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아이 스코프 : 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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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밀빵
작품등록일 :
2024.08.25 03:21
최근연재일 :
2024.09.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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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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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DUMMY

방법이 없는 게 아니고 우리가 모르는 거야.


"로건,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리암은 눈을 연신 껌뻑거린다. 온몸이 제자리로 돌아온 허수아비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들을 응시한다. 밖으로 떨어져 나간 못이 허수아비의 이마와 두 다리에 쿵 박힌다.


로건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뒷걸음질 친다.


"...차라리 꿈이라면 말이 되긴 하겠네요. 그런데 어쩌죠. 여긴 꿈이 아니라서."


로건은 난생처음보는 초자연적 현상에 온몸을 방망이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몸을 움찔거렸다.


허수아비가 커다란 낫을 높게 치켜세운 체 그들에게 뛰어간다. 리암이 재빨리 총을 어깨에 견착하고 방아쇠를 당겨 악마의 두 다리를 맞춘다. 총구에서 뿜어진 연기를 뚫고 나오는 총알이 다시금 허수아비의 연약한 두 다리를 박살 내버린다. 그리곤 로건이 엎어진 허수아비의 머리를 겨냥해 방아쇠를 당긴다. 총소리가 마을에서 울려 퍼져 하늘로 메아리친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터져버린 허수아비의 머리와 두 다리.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것은 홀로 시간이 되돌아간다. 박살 난 나뭇조각이 제자리를 찾아가 조립되듯 붙여진다.


로건이 레밍턴 소총을 장전하며 고함을 친다.


"리암! 어떡하죠?! 아무리 쏘고, 부셔도 되살아나요! 이건 말이 안 된다고요!"


"성가신 녀석이군. 그렇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로건, 내가 널 처음 만난 날 그 거구의 괴물을 기억하나?"


그의 말에 로건이 어금니가 맞닿아 까득, 소리가 난다.


"제가 어떻게 잊겠어요?"


"그때 네가 말했지? 머리통을 날린 그 녀석을 어떻게 죽였냐고 말이야. 가르쳐 줄게. 총을 아무리 잘 쏴도 죽지 않는 녀석을 죽이는 방법을."


리암이 자신의 이마에 상형문자를 그려놓는다. 그리곤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폐가 부풀어 올라 그의 가슴이 커진다. 호흡을 하지 않는 그의 뇌에 수만 가지 잠재된 세포가 깨어난다. 그의 두 눈동자가 호랑이의 눈처럼 붉게 찢어진다.

맹수는 어떻게 해야 상대방을 죽일지 알고 있다. 배우지 않아도 태어날 때부터 몸속에 잠재된 본능이 그것을 일깨워준다.


"「맹수의 표식 : 약점!」"


짧은 시간이지만 그의 두 눈에 모든 생물의 약점이 나타난다. 그것은 빨간색 연기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팽팽하게 당겨진 밧줄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가 표식을 사용한 이후로 이때까지 약점이 없는 생물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런 그의 과거에 반박이라도 하는 듯 눈앞에 놓인 허수아비의 모습은 그야말로 평범했다. 어떠한 색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특이한 징조 또한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로건을 쳐다본다. 그의 머리와 심장, 명치와 목에 붉은색 연기가 마구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 가르쳐 주는 거예요? 아까부터 계속 뭘 하고 있는 건 같은데···"


로건의 말에 리암이 숨을 내뱉는다. 무호흡을 하던 그는 불규칙한 들숨을 내쉬며 몸에 부족한 공기를 억지로 채워 넣는다. 그러자 찢어진 두 눈동자가 다시 돌아온다.


"···없어."


"네? 무슨 말···"


"약점이 없다고!"


여태까지 언제나 승리를 장담해보던 리암의 자만심 넘치는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간다. 그의 얘기에 로건의 몸이 꽝꽝 얼어붙는다.


"방금까지 그렇게 호언장담하더니! 그럼 저 녀석을 대체 어떻게 죽여요?!"


"아냐··· 그래도 죽일 방법이 있을 거야. 분명히!"


그들의 얘기를 허수아비는 끝까지 들어주지 않는다. 또다시 재생된 허수아비가 낫을 들고 그들에게 달려간다. 로건이 악마의 몸통에 총구를 겨눈다. 그는 방아쇠를 당기기 전 멈칫한다. 아무런 느낌이 없다. 방금 그것의 머리통을 날려버렸을 때도 총알을 머리 부분을 관통했다. 그럼에도 그의 몸에 무엇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투-쾅!'


30구경의 묵직한 총알이 날아가 허수아비의 나무 장대로 이루어진 몸통을 직격한다. '펑!' 하는 파열음과 함께 나무 파편이 온 사방에 휘날린다. 몸통이 남북으로 흩어진 허수아비가 바닥에 쓰러진다.


로건은 미간을 찌푸린다. 이 느낌이 아니다. 세상이 멈추고 표적과 그가 세상에 동떨어져야 하는 그 느낌이 들지 않는다.


"좋아! 이제야 몸 좀 움직이는구만 로건! 덕분에 스트레스가 조금은 날아간 것 같다."


"그러면 뭐 해요! 죽일 방법이 없는데..."


로건이 황급히 장총의 총알을 장전한다. 그 사이 사방에 찢겨나간 허수아비의 몸통이 붙어 원래대로 돌아온다.

로건이 눈동자를 굴려 리암을 바라보더니 입술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한다. 자신만이 간직하고 있던 비밀을 남에게 꺼내어 줄 때처럼 말이다.


"...리암, 이 상황에 이런 말 하는 거 정말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들어 주시겠어요?"


로건의 얘기에 리암이 고개를 돌려 눈썹을 들어 올린다. 그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제가 표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온 세상이 하얗게 묽든 경험을 하거든요. 그 느낌이 없으면 총알은 무조건 빗나간단 말이에요. 그런데 방금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도 총에 맞았어요. 아마 저 허수아비는 실체가 아닐 거에요."


"실체가 아니라면 환상이라는 거냐?! 아니면 뭐... 유령같은건가?"


"아뇨. 실제로 존재는 해요. 저희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있잖아요. 그러나 무한히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멀리서 허수아비를 조종하는 것 같아요."


그의 말에 리암이 옅게 웃음을 내뱉는다. 로건은 괜히 말을 꺼낸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귀가 조금 빨개진다.


"그래? 좋아. 네 느낌 한번 믿어볼게. 방법이 없는 게 아니고 우리가 몰랐던 거겠지."


리암이 장총의 레버를 아래로 당긴다. 탄피가 밖으로 튀어나와 흙먼지 속에 떨어진다.


어느새 다시 되돌아온 허수아비가 낫을 들고 낮은 자세로 움직인다. 그것은 리암이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옆으로 도약한다. 마치 눈으로 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픽!' 총알이 흙 속에 박힌다. 허수아비는 미친 듯이 그들을 향해 달려간다. 높게 치켜세운 낫을 가로로 휘두르자 공기가 찢기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날이 그들의 허리를 향해 날아간다.


"숙여!"


리암이 로건의 뒤통수를 잡고 함께 엎드린다. '슈-왁' 큰 낫이 종이 한 장 차이로 그들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간다. 리암이 어깨 위에 장총을 견착하자마자 허수아비가 다시 한번 자세를 낮춰 옆으로 도약한다. 그리고 또다시 날아오는 대낫, 이번에는 발목이다.


"뛰어!"


리암이 고함을 지른다. 큰 낫이 그들의 신발 밑창을 훍고 지나간다. 흙먼지가 뒤늦게 일어날 만큼 엄청나게 빠르고, 정확하게 허공을 벤다. 바닥에 착지한 리암은 자신의 건 벨트에 손을 뻗어 45구경 콜트의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걸고 한 바퀴 돌려 뽑는다. 동시에 다른 손을 이용해 해머를 뒤로 젖힌다.


'탕!, 탕!'


두 발의 총성과 함께 허수아비의 가느다란 두 팔이 박살 난다. 관절마다 박혀 있던 대못이 밖으로 튕겨 나간다. 이제는 몸이 박살 남과 동시에 다시 나무 파편과 지푸라기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언제나 그렇듯 기괴하게 허공에 박힌 허수아비가 그 자리에 서 있다.


부자연스럽고 형용할 수 없는 역겨운 허수아비의 모습에 로건의 눈이 절로 찌푸려진다. 그러나 그것의 기괴한 자세는 그들이 봤던 무언가와 비슷했다. 아니, 똑같았다.


"리암! 잠깐만요! 저 모습, 조금 전 오두막에 있던 모녀의 자세와 똑같지 않아요?!"


그의 얘기에 리암의 머리속이 번뜩인다.


"바로 그거야 로건! 로취마을로 다시 가라! 이 새끼는 내가 상대할 테니까 말이야."


그의 말에 로건이 고개를 끄덕이고 방향을 틀어 오두막을 향해 달려간다. 허수아비는 몸을 움찔거리더니 자세를 낮추고 로건을 응시한다.


'탕!, 탕!'


허수아비가 반응하기도 전에 리암의 리볼버에서 총알이 나간다. 총알은 정확하게 그것의 두 다리를 관통하여 박살 낸다.


"허수아비 친구, 나랑 내기 하나 할까? 네 모가지가 먼저 떨어질까? 아니면 내 모가지가 먼저 떨어질까?"


허수아비가 되살아나기도 전에 리암은 두 발의 총알을 그것의 머리와 몸통에 때려 박아넣는다. 그는 리볼버의 탄창의 잠금장치를 풀고 약실에 들어 있는 탄피를 전부 빼낸다. 그리고 건 벨트에 차여진 45구경 탄알을 한 손으로 세 개 꺼내어 장전하고 또 세 개 꺼내어 장전한다. 그가 리볼버를 완전히 장전하기까지 약 5초가 걸렸다. 그러나 허수아비의 재생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가 앞을 바라보는 순간 악마는 코앞에 서서 큰 낫을 높이 치켜세우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낫이 떨어진다···!


'쾅!' 낫의 뾰족한 부분이 딱딱한 흙바닥에 박힌다. 찰나의 순간 몸통을 돌려 낫을 피한 리암의 오른팔에서 핏줄기가 흘러내린다. 깊게 스쳐 지나간 상처에 팔뚝이 금세 핏덩이가 된다.

벌어진 상처가 점점 화끈거린다. 심장이 뛰듯 근육이 두근거린다. 오른팔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질 않는다.


'재수 없는 새끼! 속도도, 힘도, 재생도 공격당하면 당할수록 빨라지고 있어. 몸뚱어리는 박살 내도 되살아나···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리암은 왼팔로 리볼버를 바꿔 들어 허수아비가 들고 있는 낫의 손잡이를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탕!' 거친 파열음과 함께 총알은 고속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낫의 손잡이에 구멍은커녕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45구경의 강력한 탄환이 순식간에 파편이 되어 공중으로 분해된다.


'...이젠 도망다닐 수 밖에 없겠군.'


작가의말

통밀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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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24.09.13 4 0 10쪽
13 12화 24.09.11 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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