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한 고인물이 특전을 독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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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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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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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밖의 행운 (1)

DUMMY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 경비대가 도착했다.

 그들은 사건 현장에서 시체 3구를 수습한 뒤 나를 데리고 도시 안으로 향했다.

 마일스 씨와 이사수 씨는 무사히 치료소에서 회복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처음엔 경비대의 본부로 향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도시의 의회.

 ‘대현(大賢)의 전당’이었다.


 이곳은 신예의 둥지를 다스리는 8인의 대표들이 정책을 회의하는 곳으로, 개척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쉽게 출입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대표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다.


 아예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대표들은 모두 기초 훈련소를 제외한 나머지 교육소의 소장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한다.


 토론실 한가운데 나를 세워두고 회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화병이 터질 뻔했다.


 -하지만, 이 자가 결백하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그들이 내게 던진 질문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범인이 죽어 증언이 불가능하니, 나도 공범일 수 있다는 식으로 추궁을 한 것이다.


 나는 정령술 교육소의 소장을 향해 주장했다.

 정령들을 불러 내 결백을 증명하고자 한다고.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이 있으니 할 수 있던 주장이었다.

 정령술사는 사건이 일어난 장소 주변의 정령으로부터 단편적인 기억을 불러낼 수 있었으니까.

 계약 없이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정령들은 최하급이라, 기껏해야 6시간 정도 기억이 이어지지만 내 결백을 입증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민가 주변의 정령들이 모두 의식을 잃은 상태라는 보고가 들어온 것이다.

 범인이 사용했던 ‘닉스베일의 추’가 정령들까지 잠재워 버린 것이다.


 그렇게 아무 증거 없이 사면초가에 몰리던 순간, 나를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너 많이 컸다, 크로웰.


 -허어억!


 엘레이나였다.


 마법 교육소장 크로웰은 배가 불룩한 중년 남자였다.

 길게나온 콧수염을 뽐내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재수없는 인간.


 그러나 내 뒤에서 어깨를 잡으며 나타난 엘레이나의 모습을 보자마자 기겁을 하더니, 느닷없이 나를 변호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

 ‘마법 교육소장은 내 제자의 제자 같은 거야’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안면이 있다는 것은 아마 에코즈로 복사되기 전의 소장을 안다는 말.

 역시 겉모습과 다르게 꽤 연륜이 있는 존재였다.


 아무튼 그렇게 다시 나타난 엘레이나의 도움으로 방을 빠져나왔고.


 “이 정도면 그 고역을 치른 보답이 되네.”


 회의실을 빠져나온 내 손에는 무거운 가죽 주머니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무려 100만 크레딧이었다.


 본래 살인 사건이 계속 발생하자, 사건 해결을 위해 도시 차원에서 모아둔 예산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의뢰로 나온 게 아니었으므로 대표들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하려 했지만.


 -미쳤소? 어차피 손도 대지 않고 코를 푼 주제에 어디서! 당장 엘···아니, 개척자 성도혁에게 보수를 지급하시오!


 라고 크로웰 소장이 강하게 주장하는 바람에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크레딧을 하우징 건축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안 이상, 크레딧은 다다익선이었다.


 ‘그나저나.’


 이곳의 이름이 ‘대현의 전당’이라고 했던가.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 계속해서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이 있다.


 대현의 전당 홀 중앙에 위치한 한 그루의 나무였다.

 그 줄기와 가지가 영혼처럼 흐릿하게 흔들리고, 과실 대신 수정이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

 존재 자체가 흐릿한 듯한 모습.


 그래, 마치 이 섬의 존재처럼 수백 개의 형상이 겹친 듯한 묘한 느낌이다.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나무에 손을 대었고, 그 순간 메시지가 떠올랐다.


 [ 섬의 정수를 발견하셨습니다! ]

 [ ‘신예의 수정 나무’를 획득하셨습니다. ]


 수정나무는 반투명한 작은 모형이 되어 내 앞에 둥둥 떠올라 있었다.


 “이게··· 어떻게.”


 [ 기록에 없는 현상입니다. ]


 나뿐만 아니라 알티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섬의 정수’는 101레벨 이상의 섬, 정확히는 6계층 이후의 섬에서만 발생하는 수집 요소였으니까.

 그런데 이 튜토리얼 섬에서 그걸 발견하다니,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곧장 하우징을 열고 지하실로 향했다.

 그리고.


 [ 등록 완료. ]

 [ 신예의 수정 나무 ]

 [ 분류 - 섬의 정수 ]

 [ 수집 효과 - 체력 재생 속도 20% 증가 ]


 [ 활성 보너스 효과 - 수집 효과가 전투 중에도 지속됩니다. ]


 “이게, 진짜로···.”


 체력 재생 속도 증가 자체는 흔한 정수라고 볼 수 있지만, 그게 전투중에도 지속 가능한 효과를 보인다면 상급 효과에 속한다.


 그것보다도 1레벨, 그것도 튜토리얼 섬에 정수가 있다는 건 듣도보도 못했다.


 이전 레닉수스 시절의 사람들이 이걸 찾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렇다는 것은.


 “이 세상은, 1레벨 섬부터 정수가 있다는 건가?”


 지금은 그것 말곤 짐작 가는 게 없었다.

 그럼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다행히 곧이어 뜬 알람에 그 걱정거리는 바로 사라지고 말았다.


 [ 최초 획득 보너스가 발생했습니다. ]

 [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


 “어, 응.”


 혹시라도 누군가 정수를 얻어, 하우징을 획득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던 걱정이었는데.

 최초 획득 보너스가 발생한 덕에 다행히 그렇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하우징 최초 획득 보너스도 있었지.

 수집 시스템을 개방하기 위해선 6계층을 넘어가야 하는 게 틀림없다.


 [ 추가 효과가 발생합니다. ]

 [ 지능 +1 ]

 [ 자연 친화력 +7.7% ]

 [ 자연 속성 마법이나 아이템을 사용할 때 효과가 증가함. ]


 ‘발칸델 큐브 급은 아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아.’


 게다가 이건 수집 보상이 아니라 최초 획득 보너스가 아닌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오로지 나만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보상.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자연 친화력이라.

 만약 조금 더 쌓인다면, 드루이드나 정령술 계통도 배워볼 만하겠는데.


 [ 지능 : 10 / 16 ]


 그리고 지능이 1 증가한 덕분에 상태 창에서 은근히 거슬리던 -1 표시가 사라지기도 했고.


 “다음 섬에서 확인해 봐야 할 일들이 생겼네.”


 오직 나만 수집할 수 있는 섬의 정수들이 이후에도 계속 등장할지도 모른다.

 섬의 정수와 최초 수집 특전을 모두 모아나간다면.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까.


 “―혹시 누구 있습니까?”


 지하실 복도 저 멀리서 작게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지금은 무시하기로 했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 먼저 이사수 씨를 만나러 가자.



**



 치료소에서 만난 이사수씨는, 놀랍게도 다치긴 했냐고 물어봐야 할 만큼 거뜬한 모습이었다.


 나를 보며 활짝 웃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그에게 나는 리더 김도훈이 가지고 있던 최종시험 통과 배지를 건넸다.


 “이 은혜를 정말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는 연신 내게 고맙다며 머리를 숙였다.

 내가 아니면 절대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며.


 그럼, 지금이야말로 자연스럽게 제안을 할 만한 타이밍이겠지.


 “정말로 은혜를 갚고 싶습니까?”


 “어휴, 당연한 소리를···.”


 “그럼 저와 파티합시다. 잡다한 일을 맡아줄 동료가 필요해서요.”


 “···.”


 그는 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였다.

 분명 이전 식당에서 반응도 있었고, 기뻐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참 동안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가 그렇게 목숨을 살리면서까지 채용해야 할 인재에유?”


 음.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점을 빼놓고 본다면, 솔직히 인재라고까지 할 수 없긴 하다.

 인재라서 살린 게 아니다.

 그냥 친해진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살린 거였는데.


 그래도 스스로를 낮추며 말하는 게 좀 마음에 걸리니, 부정은 하지 말자.


 “예.”


 “정말 별거 아닌 인간이라니까유. 해본 거라곤 막노동에 요리 조금이 끝이고, 지금도 싸움은 손에 맞질 않아서 치료랑 약초학, 재료 손질, 무기 손질밖에 배우질 못했어유. 전투 같은건 할 줄도 모르고, 그냥 고기 방패밖에 못 하는 짐꾼이다, 이 말 이유.”


 이사수씨는 분한 듯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마치 이렇게 부족한 자신이 당신과 함께할 자격이 있는지 묻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상하게도 내 귀엔 좀 다르게 들리는데.


 [ 준비된 일꾼이니 뽑아만 주십시오 라고 하는데요? ]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지?’


 그는 사실상 짐꾼으로서 필요한 모든 교육을 이미 다 받은 상태였다.

 막노동, 요리, 재료 손질에 무기 손질까지?


 아니, 내가 딱 짐꾼을 동료로 원한다고 말을 했었나?

 사수 씨에겐 한 번도 말 안 했던 것 같은데.

 혹시라도 실망할까 봐 잡다한 일이라고 돌려 말하기까지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전투를 함께 해나갈 동료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심지어 그 서태오 파티조차도 짐꾼으로 받으려고 하지 않았던가.


 뭐라고 말할지 고민하다가,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호의가 돌아왔다고 칩시다.”


 “···호의?”


 “그날 게이트 앞에서 주셨던 서바이벌 세트 기억 나십니까? 그게 없었더라면 전 큰 손해를 봤을 겁니다.”


 진짜 가치가 무진장 커지긴 했다.

 서바이벌 세트와 바꿔 먹은 모르반 반장님의 가구는, 만약 현실로 가구를 꺼내 팔 수 있으면 몇억은 우습게 갈 테니까.

 그것만 해도 솔직히 지금은 내가 진 빚이 더 크지 않나 싶을 정도다.


 “낯선 사람에게도 주저 없이 베풀었던 호의, 그리고 깡패 같은 인간들에게마저 지키려 했던 신의. 그것만 봐도 제가 사수씨와 함께 가고 싶어 할 이유는 충분한 것 같은데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있던 이사수 씨는 이내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진지한 표정을 지으니 이마 주름이 펴져서 좀 젊어 보이네.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어유?”


 “예, 물어보십시오.”


 “혹시 이계에 들어온 이유가 뭔지 들어보고 싶네유.”


 목적.

 목적이라.


 “소중한 사람들이 이계로 사라졌습니다. 같은 보육원 출신의, 누님과 동생입니다. 저는 그들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럼, 찾고 나면···?”


 “더 위로 올라갈 겁니다.”


 나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한번 출항을 했으면, 세상의 끝까지 보고 와야지요. 그게 사나이 아닙니까.”


 사수 씨를 감동이라도 시키려고 허세를 부리는건 전혀 아니다.


 이건 거짓 하나 없는 나의 본심이었다.

 이 세상은 레닉수스와 같지만 다르다.


 끝나버린 업데이트로 막혀버렸던 하늘.

 어쩌면 그 너머가 펼쳐져 있을지도 모른다.

 게이머였던 내가 어찌 그걸 확인하지 않고 참을 수 있겠는가.


 그 말에 사수 씨의 눈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곤, 결연하게 외친다.


 “저도 함께 보고 싶습니다! 세상의 끝을!”


 그의 강렬한 다짐이 내게 전해진다.

 드디어, 내 파티에 짐꾼이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그럼, 이제···.”


 갑자기 사수 씨가 내 두 손을 꽉 쥐더니.


 “앞으로는 형님으로 모실게유!”


 “예?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사나이의 세상에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지유! 웅대한 꿈! 그걸 받쳐주는 능력! 그 관우도 유비를 형님으로 모셨다지 않습니까!”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내가 무슨 말을 더 하겠나.

 그런데 당신은 관우보단 장비나 전위, 허저 이쪽인 거 같은데.


 “···맘대로 하십쇼.”


 “말도 편하게 해주십쇼! 형님! 도혁이 형님!”


 형님이라.

 겉보기엔 차이가 좀 있지만 실제론 나이가 별 차이 나지 않는다고 했었지.

 사실 나는 괜찮긴 하다.

 문제가 있다면···.


 갑자기 “형님” 거리는 큰 소리가 나자, 근처에서 치료사분이 놀란 얼굴로 다가왔다가 다시 멀어지셨다.

 조용히 중얼거리는 소리를 알티가 또 멋대로 증폭시켰다.


 · 저렇게 나이 차이가 나 보이는데 형님 소리를···. 깡패인가?


 ‘···그래, 이런 상황이 좀 문제긴 한데.’


 에휴, 모르겠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연상의 동생인 사수 씨를 짐꾼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



 이사수 씨에게 내일은 푹 쉬라고 말한 뒤, 나는 다시 도시 바깥으로 나와 하우징으로 들어갔다.

 벌써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하우징 감옥의 수감시간은 길지 않으니, 빨리 처리해야 해.’


 슬슬 일을 하지 않으면, 안에 있는 놈들이 멋대로 풀려나 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지하실의 문을 열고 내려간 뒤, 복도 깊숙한 곳까지 걸어갔다.


 하우징 최초 획득 보너스인 ‘얼리 액세스’ 덕분에 여러 시설이 열렸었고, 그중에서도 감옥은 복도의 가장 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곳엔 두 명의 덩치가 있었다.


 ‘이정호, 박철민.’


 감옥은 수감자의 간략한 정보창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름과 직업, 능력치가 전부다.


 “으, 으악!”

 “당신은···!”

 “저기, 여기가 어딥니까?”

 “제발,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시끄럽게 구걸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그들의 말을 흘려들으며 잠시 상태를 바라보았다.

 단검으로 꿰뚫었던 팔과 손, 그리고 부러뜨렸던 정강이까지 간단하게 치료가 되어있는 듯한 모습.

 감옥에서 제공하는 상처 치유 기능이 발동한 듯했다.


 어차피 죽여야하는데 또 드잡이질을 해야하게 생겼다.


 본래 하우징 안에서는 어떤 수단으로도 수감자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집주인과 수감자의 관계라면, 주인 쪽에서 일방적으로 상처를 입히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벼운 상처에 한정하며, 큰 상처를 입힐 수는 없다.


 ‘그래서 일부러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서 하우징을 열었지.’


 이들의 수감 시간은 아마 길어야 20시간.

 하우징 안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끝나는 순간 바깥에서 곧바로 처리해버려야지.


 ‘알티, 저놈들의 남은 수간 시간은?’


 [ 예, 먼저 개척자 이정호의 경우 기한 없음 입니다. ]

 [ 그리고 박철민의 경우 기한 없음 입니다. ]


 ‘흠, 그러면 대충···.’


 ···?

 응?


 “잠깐만, 기한이 없다고?”


 “예?”

 “기한? 우리 얘긴가?”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소리를 내버렸더니 앞의 녀석들까지 반응했다.

 쓸데없는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빠르게 복도를 지나쳐 전시실 앞으로 돌아왔다.


 [ 예, 그렇습니다. ]


 “아니, 왜? 수감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최대 24시간으로 제한되지 않았나? 나를 죽이려고 했다고 해도···.”


 내게 감옥 기능은 사람을 가둬두기 위한 기능이 아니라, 난동 부리는 유저를 다른 섬으로 옮기는 수단에 불과할 정도였다.


 [ 제 추측이긴 하지만, ‘죽음의 가치’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가치가 다르다고? 그게 무슨···. 아!”


 이런, 미친.

 알티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레닉수스 시절, 유저가 유저를 죽여보았자 어차피 약간의 경험치 손해만 있을 뿐이었다.

 죽어도 금방 다시 부활하고, 장비 아이템도 떨어지지 않았으며 소지품 몇 개를 남기는 게 전부였다.

 심지어 소지품 같은 것은 은행이나 하우징에 놔두면 그만이었고.


 거기에 무한 척살 같은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살해당할 때마다 하락하는 경험치는 점점 줄어들어 0에 가까워지기까지 했다.


 이곳은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다.


 죽음은 정진정명 끝을 의미한다.

 다시는 살아날 수 없고, 소지품과 장비를 포함해 모든 것을 빼앗긴다.


 하우징 시스템의 기능은 변한 것이 없으나, 범죄가 가진 현실적인 가치가 달라져 버린 것이다.


 시스템은 ‘살해당한다’는 범죄의 가치를 무한하다고 판단했다.


 이게 이런 식으로 작동하게 될 줄이야.

 그럼, 결국 놈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직접 문을 열고 바깥으로 인도해 줘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 전시실이나 하우징의 존재를 알려주긴 싫은데···.


 ······.

 ···.


 아니, 잠깐만.


 다시 복도를 걸어간다.

 감옥까지 가지 않고, 복도 중간에 멈춰 주변을 둘러본다.


 얼리액세스로 열린 간이 자원 채취 시설, 제작실, 온실 등.

 모두 아직 레벨 1에 불과하지만, 어떤 가능성이 보인다.


 “알티, 혹시.”


 [ 바로 반장님을 불러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


 알티도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 같다.

 다급히 1층으로 올라가 호출벨을 울린다.


 “···애송아, 아무리 그래도 자정에 호출은 좀 무례하다고···.”


 “아, 죄송합니다. 반장님. 일을 부탁드리려는 건 아니고, 하나만 여쭤보고 싶은데 안될까요?”


 “뭐···뭔디···흐암.”


 방금까지 자고 있었는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 모르반 반장님을 모시고 지하로 내려갔다.


 “여기, 안에 시설들이 여러 개 있는데··· 배치를 바꿀 수 있습니까?”


 “···어떤 식으로 말이냐?”


 음, 그러니까.


 “감옥이 가장 바깥에. 나머지 시설들은 그 감옥 안쪽에 들어갈 수 있게요.”


 반장님은 팔짱을 끼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손톱 끝으로 벽을 톡톡 쳐보더니.


 끄덕.


 그걸 확인하자마자, 반장님을 돌려보냈다.

 피곤해 보이는 분을 오래 잡아둘 순 없지.


 하우징 기능을 미리 개방해 주는 ‘얼리 액세스’.

 게임이던 시절엔 하우징 추가 시설이 유용하게 쓰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좋지 않은 보상이라 여겨져 아쉬워했었다.


 근데 이러면 말이 다르지 않은가.


 효율이 낮다느니.

 채굴과 제작 같은 것은 다른 섬이 효율이 좋기 때문이 시간 낭비라느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건 모두 일을 '내가 직접' 할 때의 경우가 아닌가.


 “···이거 대박이네.”


 최초 개방의 보상으로 얻은 '얼리 액세스' 시설들과 바뀌어버린 범죄의 가치.

 두 개가 합쳐진 순간, 내 손 안에는 무일푼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노동력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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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돌풍을 몰고 오는 (4) 24.08.31 1,307 41 18쪽
14 돌풍을 몰고 오는 (3) 24.08.30 1,334 40 18쪽
13 돌풍을 몰고 오는 (2) 24.08.29 1,433 3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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