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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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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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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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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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 Killed The Video Star

DUMMY

“자, 계약하자. 계약!”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청웅이 다짜고짜 슬기에게 계약서 종이를 내밀었다.


넋을 놓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슬기는 불현듯 정신을 차리고서 그에게 물었다.


“자, 잠깐만요.”


“음?”


“아무리 아는 사람 부탁이라도 그렇지, 이렇게 막 계약하셔도 되는 거예요?”


“응?”


어이가 없었다.


한 회사의 대표라는 사람이 이렇게 대책이 없어도 괜찮은 걸까.


그러나 청웅의 얼굴은 오히려 슬기의 물음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했다.


슬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뭐지.


처음 얼굴에 관해 이야길 할 때 은후도 꼭 저런 반응을 보이더니, 지금 청웅 대표도 어째 그와 똑같았다.


“제 얼굴이요. 보시다시피 이런데, 어째서 계약하시려는 거죠? 저의 무엇을 보고요? 처음 뵙기도 하지만, 솔직히 이해가 안 가서요.”


“응?”


“한 회사의 대표님이시면 냉정히 상황을 판단하고 계산하면서 이익을 따질 줄 아셔야 할 거 같은데요.”


“아아? 아하. 무슨 말인가 했더니. 아기······ 아니, 이름이 슬기라고 했지? 슬기 양, 혹시 우리 회사가 특수하단 거 모르고 온 거야?”


“네?”


그러고 보니, 이 루시퍼 회사에 대해서 기존에 알고 있던 것 이외에 은후에게서 더 전해 들은 것이 없었다.


자신과 계약을 해 줄 기획사를 찾았다는 것과 그것이 루시퍼라는 것만 막 들었을 뿐.


‘잠깐. 이 회사도 특수하다고? 설마······.’


“어휴. 은후 님! 또 필요한 설명은 다 빼먹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잔뜩 했지!”


나 몰라라 태평하게 앉아 묵묵히 차를 마시고 있는 은후에게 잠시 툴툴거린 후 청웅이 이어 말했다.


“슬기 양. 은후 님이 평범한 사람이 아닌 건 이제 알겠지?”


슬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청웅은 피식 웃으며 덧붙여 설명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이렇게.”


청웅이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쓸었다. 그러자 그의 외모가 살짝 변했다.


굵게 웨이브 진 머리 위로 귀여운 동물 귀가 쫑긋하며 생겨났다. 그것을 보고 놀란 슬기의 동공이 커졌다.


“나는 푸른 곰 요괴야. 거기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에 소속된 연예인들은 사실 다 요괴들이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그가 싱글벙글 웃었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슬기의 얼굴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그리고 직접 봤듯이 말이야. 우리가 스스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인간의 겉모습도 살짝 다르게 바꿔 줄 수 있지.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청웅은 슬기의 얼굴에 닿았던 손을 떼며 그녀에게 커다란 거울을 내밀었다.


슬기는 그것을 받아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보았다.


“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믿을 수가 없었다.


거울 속에 비춰 보이는 자신의 모습은 사고를 당하기 전의 얼굴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흉터 없이 깨끗한 얼굴.


“휴······ 흉터가.”


완벽하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슬기는 떨리는 손으로 상처가 있던 부위를 몇 번이고 더듬었다.


단순히 보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손끝에 전해지는 피부의 촉감 역시 매끈했다.


“얼굴에 무척 신경을 쓰는 거 같던데, 이러면 되겠지? 뭐, 진짜 치료를 원한다면 우리 쪽의 뛰어난 의사를 소개해 줄 수도 있어.”


“네? 의사요?”


“응. 거기서 치료를 시작하면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분명 완치는 될 거야.”


진짜 치료도 가능하다고?


뿐만 아니라 완치까지?


그의 목소리에 이끌린 슬기는 거울을 내려 두고 눈을 껌뻑이며 청웅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간단하게?


괜스레 허탈한 기분까지 들려고 했다.


이제껏 해 왔던 마음고생들은 다 뭐였던 걸까.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은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고민했던 것에 비해 너무 쉽게 일이 해결되어 버리니 어째 씁쓸한 기분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자, 그럼 얼굴 문제는 일단 해결이 된 거 같고. 그럼 슬기 양이 말했던 대로 한 회사의 대표로서 냉철한 모습을 보여 줘 볼까? 슬기 양은 무엇으로 데뷔하고 싶어? 아니, 아니다.”


흐음.


청웅이 다시 낮은 비음으로 콧노래를 불렀다.


눈동자에는 호기심이 가득 담겨 있었지만, 입가에는 짓궂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가벼워 보이던 인상과는 달리, 조금은 차가워 보이기까지 한 미소다.


“슬기 양은 나에게, 그리고 이 회사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지?”


네 능력을 보여 봐.


곧게 직시하며 마주 오는 눈동자.


청웅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는.”


꿀꺽.


슬기는 마른침을 삼키며 답했다.


“저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젠장!”


루시퍼 전속 작곡가 이현수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청웅 대표에게 속아서 여기와 계약을 한 지도 벌써 2년.


그리고 그 기간 내내 이곳 대표 가수인 루나가 부를 곡을 뽑아내기 위해 중노동에 가까운 창작 활동을 강행군해 왔다.


노래 욕심이 많은 루나는 그녀의 취향에 꼭 맞는 곡을 쓸 줄 아는 그를 결코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새로운 곡을 하나 만들어 바쳐도 다음 날이면 다시 또 새로운 곡을 원하는 지독히도 욕심 많은 그녀 때문에 이현수는 피가 마르는 매일매일을 2년째 살고 있다.


날밤을 새우는 것은 우습고, 휴일과 여가도 물론 없다.


여자 친구?


훗. 그 단어를 지칭하는 존재 역시 전설이 된 지가 어언 2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여길 때려 치워야지 하고 다짐을 하지만 그 결심은 번번이 그리고 무참히 실패했다.


아니, 사실은 그냥 상상선에서 전부 끝이 난다.


천재 작곡가라 불리는 본인인데 여기 아니면 갈 곳이 없을까 봐?


당장도 자기네 회사로 오라거나 곡을 달라고 줄을 선 가수들이 한 무더기다.


그런데 갈 수가 없다. 아니, 애초에 여길 벗어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현수 자신이 타고난 불행스런 체질 탓이었다.


귀신이 보인다.


거기다 잘 쓰인다. 초기 신인 때부터 그랬다.


작업을 위해 스튜디오를 하나 얻으면 아무 문제 없이 멀쩡하던 곳도 다음 날엔 어김없이 귀신들이 모여 있었다.


이사를 가도 마찬가지. 이놈의 귀신들은 스토커 기질까지 있어서 그가 이사한 곳까지도 기어코 쫓아왔다.


웃긴 건 따라오면서 동료를 부른 건지 해를 거듭할수록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참다 참다가 어느 날은 무속인을 찾았다.


용하다 소문난 곳에 가서 굿을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런데 작은 희망을 품고 찾아간 그곳에서 또 놀라운 경험을 했다.


귀신을 떼어 내기 위해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무당이 결국 굿 도중에 지쳐 쓰러지는 꼴까지 본 것이다.


새로 태어나기 전에는 아주 불가능하니까 그러려니 하고 살라고, 주변에 흩어져 있는 공기처럼 그냥 생각하라던 것이 그 무당의 마지막 조언이었다.


그 이후로는 고의적으로 피해 다니는 것인지 다시 찾아가도 문전박대하며 자신을 만나 주지 않았다.


한숨이 나왔다.


그 조언처럼 참고 살아 보려고 했다. 보여도 안 보이는 척, 들려도 안 들리는 척. 그런데 그게 잘 안 되었다.


벌써 몇 년째 보아 온 것임에도 익숙해지기는커녕 늘 귀신이 무서웠다.


비록 자신에게 직접적인 해를 가해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생리적으로, 그리고 우선 시각적으로 너무 공포스러웠다.


그러던 차에 루시퍼의 청웅 대표를 만나게 되었다.


“헤에. 진짜 특이한 체질이네. 이 정도로 강한 영력은 또 처음 보는 데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무서워하다니. 현수 씨, 귀신 보이지? 내가 도와줄까?”


눈이 번쩍 뜨였다. 첫 만남에서 보자마자 그가 자신에게 했던 말.


찾아갔던 무당 이외에는 자신이 귀신을 본다는 것을 믿어 주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청웅은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부터 자신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해 냈다.


그렇지만 긴가민가했다.


무당도 아니고 그저 회사의 대표일 뿐인 평범한 사람인 그가 정말 날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맨 처음 들었다.


그러다 대화를 나누는 도중 늘 주변을 따라다니던 귀신들이 청웅을 두려워하며 더는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거다 싶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뒤는 생각도 안 하고 루시퍼 전속 작곡가가 되어 달라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이때의 계약이 오히려 자신의 목을 더 조여 올 거라고는 당시 상상도 못 했다.


오히려 신이 이 만남을 주선해 준 거라 생각했다. 괴로움에 허덕이는 나를 지옥 속에서 구원하기 위해서.


단단한 착각이었다.


하아. 지옥? 지금에 비하면 그때는 차라리 천국이었다.


귀신을 피하고자 스스로 달려든 곳이 또 하필이면 요괴 소굴이었다니.


처음 계약서에 사인을 했던 그때로 돌아가 자신의 목을 조르면서 말리고 싶다. 그리고 흠씬 쥐어 패 주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매일 달고 산다.


최근 자신의 철천지원수는 다름 아닌 바로 이현수 본인이었다.


더 최악인 상황은 애초에 귀신을 피해서 여기에 온 것인데, 그 문제의 귀신들을 피하긴커녕 그건 또 그대로라는 거다.


아니, 이제 저놈들은 요괴들의 수하가 되어 자신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24시간 365일 풀로 감시까지 하고 있었다.


귀신들이 자기들끼리 2교대로 근무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땐 어이가 없어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허탈감. 혼이 빠진 느낌.


그래도 맨 처음엔 청웅 대표가 계약서대로 도와주었었다.


이상한 부적 같은 것을 몇 장 줬었는데, 그것을 스튜디오에 붙이자 정말 거짓말처럼 지긋지긋한 귀신들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행복했다. 정말 오랜만에 신경이 분산되지 않고 오로지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었다.


그게 너무너무 좋아서 절대로 루시퍼를 떠나지 않겠다고 혼자 맹세까지 했었다. 아직 그들이 요괴라는 것을 몰랐을 때지만.


그러다 루나를 만나게 되었다.


“현수 씨.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진부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정말 그녀의 첫인상은 꼭 그랬다.


신이 주신 얼굴과 초콜릿만큼이나 달콤한 목소리로 내 곡의 팬이라고 꽃처럼 사르르 웃으며 말하는데, 솔직히 어느 누가 심장이 녹아내리지 않을 수 있을까.


자꾸만 골수 삼촌 팬처럼 칠렐레팔렐레 풀어지려는 얼굴을 수습하느라 혼이 났었다.


다정다감하고 유머러스한 그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만나는 사이 같지 않게 편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 바람에 하지 말아도 될 말을 하고야 말았다. 그녀에게.


내가 귀신이 보인다는 것과 그것을 퇴치하기 위해 루시퍼와 계약을 했다는 것을.


루나 씨와 만나게 된 것도 그 덕분이라고, 계약을 참 잘한 것 같다고 쓸데없이 주절거렸다.


그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이야기하자마자 천사였던 얼굴은 순식간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독사처럼 날카롭게 눈을 빛내는 그녀를 보았다.


솜털이 오스스 돋았다.


그때부터였다. 그녀가 숨기지 않고 나에게 노골적으로 집착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청웅이 준 부적들을 마음대로 전부 떼어 내 버리고 귀신들에게 직접 명령해서 나를 감시하게 시킨 것이 모두 그녀의 소행이었다.


청웅에게 제발 도와 달라 사정을 이야기했다.


초반엔 그가 또 루나를 잘 타이르는 듯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재밌다는 표정을 짓더니 완전히 발을 빼고는 뒤로 물러나 버렸다.


이 일은 그냥 루나에게 전부 맡기기로 했다고 태연스레 말하면서.


어쩐지 그의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 어려 있는 것 같아서 잔뜩 화가 났었다.


누구는 지금 심각해서 죽을 거 같은데 그걸 재밌다고 웃어 대다니.


솔직히 도망도 쳐 봤다. 그런데 어디로 가든 귀신과 루나가 쫓아왔다.


스케줄 때문에 그녀가 직접 잡으러 오지 못할 때는 귀신들을 무더기로 보내서 괴롭혔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어디든지 간에.


이따금씩 또 멀리 도망칠까 살짝 생각만 하고 있어도 어떻게 그걸 알아냈는지, 그런 날 밤이면 꼭 가위에 눌리며 꿈자리가 사나워졌다.


한 1년 정도는 그렇게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그 뒤로는 모두 포기했다. 순순히 루나의 노예가 되었다.


“흐윽. 흑흑흑.”


지난날의 고생들을 떠올렸더니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그렇지 않아도 예술가라 감수성이 예민한데, 지금은 눈물샘이 마를 날이 없다.


─그오오오.


그러자 뒤에서 감시하고 있던 키 큰 총각 귀신 한 놈이 뭐라고 소리를 내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렇게 울 시간에 한 음이라도 빨리 더 따라는 의미다. 지독한 놈 같으니.


청웅은 나에게 분명 강한 영력이 있다고 그랬는데, 왜 귀신들을 퇴치할 수 없을까.


방법만 알면 저 키 큰 총각 귀신 놈을 제일 먼저 소멸시켜 버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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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3 0 13쪽
9 마주 잡은 손 24.08.27 23 0 11쪽
8 요괴 기획사 24.08.27 22 0 11쪽
7 요괴 기획사 24.08.27 2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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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차원의 저편 24.08.27 30 1 14쪽
4 우리 도련님이 고자라니! 24.08.27 33 0 12쪽
3 남자는 차원의 패자가 되길 소망했다 24.08.27 35 0 13쪽
2 남자는 차원의 패자가 되길 소망했다 24.08.27 4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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