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가 너무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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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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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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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 터치다운 패스를 만들어야 한다

DUMMY

수요일부터 어떤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티켓이 얼마만에 동이 났다든가.

CBS가 전국 중계를 한다든가.

하와이 주지사가 온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만큼 이번 경기를 향한 관심은 엄청났다.

방송에선 역대 최고의 고등학교 풋볼 경기가 될 거랬다.


준비를 끝내고 필드로 나섰을 때.

나는 그게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됐다.

알로하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사람들.

하늘에선 드론이 날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관중석에선 나팔과 드럼이 울려 퍼졌다.


드럼라인.

마칭밴드.

치어리더.


우리 대신 기선제압을 해주겠다는 듯, 양 팀 응원단은 벌써 신경전을 펼쳤다.

.

.


#. 2016년 11월 19일

#-1. 미국, 하와이 오아후

#-2. 호놀룰루 CDP, 아이에아

#-3. 알로하 스타디움


▷ GAME

00 – 00 세인트루이스

00 – 00 카후쿠


킥오프 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나는 동료들을 곁으로 불렀다.


일주일에 세 번, 2시간 30분씩 함께 땀을 흘리다 보니 이젠 눈빛만으로 많은 걸 공유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어떤 건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예를 들면 이런 거.


“내가 진짜 너희 사랑하는 거 알지.”

“웃기시네.”

“왜 그러셔, 진짜야. 너도 나 사랑하잖아?”


전의를 끌어 올리는 일은 앞서 다 했다.

라커룸에서.

또 필드에서.


그래서 지금은 굳이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았다.


차분하게.

냉정하게.

잘 준비된 상태로 필드로 나갔으면 한다.


“관중석에 있는 5만 관중이나, 주지사, CBS. 심지어 NCAA 같은 것들도 집어치워. 챔피언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야. 이것 하나만 생각하자. 우린 필드로 나가, 세인트루이스를 잡아먹을 거고, 이기고 당당히 집으로 돌아갈 거야. 알겠지?”

“OORAH-!!”

“좋아. 똑같이 가자. 하나둘셋!”

“레드 레이더스!”


환호성과 박수가 교차되고.

스페셜 팀이 곧바로 필드로 뛰어나갔다.

오늘 킥오프는 세인트루이스다.



.

(앤드류 캐탤런) - CBS 아나운서

“정말로 큰 경기입니다. 작년 고등학교 내셔널 챔피언십보다도 더 큰 주목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세인트루이스의 킥오프. 양 팀의 스페셜 팀이 필드 위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



삐—익!


세인트루이스의 진영에서 공이 날아오르고, 길게 날아온 것을 잡아든 엘비스가 전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리 먼 거리를 달리진 못했다.

대강 23야드 지점에서 멈췄다.


저곳이 공격 시작지점임을 확인한 나는 헬멧을 쓰고 뒤로 돌아 공격팀에게 외쳤다.


“우리가 가진 걸 전부 보여주는 거야!”

“YEAH-!!”

“Okay, LET`S GO-!!”



.

(앤드류 캐털런)

“드웨인 모이 스톤이 경기장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올해 카후쿠 고등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입니다만, 신입생답지 않은 모습으로 주전 쿼터백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심지어 월반한 신입생이라 14살입니다. 그런데, 14살의 몸이 아니죠.”


(톰 맥카시) - CBS 아나운서

“14살의 어린 선수가 자신보다 네다섯 살 많은 선수와 몸을 부딪치고 있습니다. 풋볼이 얼마나 육체적으로 가혹한 스포츠인지를 생각해보면, 이 친구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



동료들과 함께 공격지점으로 달린 나는 빠르게 허들을 만들어 작전을 동료들에게 전달했다.


일단은 첫 번째 다운이고.

상대 수비도 한번 확인해봐야 한다.

그래서 평소처럼.


“I-더블. X블록, Z플래쉬. 45 화이트야.”


I-포메이션을 활용한 러싱 전술을 택했다.

나의 뒤로 두 명의 러닝백이 선다.


스냅(Snap)을 받은 후에 바로 돌아서서 두 번째 러닝백에게 볼을 전달할 건데, 첫 번째 러닝백은 스크리미지 라인으로 돌진하여 길을 터주는 역할을 맡는다.


X블록은 O-라인의 블록 형태.

Z플래쉬는 와이드 리시버를 향한 작전이다.

마지막으로 45 화이트는.


“HUT!!”


러닝백이 뛰어드는 위치를 의미했다.

O-라인의 4번과 5번 사이로 뛰어들 거다.


***

I-포메이션 1.png

<카후쿠의 I-포메이션 공격>


1. 스냅 후 왼쪽으로 뛰는 첫 번째 풀백은 미끼

2. 두 번째 러닝백에게 볼을 전달 후 러싱


3. 그림상으로 위쪽 T부터 1,2,3,4,5번

4. 45화이트 = 4번과 5번 사이로 돌진을 의미


***


쿵!

우당탕!


복잡하게 얽힌 스크리미지 라인 사이로 하먼이 뛰어들어봤지만, 우린 겨우 1야드밖에 전진하지 못했다.


물러서지 않은 게 어디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3야드 정도는 확보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수비가 좋다.


그리고 다시 허들 시간.

이번엔 패싱을 해볼까 한다.

타이트 엔드를 활용할 생각이다.


“I-더블, 디코이! X블록, 스위치잼.”

“한번 굴러보자고~”


본인을 위한 공격전략임을 파악한 세코페가 손바닥을 두들기며 기뻐했다.


기뻐하는 건 성공한 다음에 해도 되지 않아?

하지만, 난 굳이 이렇게 말하진 않았다.


대신.


“그린- 80!! HUT!”


바로 준비 자세를 잡은 후, 볼을 전달받아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배치 자체는 조금 전과 똑같다.

여섯 명의 라인맨.

두 명의 풀백.


스냅을 받아 뒤로 돌아 풀백에게 볼을 전달하는 동작을 취하는 것까지도 같지만, 실제로 볼을 전달하지 않은 순간부터 차이가 생겨난다.


돌아선 뒤에는 먼저.

와이드리시버 쪽을 바라봤다.


예상대로, 코너백이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

오늘 긴 패스는 조금 힘들어 보인다.


어차피 지금의 시선 처리를 속임수로 쓸 생각이었기에, 난 미련 없이 시선을 세코페가 있는 쪽으로 돌렸다.


블록에 가담했던 녀석은 어지러운 틈을 잘 빠져나왔다.

연습한 보람이 있네.


나는 바로 세코페에게 패스를 보냈다.

그리고.


쿵!

“욱!”


느껴지는 충격.


세인트루이스 라인배커들의 태클은 지금까지 상대했던 고등학교 팀의 태클보다 훨씬 더 아팠다.


***

I-포메이션 2.png

<두 번째 공격, 스냅 이후의 상황>


1. I-더블, 디코이 : 풀백 둘을 전부 미끼로 씀

2. 풀백이 스크리미지 라인에 붙은걸 볼 수 있음


3. 타이트엔드는 스위치잼(모이와 둘이 연습한 것)

4. 태클에 가담하는척 했다가 중앙으로 빠짐.

5. 모이가 와이드리시버 시선처리로 페이크를 주고

6. 가운데를 보고 패스


***


(앤드류 캐털런)

“빈 곳으로 잘 찔러준 드웨인 모이 스톤-! 카후쿠 고등학교의 퍼스트다운 성공입니다!”

.



퍼스트다운 선언 이후, 내게 태클을 건 세인트루이스의 79번이 안타까워하며 욕설을 내뱉는다.


“썅-!”


조금만 빨랐으면 색(Sack)이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어쨌든 지금은 내 패스가 먼저 이뤄졌다.


그래서 난 79번을 향해 말했다.


“좋은 태클이었어.”

“다음엔 어림없어.”

“기대할게.”

“여유 부리긴.”

“All Day.”


괜찮은 척을 하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태클을 계속 허용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금방은 약속된 전술이라 패스 타이밍이 빨랐던 거지, 리시버들이 전부 막히고 임기응변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영락없이 색을 당했을 거다.


블록 형태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개인 기량의 문제인지.

시간이 좀 흘러봐야 알 것 같다.


“HUT!”


이후로도 야금야금 전진을 이어나갔지만.

세인트루이스의 수비는 견고했다.


결국, 우린 펀트(Punt)를 선택했다.

그리고 나도 벤치로 돌아갔다.


스페셜 팀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후우-”

“잘하고 있어.”

“쟤네 수비가 너무 견고해요.”

“차분하게 생각해. 여태껏 해왔던 경기들과는 달라. 판단력은 좋아 보이니까, 네 감대로 뛰어.”

“Yes Sir.”


필드 골을 시도할만한 거리까지 접근했으면 참 좋았을 건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풋볼에서 세 번째 다운까지 실패하고 공격지점이 필드골을 시도할 수 없는 거리라면, 공격하는 팀은 스페셜 팀을 투입해 펀트 플레이를 진행한다.


펀트 플레이란.

킥-오프 때처럼 볼을 차는 걸 말한다.


만약 네 번째 시도까지도 퍼스트다운을 따지 못하게 되면 그 위치에서 그대로 공수가 교대되기에, 길게 볼을 차서 공격지점을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


팡-!


세코페가 길게 찬 볼은 세인트루이스 진영 13야드쯤 되는 곳에서 사이드라인을 벗어났다.


저 정도면, 매우 훌륭한 펀트다.


“끝내주는 킥이었어.”

“있잖아?”

“응?”

“사실, 조금 잘못 맞았어.”

“뭐? 진짜?”

“속으로 좆됐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제대로 날아가지 뭐야. 젠장. 죽다 살아났어.”


실수가 좋은 펀트로 이어지는 행운.

어쩐지 예감이 좋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인트루이스의 첫 번째 공격.

투아 텅오바일로아가 필드로 나섰다.



.

(앤드류 캐털런)

“투아 텅오바일로아는 내년 가장 유력한 SEC 플레이어 후보입니다. 많은 곳에서 장학금을 제안하겠지만, 아무래도 SEC에서 뛰지 않겠어요?”


(톰 맥카시)

“하와이 역대 최고의 쿼터백이란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테네시의 마커스 마리오타도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보다 훨씬 낫다고 인정했을 정돕니다.”

.



세인트루이스의 공격은 예상대로 이뤄졌다.

슬롯백을 통한 짧은 패스.

그리고 쿼터백의 러싱.


팀의 디펜시브 엔드가 단단히 틀어막힌 사이, 전진을 거듭한 세인트루이스는 어느새 우리 수비 진영 15야드까지 접근했다.


확실히, 슬롯백 대처가 쉽지 않다.

라인맨들의 기량도 차이가 난다.


실점의 위기가 가까워진 순간.

갑자기 등장한 붉은 유니폼이 투아를 낚아챘다.


깜짝 놀란 벤치에서는 곧바로 커다란 목소리가 튀어나왔고, 투아의 팔에서 흐른 볼을 향해 양 팀 선수들이 뛰어들었다.


색으로 끝날 것이냐.

공수가 바뀔 것이냐.


숨 막히는 침묵이 곁으로 내려앉았을 때, 선수들이 뒤엉킨 곳으로 달려간 주심이 오른손을 세인트루이스 진영으로 뻗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거지!! 그거라고!!”

“훠—우!!”


우리 벤치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심판은 우리가 볼을 빼앗았으며.

공격권을 다시 가져왔다고 선언했다.


나는 곧장 필드로 달려갔다.


“좋은 태클이었어, 17번!! 좋은 태클이었다고!!”


조금 전 투아에게 태클해 볼을 흘리게 만든 선수는 팀의 졸업반 라인배커 크리스토퍼 투릴로아였다.


초반 흐름을 가를 수도 있는 결정적 수비 성공에, 투릴로아는 내게 이렇게 말을 했다.


“이게 다 운동한 보람이야. 안 그래?”

“하하. 그래- 계속 보여줘, 근육맨.”

“그래야지. Come On-!!”


체력단련실에서 보낸 시간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 투릴로아가 벤치로 돌아가고, 손에 들고 있던 헬멧을 쓴 나는 공격을 시작할 지점으로 움직였다.


1쿼터가 어느새 절반 이상이 지났다.

지금까진 사이좋게, 각자 공격 기회를 날렸다.

하지만 이번엔 꼭 득점을 만들고 싶다.


최소한 필드골 지점까진 가야겠다.


“아까는 진짜 빡쳤어.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해서, 필드골도 만들지 못했으니까. 이번엔 제대로 해보자. 샷 건으로 갈 거야. 알로하 댄스, Y셔츠. 21알파. 알았지?”


처음보다 조금 더 과감한 공격.

이것은 존 모스 코치님과 결정한 것이다.


수비 시간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코치님과 대화했고, 그것을 정리해 감독님께 전하여 공격 방식에 변화를 줬다.


러싱게임도 나쁘지는 않지만.

세인트루이스의 수비를 좀 흔들어보고 싶다.

그러려면 패싱을 섞어줘야 한다.


“블루- 80!”

···.

“HUT!”


첫 번째 다운부터 나온 샷 건 플레이에, 세인트루이스의 미드라인배커가 부지런히 지시하는 게 보였다.


보통 이건 세 번째 다운 때 하니까.

당연히 러싱이라고 판단했을 거다.


아래로 내려앉은 세이프티.

샘(Sam)은 코너백을 향해 달렸고.

윌리(Willy)는 내게 돌진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패스를 시도하려던 동작을 멈추곤 스스로 직접 볼을 쥐고 내달렸다.


패싱을 섞는다고 해서.

꼭 패스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패싱 포지션을 보여주기만 해도 된다.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샷 건을 했을 때 세인트루이스의 수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었는데, 순진하게 갔다면 첫 번째 공격은 실패했을 거다.


하지만, 처음부터 난 블루(Blue)를 외쳤다.

블루.

내가 달릴 수도 있다는 신호.


스트롱사이드 라인배커(샘)가 멀리 떨어진 지금.

스크리미지 라인을 오른쪽으로 돌아 나가자.

제법 너른 공간이 발생했다.


지금은 본전.

그리고 이제부터는 이득.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달릴 때마다 우리는 야드를 벌었고, 계속 달리던 나는 50야드 지점까지 나아간 뒤에야 사이드라인 밖으로 빠져나왔다.


***

샷 건 - 러싱.png

<샷건 - 모이의 러싱>


1. 백을 두지 않는 극단적인 패싱 대형

2. 스냅 직후 와이드리시버가 동시에 내달림

3. 오른쪽 타이트엔드 역할이 중요함

4. 마찬가지로 스트롱사이드에서 달리기 시작하여

5. 리시버처럼 보이다가 샘을 막아주는 역할


6. 라인배커 하나가 후방 수비로 후퇴했기 때문에

7. 스크리미지 라인을 돌면 빈 공간이 생김

8. 오른쪽 타이트엔드가 샘을 블록해주는 사이

9. 모이가 추가로 전진하다 스스로 사이드라인아웃


***


(앤드류 캐털런)

“드웨인 모이 스톤이 놀라운 달리기 실력을 보여줍니다. 전미 8세부터 14세까지의 모든 단거리 육상 신기록을 이 친구가 보유하고 있죠. 100m 기록이 무려 10.43초입니다.”


(톰 맥카시)

“훌륭한 신체 능력도 능력이지만, 지금은 임기응변이 매우 돋보였습니다. 샷 건 위치에서 패스를 보낼 장소가 없다고 빠르게 판단했고, 공간을 찾아 나가는 능력도 훌륭했습니다.”


(앤드류 캐털런)

“카후쿠 고등학교의 감독 가빈 트래비스의 말에 따르면, 드웨인 모이 스톤이 필드를 이해하는 능력은 선천적이라고 합니다. 머릿속에 나머지 21명의 선수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다 그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지금의 플레이를 보면 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제법 훌륭했던 러싱을 성공시킨 덕분에.

나는 지금 살짝 흥분한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쿼터백이다.

누구보다도 냉정해야 한다.


빠르게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하며, 나는 벤치에서 전해져오는 작전을 받아들었다.


“한 방 더 때릴 거야!”

“Let`s Go-!”

“샷 건. 라이트 스피드 팩. 버블버블.”


지금까지는 워낙 수준 차이가 나는 팀들만 상대했었기에, 세인트루이스의 D-라인은 심장을 쫄깃하게 해줬다.


더 빠른 판단.

더 빠른 동작.


아직 1쿼터도 채 끝나지 않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언제 태클이 들어올지 모르는 긴장감.

동료들을 믿는 것도 전처럼은 할 수 없다.

분명, 절반 정도는 실패할 테니까.


쿵!

“!!”


어떤 연유에서인지 디펜시브 태클과 엔드가 동시에 달려들었고, 둘이 합쳐 300kg에 가까운 두 거구의 태클을 나는 온몸으로 받아냈다.


스스로 칭찬할 만한 건.



.

(톰 맥카시)

“볼을 떨어뜨리지 않았네요.”

.



순간적으로 숨을 쉴 수 없는 큰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도 볼을 품에 안고 놓지 않았다는 거다.


오펜시브 라인이 너무 쉽게 뚫리자, 벤치에서 감독님이 헤드셑을 벗어 집어 던졌다.


하하.

저거 어디에서 많이 보던 건데.

나도 전생에 꽤 많이 장비를 부숴 먹었다.

대체로 연봉에서 제해졌지만.


“God! 뒤지겠네!”

“괜찮아?”

“후우- 잠시만. 잠깐이면 돼.”


등을 필드 위에 대고 누워.

잠시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100%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어날 수 있을 만한 때가 되면, 그냥 바로 일어서야 한다.


풋볼은 충격이 가실 때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걸 극복하지 못하면?

만년 백업이 되어야 한다.


쿼터백은 육체도 육체지만 정신력이 중요하다.


경기마다 누적되는 충격의 정도가 어지간한 픽업트럭과 충돌한 것과 맞먹는데, 이때 전해지는 고통을 두려워하면 포켓에서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난 바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얼른 일으켜달라고.


그리고.


“이번엔 제대로 막아보자.”

“응.”

“좋아. 이제, 괜찮아. Let`s Go.”


지속된 실수로 약간 위축이 된 오펜시브 라인을 독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기는 41야드 지점.

세 번째 다운.


더 뒤로 밀려나는 불상사만 없다면, 이번 세 번째 다운에 실패해도 킥을 통한 득점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히 더 나아가면 좋았기에.

난 주저하지 않고 동료들에게 말했다.


“피스톨, 하드보일드 에그.”


권총.

삶은 달걀.


우리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들을 나열한 후, 나는 피스톨(Pistol) 전형이 충분히 갖춰진 지를 확인했다.


다섯 명의 오펜시브 라인과 타이트 엔드.

난 그로부터 4야드 뒤에 있다.

그리고 내 뒤엔 풀백이 버텼다.


왼쪽에 있는 두 명의 와이드 리시버.

오른쪽에 있는 메인 와이드 리시버.


모든 것들이 제 자리에 있는 것을 확인한 뒤, 나는 스냅을 알리는 마법의 단어를 외쳤다.


“HUT!”


뒤쪽으로 볼이 전달되어 오고, 나는 풀백에게 볼을 넘기는 척했다가 몸을 빙 돌려 전방을 쳐다봤다.


마찬가지로, 롱 패스는 힘들다.

상대 코너백이 너무 크다.


어차피 처음부터 패스를 보낼 생각은 없어서, 나는 이번에도 멀리 던지는 척하는 것을 속임수 동작으로 활용한 후에 정면으로 달려나갔다.


하드보일드 에그.

즉, 삶은 달걀은.


내가 있는 포켓을 삶은 달걀 모양으로 보호해 달라는 것을 의미했다.


좌우 디펜시브 엔드와 라인배커들이 측면을 파고들려고 하기에, 삶은 달걀로 포켓이 잘 보호되기만 하면 태클이 있는 중앙 지역이 오히려 헐거워진다.


난 그것을 노려서 달렸고.

곧 누군가와 부딪혀 넘어졌다.


3야드 전진.

퍼스트 다운까지는 딱 1야드가 부족했다.

아쉬움에, 주먹으로 바닥을 쳐본다.


“젠장!”


결국 이번 공격은 필드골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았는데, 감독님이 곧바로 스페셜 팀을 들여보내고 있었다.


“넌 잘 했어.”

“그래도 겨우 1야드야.”

“스페셜 팀을 믿자.”

“그래야지. 가자.”

“응.”


벤치로 돌아온 나를 많은 이들이 격려해줘다.

색은 몇 번 당했지만.

볼을 놓치지 않았고.

상대에게 볼을 넘겨주지도 않았다.


몇 번의 패스 성공과. 얼마의 전진.

터치다운은 없었지만.

쿼터백으로서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득점이 없다면 전부 의미가 없다.

나는 터치다운 패스를 만들어야 한다.


“2쿼터엔 더 잘해야 해.”

“잘할 거야.”

“후우-”


비디오로만 보다가 직접 맞붙어보니.

확실히 선수 수준에서 차이가 났다.


하지만 우리는 1쿼터 당당하게 맞섰다.

그리고 상대보다 앞서 득점을 올려 0의 균형도 깨트렸다.


필드골로 인한 3점.


이것이 오늘.

세인트루이스와 우리가 1쿼터에 만든 유일한 득점이다.

.

.


▷ 하프 타임

00 10 – 10 세인트루이스

03 03 – 06 카후쿠


작가의말

선작 많이많이 부탁드립니다...

전작들처럼 경기 내용을 많이 담기보단

스토리+@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결승은 다음 화에 바로 종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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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031. Welcome! 신입생과 전학생! +33 24.09.11 10,723 516 18쪽
30 030. 야, 나한테 뛰어와야지 +69 24.09.10 11,130 697 21쪽
» 029. 터치다운 패스를 만들어야 한다 +33 24.09.09 11,086 538 19쪽
28 028. 아주 많이 즐길만했다. +30 24.09.09 11,503 500 18쪽
27 027.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냐? +34 24.09.08 12,078 505 16쪽
26 026. 어떤 일이든 하는 게 옳다 +41 24.09.07 12,166 581 16쪽
25 025. 순수하게 꿈을 좇고 있을 뿐이다 +29 24.09.07 12,441 486 19쪽
24 024. 나쁠 것 하나 없는 거래다 +43 24.09.06 12,917 573 19쪽
23 023. 입맛이 그리 텁텁하지만은 않다 +35 24.09.05 13,182 590 20쪽
22 022. 엄-청 시끌벅적하겠지? +60 24.09.04 13,114 625 19쪽
21 021. 와-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어 +28 24.09.04 13,078 506 17쪽
20 020. 역시. 키워 쓰는 맛은 각별하다 +31 24.09.03 13,722 497 19쪽
19 019. 지금 여기, 살아 있노라 외치고 싶어진다 +34 24.09.02 13,934 549 17쪽
18 018. 아무 일도 없었지만, 더럽혀진 것 같아 +25 24.09.02 14,231 489 16쪽
17 017. 그 기분, 누구보다 잘 안다면 믿어줄래? +28 24.09.01 14,551 49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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