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크기가 SSS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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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A
작품등록일 :
2024.08.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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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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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창단(1)

DUMMY


가만히 쳐다보는 나와는 달리 임겨울은 김도혁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어. 안녕? 날 알아?”

“알지. 고등학교 2학년 때 각성하고 SSS등급 받았잖아. 그런데 바로 길드에 안 들어가고 공부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던 것도 기억하지.”

“하하하. 그렇게 충격적이진 않았을 걸.”


임겨울이 멋쩍게 웃었다.


“나는 김도혁이라고 해. 같은 학과야. 너희 뒷자리에서 말 걸 타이밍을 찾고 있었는데 쉽지 않더라. 인기인에게 말을 거는 건. 애들한테 휩쓸려서 잠깐 눈 뗀 사이에 사라져 버리고... 찾느라 힘들었네. 아, 그런데 기자들이 학교 앞에서 죽치고 있던데 어떻게 잘 빠져나왔네?”

“아직도 있어?”


질린다는 듯이 임겨울이 고개를 저었다.


김도혁이 이 S대에 입학 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회귀 전에도 여기 입학했었으니까. S대에 들어온 건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회귀 전 S대생인 걸 자랑스럽게 여기기에 얼마나 들어가기 힘든지 시험해 볼 겸 들어온 것뿐이었다.


“있지. 당연히. 너희 입학을 대중들이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나는 아닐걸.”


나는 일부러 헌터등급 A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니 특별히 기대하진 않을 것이다. 저주를 받을까봐 무서워하면 몰라도.


“에이, 너도 어떤 의미로는 엄청난 걸.”


비꼬는 거야. 뭐야?


삐딱한 시선으로 쳐다보자 김도혁은 싱글싱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도 너희랑 같은 학과라는 걸 듣고 얼마나 기대 했는데.”

“왜 기대했는데?”

“너희들이랑 친해지고 싶었거든.”


김도혁이 멋쩍게 웃었다.


지금의 김도혁은 악당이 되려고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던 때가 아니었다. 대학교 2학년까지는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했었다.


김도혁은 얼마 안 가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임겨울과 나도 딱히 할 일이 없었기에 카페를 나왔다.


“아, 맞다. 나 내일부터 학교 안 나올 거야.”

“엥? 야 그럼 뭐하러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교에 입학한 건데.”

“열심히 공부한 건 넌데.”


그 말에 임겨울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쳤다.


“허, 참나. 그래. 그래서 열심히 공부 안 해서 안 나오겠다 이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어느 게이트에서 찾아야 할지를 몰라서.”

“왜 게이트야? 그냥 집으로 찾아가면 안 돼?”

“어디 사는지 모르거든.”


아마 집은 없을 것이다. 진혁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죽기 위해 게이트에 들어왔었으니까.


-뭘 봐. 거지새끼 처음 보냐?


지나가는 길에 있어서 쳐다봤을 뿐이었는데 비키지는 않고 시비를 걸어와서 얼굴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분명 장소가 숲이었었는데. 어디 숲이었지?


“나도 같이 찾으러 가도 돼?”

“학교는 어쩌고.”

“미래의 길드원이 될 사람을 찾으러 가는 건데 학교가 중요해?”


임겨울이 있으면 편하긴 하겠지.


“맘대로 해. 일단 어느 게이트에 있는지 기억해야 해서 떠오르면 연락 줄게.”

“어디 가는데?”

“집.”

“카페 가자. 내가 도와줄게.”

“집에서 혼자 생각하는 게 편해. 먼저 갈게.”


불만스러운 얼굴로 임겨울이 뭐라고 투덜거렸다. 하지만 나는 생각에 빠져서 신경 써주지 못 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조용히 차라도 마시며 기억을 되살리려고 온 건데 집 앞에는 불청객이 찾아와 있었다.


“대학교 입학 축하한다.”


윤주현이 쇼핑백을 내밀며 말했다. 나는 쇼핑백을 받아 들며 말했다.


“네가 산 거 아니잖아.”

“너 만나러 간다니까 아저씨가 전해 달래.”


쇼핑백 안에는 비싸 보이는 흰 티셔츠가 들어 있었다.


‘의외네.’


나는 그 사람이 옷을 사러 백화점에 간 걸 상상해 보았다. 어울리지 않는 행동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너 이름도 바꿨더라? 류시원이라며?”

“어. 이제 그 이름으로 불러라.”

“그런데 신분세탁은 왜 한 거냐. 그렇게 뉴스에 나와서 위치 다 들통 날 거였으면서.”

“그냥 신분세탁 해보고 싶어서 해봤다 왜.”


누가 그렇게 금방 들킬 줄 알았나.


“너 그렇게 TV에 나오고도 강찰파놈들이 왜 네 앞에 안 나타난 줄 알아? 그거 내가 다 뒤에서 처리해줘서 그런 거야. 알아?”

“와도 상관은 없었는데.”

“고맙다고 안 하냐?”

“뭐. 고마워.”


건성으로 대꾸하며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윤주현이 나를 붙잡았다.


“x나 성의 없네.”

“그럼 뭐 절이라도 해줄까?”

“x새끼가...”

“솔직히 깡패새끼들이 찾아와도 난 별로 상관은 없었거든? 좀 귀찮긴 해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는 거야 쉬우니까. 근데 부탁도 안 한 일을 네가 먼저 맘대로 해놓고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네?”


윤주현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말했다.


“x새끼 싸가지 없는 건 여전하네. 집에 먹을 건 있냐?”


하며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현관문을 닫으며 대답했다.


“물이나 처 마셔.”


윤주현은 멋대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고에 무슨 생수밖에 없냐.”

“내가 뭐 해먹는 거 봤냐.”

“못 봤지.”


윤주현은 생수 하나를 꺼내서 소파에 앉았다. 나는 식탁 의자에 기대 앉아 물었다.


“언제 갈 건데.”

“몰라 새꺄. 빨리 꺼졌으면 좋겠냐?”

“지금 당장 꺼졌으면 좋겠는데.”


윤주현은 혀를 차며 생수를 한 모금 마신 후 말했다.


“너 혹시 그 조폭새끼들한테 머리라도 맞았냐?”

“내가? 내가 때렸으면 몰라도 맞았을 거라고 생각해?”

“아니.”

“그런데 왜 물어봐.”

“네가 이러는 이유가 도저히 납득이 안 가서 그런다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 뭘 그렇게 이해가 안 된데. 누가 이해하래?”

“너 같으면 안 이상하겠냐? 어? 개쓰레기 범죄자가 갑자기 회개한다며 교회를 나가서 봉사하면 누가 봐도 수상해 보이지 않냐?”

“교회는 안 다니는데.”

“너 말고. 예시라고!”


윤주현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변할 수 있는 게 사람이라지만 하루아침에 180도 변하는 사람은 없거든? 무슨 꿍꿍이가 있지 않고서야.”


하루아침까지는 아니었는데. 이걸 설명할 수도 없고.


답답한 표정으로 생수를 들이키는 윤주현을 잠시 가만히 쳐다보았다.


같은 시설 출신이어서 그런지 윤주현은 경쟁자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친근하게 굴었다. 그 덕에 나도 윤주현이 편해져서 들러붙는 걸 내버려 두었다.


‘왜 그랬냐고 물어보고 돌아올 걸 그랬나.’


내 시선을 느꼈는지 윤주현이 살짝 인상을 쓰며 나를 돌아봤다.


“뭘 봐.”

“너 혹시 숲이 나오는 게이트가 어디 있는지 알아?”

“그딴 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렇겠지.”

“다른 특징 적인 거 없어?”


음... 그때 내가 숲에 뭘 하러 들어갔더라... 아, 생각났다.


“블루모카가 나오는 게이트.”


블루모카는 게이트 안에서 가끔 보이는 파란색 꽃이었다. 예쁘긴 하지만 꽃잎에 독성이 있어서 만지거나 하는 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고, 아직 연구 단계에 있긴 하지만 블루모카가 어떤 불치병의 치료약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이 나왔다. 그래서 그때 그 실험에 필요한 블루모카를 찾으러 게이트에 들어 간 거였다.


“블루모카라면 이번에 경기 쪽에 생긴 게이트 중 한 곳에서 발견됐다고 하던데. 근데 왜? 너 이제 일도 안 해서 찾을 필요도 없잖아.”

“꽃 말고 다른 걸 찾는 중이라.”

“뭔데.”

“말해줄 것 같냐?”

“아, 그러셔?”


윤주현은 살짝 짜증이 난 표정으로 일어서더니 생수병을 던졌다. 나는 반쯤 비워진 생수병을 한손으로 가볍게 잡았다.


“몰래 따라오지 말고.”

“안 따라가!”


쾅!


윤주현은 현관문을 있는 힘껏 닫고 가버렸다.


*


3일 뒤 나는 옆자리에 임겨울을 태운 채로 게이트로 향했다.


“와... 너 차는 대체 언제 산 거야?”

“면허 따자마자.”

“안전한 거 맞아?”

“모르겠는데.”


임겨울은 안전벨트를 꽉 붙잡으며 나를 바라봤다.


“근데 너 오늘 좀 달라 보여.”

“갑자기 왜?”

“맨날 검정 티만 입다가 흰 티셔츠 입었잖아.”

“아, 이건 선물 받은 김에 입어봤는데.”


나를 빤히 쳐다보다 임겨울이 물었다.


“왜 맨날 검은 옷만 입어? 꾸미면 괜찮을 것 같은데.”

“편하잖아.”


집에 옷은 검은 티셔츠 3벌과 바지 3벌이 끝이었다. 운동화도 검은색 한 켤레가 전부였다. 항상 밖에 나갔다 오면 옷이 더러워질 일밖에 없어서 검은색 이외의 옷은 잘 입지 않았었다.


‘그래서 흰 티를 선물로 준 건 의외란 말야.’


사실 선물을 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 티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 너희 집 돈 많은가 보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착하게 산다고 돌아왔는데 통장에 있던 돈을 이렇게 써도 되나 싶었다. 왜냐면 그 돈은 다 좋은 일로 번 게 아니었으니까.


‘사회에 환원이라도 했어야 했나.’


돈의 주인들은 이미 죽은 상태니 돌려줄 수도 없었다.


‘돈 돌려주겠다고는 안 했으니까 상관없나.’


이걸로 착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됐겠지 뭐.


*


한참을 달려서 목적지인 게이트 근처에 도착했다. 좀 떨어진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들어가려는 게이트는 놀이터에 위치해 있었다. 놀이터 주위를 접근금지 테이프로 막아둬서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감시하는 사람도 없네?”

“땡땡이치러 갔을 걸.”


이제 곧 닫힐 예정인데다가 안에는 딱히 위험한 생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게이트에 제멋대로 들어가는 일반인은 거의 없었다. 정신 나간 사람들을 빼면. 들어가면 소리 소문 없이 실종되거나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감시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게이트를 지키는 직원들 중 태반이 근무태도 불량이었다.


‘그 덕에 내가 편하게 들락날락 한 거였지만.’


나는 가볍게 테이프를 넘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겁먹은 임겨울이 붙잡는 바람에 나는 어정쩡한 자세로 멈춰서고 말았다.


“같이 가.”

“같이 들어갈 정도로 무서운 곳도 아닌데 왜...”

“정식으로는... 게이트에 들어가는 거 처음인데 무섭지도 않아?”


전에 고등학교 때 게이트에 휘말린 게 조금 트라우마가 됐는지 임겨울은 살짝 두려운 듯한 모습을 보였다.


“손 잡아줘?”

“그... 그렇게 까진 필요 없어.”


나는 살짝 떨리는 임겨울의 손을 바라보다가 그녀를 안아 들었다.


“뭐... 뭐야 갑자기!”

“너 들어가려면 1시간은 걸릴 것 같아서.”

“아니, 그 정도까지는-.”


임겨울이 다른 말을 하기 전에 나는 게이트 안으로 발을 넣었다. 공기가 잠시 일렁이는 느낌이 나더니 귓가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숲...이네.”


임겨울은 바닥에 내려서며 반짝이는 눈동자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 게이트는 경치가 꽤 좋았다. 그래서 나도 그때 꽃을 따다가 산 정상까지 올라갔었다.


다시 들어온 이곳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푸르른 나무들과 색색의 꽃들, 맑은 공기와 투명한 개울물.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듯한 자연경관 이었다.


“예쁘다.”

“삭막한 게이트만 있는 건 아니니까.”


나는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길을 따라 걸었다. 뒤에서 임겨울이 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진혁은 원래 세계에서는 아무리해도 죽을 수 없다며 이곳에 죽으려고 들어왔다고 했었다. 그래서 일부러 게이트가 닫힐 때쯤 들어왔다고 말했다.


분명 이 길 어딘가에 널브러져 있을 텐데.


임겨울 때도 게이트에 휘말린 사건이 원래보다 빨리 발생했으니 없을 확률도 있었다. 오늘 찾지 못하면 어쩌나 고민하는데 토끼를 쫓아가던 임겨울이 뭔가를 발견했다.


“어? 사람이다.”


그쪽으로 다가가자 풀숲 너머에 우울한 심정이 아주 잘 느껴지는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저기 괜찮으세요?”


임겨울이 다가가 남자의 등을 콕 찔렀다.


“안 괜찮으니까 내버려둬요.”

“안 괜찮은데 어떻게 내버려둬요. 어디 다치기라도 한 거 아니에요?”

“차라리 다치기라도 했으면 좋겠네.”


나는 한숨을 쉬며 쓰러져 있는 남자의 뒷깃을 잡아 한 번에 일으켜 세웠다. 진혁이 콜록 거리며 나를 노려봤다.


“미쳤어? 사람을 이딴 식으로 일으키는 새끼가 어딨어?!”

“여깄는데. 어쩔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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