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가 너무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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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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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 아무 일도 없었지만, 더럽혀진 것 같아

DUMMY

▷ GAME SET

06 07 16 03 – 32 : 카후쿠

00 00 00 00 - 00 : 와이아나에


***


#. 2016년 8월 27일

#-1. 미국, 하와이 오아후

#-2. 호놀룰루


어제 있었던 와이아나에와의 경기는 팀이 가진 문제점과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나는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가능성을 엿봤다.


팀 구석구석 성장할 여지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항상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니까.

전생에서의 나는.


뉴욕 제츠의 오펜시브 코디네이터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언제나 선수들에게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오늘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은 곧.


“언젠가 최고가 될 거란 뜻이라니까.”

“댐-! 너 진짜 답 없이 긍정적이네.”

“큭큭큭. 그래- 예전부터 그런 소리 많이 들었어.”

“그거 알아?”

“응?”

“가끔 너는 꼭 50살 어른이 말하는 것 같아.”

“어릴 때부터 주변에 어른이 많아서 그런가 봐.”

“그런가 보네.”


토요일을 맞아, 나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솔-제이는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오지 못했고, 마르커스와 카오노히 그리고 졸업반 와이드 리시버인 로이스 파오가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할머니는 내 친구들을 위해, 식탁이 무너지면 어쩌나 할 만큼의 음식을 내어주셨다.


“마르커스 쟤는 진짜 잘 처먹네.”

“라인맨이잖아. 좀 더 쪄도 돼.”

“하긴.”


오펜시브 라인맨 중 센터(Center)를 꿈꾸는 마르커스는 그런 것치고는 체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5-10(178cm).

280파운드(127kg).


얼마 전에 15살이 된 소년이라는 걸 생각라면 매우 건장하긴 했지만, 풋볼에서 센터가 되려면 몸집을 더 키워야 한다.


아니면 근육을 만들던가.

쟤는 지금 거의 물살이다.


“레슬링이라도 해보라 하려고.”

“레슬링?”

“응. 몰랐어? 학교 레슬링부 코치가 쟤를 엄청나게 탐내고 있어. 목요일에도 왜 관중석에 앉아 있었잖아. 그 사람이 레슬링부 코치였다고.”


로이스 파오가 금시초문이라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래서 나도 고개를 저었다.


“댐- 어떻게 넌 졸업반인데 나보다 아는 게 없냐.”

“그야, 난 바쁘거든.”

“하. 잘나셨어.”


잘났다(Bite Me)는 표현에, 로이스 파오가 웃으며 내게 어깨동무를 해온다.


뭐랄까.

로이스 파오는 전형적인 사람좋은 인기인이다.

불량배 쪽 말고.

정확히 그 반대편 쪽 사람.


현재 로이스는 풋볼 말고도 축구/야구/육상부에 가입되어 있으며, 심지어 작년부터는 골프도 쳤다.


거기다 카후쿠의 학생회 임원이기도 했는데, 가끔 보면 얘가 우리 학교 사람들을 통틀어 가장 바쁜 것 같다.


그러면서도 학점은 항상 3.5점 이상을 유지했다.

참고로 카후쿠의 시스템은 4.0 스케일이다.


아무튼.


처음에 얘가 버스에서 내리는 걸 보고 [‘뭐지? 몰래카메란가?’]라고 잠시 생각했었다.


“흡-”


로이스 파오가 두 팔을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눈꺼풀이 살짝 무거워 보인다.


“노곤해?”

“응. 밥을 너무 많이 먹었어.”

“왜 내가 주말마다 1kg씩 찌는지 알겠어?”

“하하. 그래- 이젠 믿을 수 있겠다.”

“젠장. 할머니가 밥을 너무 잘해.”

“그건 축복이야, 브로. 우리 엄마가 하는 밥을 먹어봐야 해.”

“그게 그렇게 끔찍하다며?”

“말도 마.”


잠시동안 우린 각자의 가족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 자연스레, 주제는 진학 문제로 갔다.


“슬슬 다른 종목은 정리하려고.”

“그래?”

“응. 풋볼에만 집중해야지. 네 덕분에 NCAA 스카우트가 거의 매일 같이 오고 있잖아. 이런 기회도 없어.”

“냉큼 그 기회를 잡아버려.”


경기가 있는 금요일이면, 하와이 TV 채널 뉴스의 첫 번째 소식은 항상 나에 관한 것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먼저 말하는 게 몇 개의 대학 스카우트가 왔느냐다.


어제는 대략 150개 정도였다.

아무튼.


그래서 로이스 파오는 대학 진학을 위해 풋볼에만 집중하기로 했는데, 이야기를 들으니 어째서 얘가 여기로 올 수 있었는지가 이해되었다.


평소였다면 오늘은 축구 연습을 했을 테니까.

또 일요일은 야구 연습이고.


“무조건 NCAA로 가고 싶어. 주니어 칼리지로 가게 되면, 인생이 너무 빡빡할 것 같거든.”

“아무래도 그렇지.”

“젠장. 넌 어떻게 그런 걸 다 아는데? 신입생이잖아?”

“어릴 때부터 조사 좀 했다.”

“댐— 진짜로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Hell Yeah.”


주니어 칼리지(2년제 전문대).

그러니까, NJCAA에 속한 대학은 가장 팀의 수준이 낮다.

그래서 대부분이 2년 후 NCAA 편입을 꿈꾼다.

대신, NJCAA Divsion 1은 전액 장학금을 보장한다.


NAIA의 경우에는 NJCAA보다는 리그 경쟁력이 있는 편이고 Divsion 1은 NCAA Divison 2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NCAA 관계자들이 경기장을 자주 찾는다.


NFL을 꿈꾸지 않는다면 장학금이 보장되는 NJCAA로 진학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되겠지만, 프로가 되려면 NCAA가 무조건 유리하다.


“그래서 말인데.”

“응?”

“나도 끼워줘.”

“뭘 말이야?”

“왜 그러실까. 너랑 다른 애들이 하는 것 말이야.”

“··· 진심이야, 브로?”


로이스 파오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난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댐-! 제대로 조져보자고!”

“하하. 기대해볼게.”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겨우 3일 정도였지만, 어제 경기에서 그 효과는 확실하게 나타났다.


가끔 작전대로 하지 못하거나 좋지 않은 습관을 드러내곤 했던 세코페가 6번의 캐치와 함께 48야드를 전진한 것이다.


첫 두 번의 경기에서 4번의 캐치와 21야드 전진이 전부였다는 걸 생각하면, 어쨌든 올 시즌 최고의 경기였던 셈이었다.


“젠장, 이러면 코너백도 섭외해야겠네.”

“아, 그거라면 내게 맡겨.”

“후보가 있어?”

“응.”

“누구?”

“칼루나 니히파리. 알지? 40번.”

“아- 걔랑 친해?”

“절친 중의 절친이지. 신입생일 때부터 내가 걔를 키웠다고.”


코너백(Corner Back) 포지션은 쉽게 말해, 와이드리시버들을 전담 마크하는 수비수다.


세이프티들과 함께 팀의 최후방 수비를 담당하며, 해당 포지션을 맡으려면 일단 길고 빨라야 한다.


팀에 뛰어난 코너백이 있으면 아예 그쪽 사이드를 잠가버릴 수 있는데, 이러면 공격이 단순해져서 수비를 하는 일이 훨씬 편안해진다.


우리 팀 내에서는 칼루나 니히파리(Kaluna Nihipali)가 최고의 코너백이다.


“그래도 쉽진 않을걸?”

“후아마투 때문이지?”

“응.”

“뭐, 로토랑은 잘만 지내더만.”


수요일이었나?

로토가 우리에게 합류하려고 했다.


그런데 시오엘레가 갑자기 소리쳤고, 아쉬움에 발길을 떼지 못하던 로토는 한동안 망설이다 돌아섰다.


로토가 와주면 진짜 큰 도움이 될 텐데.

여러모로.

시오엘레는 아직도 내 발목을 붙잡고 있다.


“칼루나는 내게 맡겨.”

“알겠어. 그럴게.”


대화를 잠시 중단하고 집 안쪽을 보니, 아직도 음식을 입으로 집어넣고 있는 마르커스가 보였다.


지금 막, 할머니가 뭔가를 가져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음식이 산더미처럼 쌓인 접시가 앞에 놓여지자, 마르커스는 움찔하며 할머니를 올려다 봤다.


장담하는데.

쟤 겁먹었다, 지금.

그러게.


“스톤 가문의 수장을 얕보지 말라니까?”

“응?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냐. 들어가자. 마르커스를 도와줘야겠어.”

“젠장. 또 먹자고?”

“아니. 쟤를 데리고 나와 산책이나 가게.”

“그거 좋은 생각이네.”


로이스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간 뒤, 우선 소파에 잠들어 뻗어있는 카오노히를 발로 차서 깨웠다.


그러곤 주방 쪽을 돌아봤다.

예상대로, 마르커스는 SOS를 보내고 있다.

눈빛이 저렇게 애처로울 수 없다.


그러니까 내가 말할 때 들었어야지.

왜 호기롭게 다 먹을 수 있다고 했냐고.

난 고개를 저으며 녀석의 뒷덜미를 잡았다.


“산책 좀 다녀올게요-!!”

“너무 늦지는 말렴!”

“네! 접시 치우는 거 도와드려요?!”

“아니, 괜찮아. 내가 할게.”


멜 고모가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식탁으로 왔다.

그래서 난 뭐 필요한 것 없냐고 물었다.


“아이스크림. 골든 메달 맛으로.”

“접수했어.”


어차피 친구들이랑 마트에 들르려고 했기 때문에, 난 지갑을 챙겨 주머니에 넣곤 밖으로 나섰다.


마르커스가 연신 트림을 하고 있다.

난 그만, 녀석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말았다.

꼴보기 싫어서 말이지.


“병신.”


할머니의 집은 호놀룰루의 아이나 하이나(Āina Haina)라는 곳에 있는데, 하와이어로 이는 숨겨진 땅이란 뜻을 갖고 있다.


여긴 조용하면서도 아름답고.

또 무척 살기 좋은 곳이다.

나도 늙으면 아이나 하이나에 정착하고 싶다.


이 숨겨진 땅에서 우리 할머니는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일종의 족장 같은 위치를 맡고 계신다.


엄마도 강하지만.

할머니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아는 가장 대단한 분이다.

나는 그런 할머니를 참 좋아한다.


덕분에 한국인 핏줄에 자부심도 갖고 있다.

폴리네시아 남자를 휘어잡았으니까.

이건 엄마도 마찬가지긴 했다.


“워우. 여긴 또 색다르네.”

“그치?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곳이야.”

“그럴 만도 해.”


뉴욕의 빽빽한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살다 다시 태어나 이곳 풍경을 처음 봤을 때, 나는 그만 눈물을 찔끔 흘려버렸다.


친구들도 마음의 평화를 느끼는 것 같다.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도했다.


섬사람들의 특징이랄까?

늘 자연과 주변에 쉽게 감사한다.

자연이 있어, 인간은 살 수 있으니까.

우린 홀로는 너무 나약한 생물이다.


“오늘 다들 자고 갈 거지?”

“응? 자고 가는 거였어?”

“선택권은 없어, 마르커스.”

“젠장. 나 엄마한테 전화 좀.”

“대체 너 몇 살이냐? 7살?”

“쉿-!”


마르커스를 좀 보라.

저 덩치로 어린아이처럼 굴고 있다.


“그게 어디 하루 이틀이야?”

“하긴.”


잔뜩 몸을 웅크리고 통화 중인 친구의 엉덩이를 정겹게 걷어차며,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잠시 멈췄던 발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생에서 느껴본 적 없는 행복한 기분.

나는 정말.

이번 삶이 좋다.


***


#. 2016년 8월 30일

#-1. 미국, 하와이 오아후

#-2. 호놀룰루, 카후쿠 CDP

#-3. 카후쿠 고등학교

#-4. 풋볼 필드


오늘은 세코페와 마르커스, 카오노히가 없다.

각각 수업 보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이스에게 집중하고 있다.


“라우트가 총 몇 개인 거야?”

“어디 보자··· 다섯?”

“한번 그려볼래?”


모든 와이드 리시버들은 각자만의 달리는 법이 있다.

우리는 그걸 라우트(Route)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라우트는 크게 7개의 기술을 섞는다.


@@@

IMG_4661.jpg

<와이드 리시버의 라우트 지도>

-> 모두가 각자 다른 라우트 지도가 있음


기술 1. 슬랜트(Slant) : 경사, 비스듬한

: 가장 흔하고 선호되는 라우트

: 서너걸음 내딛고 슬랜트를 타거나, 바로 슬랜트로 감

: 사진의 #2/#7/#8이 슬랜트


기술 2. 히치(Hitch) : 걸다, 낚아채다

: 약간의 전진 후 쿼터백 쪽으로 돌아서는 라우트

: 수비수가 예측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게 관건

: 사진의 #1/#4가 히치


기술 3. 컴백(Come Back)

: 히치와 기본적인 움직임은 같음

: 다만 돌아서는 방향이 쿼터백 반대쪽

: 사진엔 없으나, #3 #5 #7에 아래쪽 #1/#4와 같은 화살표 그리면 컴백


기술 4. 아웃(Out)

: 전진하다 사이드라인으로 90도 꺾어 달리는 라우트

: 전진 야드에 따라, 딥/플랫 혹은 퀵 아웃으로 나뉨

: #5 딥 아웃

: #3 아웃

: #10 퀵 아웃


기술 5. 포스트(Post)

: 필드골이 필요할 때 시도되는 라우트

: 5~7야드 전진하다 골대쪽으로 달림

: 필드의 정중앙을 노리는 라우트

: #8이 슬랜트이자 포스트가 될 수 있음


기술 6. 코너(Corner)

: 포스트와 방향만 다른 라우트

: #7이 슬랜트이자 코너가 될 수 있음


기술 7. 고(Go)

: 무조건 쭉 달리는 라우트

: 와이드 리시버의 실력이 압도적일 경우 주로 선택


@@@


“대충, 이 정도?”

“흠-”


워낙 상대 팀과의 수준 차가 있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로이스 파오의 라우트는 살짝 빈약했다.


“두 개 정도 더 늘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떻게?”

“새로운 거 말고, 기존 거에 기술을 더하자.”

“음, 그럼 싑겠네.”

“그러니까.”


펜을 전달받아 선 두 개를 더했다.


“어때? 바로 외울 수 있겠어?”

“···.”

“···.”


아.

그리고.

로이스 파오가 칼루나 니히파리를 데려왔다.


시오엘레는 당연하다는 듯 크게 화를 냈지만, 칼루나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재미있네. 해보자.”

“일단은 이것 먼저.”

“응.”


와이드 리시버에게 라우트는 기초 중의 기초다.

풋볼을 시작했을 때부터 해온.

그래서 습득은 어렵지 않다.


“느낌이 어때?”

“좋아. 어색한 것도 없고.”

“제대로만 달려. 패스 넣어줄 테니까.”


지금 나의 말은 와이드 리시버의 기분을 가장 좋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문장이다.


이후로도 우리는 한동안 훈련을 계속했다.

어느새, 해가 저물어간다.


“여기까지 하자.”

“정리 도와줄게.”

“아냐. 됐어. 볼만 주워줘. 치우는 건 내가 할 테니까.”

“진짜?”

“Yup. 나 여기 살잖아.”

“너 조금 별난 거 알지?”

“이게 바로 스톤 형님이다, 아가야.”

"지랄. 신입생 주제에."

"낄낄낄낄."


동료들과 가까워질수록, 쿼터백으로서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진다.


그런 점에서도, 최근의 시간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먼저 간다.”

“내일 봐.”


로이스와 칼루나가 먼저 풋볼 필드를 떠나고, 나는 주워 담은 도구가 담긴 상자를 핸드카에 실은 후 앞으로 밀고 나갔다.


창고에 이걸 넣어두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런데.


덜컹.

쿵.

“응?”


갑자기 창고의 문이 잠겼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건.


“스테파니?”


요즘 조금 뜸하다고 생각했던 스테파니가 있었다.

저 계집은 바로 내게 달려들었다.

그러니까.

육체적으로.


바로, 위기 감지 능력이 작동했다.


아니, 근데.

미친 해변(Bitch) 아니야?

왜 상의랑 브라를 벗으려는 건데?


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즉시 앞으로 내달렸다.


등 뒤에서 당황한 스테파니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계속 달리다가 훌쩍 뛰어올랐다.


지금 내 앞엔 상자들이 잔뜩 쌓여 있다.

높이는 2m 정도 되려나?


잔뜩 몸을 웅크린 자세로 뛰어 상자 위에 올라선 순간,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환호성을 내질랐다.


“훠-우!!”


뒤지네!

내가 이걸 진짜 뛰어 올랐다고?

젠장, 나 좀 치잖아!


그렇게 완전히 얼어붙은 스테파니를 남겨두고, 난 조금 더 위의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렸다.


창고 안에서 스테파니의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야이, 빌어먹을 새끼야---!!!!”

“망할 해변(Damn Bitch) 같으니라고.”


솔직히 이런 방법까지 동원할 줄은 몰랐다.

아니 근데, 진짜.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거야?


진절머리가 난 나는 얼른 숙소로 달려갔고, 타마티에게 스테파니는 절대 얼씬도 못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또 그런 거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도 못 하실 거예요.”

“허허. 아무튼 알겠다. 널 보호해야지.”

“고마워요.”

“아, 그리고.”

“?”

“음식 잘 먹었다. 할머님께 솜씨가 정말 좋으신 것 같다고 전해드리지 않으련?”

“Hell Yeah.”


일요일 숙소로 올라오기 전, 나는 집에 잔뜩 남은 음식을 친구들께 포장해주고 또 따로 타마티의 것도 담았다.


그러고도 냉장고가 한가득이었다는 건 비밀이다.

할머니는 대체 손이 얼마나 큰 걸까.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목욕 바구니를 챙겨 샤워실로 향한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몸을 깨끗하게 씻었다.


젠장.

아무 일도 없었지만, 더럽혀진 것 같아.

그래도 한 가지 교훈은 얻었다.


쿼터백과 사귀어 퀸(Queen)이 되고 싶은 고등학생 여자아이는 언제든 옷을 벗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아, 젠장. 또 떠올랐어.”


불쾌감에 다시 바디 워시를 몸에 바르곤, 바닥에 떨어뜨려 놓은 샤워볼을 집어 들었다.


오늘은 나의 이번 생.

아니.

전생까지를 통틀어 가장 긴 샤워가 될 것 같다.


그 망할 해변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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