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크기가 SSS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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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A
작품등록일 :
2024.08.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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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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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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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임겨울(2)

DUMMY


“네가 친구 해준다고 하면.”

“약속은 약속이니까. 하자. 베스트프렌드.”


임겨울이 악수를 하자는 듯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나는 곧장 손을 맞잡았다.


김도혁 새끼. 속 좀 쓰릴 거다.


임겨울은 흔들리는 손을 멍하니 내려다보다 말했다.


“그만... 놓아도 되지 않을까?”

“아, 미안.”


분노한 김도혁을 상상하느라 순간 손을 놓는다는 걸 깜빡했다.


임겨울은 자신의 오른손을 가만히 바라보다 휙 몸을 돌렸다.


“일단 돌아가자. 다들 기다리고 있겠다.”

“그래.”


딴 생각을 하다가 손을 너무 꽉 쥐었었나. 왜인지 임겨울은 교문을 넘어갈 때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게이트 출구를 나가자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겼다.


구경하는 사람들,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소리치는 기자들, 게이트에 휘말린 애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응급요원들.


‘시끄러워 죽겠네.’


정신없어서 누군가가 이끄는 데로 몸을 맡겼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니 병원 침대 위였다.


간단한 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적힌 확인지를 담임에게 제출했다.


“다친 곳은 없다니 다행이다. 근데 부모님은 안 오시니? 내가 연락해도 안 받으시던데.”

“곧 오실 거예요. 제가 아까 연락 드렸어요.”

“그러니. 내가 지금 정신이 없어서 기다려 주진 못하고...”

“전 괜찮아요. 다른 애들한테 가보셔도 돼요.”

“그래. 이번 주는 푹 쉬고 다음 주에 보자.”


내가 마지막이었는지 담임은 지친 얼굴로 교장에게 전화를 걸며 병원을 빠져나갔다.


나는 담임이 사라진지 5분이 지난 뒤에 병원을 빠져나왔다. 정문 앞에서 기자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임겨울이 보였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임겨울이 내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나를 가리키며 기자들에게 말했다.


“류시원이 없었으면 저는 아니, 저희 반은 그 게이트에서 무사히 빠져나오지 못 했을 겁니다.”


기자들이 일제히 내 쪽을 돌아보더니 다급히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아 이 xx.’


이런 식으로 매스컴을 탈 줄 알았으면 신분 세탁도 안 했지.


“게이트에서 어떻게 빠져나오신 겁니까!”

“아직 헌터로 등록 안 된 각성자 같던데 최근에 각성한 겁니까?”

“능력이 뭐죠!”

“류시원 군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나요?”


나를 찍는 카메라들을 가만히 바라보다 임겨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임겨울은 기자들 틈을 비집고 내 옆으로 오더니 나를 잡아당겨 귓속말을 걸었다.


“너 어느 길드 들어갈 거야?”


어떤 기자가 임겨울의 팔을 잡아 당겼다.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큰소리로 말하세요!”

“아, 이건 개인적인...”


나는 임겨울의 팔을 붙잡은 기자의 팔목을 잡아 비틀었다.


“아악!”


기자는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나에게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했다.


“예의는 지키시죠?”

“이거 안 놔! 이 깡패새끼야!”

“깡패는 누가 깡패야.”


마음 같아서는 팔을 부러뜨리고 싶었지만 새로 태어나기로 했으니 참아야지. 게다가 저 많은 카메라 앞에서 그런 짓이라도 했다가는 여러 의미로 좋지 않았다.


나는 기자의 팔을 놔주며 말했다.


“당분간 물 조심 하세요.”

“뭐... 뭐?”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위험하니까 물을 조심하시라구요.”

“그게...”


겁먹은 기자와 달리 다른 기자들은 내 말의 의미를 눈치 채고는 들개처럼 달려들었다.


“설마 예언 능력자인가요?”

“아니면 저주 능력자?”


나는 기자들에게 밀리는 임겨울을 보호하며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그건 저 기자의 후기에 달렸겠죠.”


겁먹은 기자는 동료들의 시선에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예의 없이 인터뷰를 걸어오면 그 방송국이랑은 인터뷰 안 합니다. 절대로. 그건 임겨울도 마찬가지고요.”


나는 말문이 막혀 있는 있는 기자들 사이를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근처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임겨울의 부모에게 임겨울을 데려다 주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후 자리를 떴다.


“류시원!”


임겨울이 숨을 헐떡이며 나에게 달려왔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왜 뛰어 왔어?”


임겨울은 잠시 숨을 돌리다 대답했다.


“그게... 너희 부모님은?”

“바쁘셔서 안 오셨는데.”

“하지만...”

“피곤할 텐데 쓸데없는데 힘 빼지 말고 집에 가서 쉬어. 아, 그리고 내 능력에 관한 건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마.”

“어? 왜?”

“귀찮으니까.”


임겨울은 이해하지 못 하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근데 너는 괜찮아?”


질문의 의미를 잘 모르겠어서 나는 대충 대답했다.


“그래. 난 간다.”


나를 다시 붙잡을지 말지 망설이던 임겨울은 조심히 가라는 한 마디를 하고서는 다시 부모에게로 돌아갔다.


*


일주일을 푹 쉬고 학교에 가자마자 아이들의 호기심어린 눈빛이 나를 향했다.


“류시원, 너 저주 능력자라며!”

“아냐. 예언 능력자랬어.”

“둘 다 아냐?”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떠들다가 물었다.


“너 능력 뭐야?”

“둘 다 조금씩 쓸 수 있어.”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아이들은 수십 마디를 떠들어댔다.


“와, 두 개나 쓸 수 있다고?”

“등급 측정하면 높게 나오는 거 아냐?”

“에이, 전투에는 못 쓰니까 별로 안 높을 거 같던데.”

“저주는 어떻게 걸어?”

“네가 저주 건 그 기자 이제 목욕도 못한데.”


내 능력에 대해 설명하기 귀찮았기에 나는 대답하지 않은 채로 자리에 앉았다. 먼저 등교해 있던 임겨울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왜.”

“뉴스 봤어?”

“아니. 그 기자한테 무슨 일이 있었길래 다 저러는 거야?”

“몰라? 쉬는 동안 뭐 했어? 연락도 계속 안 되다가 어제서야 겨우 학교에서 보자고 답장만 해놓고서. 바빴어?”

“나름 바빴지?”


원래부터 핸드폰은 잘 안 해서 연락 온 줄도 몰랐었다.


“뭐 했는데 바빴어?”

“그냥 책 읽었는데.”


내 대답이 그렇게 어이가 없었는지 임겨울의 얼굴에 한동안 황당함이 가시지 않았다.


“네가 갑자기 멀어 보여.”

“다들 책 읽었다 하면 괴물 보듯 보더라.”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새로 받은 교과서를 꺼내며 말을 돌렸다.


“그래서 그 기자 어떻게 됐는데.”

“아, 맞아. 그 기자 다음날 출근길에 물벼락 맞고, 복도 천장에서 물이 샜는데 거기 고인 웅덩이를 밟고 넘어져서 팔이 부러졌데. 그리고 또...”


사실 말만 그렇게 했지 딱히 저주를 건 적은 없었다. 일상에서 제일 흔하게 접하는 물을 조심하라고 하면 본인도 모르게 신경이 쓰이면서 재수 없는 일이 발생할 거라 생각해서 던진 것뿐이었다.


‘하지만 저 정도로 재수가 없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능력이 사용됐나 보네.’


그렇다고 딱히 미안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당분간 귀찮게 하는 기자들은 없겠네.”


임겨울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나에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근데 나 너 능력 쓴 거 한 번도 못 봤는데. 말해야 쓸 수 있는 거 아니야?”

“자주 쓰는 능력들은 손가락에 걸어뒀어. 말하지 않아도 쓸 수 있게.”

“봐봐.”


임겨울은 내 손을 가져가서 이리저리 살폈다.


“아무것도 안 써 있는데?”

“안 보이게 해뒀으니까.”

“그러면 지금 손가락 움직이면 능력이 써지는 거야?”

“움직여봐?”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임겨울이 대답했다.


“아니.”

“그 정도는 조절 할 수 있어.”


나는 피식 웃으며 다섯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여 보였다.


“아깝게 왜 숨기는 거야? 그냥 밝히면 좋을 텐데.”

“눈에 띄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


임겨울은 뭔가 더 물어보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담임이 들어오는 바람에 포기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충격의 여파로 아직도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다서 명 정도 있었다. 담임은 헌터협회 쪽에서 지원을 해줘서 심리 상담을 받게 될 거란 이야기를 하고 나갔다.


담임이 나가자마자 다시 교실이 시끄러워졌다. 그리고 임겨울도 내게 다시 말을 걸어왔다.


“아, 맞다. 나 길드 명함 받았어.”


임겨울은 나에게 열 장 정도 되는 명함들을 보여주었다.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국가 소속의 헌터협회 명함이었다. 또 3대 길드라고 불리는 혜안 길드, 천강 길드...


그리고 이전에 내가 붕괴시켜버렸던 단월길드의 명함도 있었다.


나머지는 한 번쯤 들어보긴 했지만 별 볼일 없는 길드들이었다.


“길드 어디로 들어가야 할까?”

“글쎄.”

“가능하다면 너랑 같은 길드에 들어가고 싶은데.”


길드라. 아직 어느 길드에 들어갈 지는 생각 안 해봤는데.

이전에 임겨울이 들어간 길드는 혜안길드였다. 여기도 나쁘진 않지만...


나는 명함들을 쳐다보며 생각하다가 임겨울에게 물었다.


“지금 꼭 길드에 들어가야 해?”

“응? 그건 아닌데. 그런데 헌터로 활동하려면 길드에 소속 되어 있는 게 좋으니까. 아, 너는 헌터 할 생각이 없는 거야?”

“없는 건 아니고...”


대형 길드에 들어가면 나쁘진 않았지만 내 능력에 대해 밝히고 해야 하는 게 싫었다.


‘차라리 내가 길드를 만들어 버릴까.’


일단 임겨울이라면 들어올 것 같고.

그리고 또 한 명. 괜찮은 인간이 떠올랐다. 문제는 스무살 이전의 행적을 내가 모른다는 거였다.


“내가 길드를 만든다고 하면 들어올래?”

“어? 나야 상관없는데. 길드를 만들려면 20살이 넘어야 하잖아.”

“알아. 그러니까 20살까지 안 들어가고 있을 수 있어?”

“응! 그럴 수 있지.”


임겨울이 눈동자를 빛내며 말을 이었다.


“길드 이름은 뭘로 할 거야? 그런데 갑자기 길드를 만들 생각을 했어? 그거 쉽지 않을 텐데.”

“나한텐 이쪽이 쉬울 것 같아서. 아, 그런데 조건이 있어.”

“조건?”

“내가 만든 길드에 들어오려면 S대에 입학해야 해.”

“...뭐어?”


황당한 눈빛이 설명을 요구했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했다.


“공부 열심히 해.”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허망한 임겨울의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다.


*


임겨울의 성적은 원래 상위권이었다. 그래서 S대에 들어가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저 헌터가 되는 것과 대학교에 들어가는 건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기에 기가 막혀 했던 것 뿐.


지루한 대학교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임겨울과 나는 카페로 왔다.


임겨울은 음료를 마시며 배신자를 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너 분명 맨날 잠만 잤잖아. 그런데 어떻게 수능 만점이 나오냐고.”

“한 번 보면 대충 다 이해가 가지 않나? 난 너처럼 여러 번 반복해서 외우는 게 더 이해가 안 가는데.”

“...재수 없어.”


임겨울은 분한 얼굴로 얼음을 씹어 먹었다.


“그래서 길드는 언제 만들 건데.”

“이제 곧. 사람 한 명만 더 찾고.”

“누굴 찾는데?”

“우리 길드에 들어올 사람.”

“어? 누구 점 찍어둔 사람 있었어?”

“어. 있어.”

“누군데?”

“나도 자세히 아는 건 아니라...”


분명 이 맘 때쯤 게이트 안에서 만났었는데. 어디 게이트 안에서 만났더라?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누군가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안녕. 네가 류시원이지? 그리고 네가 임겨울이고. 친해지고 싶어서 계속 찾아다녔어.”


고개를 돌리자 김도혁이 싱글 거리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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