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크기가 SSS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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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A
작품등록일 :
2024.08.25 15:38
최근연재일 :
2024.08.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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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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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시작

DUMMY

내 인생에 이렇게 어이없는 일이 또 있을까.


“그러게 잘 했어야지.”


김도혁이 내 오른 눈을 멀게 하며 말했다.


그렇게 내 오른쪽 시력은 끝이 났다.


남은 왼쪽 눈도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마 몸에 퍼진 독 때문일 것이다.


‘x같은 새끼들. 지들이 잘할 생각은 안 하고.’


나는 입에 고인 피를 뱉고서는 다시 벽에 머리를 기댔다.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도망갈 힘도 없었다.


‘이 새끼들 작정하고 게이트에 들어가자고 한 거네.’


던전 안에서는 누가 죽어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게 내가 될 줄은 몰랐다.


‘김도혁 넌 내가 반드시 죽인다.’


그 자식이 설마 능력을 봉인하는 물건을 손에 넣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그걸 나한테 쓸 줄은 몰랐다.


그 물건만 아니었어도 언령 능력을 사용해 지금쯤 다 죽여 버리고도 남았을 텐데.


‘무슨 짓을 해서라도 다시 되돌아가고 만다.’


그래. 뭐든 하겠다.


사람을 죽이지도 않고, 담배도 끊고, 술도 끊고 착하게 살겠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약속할 거야?”


갑자기 들린 말에 나는 흐릿한 시야로 주위를 살폈다. 눈앞에 사람의 모습이 보였지만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었다.


“과거로 돌아가면 ------ 한다고 약속 해줄 거야?”


왜인지 목소리가 끊겨서 들렸다.

하지만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할게.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약속한 거다.”


그렇게 무책임한 약속과 함께 나는 과거로 돌아갔다.


*


“너 뭐하냐.”


누군가의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내 앞에는 입을 테이프로 막힌 남자가 꿈틀거리며 땅에 반쯤 파묻혀 있었다. 내 손에 주어져 있는 삽을 내려다보며 고등학교 무렵 조폭 입단 시험 중일 때로 돌아왔다는 걸 깨달았다.


‘진짜 돌아왔네...’


나는 삽을 바닥에 팽개치고는 파묻힌 남자를 구덩이에서 꺼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왜요.”

“너 미쳤냐? 파묻으랬더니 왜 꺼내와?”


강찰파 3인자인 구기채가 화가 난 표정으로 내 앞에 섰다.


“죄송한데 저 그쪽 조직 안 들어가려고요.”

“뭐 이 새끼야? 장난하지 말고 다시 집어넣어라.”

“진담인데요. 그리고 이 사람 돈을 좀 많이 빌려놓고 안 갚았다 뿐이지 생매장 당할 정도로 나쁜 인간은 아니잖아요.”

“너 미쳤냐? 그걸 왜 네가 정하냐? 너도 같이 파묻어줘?”

“아뇨. 마음이 바뀌어서 안 하겠다는데 불만이라도 있으세요?”

“하. 이 미친 새끼가.”


구기채가 욕을 읊조리며 옆에 있던 남자에게서 야구 방망이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쿵.


하지만 야구 방망이는 내 얼굴 바로 옆에서 투명한 벽을 친 것처럼 큰 소리를 내며 멈췄다.


“가입 전인데 탈퇴도 마음대로 안 돼요? 계약서도 안 썼는데.”

“너... 너... 이 새끼...!”


구기채의 얼굴이 불그스름해졌다.


그래봤자 동네 건달 수준이었기에 별 위험은 되지 않았다. 이때 이 조직에 들어가려던 건 별 다른 이유는 없었다. 위에서 들어가라 해서 들어가려던 것뿐이었으니까.


“할 말은 그게 끝인가요?”

“건방진 새-”


쾅!


내 손짓 한 번에 구기채는 저 멀리 날아가 나무 기둥에 처박혔다.


다른 조직원들이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변변찮은 능력자들이었기에 나에게 손도 대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그럼 저 탈퇴한다고 전달 좀 해주세요.”


나는 테이프로 입이 막힌 남자를 이끌고 산을 빠져나왔다. 도로변 근처에서 남자를 풀어주었다.


“그... 고맙습니다.”

“고마우면 도박은 끊으시던가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하는 남자를 내버려 둔 채 강찰파 조직원들의 차들 중 한 대의 문을 땄다. 차키가 없어서 시동을 걸기 위해 선을 따려다가 문득 내가 미성년자라는 게 생각났다.


‘이때가 18살 때였지.’


착하게 산다고 되돌아온 거니까 지키긴 해야겠지.


주머니를 확인해 봤지만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쉬며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집에 도착하면 아침이겠네.’


*


쾅쾅쾅!


무식하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억지로 눈을 떴다.


“어떤 미친놈이 아침부터... 아, 누군가 했네.”


훗날 나를 배신할 인간들 중 한 명인 윤주현이었다. 급하게 달려온 건지 긴 머리가 조금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이때는 친했었지, 참.’


묘한 기분으로 바라보는데 윤주현이 조금 화난 얼굴로 말했다.


“너 미쳤어?”

“아니. 제정신인데?”

“그럼 얌전히 시험만 보고 오지 왜 그 난리를 친 건데!”

“안 들어갈 거니까.”

“너 미쳤지?”

“제정신이라니까?”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는지 윤주현이 나를 가만히 노려봤다.


“너 이제 어떡할 건데. 그 사람이 널 가만 둘 것 같아?”

“가만 안 둬도 상관없어.”

“너희 아버지 걱정은 안 해?”

“아저씨도 성인인데 알아서 하겠지.”

“갑자기 너 왜 그래?”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야. 윤주현.”

“왜 이 미친놈아.”

“나 헌터 할 거야.”

“그래. 헌... 뭐... 뭐?”


윤주현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헌터를 한다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저 표정이 조금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지금 당장 죽여 버리고 싶지만...


약속도 있고. 아직 때가 아니었다.

비참한 죽음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조금 참을성이 필요 했다.


“어. 그러니까 나중에 꼭 다른 애들이랑 나 죽이러 와라. 알았지?”


나는 싱긋 웃어준 후에 문을 쾅하고 닫아버렸다.


‘빨리 짐 챙겨서 나가야지.’


그 사람이 두렵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만나면 귀찮아졌다. 우리나라의 헌터는 정의의 사도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괜히 얽혔다가 헌터가 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나는 캐리어와 가방에 얼마 되지 않는 짐을 챙기고 집을 나왔다.


“일단 서울로 가볼까.”


*


내가 사는 곳과는 다르게 역시 서울은 많은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다. 그런 서울에서도 사람이 없는 곳이 있었고, 어두운 일이 벌어지는 틈이 있었다.


“전 어떻게 찾았어요?”


나는 내 새로운 학생증을 살피며 정보를 위조해준 남자에게 대답해 주었다.


“예전에 그쪽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이 일 관둔지 꽤 된데다 연락처도 바꿨는데 어떻게 알고 연락한 건지 모르겠어서 묻는 거예요.”

“저 말고 이제 아무도 모를 거예요. 아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위조범은 뭔가를 오해했는지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이거 안 들키는 거죠?”

“절대 안 들켜요. 전산도 완벽하고. 모순도 없어요.”


나는 출생기록증에 적힌 내 이름을 다시 한 번 더 읽어보았다.


류시원.


이제 이게 내 이름이다.


“다 됐죠? 그럼 저 가요.”


위조범은 빨리 자리를 뜨고 싶은지 몸을 슬금슬금 큰 길로 이어지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네. 뭐.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한 번은 도와드릴게요.”

“별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알겠습니다.”


돈은 선불로 지급했기에 남자는 도망치듯 큰 길로 사라져 버렸다.


꽤 큰돈이 들긴 했지만 위조범에게 맡긴 덕분에 집도 수월하게 구했다.


5층 빌라 건물 301호가 이제 내 집이었다.


‘혼자 살긴 넓네.’


방이 쓸데없이 세 개나 됐다.


뭐, 넓을수록 좋다고 했으니까.


미리 부탁해 놓은 덕분에 웬만한 가구들도 거의 다 있었다. 나는 푹신한 침대에 누워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전학 수속도 끝냈고. 가서 임겨울 하고만 친해지면 되겠네.’


훗날 대한민국 최강의 헌터가 될 임겨울은 현재 대한민국 고등학생이었다. 얼핏 기억하기로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게이트에 휘말리는 사고로 인해 각성했다고 들었다. 아직은 각성 전이었기에 아마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일단 내가 헌터로 돌아섰으니 이제 악당들 중 최강은 김도혁이 될 것이다. 그러니 나도 최강을 목표로 삼아야겠지. 그건 어렵지는 않았다.


어려운 건 착하게 살겠다고 한 약속이었다.


‘착한 일이 뭐지?’


회귀 전에 내가 했던 일들 반대로 하면 되나?


사람 안 죽이고, 안 괴롭히고, 약한 사람을 돕고, 괴롭힌 사람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임겨울과 친해져 볼까?’


일단 김도혁이 임겨울을 맘에 들어 해서 그녀와 얼굴을 틀 겸 서울에 올라오긴 했는데. 착한일이 괴롭혔던 사람들에게 잘해주는 거라면... 친해져도 손해 볼 건 없을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잠이 쏟아졌다.


알람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눈을 감고 말았다.


*


“아... 늦었네.”


결국 12시가 다 된 시간에 일어나고 말았다.


전학 첫날인데 천천히 가도 되겠지.


회귀 전에는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았었다. 그때는 학업보다 다른 게 중요했으니까.


천천히 준비를 하다 보니 학교에는 2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연락도 안 되고 선생님은 무슨 일이 난 줄 알았잖니.”


가상의 부모님을 만들어 뒀을 뿐 실제 하지 않았기에 담임이 부모에게 건 전화는 받을 수가 없었다. 핸드폰은 전화가 걸려야 했기 때문에 만들어 두고 침대 옆 서랍장 안에 넣어두었다.


“죄송합니다. 핸드폰이 고장나서요. 부모님은 일이 바쁘셔서 연락이 안 되셨을 거예요.”

“다음엔 꼭 학교에 연락해 두고. 교실 알려줄게. 따라오렴.”


선생님을 따라 중앙 계단으로 이어진 옆 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 2-5반 팻말이 달린 앞문으로 들어가자 시끄럽게 떠들던 아이들이 단숨에 조용해졌다.


“오늘 온다 던 전학생 소개해 줄 테니까 잠깐 조용. 이름은 류시원이고 부모님 일 때문에 서울로 올라왔다고 하니까 잘 대해줘라. 전학생은 저기 빈자리 보이지? 어, 그래. 겨울이 네 옆자리에 앉힐 거니까 잘 해줘.”

“아, 쌤. 반장도 있는데 왜 저예요.”

“네 옆자리니까.”


수업 종이 울리며 담임은 다음 수업 준비를 하라고 하며 교실을 빠져나갔다.


나는 임겨울 옆자리로 갔다. 회귀 전 모습과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아직 학생이라 그런지 앳된 티가 났다.


“안녕.”

“어. 안녕. 교과서 있어?”

“아직. 내일 주신다던데.”

“그럼 같이 봐야겠네.”


임겨울은 자신의 교과서를 두 책상 가운데로 옮겼다. 그리고는 앞자리에 앉은 자신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시작부터 나쁘지 않은데.’


무서울 정도로 일이 술술 풀리다니. 꽤나 기분이 좋았다.

옆자리를 핑계로 말을 걸기도 편하니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너무 늦게 등교한 바람에 첫날은 얼굴을 트는 걸로 끝이 났다.


‘친구는 어떻게 사귀더라.’


안 어울리는 짓을 하려니 답답했다.


“아... 착하게 살기 힘드네.”


살기에는 예전이 참 좋았는데.


답답한 기분에 담배가 피고 싶어졌다. 하지만 끊는다고 했으니 필 수는 없었다.


‘담배 끊는다는 소리는 하지 말걸.’


천천히 알아가는 게 신뢰를 쌓기에는 좋을 것 같아서 임겨울과 친해지는 건 느긋하게 하기로 했다.


그랬는데.


‘이 사건이 왜 벌써 터져?’


원래라면 아직 한참 남았다.

임겨울은 고3때 각성하니까.


하지만 임겨울이 있는 반이 게이트에 휘말리는 사건은 내가 전학 온 이튿날에 벌어지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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