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크기가 SSS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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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A
작품등록일 :
2024.08.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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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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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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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창단(2)

DUMMY



어이가 없었는지 진혁이 아픈 목을 손으로 매만지며 나를 노려봤다.

그러건 말건 나는 진혁과 눈높이를 맞춰 앉으며 본론을 꺼냈다.


“우리 길드에 안 들어올래?”


갑작스럽기는 했는지 진혁이 잠시 두 눈을 깜빡였다.


“우리길드?”

“길드명은 아직 안 정했고. 내가 길드장. 그리고 임겨울이 부길드장.”


시선을 받자 임겨울이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


진혁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 나를 돌아봤다.


“너 내가 여기 뭐하러 들어온 줄 아냐?”

“알아. 죽으러 왔잖아.”

“...어떻게...”

“어떻게 아냐고? 내가 미래를 좀 볼 줄 알거든.”


나는 싱긋 웃으며 얼떨떨해 있는 진혁에게 말했다.


“넌 여기 죽으러 왔겠지만 너 여기서도 못 죽어. 결국 한 달도 안 돼서 이곳에 들어온 걸 후회 할 걸? 하지만 이미 게이트 출구는 사라져 버린 지 오래라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결국 넌 여기서 미쳐버릴 걸. 그렇게 수천 년 뒤에 이 세계에 인간이 살기 시작하면 이런 소문이 돌겠지. 이 산에 미친놈이 산다고.”


미래가 그려지는 지 진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거짓말.”

“거짓말 같으면 시험해 보던가.”


내 여유로워 보이는 얼굴에 혼란스러운 건지 진혁은 가만히 나를 노려보았다.


“길드에 들어올래? 들어온다고 하면 내가 그 불행을 끝내줄 수 있는데.”


진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회귀 전 진혁을 만났을 때, 꽃을 따는 내 옆에서 자신의 불행에 대해 떠들어댔다. 마지막으로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나 뭐라나. 그때는 그렇게 죽고 싶어 하기에 소원대로 죽여 줬지만.


“네가 어떻게 내 불행을 끝낼 수 있는데.”

“이걸로.”


나는 주머니에서 반지 하나를 꺼냈다. 참고로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체온에 따라 색이 변한다는 마법의 반지였다.


“이건 그냥 싸구려잖아.”

“아닌데. 행운의 반진데.”


진혁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반지를 살피다 말했다.


“이게 왜 행운의 반지란 건데.”

“그걸 끼고 있으면 네 불행을 없애 줄 테니까.”


보통 사람들은 불행과 행운을 절반쯤 섞어서 타고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 운 좋게 행운만을 타고 나는 사람이 있듯이 운 나쁘게 불행만을 타고 나는 사람이 있었다. 그 불운을 타고 난게 진혁이었다.


진혁은 반신반의한 얼굴로 나를 살피다 반지를 꼈다. 살짝 큰 건지 반지가 헐렁거렸다.


“커서 금방 빠지겠는데.”


나는 손가락으로 반지를 툭 건드렸다. 그러자 반지가 손가락 사이즈에 맞게 줄어들었다.


“됐지?”


진혁은 놀란 표정으로 반지를 낀 손을 이리저리 살폈다.


“정말 불행이 없어진 거 맞아? 별 느낌 없는데.”

“가만히만 있는데 어떻게 알아. 움직여 보던가.”


진혁은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반지에는 내 힘을 넣어두었다. 불행을 막는 방법을 생각하느라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잘 작동할 것이다.


긴가민가하던 진혁의 표정이 몇 발자국 걷지 않아서 밝아졌다.


“어? 진짜 행운의 반지가 맞나 보네.”


그 말에 임겨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알아? 얼마 걷지도 않았잖아.”

“여기 들어오자마자 사슴뿔에 치였었는데. 이 정도면 엄청난 발전이지.”

“...사슴한테 들이 박혔다고?”

“그리고 나 이렇게 멀쩡하게 열 발자국 이상 걸어 본 적이 없어.”


임겨울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건 말건 진혁은 만족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봤다.


“그런데 내 능력이 뭔 줄 알고 길드에 들어오라 해?”

“치유 능력이잖아. 그래서 죽고 싶어도 못 죽는 거고.”

“...예지 능력으로 그런 것도 볼 수 있어?”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진혁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대답했다.


“그래서 길드 이름은 뭘로 할 건데?”


*


벌써 이틀째 길드명을 정하는 중이었다.


의견은 많이 나왔지만 딱 끌리는 게 없어서 쉽사리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대충 고르면 안 돼?”


지친 임겨울이 소파에 누우며 투덜거렸다.


“난 뭘로 하든 상관없어.”


맞은편 소파에 누워있던 진혁이 의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팔짱을 낀 채로 사무실 책상에 기대 생각에 잠겼다.


아직 길드명을 정하지 못해서 사무실 오픈을 못하고 있었다.


진혁을 데리고 나오자마자 나는 사무실을 보러 다녔다. 적당히 괜찮은 곳으로 하려다가 진혁이 상가 건물 20층의 경치를 마음에 들어 하기에 바로 계약했다. 공용공간을 남겨 둔 채로 세 개의 방을 만들었다. 각각의 방은 임겨울과 나 진혁의 사무실 겸 개인공간이 되었다.


임겨울과 진혁의 사무실에 놓아둘 가구도 내가 계산했다. 진혁은 이곳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조금 더 공간을 넓게 주어서 침대와 다른 필요한 물건들도 같이 사주었다.


두 사람은 파산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아직 통장 잔고는 널널했다.


핸드폰을 하던 임겨울은 소파에 무릎을 꿇고 등받이에 기대며 나를 바라봤다.


“너무 진지하게 정하는 거 아니야? 기자들도 슬슬 우리 길드명이 뭔지 알고 싶어 하던데.”

“방금 연락한 기자가 그래?”

“어? 어... 응. 고등학교 사건 때 친해진 기자언닌데 그때 도움 받은 게 있어서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어서.”


너무 질질 끌어서 괜히 기대만 부풀리는 것도 좋진 않겠지.


“정했어. 길드명.”

“어? 정말? 뭔데?”


나는 두 사람의 기대에 찬 눈빛을 받으며 길드명을 말해주었다.


*


“어제 뉴스 봤어. 이언 길드라며? 이름 멋있더라. 그런데 무슨 뜻이야?”


오랜만에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김도혁이 친한 척 말을 걸어왔다.


“별 뜻 없는데.”


나는 귀찮은 얼굴로 강의실로 들어갔다.


학교에 나올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임겨울이 그래도 입학한 김에 학교생활은 해보고 싶다고 해서 강제로 끌려 왔다.


‘혼자 즐기면 되지 왜 나까지 끌고 온 건지...’


임겨울은 내 앞앞자리에 앉아 새로 사귄 친구들과 떠들고 있었다. 굳이 누군가와 친해질 생각이 없었던 나는 일부러 구석에 자리를 잡았는데 김도혁이 내 옆에 와 앉았다.


‘진짜 짜증나네.’


김도혁은 결국 과대를 맡았다. 거기에 성격도 사교적이어서 과 애들이랑도 많이 친해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굳이 왜 내 옆자리에 앉는 건지.


“혹시 나도 거기 길드 들어갈 수 있어?”

“각성자만 가능한데.”

“각성자가 아니어도 일반인이 할 만한 일도 있을 거 아니야.”

“신생 길드에 뭐 하러 들어오려고?”

“나도 역사의 한 획을 긋고 싶어서.”

“초라한 신생 길드에 안 들어와도 넌 충분히 한 획을 긋고도 남을 걸.”


나와는 다른 의미로 긋겠지만.


“에이. 날 너무 과대평가 하는 거 아니야?”


김도혁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등을 때렸다.


‘진짜 짜증나네.’


일주일 정도 지내본 결과 지금의 김도혁에게는 특별히 악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은 각성자가 아닌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회귀 전 김도혁과 처음 만난 건 24살 때쯤이었다.


-넥타르에 들어올래?


관심 없는 제안에 단 번에 거절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생기고 말았다.


-그거 아냐? 게이트는 정말로 인간에게 기적을 이루어 주기 위해 나타난 거라는 거?


처음에는 김도혁이 사이비인 줄 알았다. 안 그래도 게이트에 미친놈들이 만든 종교 세력이 난리를 치던 때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김도혁은 사이비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 말의 의미를 물었다.


-게이트 안에서 만났거든. 나에게 기적을 내려준 신을.


‘사이비에 홀린 것 같긴 한데.’


게이트는 두려운 곳이 아닌 기적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원래 이건 정부의 슬로건이었다. 게이트가 나오던 초기에는 각성자들도 별로 없어서 세계는 혼란에 빠졌었다. 하지만 각성자들이 늘어나면서 혼란도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면서 게이트 안에 금과 보석, 값비싼 유물들, 그리고 신비한 힘을 지닌 물건들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게 알려지자 사람들은 게이트를 보는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꾸었다.


인생 역전을 위해 맨 몸으로 게이트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운이 좋으면 수많은 보석들을 가지고 나오는 거고 운이 나쁘면 게이트 안에서 죽는 거였다. 그래도 사람들은 유혹에 못 이겨 게이트에 들어가고는 했다.


게이트는 신과 인간을 연결 시켜주는 다리입니다.


이게 게이트를 숭배하는 사이비들의 초기 슬로건이었다. 교주인 남방원은 게이트 안에서 기적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우연찮게도 게이트에 관해 긍정적인 관심과 호기심이 쏠릴 때여서 게이트교는 이때 엄청나게 몸집을 키울 수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게이트는 두려운 곳이 아닌 기적이 이루어진다는 슬로건은 사이비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잡소리가 길어졌는데 아무튼 김도혁이 사이비가 아닌 건 확실했다. 하지만 게이트 안에서 뭔가를 만났던 건 분명했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좋은 건 아니겠지.


귀찮게 달라붙는 김도혁을 따돌리고 겨우 대학교를 빠져 나올 수가 있었다.


임겨울은 단독 인터뷰를 위해 친하다는 기자에게로 갔다. 학교 주위를 서성이는 기자들이 몇 명 있었지만 내가 저주를 걸 수 있다고 믿는 건지 다가오지는 않았다.


굳이 주목 받으려고 만든 길드는 아니었기에 대외적인 인터뷰는 임겨울이 하게 내버려 뒀다.


사무실에 갈지 집에 갈지 고민하는데 누군가가 나를 불러 세웠다.


“류시원 군 맞지?”


깔끔한 옷차림을 한 남자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언제 끝날지 몰라서 점심때부터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행히 만났네.”


참고로 후문으로 가려다가 정문으로 나온 거였다.


‘그냥 연락을 하면 될 걸.’


고등학교 때 임겨울을 따라서 헌터 등록은 해두었었다. 그러니 정부 사람이라면 내 전화 번호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을 터였다.


“나는 헌터협회 소속 이준호라고 해.”

“네. 안녕하세요.”


이준호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회귀 전의 나에게 죽임 당한 남자였으니까.


“혹시 잠깐 시간 되면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내가 죽였던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떨떠름하게 쳐다보자 이준호는 당황한 얼굴로 해명했다.


“그 이상한 말을 하려는 게 아니고... 길드를 만들었잖아. 그래서 이것저것 도움이 될 만한 얘기들을 해줄까 해서.”


이준호는 강했다. 거기에 주위 사람들을 잘 챙겼다. 정말 순수하게 남들을 돕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헌터들 사이에서 항상 존경받는 헌터로 손꼽혔다.


“협회 소속도 아닌 절 도와주셨다가 혼나시는 거 아닌가요.”

“헌터가 헌터를 도와야지. 그리고 엄밀히 따지자면 이제 막 성인이 된 애들이 회사를 차린 거잖아. 아직 모르는 게 많을 텐데. 혹시 속은 거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이렇게 찾아왔어. 혹시 싫은 거니?”

“아니요. 싫은 건 아니고요.”


그냥 저 오지랖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뿐이었다.


“그럼 잠깐 근처 카페라도 들어갈래?”


*


“그렇구나. 괜한 걱정이었네. 학생 때 각성하면서 성인이 되자마자 길드를 만드는 철없는 애들이 있거든. 길드는 만드는 게 쉽지 않은데 잘 몰라서 벌이는 일인데, 그 과정에서 빚을 지거나 하는 애들이 있어서.”


이준호는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설명했다.


하긴 이제 막 성인이 된 애들끼리 비싸 보이는 건물 20층에 사무실을 차렸으니 남들이 보기엔 미쳐 보였을 수도.


신분세탁을 할 때 가지고 있는 돈의 출처가 문제 되지 않도록 손을 써두었다. 할아버지에 할아버지에 할아버지에 할아버지에... 할아버지가 게이트에 들어가 금은보화를 손에 넣어 부자가 됐다고 일단 거짓 족보에는 그렇게 되어 있었다.


“투자하겠다고 하면서 의심스럽게 다가오는 사람들도 조심해야해.”

“네. 알고 있어요.”


저주를 걸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서 그런지 함부로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이준호는 친형처럼 여러 가지 조언들을 해주었다.


‘같은 편으로 두면 이런 느낌이구나.’


이준호가 죽은 날. 왜 대한민국 전체가 장례식장이 되어 버렸는지 알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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