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전설급 투수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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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마음
작품등록일 :
2024.08.20 14:26
최근연재일 :
2024.09.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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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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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냐? 울어?

DUMMY

헉- 헉- 헉-


계속 달렸다.


우리 집과 민아네 집의 거리는 약 2km 정도.


매일 러닝을 꾸준히 하는 투수였기에 2km 정도 달린다고 해서 숨이 엄청 차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왜일까?


심장이 너무 뛴다.


다시 볼 수 있다.


과거 냉랭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이별을 말하던 민아가 아니라 나를 보면 항상 웃어주던 민아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뻤다.


정말 순식간에 도착한 민아네 집.


나는 벨을 눌렀다.


띵동- 띵동-


반응이 없다.


띵동- 띵동-


나는 다시 한번 벨을 눌렀고 곧이어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 누구세요?


민아의 어머니였다.


과거 내 장모님이기도 하셨지.


"아! 안녕하세요. 저 태양인데요. 민아 지금 집에 있나요?"


- 아, 태양이구나. 잠시만. 얘!!! 민아야. 태양이 왔어. 잠깐 나와봐.


민아 어머님의 말이 끝나고 30초 정도 흘렀을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딸깍-


"아! 뭐야. 주태양!! 전화라도 하고 오지. 아니면 문자라도 하고 오든가. 갑자기 들이닥쳐서 화장도 못하고 나왔자나!!"


민아가 투덜거리며 집 밖으로 나왔다.


"민아야...."


내 눈앞에 민아가 서있었다.


이혼한 뒤에도 내 꿈에 정말 많이 나타났던 그녀였다.


내 꿈속에 나온 그녀는 어떨 때는 이혼을 했을 당시 민아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어떨 때는 예나를 뱃속에 품고 있던 시절의 민아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또 어떨 때는 지금과 같이 19살, 그녀가 가장 아름다웠던 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꿈이 아닌 현실.


내 눈앞에는 더 이상 꿈속의 그녀가 아니라 현실 속의 그녀가 존재하고 있었다.


민아의 집으로 달려오면서도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었다.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고.


웃는 얼굴로 그녀와 눈을 마주하겠다고.


하지만 그런 다짐이 무색하게 민아를 보자마자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야야야!! 주태양! 너 울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는 아무 말 없이 민아를 껴안았다.


"잠시만.... 잠시만 이대로 있어 줘."


"아니, 얘가 왜 이래 정말. 갑자기 찾아와서 울지를 않나,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하질 않나."


민아는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양손으로는 내 등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하긴 이때의 나는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이었다.


내가 먼저 민아를 껴안는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다.


언제나 민아가 먼저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그리고 또.... 크흠. 뭐, 여하튼 이 시기의 나는 무뚝뚝한 남자 그 자체였다.


어른이 되고는 좀 나아졌지만 생각해 보니 미국에 가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거 같기도...?


우리는 한참 동안이나 껴안고 있었고 마음이 조금 진정되자 나는 내가 민아에게 보였던 모습이 문득 부끄러워져서 재빨리 한 발자국 물러났다.


"크흠! 흠! 흠!"


나는 괜히 민아의 눈을 피해 딴 곳을 바라보았고 그런 내 모습에 민아는 양손으로 내 볼을 짓누르며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게 했다.


"야! 너 무슨 일 있지! 빨리 말해. 혹시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에 성공한 거야? 그래서 그렇게 슬픈 눈으로 날 쳐다보는 거야? 거기 가면 우리 서로 보기 힘들어지니까?"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스쳐가는 기억들이 있었다.


회귀 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와 계약을 맺고 난 후였다.


당시 나는 야구밖에 모르는 놈이었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는 사실에 너무 기쁜 나머지 민아의 기분을 생각하지도 못한 채 내 이야기만 떠들어댔다.


그때의 나는 눈치라는 건 하나도 없는 멍청한 놈이었으니까.


'민아야! 나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었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라는 구단인데 여기서 나의 가치를 엄청나게 높게 책정을 ㅡ 어쩌고저쩌고 ㅡ 마이너리그 생활 조금만 버티면 나도 박찬화 선배님처럼 당당한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다고!!'


신나서 한참을 떠들던 나에게 민아가 한마디 했다.


- 그럼 우리 이제 잘 못 보겠네...?


그 말에 내가 했던 대답이 생각났다.


'어? 그건 그러네. 그런데 뭐, 어쩔 수 없지. 미국이랑 한국은 되게 머니까! 항공권 가격도 비싸고. 그래도 최대한 자주 보러 올게! 너를 보러 오는 길인데 항공권 값이 아깝겠어? 메이저리거가 되면 항공권 값 정도는 껌값이겠지? 우하하하하!!'


- 최대한 자주면 얼마나...?


'음? 시즌 중에는 아무래도 힘들 테니까 아마 비시즌 중에 오지 않을까? 너는 그때 대학생이겠네. 그럼 네 방학에 맞춰서 오면 되겠다!! 아마 귀국하면 2주 정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때 우리 재미있게 놀자!'


와.... 시발. 그때로 돌아가서 내 뺨따구를 후려갈기고 싶네.


정신 차려 이 새끼야! 하고 말이다.


진짜 답이 없던 놈이었구나. 내가.


지금 생각해 보니 가장 밝게 빛나는 시기인 20살 여자친구에게 1년에 한 번, 그것도 2주라는 시간을 온전히 민아에게만 쓰지는 못할 테니 기껏해야 365일 중에 많아야 7일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상황에서 나는 민아보고 그냥 참고 버티라는 소리를 했던 것이다.


어찌 보면 헤어지자고 돌려 말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나는 저 당시 민아와 내가 헤어진다는 생각은 단 1%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 말을 듣고 난 뒤, 민아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 모습을 보고도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민아를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말 그 정도로 나는 눈치란 걸 말아먹었던 사람이었다.


민아가 자신도 나와 함께 미국으로 가겠다고 선언한 건 그 대화를 나누고 며칠이 지나고 나서였다.


"주태양!! 왜 대답이 없어!"


민아가 내 볼을 쥐고 있던 손을 위아래로 비벼대며 말을 거는 바람에 나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으이구!! 우리 태양이 나랑 떨어지는 게 그렇게 싫었어요오오?"


"으아뉘이...."


민아가 내 볼을 잡고 흔들고 있었기에 나는 제대로 사람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태양이 아무 걱정하지 마! 네가 나랑 헤어지기 싫어서 이렇게 눈물까지 흘리는데 어떻게 이 누나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정 안되면 내가 미국 따라가서 우리 태양이랑 같이 살면 되지 뭐!"


"이궈좀 나바아.... 말 좀 해줴. (이것 좀 놔봐. 말 좀 하자.)


"앗! 그래."


제대로 된 사람의 언어가 아니었는데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민아는 재빨리 내 볼에서 손을 뗐고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럼 이쯤에서 민아가 더 기분 좋아할 만한 소식을 들려줘야겠다.


"나 메이저리그에 안가. 나 대전 브레드에 입단하기로 결정했어."


내 말에 민아의 눈동자가 하염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민아의 집안은 모두 대전 브레드의 광팬이었다.




***




"뭐어!!?? 태양이가 대전 브레드에 입단한다고? 진짜야? 이거 정말 민감한 이야기인 거 알지? 만약 거짓말이면 아무리 네가 내 딸이라고 해도 그냥 못 넘어간다."


이민아의 아버지 이재성의 말이었다.


"그래! 딸! 너 이런 거로 장난치면 안돼. 태양이 메이저리그 도전할 거라며. 어제 네 입으로 말한 소리인데 설마 모른다고 발뺌하지는 않겠지?"


이민아의 어머니 김은지도 이재성의 말을 거들었다.


"아씨!!!! 엄마! 아빠! 딸을 그렇게 못 믿어? 방금 태양이가 그렇게 말하고 갔다니까? 나도 지금 당황스럽다고."


이재성과 김은지의 얼굴이 미소로 가득해지고 있었다.


"으하하하하하!"


"으흐흐흐흐흐."


두 사람의 올라간 입꼬리는 뺨을 뚫고 하늘까지 치솟을 기세였다.


"태양이가 대전 브레드에 온다는 말이지? 으흐흐."


이재성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주태양이 누군가?


명실상부 이번 2011 신인 드래프트 최대어가 아닌가.


국내에 남는다면 무조건 전체 1순위로 뽑히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그리고 대전 브레드는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제일 먼저 픽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말이다.


평소 대전 브레드 스카우터들의 안목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던 그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설마 주태양을 놓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번 고교리그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주태양이었다.


최고 162km의 패스트볼과 KBP 리그의 평균 패스트볼 구속보다 빠른 145km의 슬라이를 던지는 투수, 거기다가 좌완이라는 프리미엄까지.


제구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볼넷을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었다.


프로에 와서 제구를 잡기 위해 구속을 조금 떨어트린다고 해도 여전히 KBP 리그에서는 충분히 강속구 투수라는 평을 받을 수 있는 좌완 파이어볼러를 지명하지 않는다고?


그 정도로 판단력이 없다면 그냥 대전 브레드 구단은 해체하는 게 맞다.


"그러게요. 여보! 우리 태양이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는 소리를 듣고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우리 팀으로 온다니! 이게 꿈은 아니겠죠?"


김은지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 두 명은 어느새 서로 두 손을 잡고 제자리에서 빙빙 돌며 어깨춤을 추고 있었다.


"엄마. 언제부터 태양이 이름 앞에 '우리'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대전 브레드에 안 오고 통수치고 메이저리그 간다고 그렇게 욕을 하더니만."


김은지의 손바닥이 이민아의 등짝을 재빠르게 치고 갔다.


짜악-


"아아악!!! 뭐 하는 건데!"


이민아는 자신의 등을 문지르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 어머! 얘는 내가 언제 우리 태양이 욕을 했다고 그러니? 그냥 조금 섭섭해한 거뿐인데. 너 혹여라도 태양이한테 가서 그런 소리 했다간 알지?"


김은지는 목에 손을 갖다 대고 가로로 긋는 시늉을 했다.


"아! 진짜!!!! 짜증 나."


이민아는 자신의 엄마, 김은지에게 소리를 빼액 지르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이재성과 김은지, 두 사람 모두 삐져서 방으로 들어간 이민아에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다.


그저 계속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으흐흐흐흐흐흐흐흐."


"오호호호호호호호호."


거실에서는 한동안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



얼마 뒤, 드디어 2011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는 날이 다가왔다.


장소는 서울의 한 호텔이었다.


꽤나 넓은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는 빈자리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구단 관계자들,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까지.


넓은 공간이 사람으로 가득했다.


구단 관계자들은 마지막까지도 '어떤 선수를 지명할 것인가'를 토론하느라 굉장히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긴장된 상태로 대기 중이었다.


물론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였다.


이미 내가 KBP 리그에 남기로 결정한 이상 전체 1번은 당연히 내 몫이었다.


집으로 스카우터가 찾아온 날, 이미 결정이 났다.


구단 입장에서도 내가 KBP 리그에 남을 생각이 없는데 나를 지명했다간 아까운 지명권만 한 장 날리는 것이기 때문에 내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거기에 나는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겠다고 말을 했다.


그걸로 끝이다.


신인 드래프트가 시작되고 가장 먼저 내 이름이 불릴 것이다.


드래프트장에는 각 학교별로 선수들과 코치, 감독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나를 제외한 우리 왕호고 선수들은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시작된 드래프트.


대전 브레드의 스카우터들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대전 브레드 지명하겠습니다. 왕호고 3학년 투수 주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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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2011 정규시즌 개막 NEW 13시간 전 315 11 11쪽
32 좀 속아주셔야겠어요. 24.09.16 569 12 13쪽
31 누가 내 공 좀 받아줘! +2 24.09.15 719 12 11쪽
30 태양이 하고 싶은 대로 다해. 24.09.14 828 11 13쪽
29 쟤 왜 제구도 돼? +2 24.09.13 904 15 12쪽
28 이게 팀이야? +3 24.09.12 956 12 11쪽
27 2011 KBP 신인 드래프트 +3 24.09.11 1,055 12 12쪽
» 야! 우냐? 울어? 24.09.10 1,159 14 12쪽
25 저 메이저리그 안 갈 건데요? +3 24.09.09 1,278 13 11쪽
24 D-day 24.09.08 1,371 23 13쪽
23 300승! 그리고.... +1 24.09.07 1,365 16 12쪽
22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4.09.06 1,278 15 12쪽
21 1년 반 만의 승리, 그리고.... +4 24.09.05 1,340 18 12쪽
20 직접 상대해봐라. 그럼 알게 될 테니까 +2 24.09.04 1,302 15 13쪽
19 체이스 필드로 돌아온 주태양 +1 24.09.03 1,353 15 13쪽
18 기가 팍 죽은 규철이 +2 24.09.02 1,352 12 15쪽
17 두 번째 시범경기 등판은 쿠어스필드 +1 24.09.01 1,502 16 12쪽
16 돌아온 탈삼진왕 +1 24.08.31 1,566 15 14쪽
15 시범경기 개막 +2 24.08.31 1,553 15 11쪽
14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2 24.08.30 1,547 17 14쪽
13 2031 시즌 스프링캠프 +1 24.08.29 1,601 17 14쪽
12 엄청나게 화끈한 LA 다저스의 구단주 +1 24.08.28 1,635 20 10쪽
11 엥? 어디라고? +1 24.08.27 1,593 17 13쪽
10 좀 당황스럽네? +1 24.08.26 1,653 18 13쪽
9 4,000만 달러의 가치 +1 24.08.25 1,688 19 13쪽
8 완벽한 경기력 +1 24.08.24 1,703 19 14쪽
7 왕의 귀환 +1 24.08.23 1,807 20 12쪽
6 노인의 정체 +1 24.08.22 1,815 19 11쪽
5 재도약을 위한 준비 +1 24.08.21 1,945 2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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