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 천재는 걸그룹이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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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6 06:45
최근연재일 :
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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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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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식

DUMMY

#17화



[음반점수, 음원점수, 생방송 시청자 투표를 합산한 이번 주 1위는 바로··· 에센스 ‘Falling’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꽃가루가 휘날리는 무대 위, 1위를 예상했다는 듯 잔잔한 미소로 트로피를 들고 소감을 이야기하는 에센스.


이윽고 앵콜 무대가 시작되고 자신의 고음 파트를 무대 아래에서 환호하는 팬들에게 떠넘기는 서지혜의 모습을 알바를 하던 호프집 TV 너머로 바라보던 승연은 신경질적으로 채널을 돌려버렸다.


“갑자기 채널을 왜 돌려??”

“방송 이미 다 끝났길래요. 그래서 영화 나오는 채널로 바꿨어요.”

“아아··· 그래? 오케이.”

“다음 타임 친구도 왔으니까, 저 이제 들어가 볼게요. 다음 주에 뵐게요.”

“그려~ 들어가!”


점장의 물음에 표정을 관리하며 나름 괜찮은 변명을 펼친 승연.

그 대답에 수긍하며 포스기로 시선을 옮기고 인사하는 점장의 모습을 뒤로하고 가게를 나선 승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은 없다는 듯 행복하게 웃고 있는 그 모습을 다시 생각하니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기분이다.


“후우···.”


집으로 향하는 길, 승연은 저도 모르게 치미는 화에 눈을 감고 떨리는 숨을 골랐다.


그냥 저 얼굴만 봤을 뿐인데도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저 가증스러운 웃음.

저 웃음 아래에 도사리고 있는 추악한 본성을 모르는 팬들의 환호소리가 그녀에겐 너무나 끔찍하게만 들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지금처럼 치미는 화를 억누르고 숨을 고르고, 이럴 때마다 마음속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죄책감을 애써 외면하는 것뿐.


“아빠 직장만 아니었어도···. 하···!”


기억이라는 게 존재할 때부터 승연은 아버지와 단 둘뿐이었다.


그들을 버리고 사라진 엄마의 빈자리를 어떻게든 채우기 위해, 승연은 아버지는 온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하면서도 승연이 외롭지 않도록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잠도 아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까지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자신이 왕따였다는 것을 철저히 아버지에게 비밀로 했다.


자신이 이런 불행을 겪고 있다는 걸 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그런 상황에 처하게 만든 것이 자신 때문이라 자책할 것을 너무나 잘 알았으니까.


그녀는 그런 모습이 보고 싶지 않아 그 모든 것을 비밀로 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그녀는 그런 이유로 여전히 아버지에게 자신이 학폭 피해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쪽 아빠 순식간에 실직자 되는 꼴 보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 우리 회사 아니면 당신 아버지 써주는 곳 아무데도 없을 테니까. 그러니까 함부로 입 놀리지 말고··· 알았지?”


아버지가 일하는 재평건설이 자기 아버지의 회사라며, 함부로 자신이 진짜 왕따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떠벌렸다간 가만 두지 않을 거라고 자신을 협박했던 그 날의 서지혜.

그 얼굴을 승연은 생생하게 기억했다.


7년 전, 그 전까진 일면식도 없던 서지혜가 갑자기 왜 뜬금없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


무슨 연유로 그녀가 그런 협박을 자신에게 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던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존재는 완전히 배제된 채,


인터넷에선 어느새 자신을 악랄하게 괴롭혔다 서린에게 호되게 두들겨 맞은 가해자들이 학폭 피해자가 되어있었고, 그들을 응징했던 서린이 도리어 학폭 가해자가 되어 있었으니까.


그 이야기로 인해 서린은 어린 시절부터 싹수가 노란 애라고 온갖 욕을 먹고 연습생으로 있던 자칼에서 퇴출까지 당했다.


그리고 모든 사건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서지혜.


그녀는 지금 대한민국, 아니 어쩌면 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걸그룹의 메인보컬로 살고 있었다.


버스 뒷자석에 앉아 핸드폰을 바라보던 승연이 한 팬카페에 접속하고,

마흔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린 한 게시글을 읽으며 중얼거렸다.


“결국 방송 접었구나···.”


그녀가 보던 것은 서린이 올린 방송중단 공지글.

결국 성인이 된 올해, 방송을 접고 자신을 찾는 시간을 갖겠다는 서린의 글을 읽은 승연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서린이 연습생에서 퇴출되고 아이돌로 데뷔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힘들어진 그 이후.


그녀가 처음 방송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승연은 그 날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죄책감을 더는 일종의 참회로 그녀의 방송을 매일같이 시청하며, 소액이나마 끊임없이 후원하며 그녀를 지켜봤었다.


그런데 이제 방송마저 접는다니.


“댓글처럼 차라리 서재이랑 데뷔한다는 소문이 진짜였으면 좋겠네···.”


서지혜의 본색을 아는 승연은 서재이 또한 분명 억울한 누명으로 이 업계를 떠나게 됐을 거라는 심증을 품고 있었다.


차라리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서, 서지혜에게 피해를 입었던 서재이와 서린이 힘을 합쳐 데뷔를 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 가망성 없다 느껴지는 그 소망을 읊조리며 버스에서 내린 승연이 집 앞에 다다르던 그 때였다.


“혹시 백승연 양 맞으신가요?”

“···! 깜짝이야. 누, 누구세요?”


갑자기 대뜸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다가온 정장차림의 여자의 등장에 숨을 집어삼킨 승연.


혹시 개인정보까지 파악해버린 악질 도믿걸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 경계심을 잔뜩 끌어올린 그녀를 향해, 정장차림의 여성이 손사레를 치며 명함 하나를 건넸다.


“유성건설 인사팀에서 온 강혜민이라고 합니다. 아버님이 재평건설 토목시공팀에 백태현 과장님 맞으시죠?”

“마, 맞는데··· 유성···건설이요?”

“아버님께서도 승연 양에게도 아주 좋은 제안 하나 권해드리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신가요?”


멍하니 그녀가 건넨 명함을 확인한 승연.


그녀는 얼떨떨한 모습의 자신을 바라보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강혜민을 바라봤다.


그런 지금의 승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

어쩌면 서린의 인생을 기적처럼 되돌릴 수 있는 최초의 순간이 자신에게 찾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


“작곡이 원래 이렇게 빠르게도 되는 거야?”

“아마도···? 예전에 어떤 작곡가는 2시간 만에 곡이 나왔다고 했던 이야기도 있었잖아.”

“그래도 이틀 만에 곡 하나가 뚝딱 나오다니··· 천재네, 우리 다빈이.”

“에헤- 민망하게 왜 이래에.”


동갑내기인데도 언니 같은 바이브를 풍기며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는 하늘에게 방긋 웃어 보인 다빈을 마지막으로 널찍한 회의실에 모든 사람이 모였다.


리바이브의 차기 걸그룹이 될 연습생 네 명.

그리고 그들의 모든 것을 만들고, 결정할 총괄 프로듀서 서재이 그리고 서재이가 직접 손수 채용한 케이팝 본부의 A&R팀의 일원들까지.


이들이 회의실에 모인 이유는 재이와 다빈이 각자 작곡한 아침과 밤 컨셉의 데뷔곡 두 곡을 듣고, 평하기 위해서였으니.


“이 자리가 이렇게 빨리 성사될 줄은 몰랐는데, 우리 채다빈 연습생 덕에 시간이 앞당겨졌네요. 고생 많았어, 다빈아.”

“오오오-!”

“고생했어요!”


매일같이 함께 고생하는 멤버들은 물론 재이를 비롯한 회사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다빈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곡을 다 완성했다는 기쁨에 온전히 취하긴 힘든 상황이었으니.


‘제발··· 제발 다들 좋아했으면 좋겠어.’


NAVI라는 자신의 비밀 신분이 아닌 채다빈이라는 이름 석 자를 걸고 처음으로 만든 곡.


어쩌면 이게 아이돌 채다빈이 세상에 제일 처음 선보이는 곡이 될지 모른다.


그런 생각에 다빈은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 뛰고 있었다.


“다들 당연히 아시겠지만, 사실 이번 데뷔곡은 정확히 말하면 데뷔곡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습니다. 그룹의 이름도 정해지지 않았고 이 곡으로 얼굴을 알리거나 활동을 하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본격적으로 데뷔하게 될 리바이브의 차기 걸그룹의 정체성 그리고 꽃길을 열어줄 곡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다들 신중하게 듣고, 가감 없이 피드백해주세요.”

“넵.”

“알겠습니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카리스마 가득한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본 재이의 말이 끝나고,


재이는 마우스를 움직여 가장 최상단에 있는 곡을 먼저 클릭했다.


“일단 첫 곡은 제가 작곡한 아침 테마의 곡입니다. 바로 재생하겠습니다.”


달칵-


플레이어가 열리고, 경쾌하게 건반을 누르는 누군가의 손가락이 바로 떠오르는 피아노 반주가 곡의 포문을 열었다.


9n년생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한국형 시부야케이 사운드.


그건 자칫 올드한 느낌이 들 수 있었으나, 수많은 레이어 속에 가득 찬 풍부한 사운드와 온갖 박자로 쪼개지는 매운맛 비트에 익숙해진 20대들의 귀엔 오히려 그것이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으니.


경쾌한 피아노소리와 더불어 무게감 없이 가볍게 나아가는 도시적인 감성의 비트가 회의실 가득 울려 퍼지고


소년 같은 미성의 가이드 보컬이 들려오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재이 본인이었다.


‘피디님 목소리잖아?!’

‘노래까지 잘 하시네···.’


작은 놀람이 가라앉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곡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기묘하게도, 지금 이 곡을 듣는 모두는 같은 감상을 공유하는 중이었다.


새하얀 구름이 몽실몽실 피어오른 맑은 아침 하늘.

과하게 덥지도 않은 따스한 햇살을 맞이하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세상 밖으로 뛰어 나가는 자신의 모습.


그 꿈과 낭만 가득한 청춘의 한 페이지가 모든 이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게 하는 곡이 바로 재이의 곡이었다.


“이건 정말 말 그대로··· 아침이네요.”

“만약 여기에 드라마틱한 변주가 추가됐다면 오히려 그 맛이 살지 않았을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어요.”

“곡의 시작을 담백한 피아노 선율로 시작해서 천천히 옷이 입혀지는 한 겹 한 겹 다른 사운드가 겹쳐지게 진행시킨 것도 좋았고요. 저도 이 곡엔 수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좋았습니다! 진짜! 진짜 모닝콜로 평생 쓰고 싶을 정도로요!”


가타부타 다른 말없이 좋다는 의견으로 가득 찬 회의실.


마지막으로 소감을 말한 미아에게 왜 좋았냐는 질문을 던진 A&R팀원의 말에 ‘그냥 좋은 걸 좋다고 말했는데, 왜 좋았냐고 물으시면 좋았기 때문에 라고밖에···.’ 라고 하며 머리를 긁적이는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퍼지고.


“다들 크게 피드백 사항이 없다면, 다음 곡으로 넘어갈까요?”


재이의 물음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마른침을 삼키는 다빈.


재이의 마우스가 자신의 음원 파일을 클릭하고,

다빈은 바로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이 곡을 듣는 사람들의 표정을 차마 관찰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호오··· 로파이네.”


그 옛날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하던 시절 들을 수 있던 은은하고도 묘한 노이즈와 함께 시작된 곡.


지면 아래로 안개가 깔리듯 사운드 베이스가 되어주는 잔잔한 건반 소리. 그에 맞춰 자연스레 숨소리에 맞춘 듯 심장을 두드리는 드럼.


옅은 오렌지빛의 무드등 조명만이 빛을 발하는 고요한 방 안.

따스한 이불을 뒤집어쓰고 비오는 바깥의 소리를 백색소음삼아 숙면에 빠져드는 누군가의 평화로운 밤이 떠오르게 하는 곡.


그게 다빈의 곡이었다.


가사없이 허밍으로 이어지는 가이드 보컬.

하지만 그것조차 어색하지 않고 마치 의도된 음악의 일부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곡이 끝이 나고.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으니.


“···?”


이상할 정도로 고요한 상황에 슬며시 눈을 뜬 다빈의 앞에, 그녀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어디서 이런 보물이 굴러 들어왔을꼬.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회사 사람들.

서린과 미아와 하늘.


그리고 자신의 우상, 자신의 프로듀서 재이까지.


물끄러미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던 재이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가 말했죠? 걱정할 거 하나 없다고. 오히려 놀랄 거라고.”

“그러네요.”

“아침과 밤. 시작과 끝 전부 다 완벽합니다.”

“이거··· 빨리 녹음 들어가야겠는데요?”


그제야 와하하 웃음을 터뜨리며 하나 둘 극찬을 쏟아내는 사람들.


그 모습을 보며 다빈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너무 기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오는 자신의 얼굴을 모두에게 보여주기가, 너무 민망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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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페이즈 24.09.13 538 9 12쪽
18 녹음실의 마왕 24.09.12 538 9 12쪽
» 좋은 소식 24.09.11 534 7 13쪽
16 아침은 서재이가 엽니다 +1 24.09.10 576 8 16쪽
15 서재이가 그럴 리가? 24.09.09 618 10 14쪽
14 데뷔하자 24.09.08 588 12 12쪽
13 공략 (2) +3 24.09.07 596 9 12쪽
12 공략 (1) 24.09.06 591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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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어서 와 (1) 24.09.04 636 10 12쪽
9 반전의 순간 (2) +1 24.09.03 671 13 13쪽
8 반전의 순간 (1) 24.09.02 639 11 12쪽
7 천재와 일진과 도둑 +1 24.09.01 670 12 17쪽
6 알고보니 작곡 천재 24.08.31 695 13 15쪽
5 REVIVE (2) +1 24.08.30 709 15 12쪽
4 REVIVE (1) 24.08.29 783 15 12쪽
3 나락에서 돌아온 천재 (3) +1 24.08.28 841 18 13쪽
2 나락에서 돌아온 천재 (2) 24.08.28 869 16 14쪽
1 나락에서 돌아온 천재 (1) 24.08.28 1,097 1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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