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전설급 투수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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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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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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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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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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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KBP 신인 드래프트

DUMMY

짝짝짝짝짝-


당연하게도 드래프트장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것은 나였다.


이어서 각 구단에서는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기 시작했다.


"서울 드림즈 지명하겠습니다. xx고 3학년 투수 - "


"서울 그로우즈 지명하겠습니다. xo고 3학년 투수 - "


"대구 드래곤즈 지명하겠습니다. oo고 3학년 투수 - "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는 전부 투수였다.


그중 눈에 들어오는 선수가 하나 있었다.


회귀 전, 드래프트 순위 전체 1번으로 예상되던 내가 미국행을 선택하자 나 대신 전체 1번으로 대전 브레드에 뽑힌 선수.


류승우 선배의 후계자라고 불리며 많은 기대를 받았던 선수로 기억한다.


고교 시절, 몇 번 맞붙은 기억이 있었는데 모조리 나의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나름 잘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나의 회귀로 인해 그는 대전 브레드가 아닌 서울 드림즈에 입단하게 됐고 이제 류승우 선배의 후계자 타이틀은 저 선수가 아니라 내 차지가 될 예정이다.


나중에야 내 이름이 류승우 선배의 한참 위에 있지만 이 시점 류승우 선배는 국내 최고의 투수.


인천 그레이프의 김유현 선수와 함께 국내 최정상급 투수였다.


드래프트는 계속 진행되었고 어느새 7라운드, 8라운드까지 넘어갔다.


하지만 8라운드가 끝나는 시점까지도 나를 제외한 우리 왕호고 선수의 이름이 불리는 일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왕호고는 나 혼자 캐리하는 원 맨 팀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투수는 말할 것도 없고 팀 내 타격 1위도 나였으니까.


내가 속한 왕호고는 전통적인 강팀이 아니었기에 선수들 대부분이 드래프트장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선수들은 자동으로 신인 드래프트 지명 대상이 되지만 어차피 스스로도 알고 있을 거다.


자신들이 프로에 지명될만한 선수가 아니라는 걸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고교리그가 끝난 후 대부분 글러브를 벗었고 다른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대부분이 불참한 가운데, 오늘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한 왕호고 선수는 딱 세 명 있었다.


나, 강준수, 이시우.



강준수.


왕호고 3학년, 포지션은 포수.


이번 고교리그에서 타율 0.265를 기록했다.


포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하면 그렇게 나쁜 성적은 아니었으나 고교리그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조금 아쉽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방망이는 조금 아쉽지만 포수 포지션에서 제일 중요한 수비 능력은 확실한 선수였다.


전형적인 수비형 포수.


회귀 전의 삶에서도 프로에 입단하는데 성공했었고 비록 백업 포수였지만 여러 구단을 옮겨 다니며 10년 넘게 프로에서 활약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시우.


왕호고 3학년, 포지션은 3루수.


왕호고의 리드오프를 맡고 있다고 했다.


이 친구 역시 수비 능력에 비해 타격이 조금 아쉬운 친구였다.


거기다가 완전히 똑딱이였다.


이번 시즌 타율은 2할 8푼 정도를 기록했지만 홈런은 하나도 치지 못했다.


거포까지는 아니더라도 중, 장거리 유형의 선수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곳이 3루수라는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어중간한 성적을 기록한 이시우가 드래프트에서 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했다.


실제로 회귀 전에도 나는 이 친구의 소식을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드래프트가 8라운드까지 마무리되었지만 강준수와 이시우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다.


그 둘을 바라보니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었지만 입을 굳게 다물고 주먹을 꽉 쥐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어느새 드래프트는 9라운드까지 넘어왔고, 드디어 드래프트장에서 왕호고 선수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대전 브레드 지명하겠습니다. 왕호고 포수 강준수."


9라운드가 시작됨과 동시에 대전 브레드가 강준수를 지명했다.


"준수 이 자식! 축하한다."


"준수야. 정말 잘 됐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왕호고 감독과 코치의 축하한다는 말에 강준수는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외쳤고.


"준수야. 축하해."


아직 지명을 받지 못해 얼굴이 굳어있는 이시우도 강준수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 시우야. 아직 드래프트 안 끝났으니까 우리 같이 기다려보자."


"그래."


그때 강준수와 내 눈이 마주쳤다.


"뭐? 왜?"


"아하하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태양아."


강준수는 황급히 내 눈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니, 뭔.... 내가 뭘 했다고 저렇게 화들짝 놀라는 거지? 내가 때렸냐? 때렸어? 어...? 혹시 진짜 평소에 때리기라도 했나?


에이. 아니겠지.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희미하다고 해도 내 기억 속에는 내가 누군가를 때렸다거나 삥을 뜯었다거나 그런 짓을 한 적은 전혀 없었다.


물론 마운드 위에서는 달랐다.


내게 욕을 하며 달려드는 양키 놈의 턱주가리에 주먹을 꽂아 넣은 적도 있었으니.


흐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원래 이 시기의 나는 내 잘난 맛에 살던 놈이었다는 게 기억났다.


약팀 에이스 투수는 좀 가혹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많았다.


9이닝 1실점을 하고도 타자들이 1점을 내지 못해서 완투패를 당한다던가, 8이닝 무실점으로 상대를 완전히 틀어막고 내려갔지만 뒤이어 올라온 투수들이 불을 질러 승리가 날아간다던가, 심지어는 수비 실책으로 인해서 자책점 없이 4실점을 했던 경기도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경기가 끝난 후 애들에게 욕을 하거나 싫은 소리를 한 적은 없었다.


그저 아무 말도 섞지 않았을 뿐.


'어차피 나는 잘 던졌다. 나를 평가하는 스카우터들도 이런 것쯤은 감안을 하겠지. 야구를 못하는 애들이랑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생각을 속으로 하며 울분을 삼키곤 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팀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은 줄어들었고 언젠가부터는 기계처럼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기만 했었다.


'그래서 저렇게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가?'


그래.


저건 나를 무서워하는 반응이 아니라 내 눈치를 보느라 불편해하는 것이었다.


어휴... 예전의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던 거냐.


하지만 다시 돌아온 과거, 이전과는 다르게 살 거라고 다짐했다.


이런 사소한 것이더라도 잘못된 거 같다면 고치는 게 맞지.


나도 축하한다고 말해줘야겠다.


"야, 강준수."


"으, 응?"


"프로에 지명받은 거 축하한다."


"어, 어...?"


강준수는 내게 이런 말을 들을 줄 전혀 몰랐다는 듯 두 눈을 연신 깜빡이고 있었다.


"축하한다고. 거기다가 같은 구단이네. 앞으로 잘해보자."


"아! 응, 고마워. 태양아."


나는 이렇게 훗날 FA 자격을 얻어 다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 내 전담 포수가 되어줄 강준수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누었다.




***



결국 드래프트가 끝날 때까지도 이시우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3명 중 2명.


약팀 왕호고에서 두 명이나 프로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마냥 기뻐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시우는 끝내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며 오열했다.


강준수에게 물어보니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였다고 한다.


한동안 눈물을 쏟아내던 이시우는 이 좋은 분위기에 자기가 끼어있으면 안 될 거 같다며 코치와 감독에게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을 남기고는 드래프트장을 먼저 빠져나갔다.


우리는 그저 이시우가 떠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드래프트장에서는 행사를 진행하는 진행자가 1라운드 지명 선수들의 인터뷰가 있을 예정이라고 알렸다.


순서는 당연히 1라운드 1순위로 대전 브레드의 지명을 받은 나부터였다.


"주태양 선수!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결국 국내에 남았습니다. 혹시 알려진 내용과는 달리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오퍼가 오지 않았던 건가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은 어느 야구 프로그램에 최근 자주 얼굴을 비추고 있는 아나운서였다.


예쁜 얼굴로 인해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야구 팬들 사이에서 '여신'이라고 불린다고 들었다.


이것 봐라?


어떻게 보면 선수에게 조금 예민할 수도 있는 내용의 질문을 처음부터 그냥 던져버리네.


질문을 던진 후부터 그 아나운서는 계속해서 나와 아이컨택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눈웃음을 살랑살랑 치면서 말이다.


'이게 이 사람의 필살기인가?'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긴 평생 운동만 하던 이 나이대의 남자들이 저렇게 예쁜 여자가 눈웃음을 살랑살랑 치며 인터뷰를 하는데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사람이 원래 당황하면 말하지 않아야 하는 말도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곤 한다.


나는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것도 너무나도 압도적으로.


전체 2순위로 뽑힌 친구도 다른 해였다면 엄청나게 많은 관심을 받았을 텐데 나 때문에 그냥 묻혀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내 입에서 쓸만한 내용을 뽑아내야 했고 그게 바로 메이저리그 구단들과의 계약 관련 이야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시절 어리숙하던 내가 아니다.


인생 2회차 인터뷰 스킬 만렙!


겉은 19살 청년의 몸을 하고 있지만 속은 마흔 살이 넘은 노련미 있는 중년이다.


내가 미국에서 했던 인터뷰만 해도 몇 갠데!


당시 나는 화려한 인터뷰 스킬을 자랑하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렇게 쉽게 당신들의 의도대로 휘둘리는 모습을 보일까보냐!


어림없지.


나는 마이크를 건네받았고 곧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오퍼는 많이 왔습니다. 구단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5~6개의 구단에서 오퍼가 왔었습니다. 그중에는 소위 말해 빅마켓으로 불리는 팀도 있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행을 거절하고 국내에 남기로 결정을 하셨는데요. 혹시 어떤 이유일까요?"


저자들은 내 입에서 어떤 이유가 나오리라 예상하고 있을까?


아직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에 국내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말?


몇 년이나 걸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긴 마이너리그 생활이 두려웠다는 말?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제시한 계약금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말?


다 틀렸다.


굳이 정확한 이유를 말하자면 민아가 나를 따라 미국으로 가서 향수병에 시달리는 걸 보기 싫어서였지만 그걸 그대로 말할 필요는 없지.


"귀찮아서요."


"네? 지금 뭐라고...?"


"귀찮아서라고요."


"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 나왔기 때문인지 촬영 현장 근처의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제 막 프로에 지명을 받은 선수가 하기엔 너무 건방진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 저것만큼 내 심정을 더 잘 대변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너무 귀찮았다.


회귀 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의 일들이 생각났다.


1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 콜업은 됐지만 불안정한 입지, 경쟁, 또 경쟁, 또또 경쟁. 내가 랜디 영감탱이를 만나고 팀의 1,2 선발급으로 성장했을 때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너무 힘든 삶을 살았다.


그 시절의 나는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을까?


결국 뒤돌아보면 남는 거 하나 없었는데 말이지.


아! 한 가지가 있긴 했구나. 300승 투수라는 명예 정도?


정작 내 주변의 소중한 것들은 다 잃고 말이다.


이번에는 그렇게 치열하게 안 살란다.


국내에서 그냥 대충 왕 노릇이나 하면서 행복 야구나 하련다.


대충 그냥 매년 20승 정도(?)만 해주고 민아가 그토록 원하는 가을야구도 매년 가주고 뭐 그러면 되지 않겠나.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서 우승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아무리 바닥에서 노는 대전 브레드지만 20승을 달성해 줄 수 있는 선수가 추가됐는데 가을 야구도 못 가는 건 아니지?


에이, 설마!


진짜 그건 아니지...?


... 아닐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62 kshani96
    작성일
    24.09.11 15:30
    No. 1

    같은 고등학교 출신인데 마치 온전 남인듯이 ~라고 맸다. 라고 들은것처럼 기사읽은 것처럼 자료읽은 것처럼 하는 것은 옥의티가 될것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줄질의영광
    작성일
    24.09.11 16:14
    No. 2

    그 대전이라면 안돼....거긴 현무 미사일로 폭파시켜야해야해...
    어제 경기보면서 진짜....하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n4******..
    작성일
    24.09.12 14:36
    No. 3

    훗날 미국간다는 말은 왜 쓴거임? 가지도 않을거면서.. 글고 여자 땜시 게이리그 남는다는 것도 별로.. 그만 언급하길,,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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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2011 정규시즌 개막 NEW 14시간 전 315 11 11쪽
32 좀 속아주셔야겠어요. 24.09.16 569 12 13쪽
31 누가 내 공 좀 받아줘! +2 24.09.15 719 12 11쪽
30 태양이 하고 싶은 대로 다해. 24.09.14 828 11 13쪽
29 쟤 왜 제구도 돼? +2 24.09.13 904 15 12쪽
28 이게 팀이야? +3 24.09.12 956 12 11쪽
» 2011 KBP 신인 드래프트 +3 24.09.11 1,056 12 12쪽
26 야! 우냐? 울어? 24.09.10 1,159 14 12쪽
25 저 메이저리그 안 갈 건데요? +3 24.09.09 1,279 13 11쪽
24 D-day 24.09.08 1,372 23 13쪽
23 300승! 그리고.... +1 24.09.07 1,365 16 12쪽
22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4.09.06 1,278 15 12쪽
21 1년 반 만의 승리, 그리고.... +4 24.09.05 1,340 18 12쪽
20 직접 상대해봐라. 그럼 알게 될 테니까 +2 24.09.04 1,302 15 13쪽
19 체이스 필드로 돌아온 주태양 +1 24.09.03 1,354 15 13쪽
18 기가 팍 죽은 규철이 +2 24.09.02 1,353 12 15쪽
17 두 번째 시범경기 등판은 쿠어스필드 +1 24.09.01 1,502 16 12쪽
16 돌아온 탈삼진왕 +1 24.08.31 1,566 15 14쪽
15 시범경기 개막 +2 24.08.31 1,553 15 11쪽
14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2 24.08.30 1,548 17 14쪽
13 2031 시즌 스프링캠프 +1 24.08.29 1,601 17 14쪽
12 엄청나게 화끈한 LA 다저스의 구단주 +1 24.08.28 1,636 20 10쪽
11 엥? 어디라고? +1 24.08.27 1,593 17 13쪽
10 좀 당황스럽네? +1 24.08.26 1,655 18 13쪽
9 4,000만 달러의 가치 +1 24.08.25 1,689 19 13쪽
8 완벽한 경기력 +1 24.08.24 1,704 19 14쪽
7 왕의 귀환 +1 24.08.23 1,808 20 12쪽
6 노인의 정체 +1 24.08.22 1,816 19 11쪽
5 재도약을 위한 준비 +1 24.08.21 1,947 2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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