보고 싶네요. 마과학 연구소는 어디 있죠?”


 그 말에 곧바로 나는 화색을 띠곤 기쁘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가면을 쓰는 건 익숙하다.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알고선 그 끔찍했던 미래 세계에서 살아갈 수 없었으니까.


 눈을 반짝이며 기대된다는 표정을 짓는 나를 질린다는 표정으로 보던 실장은 이내 툭하고 무언가를 건넸다.


 “그럼 알아서 찾아와. 입구에 이거 보여주고.”


 그러고는 마치 지우개로 지워내듯 사라졌다.

 ···가 갑자기 다시 상체만 허공에 다시 나타나더니.


 “권유가 아니고 협박이야. 명심해.”


 라고 전하고 정말로 모습을 감췄다.


 ‘방금 마지막에 뭔가 좀 모습이 다르지 않았나?’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녀의 머리가 좀 달라 보였다.

 열심히 관리하여 세련된 긴 머리가 아니라, 움직이는데 거추장스러우니 대충 뒤로 묶어 올려버린 머리처럼 보였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녀가 사라지고 나니 긴장이 탁하고 풀렸다.


 나는 건네받은 것을 바라보았다.

 손에 올려져 있던 것은 작은 배지였다.

 푸른 열매가 달린 가시나무 덤불과, 흰 뱀 두 마리가 그 테두리를 따라 돌고 있는 듯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한동안 자리에 서서 알티와 함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 문양이었다.



**



 시장에서 사 온 간식거리를 양손에 주렁주렁 든 채 안내받은 숙소로 마침내 들어왔다.

 그리 넓진 않아 보였지만, 생각보다 아늑하고 실용적으로 구성된 공간이었다.


 튼튼해 보이는 나무 침대는 물론 화장실이나 부엌도 보였는데, 마법공학 기술로 제작되어 현대의 시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낡아 보이는 목재 테이블 위에 간식거리를 펼쳤다.


 [ 이건 햄 야채 샌드위치입니다. ]

 [ 호밀빵을 이렇게 쓰다니, 식재료의 궁합을 잘 모릅니다. 감점. ]


 “밀이랑 호밀이 무슨 차인데?”


 [ 호밀의 짙고 신 풍미는 자기주장이 강합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피클이나 치즈 같은 강한 식재료를 함께 써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

 [ 그리고, 땅콩버터 젤리 샌드위치가 없다니···. ]


 착각일 수 있겠지만 왠지 침울해 보인다.

 얘 언제부터 이렇게 샌드위치에 진심이 됐지?


 “진짜 왜 거기 꽂힌 거야. 근데 이것도 맛있는데?”


 [ 이게 오히려 훨씬 좋군요. ]


 시장 꽈배기와 비슷하게, 길쭉한 빵을 튀겨 설탕을 묻힌 간식.

 알티 또한 동의한다며 맛을 음미했다.


 그렇게 잠깐 빵을 오물거리다가 조금 전의 이야기를 꺼냈다.


 “아까 그 사람 말이야.”


 [ 마과학 연구실장 말씀입니까? ]


 “아바타겠지?”


 [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


 그녀는 아마 ‘아바타’일 것이다.


 신예의 둥지는 튜토리얼을 위해 만들어진 섬이다.

 둥지는 최대 정원이 정해져 있고 그게 가득 차면 마치 복사 붙여 넣기 한 듯 똑같은 섬으로 가게 된다.

 전 세계에 어느 게이트에서 입장을 해도 신예의 둥지에서 시작하니, 수천 개가 넘는 섬이 동시에 존재하겠지.


 복사되는 것은 섬의 외관뿐만이 아니라 NPC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섬의 원주민들을 복사한 뒤 이 섬에 재현한 것이었다.

 물론 행동이 똑같은 것은 아니고, 복사된 순간부터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런 존재들을 에코즈 라고 부르지.’


 에코즈는 이 신예의 둥지를 제외하더라도, 극히 드물게 다른 섬에도 존재한다.

 복사되었고 원본이 존재하지만, 그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


 하지만 ‘아바타’는 에코즈와 다르다.

 자신도 모르게 복사당한 존재가 아니라, 높은 경지의 누군가가 자신의 의지로 분신체를 설치해 둔 것이다.

 신예의 둥지뿐만 아니라, 레벨이 높은 구간의 다른 섬에서도 드문드문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아바타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수준의 분신체가 아니다.


 “알티. 금발 머리에 아바타를 만들 만큼 강력한 여성 마법사가 누구누구 있었지?”


 [ 이솔데, 타린, 엘레나, 자히라, 나탈리, 이사벨··· ]


 “그만. 그중에서 실전보다는 연구만 하던 타입은?”


 [ 에스메랄다, 소피아, 자히라 ]


 “으음···. 다 저런 성격이 아닌데.”


 이름을 들어보면 다들 누군지 기억나긴 하지만, 셋 모두 훨씬 더 쓰레기 같은···아니, 괴팍한 성격을 가졌다.

 아마도 그녀들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인물일 가능성도 있다.


 “일단 가보는 게 맞겠지.”


 [ 동의합니다. ]


 고개를 끄덕이곤 마저 식사를 계속했다.


 아바타를 만들었다는 것부터가 경지가 어마무시하게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

 손 위에 순수 본인의 마력을 모으던 속도를 떠올려보면 최소 200 이상.

 물론 그걸 훨씬 넘을 가능성도 충분하고.


 마법 교육소장의 수준이 얼마나 될 진 모르겠지만 그래봐야 에코즈.

 아바타인 그녀보다 높은 경지를 가지고 있을 순 없었다.


 하나 신기한 점은 그런 경지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약자의 생명을 경시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협박을 해본 적도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마력 기세를 못 느끼는 척을 했다면, 손에 대놓고 불덩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심지어 그녀의 질문에 다시 질문으로 받아치기도 했고, 또 말을 빙빙 돌려대기까지 했는데도 짜증만 낼 뿐 꼬박꼬박 대답을 잘해주기까지 했다.


 좋게 말하면 착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어수룩한 사람이었다.

 물론 어느 쪽이든 내게 있어서는 좋았다.

 대화가 통한다는 것은 이용해먹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니까.


 [ 이건 야채는 싱싱하고, 비타민이 충분한 게 농가의 정성이 충분히 느껴집니다. ]


 알티가 친 사고가 오히려 예상치 못한 이득으로 돌아왔다.

 그냥 단순히 마법을 배우러 가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마법을.

 어쩌면 이 섬을 빠져나가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인연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 고기의 질은 좀 낮습니다만, 굽는 기술이 그 단점을 커버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양념이···. ]


 이 복덩이 녀석 같으니.



**



 밥을 다 먹은 뒤, 책상 위의 안내 책자를 따라 이동한 곳은 바로 치료소였다.


 [ 상태 : (-) 영구 근손상, 과도 자극 후유증, 신경 손상, 신경 쇠약 ]


 내게 남아있는 디버프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지, 그 실마리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잠깐 나를 살피던 치료사는 난처한 듯 고개를 저었다.


 “이건··· 힘들겠네요.”


 “그렇습니까.”


 “예,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내 손끝을 가볍게 잡고 기도를 올리는 모습.

 따스한 기운이 손을 향해 뻗어오더니 이내 손등 속으로 천천히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


 빠직.

 탁!


 “으윽!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갑작스레 팔 전체의 힘줄이 전깃줄이 된 것만 같은 통증에 그 손을 팍하고 쳐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괜찮다는 듯 말하더니, 오히려 내 손을 다시 붙잡아 따스한 기운을 다시 불러일으켜 주었다.

 팔 내부로 들어가지 않도록 그 바깥 피부만 감싸는 식으로 말이다.


 확실히 도시의 유일한 치료소다운 강한 신성력이었다.


 “몸 내부에서 치료를 거부하고 있어요.”


 “이 상태가 기본이 된 겁니까? 저주처럼?”


 신성력을 통한 치료의 기초는, 신의 힘을 통해 몸을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상위의 치료로 갈수록 그 효과와 개념이 더 강해지긴 하지만, 그 기본 원리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 ‘기본 상태’가 틀어져 버리면 신성력을 통한 치료가 효과가 없는 경우도 종종 있었던 것.


 “맞아요. 태어날 때부터 이렇진 않으셨을 거 아니에요.”


 “예. 어쩌다 보니.”


 “알고 계신 대로, 지금의 몸 상태가 환자분께 있어서는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어버렸어요. 저주도 없이 이렇게 된 건 저도 처음 보네요. 숲에서 무슨 일이···.”


 “그렇다면 혹시 이 상태로 훈련한다면 지장이 있을까요?”


 “···개척자시니까 훈련은 당연히 하셔야겠죠.”


 짧게 한숨을 내쉰 치료사.


 “하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장은 별로 없어요. 이 상태에서 더 악화하지는 않을 거라는 이야기예요.”


 “정말입니까?”


 “네. 몸이 피로를 푸는 속도나, 근육이 더 붙거나 하는 속도가 더 느려질 순 있기 때문에 완전히 영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거면 충분합니다.”


 회복 속도 정도야 하우징에 있는 침대가 있었으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그럼, 오늘은 임시 조치 정도만 해드릴게요. 많이 불편하다면 다시 찾아오세요.”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고, 은은한 빛이 내 몸을 감쌌다.

 역시 후유증을 쉽게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훈련을 하더라도 후유증이 더 나빠지진 않을 거라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소식이었다.


 가볍게 목례하고 자리를 뜨려는 나를 치료사가 붙잡았다.


 “여기 비용 받아 가셔야죠.”


 그러고는 손바닥에 작은 나무 인장을 올려주었다.

 인장은 마치 물에 넣은 솜사탕처럼 녹아내리더니 손바닥으로 흡수되었다.


 “···저, 이건?”


 “네? 어머. 혹시 비용 지불은 처음이신가요?”


 비용 지불?

 아까 시장에서 간식을 샀을 때도 그렇고, 특별히 뭘 지불한 적은 없었는데.

 아리송하다는 듯한 내 표정을 보더니 치료사가 설명을 해주었다.


 “이 섬에서, 신의 사자인 개척자분들에게 해드리는 서비스는 대가 없이 제공되는 게 아니에요.”


 이런저런 서비스를 제공할 때마다 개척자에겐 ‘빚’이 쌓이게 된다고 한다.

 시장의 음식을 구매할 때도 가판대 옆에서 무언가 번쩍거렸던 것 같은데, 그것도 아마 빚으로 다 등록이 됐을 거라고.

 신예의 둥지에서 다음 섬으로 넘어가기 위해선 최종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이 빚이 청산되지 않으면 시험 장소에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한다.


 “빚 청산은 어떻게 할 수 있습니까?”


 “도시에서 주민들의 여러 의뢰가 발행돼요. 뭐 사과를 따달라던가, 청소가 필요하다던가···. 밭을 어지럽히는 몬스터를 처리해 달라던가. 처음 도시에 오실 때 등록소 들리셨죠? 거기서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도시 외곽에 있는 등록소에 그렇게 많은 개척자가 있었던 거였구나.

 그런 제도가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하긴 하늘섬들은 모두 하나의 문명이나 다름없는 세상이다.

 아무리 튜토리얼을 위해 복제된 섬이라고는 해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니 대가 없이 무언가를 제공해 줄 수는 없겠지.


 접수원 또한 주변이 어수선해 급히 정보를 말해주다 보니 실수로 고지하는 것을 깜빡했던 것 같다.


 ‘알티, 빚 정보 확인할 수 있어?’


 [ 확인되지 않습니다. ]

 [ 다만 시장에서 정보 접근 권한 요청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아마 상태 창에 연동되는 게 아니라 별도의 확인 장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

 [ 다시 접촉한다면 정보창에 편입을 시도해보겠습니다. ]


 하긴, 상태창의 변화가 있었다면 알티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시스템이 아니라 섬 자체의 정보 장치에 기록되는 방식인가.


 ‘간식이라도 좀 아껴먹을 걸 그랬나.’


 도시의 소일거리는 확실한 시간 낭비였고, 몬스터 퇴치 또한 마찬가지다.

 신예의 둥지에 있는 몬스터들은 부산물을 떨어뜨리지 않는 실전 경험용 환영이었으니까.


 어떻게 빨리 시간을 줄일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던 그때, 치료사의 말이 이어졌다.


 “아니면, 기초 전투 훈련에서 성과를 보이면 그걸로도 빚을 청산 받을 수 있긴 해요.”


 성과? 빚 청산?

 나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네? 아, 예를 들어 뭐, 같은 기수의 교육생 중에 성적 우수자에 뽑힌다든지, 아니면 아예 수석을 한다든지···.”


 그러니까 장학금 제도 같은 게 있다는 말이다.


 “수석 보상이 꽤 됩니까?”


 “그, 네. 수석 보상은 한 명만 받을 수 있다 보니, 아마 섬 안에 있을 땐 풍족하게 살아갈 정도는 될 거예요. 남는 돈으로 장비나 물약 등을 사서 올라가시는 분들도 계셨던걸로···.”


 “아하.”


 돈이 남으면 그걸 추가 아이템으로 교환할 수 있다고.

 그렇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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