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아이 스코프 : 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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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밀빵
작품등록일 :
2024.08.25 03:21
최근연재일 :
2024.09.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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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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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DUMMY


시간은 흘러 2년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로건이 30구경 레밍턴 롤링블럭 소총의 개머리판을 어깨에 견착하고 백 걸음 떨어진 사슴의 머리통을 조준한다. 수풀에 가려진 기다란 총신이 거장처럼 뻗어나 사슴을 노려본다.


그는 숨을 참고 내쉬며 총의 흔들림과 심장 박동을 동일시한다. 심장이 뛸 때 총이 흔들리고 심장이 멈출 때 총은 가만히 정지한다.

마침내 모든 사물이 정지한다. 날아다니는 새도, 나무를 올라타는 다람쥐도 모두가 허공에, 땅에 멈춰있다. 이 숲속에는 그와 사슴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마침내 그가 방아쇠울에 검지를 넣고 당긴다.


'투-쾅!!!'


총알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다. 강력한 파열음이 들리기도 전에 총알을 맞은 사슴은 그 충격에 고개를 하늘로 치켜세우며 땅에 철퍼덕 쓰러진다.

로건은 멈췄던 숨을 길게 내뱉으며 어깨를 조금 들썩인다. 그러나 그의 기분 따위 안중에도 없는 리암은 그의 뒤통수를 가볍게 때리며 말한다.


"로건! 행동이 너무 굼뜨잖아! 사슴 한 마리를 잡는 데 몇초가 걸린 거야?"


"이정도면 나름 빠르게 잡은 것 같은데요."


로건이 입을 삐쭉 내밀며 대답한다. 그의 얘기에 리암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권총집에서 리볼버를 빼 든다.


"내가 항상 말하지만, 생각하고 움직이는 건 좋지만 결단은 빨라야 한다."


리암은 하늘을 쳐다보며 리볼버를 하늘을 향해 겨눈다. 그리곤 곧 방아쇠를 당겼다.


'탕!'


깃털이 허공에서 흩뿌려지며 참새가 땅에 곤두박질친다. 그가 리볼버를 내빼고 표적을 찾는 데 걸린 시간 2초. 표적을 정확히 노리고 방아쇠를 당기기까지 걸린 시간 1초.

로건은 한숨을 내쉰다. 그와 격차를 줄였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이제야 겨우 총을 제대로 쏠 수 있었던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리암이 리볼버를 한 바퀴 돌려 권총집에 넣으며 얘기를 이어 한다.


"한순간이야. 너의 인생을 결정짓는 일은 대부분은 한순간에 일어난다고.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겪을 일은 대부분 그런 한순간에 의해 판가름이 날거다. 총을 먼저 뽑는 사람이 유리한 건 이 서부에선 진리다. 그것이 통하려면 무조건 표적을 맞혀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해. 그리고 망설임 없는 결단까지."


로건이 리암의 시험을 통과한 지 2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난 2년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로건이 조우했던 늑대무리와 다시 만난 것부터 시작해 엄청난 거구의 곰까지, 시시각각 달라지는 자연의 생태계는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모든 것이 배움의 장소이자 지옥이었다.

무엇보다 로건은 리볼버라는 총을 떠나 레밍턴이라는 강력한 장총까지 얻었다.


"당신과 저의 시간은 달라요. 전 이제 2년이라고요."


로건은 총을 거두고 자신이 죽인 사슴을 향해 걸어간다. 사슴의 이마 정중앙에 굵직한 구멍이 뚫려있고 반대편에는 두개골이 훤히 보일만큼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로건은 의기양양하게 손가락으로 사슴을 가리킨다.


"이젠 총알 하나에 표적 하나? 문제없다고요."


로건이 팔짱을 끼며 으름장을 내놓는다.


"그래. 이젠 떠날 때가 된 거 같군."


"네? 그게 무슨···"


리암은 먼산을 바라보며 얘기한다.


"조금 오래 걸렸어. 원래는 좀 더 일찍, 아니 애초에 여길 떠나서 내가 있던 마을에서 훈련을 하려고 했지."


로건은 사슴의 앞발과 뒷발을 밧줄로 묶은 다음 등에 들쳐멘다. 사슴의 얼굴에서 핏방울이 그의 어깨에 떨어진다. 하지만 로건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이런 생활은 이젠 익숙하니까.


"그럼 왜 여기에 계속 있었던 거에요? 어차피 떠날 거라면, 차라리 당신 마을에 가는 게 좋았던 거 아니에요?"


"그러기엔 여기가 너무 좋아."


리암의 대답에 로건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가 두 팔을 벌리며 계속해서 얘기를 이어간다.


"주위를 둘러봐. 나무와 수풀로 우거지고 비탈길에 온갖 짐승들이 널 잡아먹으려고 해. 심지어 비가 오면 사방이 늪처럼 변해 바닥으로 잡아당기지. 그래서 좋아. 이보다 훈련하기 좋은 곳이 어디에 있다고."


리암의 말에 로건은 고개를 강하게 끄덕인다.


"하긴, 당신 때문에 죽을 뻔했던 적이 진짜 많았죠. 그날 기억해요? 비 오는 날 절벽에서 떨어질 뻔했던 거요. 그 외에도 코요테 수십 마리가 달려왔던 것도 생각나고 총알을 욱여넣어도 죽지 않고 달려들던 곰도 기억나네요. 그래서, '표식'을 가르쳐 줄 생각은 아직도 없어요?"


로건이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리암을 바라본다. 그의 물음에 리암은 짧은 헛웃음을 내뱉으며 대답한다.


"흥, 항상 말하지만 그건 내가 가르쳐 주는 게 아니야. '표식'은 '인도' 받는거지."


리암의 대답에 로건은 어깨를 들썩이며 눈동자를 한바퀴 굴린다.


"또 똑같은 얘기. 그놈의 '인도'인지 뭔지 저는 전혀 이해가 안 간다고요. 분명히 가르쳐 줄 것처럼 얘기해 놓고선!"


"됐어, 언젠간 알게 될 거야. 그리고 이때까지 훈제시켜 뒀던 고기는 전부 정리해둬. 내일 여길 떠날 거니까 말야."


리암의 얘기에 로건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화들짝 놀란다.


"내일이요?! 갑자기?"


"뭘 놀라고 그래? 아까 말했잖아. 우린 내일 바로 출발할거야. 여기서 우리 마을 까지는 걸어가도 얼마 안 걸려."


"걸어가다니요? 당신이 여기에 올 때 말 타고 온 거 아녔어요?"


"타고 왔었지. 그런데 그땐 한 마리 뿐이었어. 왜냐면 난 내 말이 없거든. 그래서 언제나 빌어먹을 빌 그 녀석 뒤에 타고 다녔지. 아직도 그 녀석 등에 나는 땀 냄새가 기억날 정도라니까?"


"엄청 힘든 여정이 될 것 같은 기분이네요..."


그들은 20분 정도를 걸어 오두막에 도착한다.

리암은 잔가지를 모아 반으로 부수고는 마른 낙엽과 부서진 나뭇가지, 짐승의 털을 한곳에 모아 부싯돌로 불을 붙인다. 불똥이 번쩍이며 불쏘시개 위로 떨어지더니 작은 등걸불이 일렁인다. 그가 등걸불이 붙은 불쏘시개에 숨을 불어넣자 순식간에 타오른다. 그는 황급히 모닥불 위로 불을 던져버린다.

로건이 마른 장작을 가져와 작은 불씨 위에 올리자 잿불과 함께 커다란 불길이 일어난다. 뜨겁지만 따뜻하며 눈이 부실만큼 밝지만 은은하다.


로건은 리암의 반대편에 주저 앉으며 입을 열었다.


"결국 당신이 떠나자고 한다면 떠나야겠죠. 당신이 살던 마을에 관해서나 알려줘요. 전 이방인이잖아요. 괜히 미운털 꽂히지 않게 조심해야죠. 이왕이면 친해지면 좋겠죠."


"여기가 '유타'잖아? 그런데 우연히도 내가 살던 마을 이름도 '유타'다. 서쪽 네바다 주에 있지."


리암은 하품을 크게 하고는 마저 얘기한다.


"걱정하지 마. 우리 마을은 딱히 폐쇠적이지 않아서 말이야. 적응이나 관계 따위는 접어둬도 돼. 내가 보기엔 우리 마을에는 딱히 좋은 여자도 없어. 그러니까 그런 생각하는 건 접어두는 게 좋을 거다."


"그, 그런 생각은 안했거든요."


로건은 해체해 놓은 사슴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뾰족한 나무가지에 꽂아 모닥불 위에 올린다. 그러자 치이익 소리와 함께 고기 밑 부분에서 흰색연기가 올라온다. 리암은 익어가는 고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고기가 타들어 갈세라 곧바로 집어 자신의 입으로 욱여넣는다. 그렇게 그들은 헬켄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즐긴다.


시간이 지나 어느덧 해는 자신을 숨기고 달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귀뚜라미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진다. 깊은 산 속에 잠들어 있던 부엉이와 올빼미가 사냥을 나서는 울음 소리가 들린다.

식사가 끝난 리암이 로건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이 마지막이야. 이젠 더는 여길 오지 않을 거니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전해."


리암의 얘기에 로건은 손가락으로 리암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의 반응에 리암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손바닥으로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른다.


"나 말고."


그제야 로건은 어깨를 움찔하고선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어머니가 잠들어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로건은 무덤 위에 손을 얹으며 눈을 감는다.


"엄마. 이젠 갈게. 내일이면 여길 떠날 거야. 그러니 잘 지켜봐 줘. 그리고 걱정하지는 말아줘. 왜냐하면 리암이라는 아저씨가 있거든. 성격은 고약해도 나쁜 사람은 아니야. 그럼 안녕."




산 능선을 따라 붉은색 물결이 하늘에 펼쳐진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체 가기도 전에 리암과 로건은 배낭을 짊어지고 사바다 주를 향해 떠난다.

로건은 자신의 목에 걸린 노란색으로 빛이 나는 보석을 만지작거린다. 그 보석이 스스로 빛을 내는 건 아니지만, 자기주장이 뚜렷한 보석이었다. 리암이 곁눈질을 하고는 손가락으로 그 보석을 가리킨다.


"뭐야. 제일 소중한 게 그거야? 난 돈이라도 엄청 들고 오는 줄 알았네. 금이나 은 같은 거 말야."


"네. 다른 것보다 엄마의 향기를 느낄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기억을 할 수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저를 지켜주는 느낌이 들어서 편안해져요. 나머지는 딱히 필요 없어요. 엄마가 사용하던 이 총과 저에게 선물 해줬던 보석만 있으면 돼요. 무엇보다 제가 다 가져가면 우리 엄마가 싫어할걸요? 엄마가 옛 물건들을 끔찍이도 아꼈거든요."


로건은 조금 작아진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속은 아녔을 것이다. 가짜 웃음, 드러내지 않은 감정을 리암은 느낄 수 있었다.


로건이 발걸음을 갑자기 멈추며 뒤를 돌아본다. 허름한 오두막과 검게 그을린, 장작이 전부 타들어 재만 남은 모닥불의 흔적이 보인다. 그는 지난 2년간의, 짧다면 짧은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그제야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언덕길을 내려간다.


작가의말

통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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