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아이 스코프 : 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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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밀빵
작품등록일 :
2024.08.25 03:21
최근연재일 :
2024.09.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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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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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화

DUMMY

악몽 그리고 현실



로건이 눈을 떴을 때 그는 어둠 속에 서 있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자 회색 안개가 사방에 낮게 깔려 있었고 유난히 선명하게 보이는 빛줄기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가 그곳으로 걸음을 옮기자 곧 숲이 나왔고 그의 어머니가 홀로 그곳에 서 있었다. 이윽고 그녀의 뒤에 커다란 그림자가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낸다. 누더기 천을 뒤집어쓴 악마의 모습이.

로건이 입을 뻐금거려보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폐가 쪼그라들 만큼의 공포 때문에? 누군가 죽는다는 걸 알아버린 공포 때문에? 이유가 어찌 됐든 그의 목소리는 심해속으로 잠겨버렸다.


"로··· 로건···!"


굵직한 나무뿌리가 그의 어머니를 감싸 쥔다. '꾸드득' 뿌리가 뒤엉켜 나는 소리에 피부에 닭살이 돋는다. 로건은 아무리 입을 크게 벌려보아도 목구멍에서 막혀버린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그의 어머니가 로건을 바라보며 마지막 말을 내뱉는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나약하지만 않았어도! 이 어미를 살려줄 수 있었잖니?! 너만 아니었다면!!!"


그녀의 고함에 로건의 심장이 곤두박질친다. 그리고 악마의 손에서 뻗어 나오는 굵직한 나무 뿌리 창이 그녀의 가슴과 얼굴을 관통한다.


"엄마··· 죽지 마··· 안돼, 안돼! 안돼!!"


로건이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난다. 땀에 웃옷이 완전히 젖어 축축하다. 침대 위 시트에는 땀 자국이 흥건하다. 그는 불규칙한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살펴본다.

자기 전에 입김으로 껐던 촛불이 그대로 놓여 있었고 물을 뜨기 위한 나무 바가지도 방 한쪽에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모든 게 어젯밤 잠들기 전 그대로였다.

창문 사이로 강한 햇살이 부채꼴 모양으로 방안에 들어와 로건의 뺨에 닿는다.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자신의 두 손바닥을 쳐다본다.

땀에 젖어 미끈거리는 손바닥, 아직도 불규칙한 호흡을 내뱉는 숨. 이건 현실이다. 그는 창문 밖을 쳐다본다. 생생하고 끔찍했던 어제 일이 딴 세상일이라는 듯 참새가 삼삼오오 모여 각기 다른 곡조로 노래를 한다.


"다행이야··· 악몽이었어···"


로건이 숨을 깊게 내뱉는다. 그는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노란색 보석을 두 손으로 지그시 감싸쥔다. 그리고 문밖에서 삐걱대는 나무 바닥의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로건이 크게 소리쳐 불러본다. 그가 일어나 방문을 열자 낯선 남자 한 명이 고개를 아래로 향한 채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크고 작은 흉터가 난무했으며 두 갈색 눈동자는 차갑고 매서웠다. 그의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솟아난 흰머리카락이 구렛나루를 따라 듬성 자라나 있었다.

로건은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선 채로 얼어붙는다. 방금까지 악몽이라 생각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꿈속에서 보았던 마지막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로건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한다. 방금까지 밝게 웃으며 엄마라고 불렀던 그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리암은 무릎을 굽혀 로건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이윽고 자신의 총집에서 리볼버를 한 바퀴 돌려 꺼낸다. 그의 행동에 로건은 한 발짝 뒷걸음질 쳤다.

리암이 짦은 숨을 들이켜 마신뒤 입을 열었다.


"안녕. 어린 친구. 자, 너에게 몇 가지 선택권을 줄 거야. 어떤 걸 선택하든 네 자유고 그대로 행할 거다." 리암이 검지를 치켜세우며 얘기를 이어간다.


"하나는 모든 걸 잃은 너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 거다. 물론 후자를 선택한다면 내가 네 머리통을 총으로 날려버릴 거야. 걱정 마, 고통은 없어. 원한다면 무덤도 만들어 주지."


리암의 얘기에 로건은 입술을 부르르 떤다. 그는 주먹을 꽉 쥐며 바닥으로 시선을 내리꽂는다.


"우리 엄만··· 어딨는 거죠? 마을 사람들은···?"


"네 엄마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모두 죽었을거다. 내가 오늘 아침에 확인했어. 살아남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어젯밤, 정체불명의 괴물이 로건의 어머니를 죽였고 방목장의 살아있는 모든 가축을 죽였다. 거기에 마을 전체가 불에 타들어 가고 있었다. 물밀려 쏟아오는 기억에 로건은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짠다.

리암은 한 발짝 로건에게 다가가 자신의 얼굴을 들이 내민다. 그의 흉 진 얼굴이 밝은 햇살에 의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정해. 살고 싶나? 죽고 싶나? 뭘 선택해도 네 자유야. 여긴 서부니까." 리암이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그의 말에 로건은 눈물을 글썽인다. 한 방울씩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나무 바닥에 스며든다.

로건은 리암이 풍기는 무서움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자신의 일상이, 사랑하는 사람이 모두 사라진 현실이라는 사실이 그의 눈물샘을 강타한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다. 그리곤 마룻바닥에 머리를 박는 그는 주먹으로 땅을 내려치며 말한다.


"···에요."


로건이 속삭이듯 얘기한다. 갈라진 그의 목소리에 리암이 고개를 옆으로 살짝 꺾는다.


"뭐라고? 죽여달라고?" 리암이 리볼버의 해머를 뒤로 젖힌다.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총구를 로건의 앞통수에 겨냥한다.


"나 때문이에요··· 그날 엄마가 잡혀있었는데도 전 가만히 보고 있었다고요!"


로건이 자신의 이마를 바닥에 강하게 찧는다. 그는 입을 작게 오므리며 얘기를 이어간다.


"복수 할 거예요. 난 끝까지 살아남아서! 그 자식들을 모두 죽일 거고 부숴버릴 거에요!!!"


로건의 눈동자는 눈물을 머금고 충혈되어 있었지만, 그의 두 눈은 한 마리의 맹수처럼 사냥감을 노리고 있었다. 그 눈빛에 리암은 한동안 그를 지켜보다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웃음을 터트린다.

엄청난 고통과 트라우마가 전의를 잃게 할 수도 있지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그래, 사는 걸 택한 거군. 좋아. 그럼 어디 한번 잘살아 봐라."


리암이 자신의 손에 쥔 리볼버의 해머를 원위치로 돌려놓는다. 그의 손 위에서 총이 한 바퀴 회전하더니 권총집에 들어간다. 그는 뒤로 돌아 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로건이 그에게 달려가 옷자락을 붙잡으며 소리친다.


"가르쳐 주세요! 악마를 죽이는 방법을···!"


"총을 들고 쏴. 그리곤? 끝, 간단해."


리암은 자신의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고 쏘는 시늉을 한다. 그의 반응에 로건은 고개를 크게 좌우로 흔든다. 눈물이 사방에 흩날린다.


"아뇨! 달라요! 어젯밤 저는 그 간단한 방법 하나를 몰라 눈앞에 죽어가는 엄마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어요. 내가 붙잡혔을 때 당신이 쏜 세 발. 맨 처음 괴물의 가슴을 맞췄고 그다음 목, 마지막으로 복부를 맞추자마자 돌로 변해버렸다고요. 우리 엄마가 머리를 날려도 죽지 않던 그 괴물이!"


로건의 말에 리암은 우뚝 선다. 콧방귀를 뀌는 그는 몸을 돌린다. 여리여리한 몸을 가진 로건이 충혈된 두 눈과 주먹을 꽉 쥔 채 리암을 노려본다.


'기억력과 눈썰미가 썩 괜찮은 꼬맹인가... 어쩌면 내 딸에 대해서도...' 리암이 무릎을 살짝 굽혀 로건과 눈높이를 맞춘다.


"정 원한다면 가르쳐 주지. 대신 조건이 있어. 난 너에게 악마를 죽이는 법과 총을 어떻게 쏘는지 알려줄 테니 넌 나와 함께 '현상금 사냥꾼'이 되어 악마를 사냥해야 해. '데드 아이 스코프'의 일원으로 말이야. 들어본 적 있는 줄 모르겠지만 남들은 우리를 '스토커'라고도 부르던데... 어떤가, 하겠나?"


리암이 자신의 검지에 낀 반지를 내보인다. 금색으로 도금된 망원경 모양의 반지가 햇빛에 반사된다.


로건은 그의 제의를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애초에 선택지가 없었으니까, 백지라는 지도위에 리암이라는 선택지가 나타난 것이다. 로건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대답에 리암은 머리를 까닥거리며 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로건은 그의 뒤를 따라간다.


밖으로 나온 그가 우뚝 멈춰 선다. 그는 한 손을 자신의 눈썹에 가져다 되며 햇빛을 가린다. 찌푸린 눈동자로 먼 산을 스윽 훑어본다.


"여기에서 좀 오랫동안 있을 거야. 네가 총을 제대로 쏠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사냥꾼으로서 필요한 기술을 완벽히 익힐 때까지 말이야. 다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겠지. 네 어미니 말이다, 네 눈앞에서 죽었다고 했지?" 리암이 말한다. 로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목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렇게 그들은 홀로 남겨져 있는 그녀의 시신을 방목장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머리는 살덩이가 되어 사방에 흩어져 신원을 확인 할 순 없었지만 로건의 어머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쓰러진 그녀의 앞에 그녀가 사용하던 30구경 레밍턴 장총 하나가 놓여져있었다. 로건은 멀찍이 떨어져 시신을 수습하는 리암의 뒷모습을 한참 쳐다본다. 이윽고 그녀가 땅속에 들어가자 곧 그의 눈가에서 눈물이 한방울씩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시신이 흙으로 모두 덮었을 때 무덤 위에서 눈물을 터트리며 오열을 한다. 리암은 그에게 다가가 덥수룩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리암은 자신의 중절모를 벗어 가슴에 올리며 속으로 말한다.


'당신이 아들내미를 어떻게 키웠는진 모르겠지만, 난 좀 험하게 키우는 사람이라... 혹시라도 마음에 안들어도 원망하지 말길.'


작가의말

통밀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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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24.09.18 2 0 10쪽
16 15화 24.09.17 4 0 10쪽
15 14화 24.09.16 5 0 10쪽
14 13화 24.09.13 4 0 10쪽
13 12화 24.09.11 7 0 10쪽
12 11화 24.09.10 6 0 10쪽
11 10화 24.09.07 6 0 10쪽
10 9화 24.09.06 4 0 10쪽
9 8화 24.09.04 6 0 9쪽
8 7화 24.09.03 6 0 10쪽
7 6화 24.08.30 6 0 9쪽
6 5화 24.08.29 6 0 9쪽
5 4화 24.08.28 5 0 9쪽
4 3화 24.08.27 9 0 10쪽
» 2화 24.08.26 10 1 10쪽
2 1화 24.08.25 11 1 15쪽
1 프롤로그 24.08.25 13 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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