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전설급 투수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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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마음
작품등록일 :
2024.08.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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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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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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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속아주셔야겠어요.

DUMMY

스프링 캠프가 끝이 나고 대전 브레드 선수들은 한국으로 귀국했다.


결국 나는 스프링 캠프에서 호주 팀들과의 연습 경기에 한차례도 등판하지 못했다.


김인범 선배는 손바닥 부상으로 연습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고 박정태 선배는 어느 정도 내 공을 받을 수 있었지만 혹시나 김인범 선배처럼 부상이라도 당할까 봐 정필규 감독님이 내린 결정이었다.


그렇다고 불안한 마음은 없었다.


어차피 내 실력은 모두에게 증명했고, 스스로도 내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만약 이번 캠프에서 증명을 못했더라도 전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다른 선수들이 이틀에 한 번 꼴로 땀을 흘려가며 연습경기를 치를 때 시원한 그늘에서 실컷 여유를 만끽했다.


귀국 당일, 공항에는 민아가 마중을 나와있었다.


"주태양! 여기 여기!"


민아는 입국장에서 나오는 우리 선수단을 보고는 제자리에서 동동 뛰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뭐야? 태양이 여자친구야?"


"네. 선배님."


"임마 이거 벌써부터 여자친구를 사귀노. 햄도 아직 없는데."


"닌 얼굴이 못생겼으니까 없지 임마."


"뭐라카노. 니도 없다 아이가. 니 와꾸를 보고 얘기해라. 산적같이 생긴 놈이."


"뭐? 이 자식아?"


정상현 선배와 신대식 선배는 동갑내기 친구 아니랄까 봐 갑자기 외모 디스전이 열리며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저... 선배님. 저희 오늘 다음 일정이 있나요?"


"아니, 바로 대전으로 가서 짐 풀고 휴식이지 뭐. 왜?"


"왜겠노 자슥아. 여서 여자친구랑 데이트하고 싶어서 카겠지. 어휴, 나이 처먹고 눈치가 저래 없어가. 쯧쯧쯧."


빠직-


정상현 선배가 발끈해서 신대식 선배에게 달려들려고 하자 신대식 선배는 냉큼 다른 선수들 뒤로 숨어버렸다.


"어휴, 저걸 그냥. 아이고, 미안하다. 선배가 돼서 보기 흉한 모습들을 보였네."


"아뇨. 흐흐흐. 보기 좋은데요 뭘."


"그래. 여기서 따로 갈 거면 가도 된다. 내일 훈련장에만 늦지 않게 나오면 되니까. 감독님께 말씀드리고 가면 될 거야."


"네,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럼 내일 훈련장에서 뵙겠습니다."


나는 정상현 선배에게 인사를 한 뒤 감독님을 찾아갔다.


감독님은 몇몇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잠시 후, 인터뷰를 끝마친 감독님이 기자들에게서 풀려나자 나는 곧바로 감독님에게 가서 말했다.


"저, 감독님."


"오! 우리 태양이! 무슨 일이야?"


정필규 감독님은 내가 실력을 증명한 이후로 나를 무슨 보물처럼 대하고 있다.


약간 부담되기도 했지만 그냥 즐기기로 했다.


어차피 이런 관심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무수히 많이 받아봐서 익숙하기도 했다.


"가족이 여기 공항에 와 있어서요. 정상현 선배님께 들으니 내일 훈련장에만 늦지 않게 오면 된다고 들었는데 혹시 여기서 따로 이동해도 될까요?"


"오오! 태양이 가족이 왔어? 어디야? 내가 직접 부모님께 인사라도 해야 할 거 같은데."


정필규 감독님은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아. 부모님이 오신 건 아니고요. 여자친구가...."


"그건 가족이 아닌데...?"


".... 가족이 될 사람입니다."


"흐음. 그래. 일단 여자친구 기다리니까 가봐. 대신 위험한 곳에 돌아다니고 그러면 안 된다? 알겠지? 네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감독님 정말 많이 슬플 거야."


"네. 저희도 주변 좀 둘러보다가 밥만 먹고 대전으로 갈 거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하하."


"그래. 감독님 우리 태양이 믿어. 내일 보자."


"넵."


나는 감독님과 코치님, 선배들에게도 인사를 한 뒤 민아에게 달려갔다.


"민아야!"


"주태양!"


한 달 정도 만에 만난 우리는 반가운 마음에 주변 시선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공항에서 포옹을 했다.


"잘 있었어?"


"나야 잘 있었지. 근데 태양이 너 많이 탄 거 같다? 겨울인데 왜 이렇게 탔어!"


"당연하지. 한국은 춥지만 호주는 따뜻하거든. 낮에는 햇빛이 가득해."


"아! 그런가? 헤헤. 아무튼 오랜만에 봐서 좋다."


"나도 좋아. 보고 싶었어."


"주태양. 나 배고파. 아직 아침도 못 먹었어!"


"그래? 그럼 우리 밥 먹으러 가자."


나와 민아는 공항을 빠져나와 근처 일식 돈가스 전문점에 들어가서 밥을 먹었다.


"태양아. 스프링 캠프 어땠어? 감독님한테 어필 마구마구 했어!?"


"아, 그게 말이지...."


했다. 아니, 당했다.


나는 그냥 평소대로 던졌는데 마구마구 어필당했다.


감독님이 나 하나 때문에 전담 포수도 두겠단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민아가 먼저 선빵을 쳤다.


"괜찮아... 원래 프로 무대가 그렇게 쉬운 게 아니잖아.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우리 팀에 윤정수? 윤정규? 그 사람도 고등학생 때 초특급 유망주 소리 들었었는데 지금 완전히 맛이 가서 오락가락한다던데?"


아, 정규 선배....


하긴 오락가락한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선배긴 하지.


긁히는 날에는 꽤 좋은 공을 던지는데 컨디션이 안 좋으면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못 넣으니까.


작년에도 롤러코스터를 타서 7승 8패 방어율 5점대였나? 그랬지 아마?


"그러니까 태양이 너도 이번에 기회를 못 받았다고 해도 기죽지 마! 원래 프로에 적응하려면 보통 몇 년씩 걸린대! 힘내!"


민아는 스포츠란의 기사에서 내가 연습 경기에 한 번도 등판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봤다고 했고, 혹시라도 그거 때문에 내가 좌절할까 봐 어떻게든 기운을 불어넣어 주려 애쓰고 있었다.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여자인가!


회귀를 위해 미친 듯이 몸을 혹사 시켰던 그 시간들이 전혀 후회되지 않았다.


이 시기의 민아는 반평생을 대전 브레드를 응원하고 계신 민아네 부모님과 달리 아직 야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1년 반 전쯤에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야구라는 스포츠에 아예 관심도 없었으니까.


나를 만나면서 조금씩 야구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결국 부모님이 응원하는 팀인 대전 브레드 팬이 됐지만 구단의 핵심 선수 몇을 제외하고는 선수 이름도 다 모를 정도로 아직은 뉴비 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관련된 기사들은 빠짐없이 찾아보고 나를 욕하는 댓글이 보이면 숨겨진 전투 본능을 드러내는 여전사의 성향을 보여주기도 했다.


나는 스프링캠프에서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다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괜히 놀리고 싶은 마음에 연기를 했다.


"그래... 고마워. 사실 조금 힘들었거든. 프로의 벽은 진짜 높다는 걸 느꼈어. 그래도 민아 네가 이렇게 응원해 주니까 힘이 난다. 고마워!"


됐다! 자연스러웠다!


크으~ 연기력 지렸고.


내 지려버린 연기력에 민아는 내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나는 민아의 응원을 잔뜩 받으며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


시범경기가 시작하면 알게 되겠지.


네 남자친구가 어느 정도의 선수인지 말이야.


민아야 미안! 장모님, 장인어른 죄송해요! 좀 속아주셔야겠어요.


"... 큭크큭큭."


"왜 그렇게 야비하게 웃어?"


"크크큭.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다가올 시범경기, 민아네 가족이 당황할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걸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




다음날 대전 브레드 훈련장.


"오! 준수? 오랜만이다?"


"하하하... 태양아.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거의 반 년 만인가?


신인 드래프트가 끝나고 나서 처음 보는 거니 그 정도 된 거 같다.


"나야 뭐. 보는 대로. 넌 살이 조금 빠진 거 같다?"


"응. 한 7~8kg 정도 감량했어. 몸이 너무 무거운 거 같아서."


"그럼 파워가 더 약해지지 않아?"


"그렇긴 한데 내가 지금 공에 배트를 맞추지도 못해서 말이야. 하하하... 감량을 하면 배트 스피드가 좀 빨라지지 않을까 해서."


"음."


오랜만에 만난 강준수는 굉장히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원래도 나를 대할 때 어색해 하고 불편해했었지만 6개월 만에 만난 강준수는 대화를 하면서도 내 눈도 제대로 못 맞추고 있었다.


"아! 태양아. 나 제대로 된 설명을 못 들었는데 내가 네 전담 포수가 된다던데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무슨 소리야. 들은 그대로지. 감독님께서 널 내 전담 포수로 기용할 거라고 하셨어."


"응.... 그러니까 김인범 선배님도 계시고 박정태 선배님도 계신데 2군에서도 폼이 별로 안 좋은 나를 왜 갑자기...."


"너밖에 없어서."


"응?"


강준수의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내 공을 지금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그렇다고."


"아...."


그때 마침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셨다.


"네가 준수냐?"


"아! 넵.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이번 드래프트에서 8라운드에 대전 브레드의 지명을 받아 입단하게 된 강준수라고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강준수는 감독님을 보자마자 부동자세를 취한 후 자신을 소개했다.


"워워워. 너무 그렇게 긴장 안 해도 돼. 그래. 몸은 다 풀어놨고?"


"넵! 30분 전부터 계속 풀고 있었습니다!!"


"짜식. 열심이네. 우리 태양이도 몸 다 풀었고?"


"네. 저도 준비됐습니다. 감독님."


"그래. 그럼 한번 볼까?"


감독님의 말이 떨어지자 나는 마운드로 강준수는 홈플레이트로 향했다.


그리고 시작된 투구.


나는 와인드업을 하고 첫 번째 공을 뿌렸다.


휘이익-


뻐엉-


156km의 패스트볼이 강준수의 미트로 빨려 들어갔다.


"오오...."


안정적으로 포구를 하는 강준수의 모습에 감독님과 코치님들은 짧은 탄성을 토해냈다.


나는 조금씩 구속을 올려가며 이 코스 저 코스, 강준수의 미트가 자리한 곳으로 공을 계속 던져댔다.


157km, 158km, 159km.......


그리고


휘이익-


콰앙-


160km의 패스트볼까지.


내가 20개가량의 공을 던지는 동안 강준수는 단 하나의 공도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감독님이나 코치님들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만. 여기까지. 태양이랑 준수도 이리로 와봐."


"넵!"


"네."


우리는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무슨, 준수 네가 공 받느라 고생했지. 어때? 받을만해?"


"네. 감독님. 오랜만에 받는 거라서 긴장했었는데 태양이가 처음엔 가볍게 던지다가 천천히 구속을 끌어올려 준 덕분에 잘 잡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허어 참.... 너 어떻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닌데."


배터리 코치님의 말이었다.


"저도 처음부터 잡을 수 있었던 건 아니에요. 처음에 태양이 공 잡으려다가 기절했던 적도 있었어요. 왕호고 감독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포수 마스크가 없었으면 진짜 죽었을 수도 있었을 거라더라고요. 무서웠어요."


"......."


"그런데 팀에 포수는 저밖에 없었고 경기에서 이기려면 태양이가 전력으로 던지는 공을 잡을 수 있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연습했죠. 매일 태양이가 50개씩 던져줬어요. 그러니까 어느 순간 안정적으로 잡고 있더라고요. 헤헤."


강준수는 수줍어하며 과거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그랬구나.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


사실 나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상식적으로 20년도 더 지난 일을 어떻게 기억하나.


심지어 그 당시의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도 전혀 없었는데.


내가 준수에 대해서 기억이 나는 건 딱 하나.


왕호고 선수들 중에서 그래도 사람같이 플레이했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시기에 강준수가 십몇 년간의 프로생활을 마무리 짓는다는 기사를 본 게 마지막이었다.


- 저 정도면 괜찮지? 수비 잘하잖아.


- 확실히 수비 하나는 잘하긴 하네요. 뭐, 어차피 태양이 경기에만 출전시킬 거니까 매 경기 로스터에 포함시킬 것도 아니고 1군, 2군 왔다 갔다 하면서 경험치 먹이죠. 타격만 좀 올라오면 인범이 몇 년 뒤에 은퇴하면 주전 포수로 딱인데요?


- 그래. 그럼 다들 이견 없는 거지?


- 네.


- 네.


감독님과 코치님들은 자신들끼리 목소리를 낮춰서 의견을 주고받았다.


굳이 엿들으려고 한건 아닌데 거리가 가까워서 우리 귀에도 말씀하시는 게 다 들려왔다.


자신을 칭찬하는 말에 준수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실시간으로 시뻘게지고 있는 중이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의 은밀한(?) 회의는 이내 끝이 났다.


그리고 그날, 준수는 내 전담 포수가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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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술렁이는 사직구장 24.09.18 533 19 13쪽
33 2011 정규시즌 개막 24.09.17 675 19 11쪽
» 좀 속아주셔야겠어요. 24.09.16 797 19 13쪽
31 누가 내 공 좀 받아줘! +2 24.09.15 910 16 11쪽
30 태양이 하고 싶은 대로 다해. 24.09.14 1,015 15 13쪽
29 쟤 왜 제구도 돼? +2 24.09.13 1,075 19 12쪽
28 이게 팀이야? +3 24.09.12 1,119 16 11쪽
27 2011 KBP 신인 드래프트 +3 24.09.11 1,219 16 12쪽
26 야! 우냐? 울어? 24.09.10 1,319 17 12쪽
25 저 메이저리그 안 갈 건데요? +4 24.09.09 1,444 16 11쪽
24 D-day 24.09.08 1,533 25 13쪽
23 300승! 그리고.... +1 24.09.07 1,522 18 12쪽
22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4.09.06 1,434 17 12쪽
21 1년 반 만의 승리, 그리고.... +4 24.09.05 1,487 20 12쪽
20 직접 상대해봐라. 그럼 알게 될 테니까 +2 24.09.04 1,448 17 13쪽
19 체이스 필드로 돌아온 주태양 +1 24.09.03 1,496 17 13쪽
18 기가 팍 죽은 규철이 +2 24.09.02 1,493 14 15쪽
17 두 번째 시범경기 등판은 쿠어스필드 +1 24.09.01 1,649 18 12쪽
16 돌아온 탈삼진왕 +1 24.08.31 1,711 17 14쪽
15 시범경기 개막 +2 24.08.31 1,700 18 11쪽
14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2 24.08.30 1,701 19 14쪽
13 2031 시즌 스프링캠프 +1 24.08.29 1,748 19 14쪽
12 엄청나게 화끈한 LA 다저스의 구단주 +1 24.08.28 1,785 23 10쪽
11 엥? 어디라고? +1 24.08.27 1,741 20 13쪽
10 좀 당황스럽네? +1 24.08.26 1,806 20 13쪽
9 4,000만 달러의 가치 +1 24.08.25 1,844 22 13쪽
8 완벽한 경기력 +1 24.08.24 1,863 22 14쪽
7 왕의 귀환 +1 24.08.23 1,975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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