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아이 스코프 : 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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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밀빵
작품등록일 :
2024.08.25 03:21
최근연재일 :
2024.09.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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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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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6화

DUMMY

허수아비는 없습니다. 논과 밭도요.


"그게 무슨···"


리암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온 글자를 도로 삼킨다. 그는 그간 2년간 유타 마을에서 생활하지 않았다. 당연히 신문팔이 소년은 다른 마을에선 흔하게 볼 수 있었고 유타에도 당연히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그가 살던 마을에서는 신문을 신문사에서 직접 판매했었다. 따로 누구에게 맡긴 적은 없었다.


"···아냐, 됐어. 그건 그렇고 내가 최근 산에만 틀어박혀 살아서 근래 알고 있는 정보가 없어. 로취는 어떤 마을이지?"


"그렇다 할 특징이 없는 작은 마을이긴 한데··· 저번에도 당신같이 의뢰 때문에 내가 태워줬던 적이 있었소. 유감스럽게도 그 사냥꾼은 돌아오진 못했지만··· 어쨌든 내 기억으론 논밭이 많았소. 특히 집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마을 부근에만 겨우 몇 채만 있을 뿐이오. 조금 걸어가야 다른 농장이나 오두막이 보일 거요."


그의 얘기에 리암이 창밖을 바라본다. 창밖에는 로취마을을 알리는 간판과도 같은 드넓은 보리와 밀밭이 수평선 끝을 향해 맞닿아 있었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황금 보리는 자신을 낮춰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큼지막한 밀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높게 솟아올라 있었다. 그러나 큼지막한 규모에 비해 허수아비는 단 하나뿐이었다. 강렬한 햇볕에 타들어 버린 걸까, 허수아비의 외형은 검게 그늘졌었다. 그리고는 음산하게 리암을 쳐다보고 있었다. 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저렇게 기괴하게 서 있는 허수아비는 참새는 물론이고 아마 독수리까지 쫓아내지 않을까 싶다.


맑은 푸른 하늘과 구름 몇 점 없는 날씨에는 조화되지 않는 썩은 시체 냄새가 깨끗한 공기 사이에 섞인다. 로건이 창밖에 얼굴을 조금 내밀고 코를 찡그리며 냄새를 맡는다. 옅은 시체 냄새와 섞은 음식 냄새가 서로 교차하여 풍겨온다. 그는 자신의 콧등에 눌어붙은 악취를 떼어내기 위해 손바닥으로 얼굴 주변을 휙휙 젓는다.


"리암, 원래 타락한 마을은 냄새가 이렇게 심해요? 섞은 고기 냄새 같은데···"


"심하다니, 나약한 소리 마. 이제 겨우 입구에 들어온 거야. 총알이나 장전해. 그리고 제일 중요한 성수는··· 내가 챙기도록 하지. 이 비싼 성수가 실수로 흘린 와인처럼 되는건 원하지 않거든."


리암은 작은 코르크로 굳게 닫혀있는 유리병을 자신의 옷 안주머니에 넣는다. 로건은 고개만 끄덕이며 자신의 레밍턴 소총의 약실에 총알을 집어넣는다.


마침내 도착한 로취마을은 썩은 시체 냄새로 가득했다. 그동안 로건이 맡아왔던 모든 동물과 짐승의 사체를 한곳에다가 모아둔 냄새였다. 그들에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악취에 코가 따끔거렸고 머리가 지끈 거리며 아파졌다. 마차꾼은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연신 좌우로 흔든다.


"이런 냄새는 적응이 안되는 군. 난 이만 가보겠소. 여기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기다릴 테니 후딱 끝내고 오게나."


마차꾼은 그들이 내리자마자 곧바로 말의 고삐를 쥐며 방향을 반대로 튼다. 그의 채찍질 소리와 함께 두 마리의 말들이 힘차게 땅을 박차며 멀리 사라진다.


리암이 윈체스터 소총을 앞으로 짊어진다. 그의 몸은 한껏 긴장을 유지한 채 한 걸음, 한 걸음 로취마을을 향해 걸어간다. 그 흔한 마을 간판 하나 없는 아주 작은 마을에는 고작 1층짜리 주점과 십자가조차 없는 목조 교회가 전부였다. 마을 통틀어 지어진 건물은 고작 7개다. 그것도 2층 정도의 규모는 하나도 없었고 움집이라고 할 만큼 작은 오두막도 있었다.


리암은 우뚝 멈춰서더니 중저음의 톤으로 날카롭게 말한다.


"로건, 잠시 뒤로 물러나서 전체를 봐라. 어떠한 움직임이나 물체가 보인다면 바로 말해."


"네."


그의 얘기에 로건은 뒤로 두 발자국 물러나 전방을 주시한다. 거리에는 누구 하나 없었다. 사람도, 짐승도, 곤충마저도 없었다. 오직 무성하게 자라 허공에 둥실 떠다니는 회전초만이 목적 없이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리암은 무릎을 굽히며 한쪽 손을 자기 오른 눈에 가져다 댄다. 그리곤 정체불명의 상형문자를 오른눈 위에 그려놓는다. 그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맹수의 표식 : 추적!」"


오른 눈에 새겨두었던 상형문자가 푸른 빛을 발하더니 이내 부셔져 허공에 흩날린다. 그가 한번, 두 번, 세 번의 심호흡을 반복하자 천천히 흘러가던 몸속의 혈액이 급속도로 순환하며 그의 오른쪽 눈으로 집중된다. 그의 얼굴에 핏대가 선다. 그의 갈색 눈동자가 세로로 찢어지며 보이지 않던 냄새의 종류가 눈앞에서 시각화된다. 늑대의 거친 털 깃 모양의 냄새가 일렬로 줄지어 정해진 곳을 향해 물 흐르듯 흘러가고 검은색과 짙은 갈색이 어우러진 냄새가 마을 전체에 안개처럼 펴져 있다. 썩은 악취의 냄새는 아마도 저것이다.


'피 냄새는 보이지 않아. 왜 그런 거지?'


리암은 눈에 힘을 바짝 주며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나 그의 시야에 보이는 건 썩은 냄새가 마을을 뒤덮은 것뿐이었다.


로건은 긴장에 굳은 어깨를 억지로 움직이며 총을 전방에 겨눈다.


"뭘하고 있는진 모르겠는데, 이젠 어떡해요? 마을 안으로 들어가요? 아니면 여기서 계속 멈춰있어요?"


"냄새가 다른 냄새를 뒤덮은 거라면 들어가야겠지. 로건, 지금부턴 마음 단단히 먹어라. 타락해버린 마을 안에서는 사냥꾼도, 사냥감도 서로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들은 마른 흙길을 사뿐히 지르밟으며 마을 안으로 걸어간다. 모든 소리가 죽어버린 마을은 울적했다. 적막한 분위기에 로건의 피부는 스스로 알아차리기도 전에 닭살이 곤두선다.


마을 중심으로 들어오자 리암의 눈에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냄새들이 허공을 떠다니고 있었다. 진한 와인색의 냄새가 작은 오두막 안에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역겨운 냄새다. 사람의 피 냄새가 분명하다. 하지만 냄새의 색으로 보아 최소 10명의 냄새가 뒤섞여 있다. 리암은 오른 눈동자에 찌릿한 통증과 함께 눈을 질끈 감는다. 맹수같이 찢어졌던 눈동자가 다시 돌아온다. 그가 손가락으로 오두막을 가리킨다.


"저기에 사람이 있어. 못해도 10명이야.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리암은 숨을 헐떡거리며 불규칙한 호흡을 억지로 내쉰다.


"리암, 괜찮아요? 갑자기 왜 그래요?"


"흥, 내 걱정 말고 전방이나 주시해. 뭔가 튀어나올 수 있으니까 말이야."


리암의 폐가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하며 안정을 되찾는다. 그들은 발소리를 죽이고 피 냄새가 잔뜩 풍기는 오두막을 향해 다가간다.


로건이 오두막의 문을 열려고 하자 안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귀를 쫑긋세우며 소리에 집중한다. '끼익' 나무 바닥 가라앉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살아있어요! 당장 도움을..."


로건은 급한 마음에 문의 손잡이를 잡고 활짝 열어젖힌다.


"저, 저···! 멍청이!!!"


리암이 고함을 외쳤을 땐 이미 오두막의 문은 열렸고 수많은 시체가 계곡물 불어나듯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그들은 죽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숨 쉬지 않는 '살아있는 시체'라고 불리는 돌연변이다.


맨 앞에 있던 남성의 시체가 로건을 덮친다. 로건은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가 몸속에 모든 근육을 총동원해 돌연변이의 두 팔을 잡으며 저지한다. 튀어나온 눈알이 덜렁거리고 송곳니처럼 뾰족한 이빨이 로건의 목덜미를 노린다. 분명 시체이며 몸속의 뼈마디가 노출되었음에도 강하게 로건을 짓누른다.


"로건! 절대 물리지 말고 그대로 버티고 있어!"


리암은 곧바로 장총을 어깨에 견착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탕!, 탕!, 탕!···'


좁은 입구에서 삐져나오는 돌연변이를 잡기는 쉽다. 그것도 지근거리에서 겨누는 건 더더욱 그렇다. 리암은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곧바로 레버를 당겨 총알을 장전하고 다시 방아쇠를 당긴다. 오두막에서 튀어나오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머리통이 전부 터질 때까지. 마지막으로 로건을 짓누르고 있는 돌연변이의 관자놀이를 겨냥한다.


'타-앙!'


열두 발의 탄피가 흙바닥 위에서 나뒹군다. 윈체스터의 총구에서는 회색 연기가 내뿜어져 나오고 총열은 황야의 대지처럼 이글거린다. 리암이 총을 거두고 로건에게 손을 뻗어 그를 일으켜 세운다. 로건이 뛰는 심장을 쓸어내리며 말한다.


"도대체 뭐예요 이것들은?!"


"진정해. 나중에 알려주마. 일단 여기서 잠깐 밖의 상황좀 보고있어. 오두막에는 내가 들어가볼테니."


리암이 오두막 안으로 숨을 죽이며 걸어간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게 무겁다. 마치 무거운 쇠구슬을 발목에 찬 것 같다.


"이게 무슨···"


리암의 속에서 맴돌던 말이 밖으로 삐져나왔다. 문이 활짝 열린 오두막 안에는 한 명의 여성과 보이캡 모자를 쓴 꼬마 아이가 팔 그리고 다리의 관절마다 못이 박혀 허수아비처럼 기괴하게 벽에 박제되어있었다. 리암이 그들을 찬찬히 둘러보더니 이내 고개를 짧게 좌우로 젖는다. 그가 등을 돌려 오두막을 빠져나오려고 할 때 문득 그의 뇌 속에 스쳐 지나가는 단어 하나를 붙잡는다.


"로건! 혹시 이 마을에 올 때 논밭에 있던 허수아비 본 적 없어?! 하나밖에 없어서 눈에 들어왔을 거야. 존나 기괴하게 생긴···"


그의 얘기에 로건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린다.


"네? 지금 제정신이에요? 여기는 네바다, 사막이에요. 논밭이 어떻게 존재해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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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24.09.17 4 0 10쪽
15 14화 24.09.16 5 0 10쪽
14 13화 24.09.13 4 0 10쪽
13 12화 24.09.11 7 0 10쪽
12 11화 24.09.10 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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