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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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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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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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너, 내 아이를 낳아라

DUMMY

시엘은 가지고 있던 바구니 안으로 손을 넣었다. 안에 넣어 둔 내용물을 한가득 집어서 공중에 뿌렸다. 무지개를 닮은 화려한 빛깔의 꽃잎이었다.


사라락.


사방팔방으로 무수한 꽃잎들이 흩날렸다.


시엘이 또 무언가 주문을 중얼거리자 그 사이로 옥빛의 바람이 섞여 들었다.


주변을 덮으며 어지럽게 날아가기만 하던 꽃잎들이 이내 일정한 규칙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은후는 마녀의 힘에 따라 반응하는 마기들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파앗─.


한순간 강렬한 빛이 갑자기 뿜어졌다.


그러다 그 점을 중심으로 꽃잎들이 밖으로 빠르게 퍼지며 육망성의 별 모양을 그렸다.


꽃 별의 테두리 안쪽, 조금 전의 눈부셨던 빛이 흔적도 없이 전부 사라진 그 자리에는 이제 짙고 깊은 어둠만이 가득하다.


“차원 문이 열렸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무사히 계약에 성공해서 돌아오시길 바라겠습니다.”


은후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먼저 차원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시엘 님, 고맙습니다!”


은후의 뒤를 따라 걸어가던 검은 여우가 마녀가 서 있는 곳을 향해 몸을 돌렸다. 상체를 푹 숙이며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자신의 도련님을 놓칠세라 재빨리 달려가 차원의 문 안으로 폴짝 뛰어들었다.


시엘이 두 사람을 배웅했다.


우우웅─.


어둠이 금세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공중에 부유하며 멈춰 있던 꽃잎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 자리를 뱅글뱅글 돌면서 어지럽게 뒤엉켰다.


그러다 육망성이 점점 좁혀지며 작아졌다.


사람의 손 하나가 겨우 들어갈 만큼 줄어들었을 때, 그 안으로 꽃잎들이 세차게 빨려 들어갔다.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를 먹어 치우고 나서야 이윽고 차원 문도 입구가 닫히며 완전히 그곳에서 사라졌다.




동방 차원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파란 하늘.


우우우웅─.


아무것도 없었던 허공에서 갑자기 빛이 일어났다.


알 속에 갇혀 있던 아기 새가 껍질을 깨고 막 밖으로 나오려는 것처럼, 세상의 작은 부분에 균열이 생겼다.


빠지직.


그리고 그중 가장 크게 벌어진 틈을 비집고 먼저 손이 튀어나왔다.


그 손은 주변의 투명한 막들을 무자비하리만치 거침없이 떼어 냈다.


뿌악!


마침내 제일 큰 막이 떨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구멍에서 은후는 고개를 내밀어 주변을 한번 쓱 둘러보고는 상체를 앞쪽으로 빼냈다.


“자, 잠깐만요! 도련님! 기다려요! 아, 같이 좀 가자고요!”


파앗.


은후가 틈 밖으로 뛰어내렸다.


상당한 높이가 있는 공중이었으나 개의치 않는다.


“으아아아아!”


혹시라도 도련님을 놓칠까 그의 옷자락을 재빨리 꽉 붙잡은 검은 여우는 갑자기 추락하듯 앞으로 쏠리는 은후의 몸에 붙어 틈 밖으로 휘익 딸려 나왔다.


아직 밖을 확인하지 못한 여우는 여기가 하늘인지도 몰랐던 모양이다.


미처 준비할 새도 없이 은후의 옷에 꼬리처럼 대롱대롱 매달린 채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낙하했다.


“으아아아아아아!”


타앗.


그러나 여우의 찢어지는 비명이 무색하게도 은후의 착지는 무척이나 가볍고 또 완벽했다.


“안녕하세요. 현 요마왕이신 은후 님 맞으십니까?”


막 이곳에 도착한 둘을 맞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은후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흰색 가운을 입고 있는 한 사람이 가만히 뒷짐을 지고 서 있다.


시엘과 미묘하게 닮은 외모의 여자다.


마찬가지로 호박색의 눈을 지닌 여인이었으나 머리카락만은 먹빛으로 달랐다.


눈앞의 여인 또한 무척 아름답기는 했지만 어째 시엘보다도 더 표정이 없었다.


“중앙 차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가 앞으로 은후 님의 건강 상태를 전담하고 확인할 겁니다. 최가은입니다.”


전혀 반갑다는 기색을 찾을 수 없는 무표정으로 그녀가 말했다.








“그럼 지금 바로 산신의 아이를 찾으러 가 보시겠습니까?


가은이 말했다.


풍기는 인상만큼이나 참 단도직입적인 여자다.


은후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현재 후손들의 직계는 전부 다 죽었고, 방계들만 남았습니다. 그들 중에서 가장 피를 진하게 이어받은 여자가 근처에 살고 있습니다.”


짜악.


가은이 박수를 쳤다.


맞붙은 두 손뼉 사이에서 옅은 빛이 일렁이다 사라졌다.


슬며시 두 손을 떼자 그 안에서 검은색 나비 한 마리가 나타나 날개를 팔랑거리며 날아올랐다.


“이 녀석이 길 안내를 해 줄 겁니다. 아시다시피 일전의 계약으로 인해, 마녀들은 산신의 후손들이 저희의 존재를 인식하고 직접 찾아오기 전까지는 이쪽에서 먼저 다가갈 수가 없습니다.”


나비는 그렇게 말하는 가은의 머리 위에 잠시 내려앉았다.


“저 대신 나비와 두 분이 다녀오셔야 합니다. 아, 그 전에······.”


가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은후와 검은 여우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지금 그 모습은 너무 눈에 띄는군요. 평범한 인간 모습으로 바꾸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녀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포털 사이트에서 몇몇 연예인들의 이름으로 검색을 해서 여기 사는 인간들의 외형을 예시로 보여 주었다.


“흠. 난 이 사람으로 하지. 사내다운 넉넉한 풍채가 마음에 드는군.”


“그럼 전 이 인간의 모습으로 하겠습니다.”


은후와 여우가 마음에 드는 사람의 사진을 각각 한 장씩 골랐다.


가은은 두 사람이 고른 사진들을 확인하다가 흠칫 놀랐다.


은후가 고른 사람은 상남자 마초 이미지로 유명한 영화배우 마돈석이었고, 여우가 고른 이미지는 조각 미남 이미지의 배우 정우선이었던 탓이다.


참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남자 취향이었다.


요괴인 지금의 모습만큼은 아니지만, 마돈석과 정우선, 이 둘도 인간들 눈에 무척 띌 만한 조합이었다.


가은은 두 사람을 힐끔 보며 말리려다가 내버려 두었다.


뭐, 그래도 요괴 본신의 모습보다는 덜 눈에 띄고 괜찮겠지 싶어서 그냥 그들의 취향을 되도록 존중해 주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유명인들이니 너무 똑같이 둔갑하시면 곤란합니다.”


두 요괴는 가은의 조언을 받아 외모를 조금 수정했다. 그냥 거기서 변화만 살짝 더 주는 선에서 끝냈다.


그러자 언뜻 닮은 면들이 아주 조금 남아 있긴 했지만, 그래도 확실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일이 끝나시면 저를 찾아오세요. 마찬가지로 나비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이쪽 차원에서의 생활 편의는 저희 쪽에서 다 돕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차원을 넘어 맨 처음 도착한 곳은 도시 내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공원이라고 그녀가 설명했다.


그곳을 벗어나자마자 생전 처음 보는 낯선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가은과는 그 자리에서 바로 헤어졌다.


은후와 검은 여우는 곧바로 나비의 뒤를 따라갔다.


폴짝폴짝 뛰어올라 커다란 빌딩들 사이를 누비며 달렸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건물 밑에서 바쁘게 지나다니는 인간들은 어느 누구도 그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으아, 여긴 뭔가 정신이 없네요.”


틈틈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주변을 살핀 여우가 짧게 감상을 말했다.


그러나 은후는 이 신기하고도 낯선 환경에 전혀 관심이 없는지 오직 나비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한순간, 나비가 위로 솟구치듯 수직으로 곧게 날아올랐다.


그리고 더 이상은 어딘가로 향하지 않고 그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았다.


은후와 여우도 막 도착한 그곳은 어느 높은 빌딩의 옥상 정원이었다.


한창 근무 시간인지 때마침 사람이 몇 명 없었다.


그중 회색 후드 모자를 깊게 눌러쓴 데다, 검은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검은 나비는 그 사람에게로 날아가 모자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오. 도련님, 저 사람인가 봅니다.”


검은 여우가 호들갑을 떨었다.


그의 큰 목소리에 이끌린 듯 후드를 쓴 사람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보았다.


미처 후드와 마스크로 다 가려지지 않은 얼굴이 모자 사이로 얼핏 보였다.


“우와. 제법 반반하게 생긴 계집입니다. 인간 중에도 저런 외모를 지닌 이가 있군요.”


여우가 순수하게 감탄을 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계속 기다려도 자신의 옆에 선 은후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도련님?”


여우가 의아해하며 은후 쪽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턱을 짚으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는 도련님의 모습이 보였다.


이내 생각을 마친 것인지 은후는 고개를 크게 한 번 끄덕였다.


그리고 후드를 쓴 여인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여자는 자신에게로 점점 다가오는 그를 의문스러운 눈으로 보았다.


그러다 현재 인간의 모습으로 화한 은후의 얼굴을 가까이서 확인한 그녀의 어깨가 크게 움찔했다.


처음 보는 남자의 조폭 같은 외모에 너무 놀라 몸이 굳어 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미처 도망가지 못한 그녀의 어깨를 지그시 짚으며 은후가 말했다.


“지금까지 봐 온 여인들 중에 그나마 네가 제일 내 마음에 드는구나.”


여자는 지금 두 번째로 경악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는 이 남자의 목소리가 그의 거친 얼굴과는 딴판으로 심하게 미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이어진 남자의 말은 그녀를 더욱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너. 내 아이를 낳아라.”


여자는 혼이 나간 표정을 지으며 은후를 빤히 쳐다보았다.


뒤에서 그의 행동을 빠짐없이 쭉 지켜보고 있던 여우는 두 손을 들었다. 그리고 민망함 때문에 새빨갛게 물든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가려 버렸다.


“미친놈.”


멍하니 있다가 금방 제정신을 차린 슬기는 자신의 어깨를 짚고 있는 남자의 손을 탁 쳐 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옥상 청소를 이어서 마저 했다.


담배꽁초가 언덕처럼 쌓여 있는 재떨이와 쓰레기통을 비우고 빗자루로 바닥을 쓸었다.


“잠깐.”


은후가 다시 슬기를 불러 세우려 했다.


자신에게 이토록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여성은 처음인지라 그로서는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다 은후가 멧돼지처럼 또 슬기에게 무작정 돌진하려는 것을 눈치챈 검은 여우가 재빨리 나서 그의 앞을 막아섰다.


여우는 자신의 두 팔을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다.


“으아! 자, 잠시만요, 도련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계약, 계약이요! 저 여인과 계약을 하셔야지요.”


“아, 그렇지.”


여우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도련님은 그새 가장 중요한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아니, 우리가 도대체 뭣 때문에 차원까지 건너왔는데, 어떻게 그걸 잊을 수 있는 건지.


“이봐, 여자.”


은후가 슬기를 불렀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 없이 그녀는 계속 묵묵히 자기 일만을 했다.


슬기는 저 정신이 나간 듯 보이는 남자를 아주 대놓고 무시하기로 작정하고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 그녀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이 건물의 회사원들 중에 지금 저 남자처럼 저런 식으로 은근슬쩍 장난을 쳐 오는 사람이 간혹 있었다.


슬기가 나이도 어려 보이고 언제나 후드 모자를 푹 눌러쓰고, 거기다 검은 마스크까지 단단히 무장한 채로 묵묵히 건물 청소를 하는 모습이 꽤나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그렇게 잔뜩 가리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얼핏 봐도 워낙에 예쁜 얼굴인지라 수작을 거는 인간들이 꽤 있었다.


그런 놈들에게는 모자와 검은 마스크를 벗고, 가리고 있던 흉터를 보여 주며 관심 가져 줘서 고맙다고 피식 웃으며 말하면, 대부분 기겁을 하고 물러났다.


‘두 명은 뒤도 안돌아보고 곧장 도망쳤었고, 한 명은 상처를 보자마자 바로 딸꾹질까지 했었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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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세계의 심마니가 되다 24.08.27 19 0 13쪽
14 이세계의 심마니가 되다 24.08.27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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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4 0 12쪽
11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0 0 12쪽
10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2 0 13쪽
9 마주 잡은 손 24.08.27 23 0 11쪽
8 요괴 기획사 24.08.27 22 0 11쪽
7 요괴 기획사 24.08.27 23 0 13쪽
» 너, 내 아이를 낳아라 24.08.27 31 0 12쪽
5 차원의 저편 24.08.27 30 1 14쪽
4 우리 도련님이 고자라니! 24.08.27 33 0 12쪽
3 남자는 차원의 패자가 되길 소망했다 24.08.27 35 0 13쪽
2 남자는 차원의 패자가 되길 소망했다 24.08.27 43 0 11쪽
1 소녀는 별이 되기를 꿈꾸었고 24.08.27 8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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