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크기가 SSS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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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A
작품등록일 :
2024.08.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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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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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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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겨울(1)

DUMMY


3교시 수업을 듣다가 졸려서 잠깐 눈을 감았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뭐야, 창밖이 왜 저래?”

“야, 뭔가 이상한데?”


반 아이들의 수군거리는 소리에 나는 잠에서 깼다. 눈을 뜨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새빨간 하늘이 보였다.


“밖이 좀 이상하지 않아?”


창가에 앉은 한 아이의 말에 다른 아이들이 창문으로 다가갔다. 궁금증에 나는 책상에 올라가 창밖을 확인했다. 텅 빈 운동장에 검은 그림자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저게 뭐야.”

“사람 모양의 검은 연 아니야?”

“연이면 하늘에 떠다녀야지.”

“우리 설마 게이트 안에 들어온 거 아냐?”


누군가가 툭 던진 말에 어떤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수업을 하다 같이 끌려온 교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이를 달랬다.


“설마... 다른 반에 가보자.”

“그러다 저 이상한 거랑 마주치면 어떻게.”

“아직 운동장에 있잖아. 옆 반만 보고 와보자.”


아이들끼리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누군가가 앞문을 두드렸다.


똑똑.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작은 유리문 너머로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복도에 불빛이 없어서 일까. 누구인지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똑똑.


아이들이 흠칫거리며 몸을 떨었다. 다들 서로 눈짓만을 주고받는 와중에 임겨울이 앞문으로 다가가 말했다.


“누구세요?”

“옆 반에서 왔는데 너희 괜찮아?”

“...옆 반 누군데?”

“들어가서 얘기하면 안 될까? 누가 오는 거 같아.”


임겨울은 선뜻 문을 열지 못했다.


다들 망설이는데 누군가가 말했다.


“나 아는 애 같은데 열어줘 보자.”

“나도 아는 애 같은데.”


한 명이 입을 열자 다들 낮은 목소리로 아는 사람 같다며 문을 열자고 했다. 임겨울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뭔가 이상...”

“빨리 열어줘. 누가 와!”


복도에 있는 존재가 문을 흔들며 재촉했다. 임겨울은 열라는 아이들의 시선에 문 쪽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먼저 문을 벌컥 열었다.


“열려 있어. x신아.”


검은 얼굴에 새하얀 눈과 입을 가진 괴물이 히죽거리며 나를 반겼다.


“열렸-”


콰쾅!


검은 손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나는 힘을 써서 괴물을 밖으로 던져 버렸다. 괴물은 복도 벽을 뚫고 검은 공간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복도 양쪽을 살핀 후 아무것도 없는 걸 확인하고 문을 닫았다. 그러자 임겨울이 재빨리 문을 잠갔다.


“방금 저거 뭐야?”


교실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기절한 아이들도 있었고, 절망에 빠진 채 울거나 기도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오직 임겨울만이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있었다.


“괴물.”

“여기... 게이트 안이야?”

“재수 없게도 그럴 거야.”


아주 가끔, 낮은 확률로 게이트가 사람이 많은 공간에 열릴 때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 공간에 있던 자들은 각성자든 아니든 게이트에 휘말리고 말았다.


임겨울은 입술을 깨물며 탈출할 방법을 생각했다.


불행히도 이런 게이트는 보통 나가는 출구가 숨겨져 있었다. 회귀 전 임겨울은 반 아이들을 지키려다 능력이 각성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반 아이들 절반이 사망한 상태였다.


“나 여기서 나가는 방법 아는데.”


내 말에 임겨울이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뭔데!?”

“그 전에 하나만 약속해주면 알려줄게.”

“뭔데? 불가능한 것 빼고 다 들어줄게.”

“별로 어려운 건 아냐.”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나랑 친구가 된다고 약속해주기만 하면 돼.”


임겨울은 금붕어처럼 뻐끔 거리다 말했다.


“지금 뭐라고?”

“친구 하자고. 그냥 친구 말고 이왕이면 친한 친구였으면 좋겠는데. 절친이런거.”

“...지금 이 상황에 그런 말이 나와?”

“어. 나한텐 중요한거라.”


임겨울은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알았어. 친구 해줄 테니까 빨리 말해. 여기서 어떻게 나갈 수 있는데?”

“출구를 찾으면 돼.”

“...죽을래? 그건 나도 알거든!”

“출구 위치는 대충 알고 있어. 그런데 그 출구까지 무사히 반 애들을 데려가려면 네가 각성해야 해.”

“......”


아까보다 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임겨울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지금 뭐라고? 내가 뭘 해?”

“네 능력을 발현시켜야 한다고.”

“내가 각성할 힘이 어디 있는데?”

“네 안 어딘가에 있겠지.”

“아니, 난 평범한 소시민인데?”


허. 나 죽이려고 날아다니던 애가 무슨 헛소리람.


“그럼 뭐. 각성 못하면 다 여기서 죽는 거고.”


임겨울이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도 각성자인 거 아냐?”

“맞아.”

“그럼 네가 애들을 보호하면서 출구까지 가면 되잖아.”

“내 능력은 변변찮아서 모두를 지키긴 불가능하거든.”


임겨울이 각성해야 했기에 나는 내 능력에 대해 숨기기로 했다.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봐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각성 못하면? 넌 뭘 믿고 내가 각성할 거라고 말하는 거야?”

“아주 조금 미래를 볼 줄 알거든.”

“예언 능력이야?”


나는 웃으면서 얼버무렸다.


“미래에 네가 최강의 헌터라고 불리는 모습을 얼핏 본 것뿐이야.”


임겨울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최강이 된다 하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잠시 뒤 임겨울이 결심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


반에서 나가기 전 겉옷을 모아 유리창을 가렸다.


“누가 문 열어 달라고 해도 절대 열어주지 말고. 우리가 열어 달라고 해도 절대 열지 마.”

“그러면 너넨 어떻게 들어오게?”

“문 부수고 들어올 거니까 열지 마.”

“.....”


어이없어 하는 시선을 무시한 채 아이들에게 우리가 나가자마자 바로 문을 잠그라고 말했다.


“혹시 모르니 문 앞에 책상을 가져다가 막아둬.”


흐느적거리는 애들이라 문을 열지는 못 하겠지만. 사건이 일찍 터졌으니 변수가 있을 수도 있었다.


문 잠그는 소리를 확인한 후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는 데 임겨울이 내 옷 끝을 꽉 붙잡고 있는 게 보였다.


“겁 많네?”

“...그러니까 난 일반인이라니까.”


각성 전 모습은 본 적이 없었기에 이런 모습은 꽤 신선했다.


‘아니면 그때는 적이라서 약한 모습을 안 보여 준 건가.’


나는 임겨울의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임겨울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따라왔다.


“또 말려 들어온 사람이 없는지 확인 안 해도 돼?”

“우리 반만 게이트에 휘말려 들어왔으니까 헛고생 안 해도 돼.”

“그걸 어떻게 확신해?”

“그냥 확신해.”


뒤통수가 조금 따가운 걸 보면 노려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운동장.”

“운동장엔 그 검은 것들이 있잖아.”

“알아.”

“그런데 왜?”

“각성하려면 목숨이 간당간당한게 좋으니까.”


갑자기 옷이 당겨지는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꽁꽁 얼어버린 임겨울의 모습이 보였다.


“뭐해?”

“나... 안 할래...”

“여차하면 내가 끼어 들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간당간당 안 하면 안 끼어 들 거잖아!”

“응.”


임겨울은 내 옷을 잡고 있던 손을 놓더니 옆에 있던 벽에 매미처럼 들러붙었다.


“싫어. 절대 안 가!”

“친구들 구하고 싶다며.”

“친구들 구하는 일이니까 너도 해야지!”

“내 친구들 아닌데.”

“이제 같은 반이니까 네 친구도 되거든!”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니까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위험하면 도와준다니까? 그리고 쟤들 그렇게 강하지도 않아. 근데 물리면 좀 아플 수도 있겠다. 뼈까지 자를 정도로 튼튼한 이빨이라...”


아, 너무 겁줘버렸다.


임겨울은 삽이라도 있으면 땅이라도 파고 들어갈 기세였다.


‘하아... 협박하던 시절이 좋았는데.’


나는 한숨을 쉬며 임겨울 앞에 주저앉아 눈높이를 맞췄다.


“뭐가 그렇게 무서운데.”

“...다.”


임겨울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다 물었다.


“넌 왜 안 무서워 해? 이런 거 많이 봤었어?”

“많이 보긴 했지.”

“무서웠던 적 없어? 한 번도?”

“없었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대답이었는지 임겨울이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원래는 이런 성격이었구나.’


전에는 최악의 적으로 만난 사이었으니 당연히 이런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겠지만.


슬슬 인내심에 바닥이 난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음 작전을 실행하기로 했다.

임겨울이 눈치 채지 못하게 살짝 오른손 엄지를 툭툭 두드렸다.


-쿠쾅!


갑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중앙 계단과 이어져 있던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임겨울은 건물 잔해 앞에서 멍하니 교실이 있었던 곳을 바라봤다.


“뭐야... 왜...”


나는 그 모습을 뒤에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산 채로 잡아먹히는 것보단 즉사가 낫지 않나?’


얼어붙은 채로 서있던 임겨울이 두 주먹을 꽉 쥐며 물었다.


“이거... 저것들이 한 거야?”

“아마도.”

“내가... 내가 망설여서...”


임겨울의 손끝에 연한 노란 빛이 맴돌았다.


‘각성했네.’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임겨울은 나를 스쳐 지나가 밖으로 나갔다. 운동장을 돌던 검은 그림자들이 히죽거리며 이쪽을 돌아봤다.


“용서 못 해.”


검은 그림자들이 천천히 몸을 돌려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절대 용서 못 해!!!”


손끝에 맴돌던 노란빛이 황금빛으로 바뀌며 임겨울의 주위를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투콰콰쾅!


임겨울의 손짓 하나에 황금빛 폭풍은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들을 삼켜버렸다. 거대한 소용돌이를 그리던 바람은 흙먼지를 일으키다 하늘 높이 사라져 버렸다.

바람이 가라앉자 텅 빈 운동장에는 고요가 가득 찼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임겨울의 흐느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실을 말해줄까 해서 임겨울에게 손을 뻗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임겨울을 불렀다.


“임겨울 너 왜 울어?”


잔뜩 붉어진 얼굴로 임겨울이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반 아이들이 멀쩡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너희... 분명 죽었잖아.”

“왜 맘대로 죽이고 난리야.”

“하지만 건물이 무너졌는데...”

“무너지긴 했는데 결계 같은 게 생겨서 다들 무사해. 바닥이 훅 꺼질 때는 진짜 죽는 줄-”


임겨울은 자신의 친구에게 와락 안겨 펑펑 울기 시작했다.


“나는... 흑... 나는 너네가 다 죽은 줄 알고.... 으앙!”


나는 좀 떨어진 곳에 서서 반 아이들이 임겨울을 달래주는 모습을 바라봤다.


‘혹시 몰라서 힘을 남기고 오길 잘했지.’


문을 열지 말라고 하면 꼭 문을 여는 놈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거기에 대한 대비책으로 아무도 모르게 결계를 걸어두고 왔었다.


각성도 하고, 반 애들도 무사하니 된 거겠지 뭐.


나는 방해되지 않게 이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그림자들을 조용히 치워버렸다.


감동적인 상봉이 끝났는지 임겨울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여기서 빨리 나가자.”

“어떻게?”


임겨울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나는 시선을 받으며 교문 쪽을 가리켰다.


“저쪽이야.”

“교문으로 나가면 되는 거야?”

“아마. 그럴 거야.”


그렇다고 들었으니까.


임겨울은 아이들과 함께 교문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교문 쪽으로 팔을 뻗었다. 그리자 허공이 투명하게 일렁이며 팔이 사라졌다.


“출구다.”


임겨울은 다시 팔을 빼고는 반 친구들을 먼저 나가게 했다. 반 아이들과 교사가 전부 다 나간 후 임겨울이 나를 돌아봤다.


“고마워.”

“감사 인사는 됐어. 난 딱히 한 것도 없으니까.”

“너 아니었으면 아마 모두 무사히 나가진 못 했을 거야. 애들 네가 지켜준 거 맞지?”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거렸다.


“네 능력은 뭐야?”


나는 잠시 고민하다 사실대로 밝히기로 했다.


“언령 능력.”

“어? 그러면 말하면 뭐든 다 할 수 있어?”

“뭐, 그렇지.”

“굉장하다.”


임겨울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 난 이제 굉장한 사람이랑 친구인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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