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아이 스코프 : 1875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새글

통밀빵
작품등록일 :
2024.08.25 03:21
최근연재일 :
2024.09.20 19:04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15
추천수 :
3
글자수 :
76,905

작성
24.09.13 18:14
조회
4
추천
0
글자
10쪽

13화

DUMMY

유타 마을


'유타'라는 대문짝만한 나무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리며 리암과 로건을 반긴다. 누군가 앉았을 의자 앞에는 반쯤 타들어 간 담배가 희뿌연 연기를 일으키며 놓여 있었다. 그들이 멀리서 유타 마을을 바라볼 땐 분명 환해 보였지만 지금 건물의 창문에는 작은 양초불 하나 보이지 않았다. 사람의 목소리도, 발걸음 소리도, 살롱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유쾌함도 없다. 마을 입구와 중간마다 설치된 커다란 횃불이 겨우 마을 전체를 비추어주고 있었다.


로건은 자신의 눈을 손등으로 비빈다. 그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건물의 창문을 살펴본다.


"리암? 원래 이렇게 조용한 마을인 거에요, 아니면 정말로 유령마을인 거에요? 혹시 마을을 착각하신 건 아니죠?"


"이상하군. 원래라면 마을 입구를 지키는 보안관이 한 명쯤은 있을 텐데··· 로건, 네 눈에 이상한 건 보이지 않느냐?"


리암은 마을 입구에 비치된 허름한 나무 의자로 다가간다. 그는 타들어 가는 담배를 집어 들고선 그것을 좌우로 돌려본다. 아직 연기가 피어오른다. 길게 말아져 있는 담배가 대부분 타들어 갔지만 냄새는 코끝을 찌르듯 선명하다.

리암이 담배를 다시 내려놓을 때 쯤 로건이 그의 등 뒤로 다가와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리암, 오른쪽 두 번째 집 창문에서 누군가 저희를 노리고 있어요. 그리고 중앙에 벽돌로 지은 3층 건물 옥상을 한번 보세요. 누군가 있어요. 그들 역시 저희를 지켜보고 있고요.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아마 몇 명 더 있을 거예요."


로건은 슬그머니 자신의 장총을 앞으로 멘다. 그는 방아쇠울에 검지손가락을 걸어 놓는다.


"여긴 당신 마을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대체 왜···"


"쉿, 거기까지. 예전에도 이런 적이 한 번 있었다. 그때도 아마···"


"리암! 당장 피해요!"


화살 하나가 어둠 속에서 날아와 리암의 가슴을 향해 날아간다. 하지만 달빛에 반사된 화살촉을 진작 알아본 로건이 리암을 옆으로 밀쳐낸다.

화살이 날카롭게 공기를 찢으며 그들의 사이를 가로지른다.

로건이 장총을 어깨 위에 견착하자마자 리암이 손바닥을 뻗어 그를 가로막는다.


"뭐 하는 거예요?! 지금 저녀석들이 우릴 죽이려 들고 있잖아요! 어서 대응을···!"


로건이 소리친다. 그러나 리암은 자신의 중절모를 벗어 땅바닥에 내던지고는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다. 그리곤 횃불이 가장 잘 비추는 곳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는 자신의 오른 검지에 끼워진 '데드 아이 스코프'의 반지를 내세운다.


몇 초의 정적이 흐르고 꺼져 있던 집들의 불빛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로건은 총을 든 두 손의 힘을 풀고 리암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리암은 그가 무슨 얘길 꺼낼지 알고 있다는 듯 먼저 입을 연다.


"그래, 이제 기억났어. 이런 기습을 하는 이유를 말이야. 꽤 오래전에 '그리폰'이라는 갱 조직이 우리 마을을 털러 왔었지. 그땐 지금처럼 마을 사람 전체가 총을 다루고 그런 게 아녔어. 그래서 상당수의 사람이 그들이 쏜 총에 맞아 죽고 나무로 지어진 집들이 등유에 뒤덮여 불에 타들어버렸지. 또 몇몇 젊은 여성을 납치하고 건장한 남성들을 말에 매달아 질질 끌리게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낯선 외부인이 들어오면 이런 매복을 감행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있긴 있었어."


리암이 자신의 검지에 낀 반지를 빼내어 로건에게 보여주며 얘길 이어간다.


"그 치욕을 견뎌내고 또 다시 세워낸 낸 마을이 바로 '유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 교단, '관망하는 망원경'이라는 교단이 탄생했지. 모두가 총을 쏠 수 있도록, 망원 조준경 너머에 비친 악으로부터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도록 말이야. 소중한 것을 위협하는 모든 건 박살 내야 해. 예전에는 갱이었던 것이 이젠 악마로 변했을 뿐이지만 본질은 같아."


그의 얘기에 로건 또한 장총의 해머를 올리고 두 손을 번쩍 들어 자신이 끼고 있는 반지를 그들에게 보여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동굴 안에 들어온 것처럼 조용하고 어두웠던 마을이 순식간에 활력을 되찾는다. 술잔이 부딪히는 소리, 어느 청년의 목놓아 울부짖는 노랫소리 그리고 투박하고 불규칙한 발걸음 소리까지.

리암과 로건의 눈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두 뺨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늙은이였다. 흰머리가 구레나룻까지 뻗어 쭈뼛쭈뼛 삐져나와 있고 그가 입은 검은색 가죽 슈트에는 진한 보라색 얼룩이 군데군데 져 있었다.


"이게 누구야! 내 오랜 벗! 리암 아닌가?!"


갈라진 목소리와는 맞지 않는 우렁찬 성량이 리암을 부른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그는 바로 '데킬라 빌'이었다. 빌은 리암을 향해 비틀거리며 한 걸음씩 다가간다.

오랜 친구의 재회는 언제나 아름답다. 빌은 싱긋 웃으며 두 팔을 크게 벌린다. 리암은 그를 향해 한 걸음 내딛더니 곧 속도를 내며 달려가서 빌의 오른뺨에 주먹을 한 대 내리꽂는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빌은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는 쓰라린 오른뺨을 쓰다듬으며 리암을 멀뚱히 쳐다본다.

주먹을 불끈 쥐고 어금니를 꽉 깨문 리암은 입꼬리를 올리며 그의 멱살을 붙잡는다.


"재밌군, 아주 재밌어. 그래, 이젠 보안관 배지까지 달았다고 바빴나 봐? 애를 떠맡긴 이유가 그거였나? 지난 2년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지. 계절이 바뀌는 날도, 비가 무수히 많이 내리던 날도, 강한 바람에 나무가 스러지던 날도, 내가 이 애송이를 가르칠 때 동안 넌 뭘 했지? 역시 너같은 새끼는 좀 더 맞아야 해."


"아냐, 아냐! 원래는 여러 번 가려고 했었어. 정말로 말이지! 그런데···"


"그런데?"


"그리핀이라고 하는 작자가 우리 마을에 놀러 와서는 내 돈을 모두 따버렸지 뭐야! 세상은 역시 넓어~ 블랙잭을 하는 내내 뭔가에 홀린 것 같았다니까. 아주 귀신을 만난 것 같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키우던 말도 팔아버렸지! 돈이 필요했거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빌은 흰 거품을 입에 물며 바닥에 쓰러진다. 리암은 두 손을 털고 일어난다. 로건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그들을 쳐다본다. 처음 봤을 때 보였던 두 현상금 사냥꾼의 위엄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한, 두명 거리로 나온다. 어느새 수십 명의 사람이 도로를 메꾼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들은 늦은 시간에도 술통을 옮기고, 피곤함에 지친 말의 털을 다듬어 주는 둥 각자 자신의 삶에 충실히 살고 있었다. 그중 몇몇은 쓰러진 빌을 보며 키득거리며 웃었다.


리암은 고개를 아주 천천히 돌려 마을 전체를 크게 둘러 본다. 그의 입가에 전에 볼 수 없었던 미소가 번져나간다. 이때까지 봤던 억지 섞인 미소가 아닌 평온한, 되돌아와야 할 곳에 돌아온 표정이었다. 그가 빌을 쳐다보며 입을 연다.


"그나저나 못 물어봤군. 매복하고 있었던 이유 말이야. 어이, 빌. 일어나봐."


리암이 오른발로 쓰러진 빌의 다리를 툭툭 건든다. 그러나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깨어는 있었다. 그야 삐죽 튀어나온 입과 뾰로통한 그의 두 볼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리암은 자신의 배낭을 꺼내 그의 앞에 내려놓는다. 꽉 졸라맸던 줄을 풀자 수많은 테킬라와 진, 맥주가 쏟아져 나온다. 전부 유리병 마개를 따지도 않은 신선한 술이었다.

빌의 콧구멍이 벌려졌다가 좁아졌다 반복한다.


"선물을 준비했는데 이렇게 죽어있으면 전해주진 못하지. 안 그래?"


리암의 말이 끝나자마자 빌은 벌떡 일어나 테킬라 한 병을 가져간다.


"선물은 좋지. 그게 술이면 더 좋고!"


"그럼 이제 말해봐. 대체 왜 매복을 하고 있었던 건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 아니야?"


"10년 전 우리 마을을 습격했던 그리폰이 다시 나타난 것 같아서 말이야. 지금은 하늘에 떠다니는 까마귀의 울음소리에 모든 걸 맡긴 채 생활하고 있지."


그의 대답에 리암은 미간을 찌푸리곤 얼굴을 가까이 댄다.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야?! 그 새끼는 5년 전에 우리가 죽였다고. 내가 죽인 새끼 얼굴도 기억 못할까 봐? 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장난이라면 지금 그만두는 게 좋을 거다."


리암이 한층 격양된 목소리로 따지듯 검지를 치켜세우며 말한다. 그러자 빌은 두 손을 들어 그의 어깨에 놓아 슬며시 밀어낸다.


"워, 워. 진정해, 친구. 난 사실만을 말했을 뿐이야. 그런게 아니라면 우리가 너희를 이렇게 대할 이유도 없지않겠어?"


"그럼, 그때 죽인 그리폰은 대체 누구냔 말이다!"


리암이 가쁜 호흡을 내뱉는다. 빌은 그가 안정될 때까지 억지로 침묵을 이어 나간다. 마을은 시끄러웠지만 리암과 빌이 서로 바라보고 있는 그 자그마한 공간은 서로 분리되어 조용했다. 마침내 리암이 긴 한숨을 내뱉으며 숨을 고르자 빌이 입을 열었다.


"이제야 진정이 되나 보군. 얘기하기엔 조금 길어질 것 같은데... 네가 가져온 술도 마실 겸, 장소를 옮기지 그래?"


빌은 테킬라를 손바닥 위에서 한 바퀴 돌리며 2층짜리 주점으로 걸음을 옮긴다. 리암도 깊게 한숨을 내뱉곤 그를 뒤따라간다.


"어, 어라··· 잠시만요 저는요? 저도 같이 가요!"


로건도 그들을 뒤따라간다.


작가의말

통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데드 아이 스코프 : 1875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챕터 구분 24.09.10 4 0 -
18 17화 NEW 4시간 전 2 0 10쪽
17 16화 24.09.18 3 0 10쪽
16 15화 24.09.17 4 0 10쪽
15 14화 24.09.16 5 0 10쪽
» 13화 24.09.13 5 0 10쪽
13 12화 24.09.11 7 0 10쪽
12 11화 24.09.10 6 0 10쪽
11 10화 24.09.07 6 0 10쪽
10 9화 24.09.06 4 0 10쪽
9 8화 24.09.04 6 0 9쪽
8 7화 24.09.03 6 0 10쪽
7 6화 24.08.30 6 0 9쪽
6 5화 24.08.29 6 0 9쪽
5 4화 24.08.28 5 0 9쪽
4 3화 24.08.27 9 0 10쪽
3 2화 24.08.26 10 1 10쪽
2 1화 24.08.25 11 1 15쪽
1 프롤로그 24.08.25 13 1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