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아이 스코프 : 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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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밀빵
작품등록일 :
2024.08.25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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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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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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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DUMMY

의뢰 시작


'타-앙!'


총소리의 충격파가 나무 벽을 거쳐 로건의 귀속으로 들어온다. 화들짝 놀란 그는 이불을 박차며 벌떡 일어난다. 그리곤 황급히 창문을 젖히고 밖을 바라본다. 그러나 길 위에는 바구니를 짊어지고 가는 아줌마와 그녀의 손을 잡고 따라가는 어린아이가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역마차의 둥글고 큰 바퀴가 흙바닥에 자국을 그려내며 평온하게 달리고 있었다. 모든 게 평화로웠다. 흔히 볼 수 있는 마을의 한 풍경이었다.


로건은 자신의 귀속을 새끼손가락으로 후벼 판다.


"분명 들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뭐긴 뭐야. 우리 마을의 아침 종소리지. 일발 장전, 쏴! 어때, 마음에 들지?"


리암이 잠겨있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는 질끈 감은 두 눈을 서서히 뜨더니 주위를 둘러본다. 먼지 덮인 바닥 카펫 위에 누워있는 리암은 허공을 향해 손을 뻗는다.


"어, 어라? 왜 탁자가 안 집히지?"


"그거야 당신이 지금 뻗는 곳은··· 아니에요. 제가 일으켜 드릴게요."


로건이 리암의 팔을 붙잡아 당긴다. 그러자 리암은 갑자기 밀려오는 구역질에 곧장 화장실로 달려간다. 그의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신음과 함께 토사물의 역겨운 냄새가 문밖으로 새어 나온다. 볼일을 끝내고 온 리암의 두 눈에는 다크서클이 짙었지만 그래도 죽어있던 눈동자에는 생기가 돌아왔다. 어제 마시던 술이 그의 마스카라에 핏방울 처럼 붉게 묻어있다.


로건이 군데군데 뜯긴 가죽 소파 위에 힘을 풀며 앉는다. 딱딱한 소파에 엉덩이를 찧은 그는 곧장 일어나 쓰라린 엉덩이를 두 손으로 쓰다듬는다.


"뭐야 이거! 안에 나무를 넣은 거예요!?"


"내가 가끔 소파를 물어뜯곤 하는데 다음날이 되면 솜털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더라고. 그게 싫어서 나무토막을 넣었지. 소파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무 의자라고 생각하고 앉아."


리암의 말에 로건은 눈썹을 들썩거린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리암을 말없이 쳐다본다.


"됐고, 당신의 마을에 무사히 도착했으니 이제부터 저희는 뭘 하면 되는 거죠?"


로건의 얘기에 리암은 두 팔을 들고 어깨를 으쓱거린다. 마치 자기가 이제 할 건 없다는 듯이 말이다.


"뭘 하긴, 일단 기다려야지. 상대가 도움을 청할 때까지 우린 나서지 않아. 이윤을 얻기 위해선 상대방이 직접 우리에게 요구해야 해. 나를 살려달라, 이것 좀 옮겨달라··· 아니면 상대방을 죽여달라. 이런 것들을. 비인간적일수록, 좀 더 자극적일수록 이득은 훨씬 많이 챙길 수 있지."


"당신이 말한 '데드 아이 스코프'는 그런 짓도 하나 봐요? 전 그딴 짓 못 해요. 아니, 안 해요. 당신이 말했잖아요. 악마를 죽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난 타인의 감정이나 욕망 따위에 남을 깎아내리거나 다치게 하진 않을 거예요. 절대로."


로건이 눈을 부라리며 리암을 응시한다. 리암은 자신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로건에게 천천히 걸어간다. 그가 로건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한다.


"굳센 쇠는 단단하기에 잘 부러지고 부드러움 없는 나무는 강한 바람에 쉽게 뽑히지. 유리잔 안에 든 깨끗한 물은 검정 잉크 한 방울에 까맣게 물들여진다. 세상 융통성 있게 살자는 얘기가 아니야. 난 자신의 신념을 내세워 있는 척 없는 척 다하면서 정작 피치 못할 상황에서 한 번만이라고 외치면서 비겁하게 사는 새끼들이 못 마땅할 뿐이라서."


"그렇게 말하는 당신도 자기만의 신념은 있을 거 아니에요?"


리암은 고개를 짧게 끄덕이곤 사무소의 대문을 활짝 연다. 강한 햇살이 그들의 안면을 덮친다. 창문으로 흘러들어오던 마을의 생기돋은 소리가 생생히 울린다.


"닥쳐 나는 내 갈 길 간다. 이게 내 신념이야. 얼마나 간편하고 좋아."


"그냥 당신 마음대로 살겠다는 거 아니에요?"


로건의 물음에 리암은 활짝 웃으며 손가락을 튕긴다.


"정확해! 자, 어서 따라오기나 하라고. 우리 마을을 구경 시켜 줄 테니 말야! 이제부턴 네가 살아야 할 터전인 만큼 마음껏 아니, 지루해질 만큼 보라고!"


로건은 눈부신 햇살을 손등으로 가리며 그의 뒤를 따라간다. 우람한 리암의 등판에 가려있던 마을이 서서히 베일을 드러낸다. 어젯밤에 본 칙칙한 마을의 풍경은 어디 가고 생명을 얻은 마을이 활기를 띠고 있었다.

우물에서 물을 건져 올리는 어린아이들과 목조교회를 짓기 위해 청년들이 분주하게 나무를 갈고 잘라낸다. 역마차를 운행하는 마차꾼은 한 손에 채찍을 들고 말을 고삐를 쥐며 정해진 길을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사람의 활력있는 목소리가 거리를 메꾼다. 사각사각 톱질 소리와 못질 소리가 쿵쿵 울려댄다.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 말이 하품하는 소리, 지난 2년간 듣지 못했던 소리가 로건을 새롭게 맞이한다. 온몸의 세포가 깨어난 그는 걸음을 멈춰 서서 찬찬히 그들을 바라본다. 평화롭다. 눈물이 한 방울 뺨을 타고 턱선을 따라 땅바닥에 떨어진다. 그는 손등으로 자신의 눈 주위를 닦고 힘차게 걸음을 옮긴다.


리암이 거대한 3층 목조 건물 앞에서 멈춰 선다.


"여기는 잡화점. 네놈이 먹을 걸 사든 총알이나 총을 사든, 뭐든지 있는 곳이지! 당장에 44구경 탄약이 필요하다? 달러 몇 장들도 여기로 오면 돼. 그리고 호주머니에 돈이 없어도 괜찮아. 총알이 있다면 술을 살 수도 있으니까.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가능해."


'로즈마리 잡화점'이란 흰색 필기체로 쓰인 거대한 3층 목조 건물이 우아하고 우람차게 서 있다. 나무의 색은 벌레가 갈아먹어 바래고 푸석해졌지만, 그 자태만큼은 웅장했다.


그때 신문을 옆구리에 끼고 돌아다니는 어린 꼬마 아이가 리암에게 다가왔다. 그 아이는 머리에 쓴 뉴스 보이캡 모자를 만지며 리암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넨다. 푹 눌러쓴 모자 탓에 그의 이목구비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갸름한 턱선만 보였다.


"아저씨가 리암맞죠? 받아요, 아저씨한테 온 편지에요."


리암이 편지를 건내받는다. 그는 곧장 종이를 펼친다. 빛바랜 허름한 종이 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당신에게 직접 의뢰를 요청하지. 언제나 그래 왔기에 별다른 말은 쓰지 않겠네. 당신이 살고 있는 유타에서 남쪽에 있는 '로취'마을이 타락했다는 소식이야. 역마차를 이용하던 어느 한 부부가 그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미친 마을 사람들이 남편을 물어 죽였다고 하더군. 급하네. 악마가 있다면 제대로 죽여주게나. 보수는 넉넉하게 1,200$를 주지. 난 자네를 신뢰하지만 그래도 증표는 필요하네.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자네를 신뢰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리암이 어린 꼬마 아이에게 25센트 동전을 쥐여준다. 꼬마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급히 자리를 뜨며 신문을 배달한다.


"로건, 술은 다 깻나?"


"전 술 안 마셨는데요?"


"좋아! 그럼 바로 가보도록 하지. 여기서 별로 멀지 않은 마을이 타락했다는군. 거기라면 너와 내가 원하던 단서도 찾을 수 있겠지."


그의 얘기에 로건의 눈빛이 바뀐다. 평소에는 멍하게 쳐진 눈동자가 눈을 한번 깜빡였다 뜨자 맹수의 눈망울처럼 날카롭게 선다.


"단서라면···"


"그래, 너희 마을을 타락시켰을 지도 모르는 그리핀에 대한 얘기를 말이야."


"좋아요. 당장 가죠."


리암은 곧장 자신의 사무소로 걸음을 옮긴다. 그는 작은 배낭과 함께 파우치를 걸 수 있는 벨트를 꺼내 로건에게 던져준다. 정확하게 로건의 두 손에 안착한 벨트는 겉보기엔 평범한 벨트 같아 보였다. 그저 옆구리에 부분에 가죽 파우치가 달린 것과 여분의 총알을 끼워 넣을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차기나 해. 우리 손아귀에 1,200달러나 들어 올 수 있는 아주 막중한 의뢰가 왔단 말이다."


"그런데 리암, 당신이 악마와 관련된 의뢰는 데드 아이 스코프 기관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렇게 편지로 의뢰를 받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이번 건 단독 의뢰야. 개인이 데드 아이 스코프를 통해 직접 의뢰를 발탁하는 거지. 이 편지처럼 누굴 콕 집어서 의뢰를 부탁하거나 혹은 공개적으로 사람을 구할 수도 있다. 그건 의뢰인 자유야. 그러니까 명심해! 우리가 의뢰를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영원히 이 사무소에 다른 의뢰가 들어올 일은 없다. 그러니 어서 움직여!"


그들은 서둘러 역마차가 한곳에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그리고는 마차 위에 '데드'라고 짤막하게 적힌 역마차에 올라탄다. 마차꾼이 어디로 갈지 물어보기도 전에 리암은 의뢰종이를 건네주며 말한다.


"로취로 가지."


"하여간 당신도 참, 돌아오자마자 의뢰라니. 너무 바쁜 거 아니오? 하긴, 그 덕에 내가 먹고살 수 있는 게지."


찰싹, 채찍이 말의 엉덩이를 때리자 두 마리의 말을 옅은 울음소리를 내며 앞을 향해 내달린다. 고개를 주억거리는 말들이 유타 마을과 로취마을의 중간 정도 왔을까 마차꾼은 리암을 흘깃 쳐다보며 말을 건넨다.


"그런데 의뢰는 누구한테 받은 거요?"


말발굽 소리와 바퀴가 시끄럽게 굴러가는 덕에 마차꾼의 목소리가 한없이 작아져 들려온다. 그런 것에 익숙한 리암이 고함을 지르듯 큰 목소리로 말한다.


"신문 배달하는 꼬맹이가 주더군. 보이캡 모자가 머리에 딱 알맞던데."


리암의 대답에 마차꾼은 말이 없다. 그는 눈을 찌푸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곧 침묵을 깨고 그가 대답한다.


"그런데 우리 마을에 신문을 배달해 주는 꼬마 아이가 있긴 했었소?"


작가의말

통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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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24.09.17 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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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24.09.11 6 0 10쪽
12 11화 24.09.10 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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