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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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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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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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별 그리고 폭포수 아래서, 그대와 나

DUMMY

우우우우웅.


가까이 다가가 점차 거리가 줄어들수록, 윙윙거리며 무언가 진동하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파아아아앗!


은후가 먼저 입구를 천천히 지나쳤다.


보이지 않는 막에서 은후의 몸 형태를 따라 굴곡을 그리며 빛이 일어났다.


어느 정도 저항이 있긴 했지만 그리 심하지 않았다.


은후가 무사히 안으로 들어섰고 그 뒤를 따라 슬기가 들어왔다.


“어디 보자.”


슬기가 품에서 지도를 한 장 꺼냈다.


시엘이 챙겨 준 것으로 약초를 구할 수 있는 장소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번에 가야 할 곳은 ‘자색의 안개 폭포’.


원래는 아무 이름도 없는 장소였지만 마녀들이 각 구역의 구분을 위해 임의로 그렇게 붙인 것이라고 했다.


“이쪽인가.”


슬기가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자 은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슬기를 안고서 목적지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렸다.


어쩐지 물 흐르듯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련의 동작들.


이제 슬기도 그에게 안겨서 달리는 게 슬슬 익숙해지고 있었다.


사실 그가 무척 공포스럽고 두려운 것도 아주 잠시였을 뿐이었다.


은후가 자신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을 때, 당혹감과 함께 그에 대한 공포가 싹 달아나 버린 까닭이다.


스치듯 지나가는 밤바람이 차다.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 슬기는 은후의 품 안에 몸을 파묻었다.




“아, 여기구나.”


쏴아아아아.


큰 폭포가 쉼 없이 물을 쏟아 내고 있었다.


물거품처럼 뿜어져 나오는 물안개는 신기하게도 자줏빛을 머금었다.


달밤과 어우러진 풍경이 환상도처럼 아름다웠다.


직접 보지 않고서는 오직 인간의 상상력만으로 이런 풍경을 전부 한 폭의 그림 안에 그려 담는 것은 결코 무리일 것 같았다.


‘어?’


첨벙.


첨벙, 첨벙.


“어어어어?”


잠시 주변 풍경에 한눈을 판 사이.


은후가 거침없이 걸어가 물에 발을 담갔다.


어느새 그의 품에 안겨 있었던 슬기의 허리춤까지 물이 닿았다.


“자, 잠깐만요!”


슬기가 다급히 그의 가슴을 짚으며 말렸다.


은후는 왜 그러냐는 듯이 무언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갑자기 왜 물에 들어가는 거예요?”


“마녀의 이야기를 함께 듣지 않았느냐. 이번 약초는 이 폭포수 밑바닥에서 자라고 있다고.”


“······그런데 저도 여기 들어간다고요?”


무슨 문제라도?


그의 눈동자는 분명 그렇게 묻고 있었다.


“여기 엄청 깊다면서요. 저 그렇게 오래 숨 못 참아요. 오래 버텨 봐야 1분 정도? 제일 길게 잡아야 그 정도 될까인데.”


“······왜 못 참는 거지?”


“······.”


은후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슬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는 인간이라고요, 요괴가 아니라. 평범한 인간은 다 이래요.”


“······.”


슬기의 말을 듣고도 은후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슬기를 안고 있는 손도 놓지 않았다.


그는 지금 고민을 하고 망설이는 듯했다.


그런데 그러는 동안, 두 사람이 들어간 곳의 수온이 꽤 차가웠던 터라 금방 체온이 떨어져서 물 안에 들어간 슬기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일단 여기서 좀 나가요.”


첨벙, 첨벙.


그제야 은후가 다시 몸을 돌려 물 밖으로 나왔다.


“으, 추워.”


젖은 몸에 찬 밤공기가 닿자 더욱 서늘함이 느껴졌다.


은후는 부들부들 떠는 슬기와 자신의 몸 주변에 요기를 뿜어서 수분을 몰아내고 따뜻한 열기를 만들어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제 품에 꼭 안은 슬기를 내려놓지 않았다.


“이거, 이번엔 그냥 혼자 가셔야 할 거 같은데요?”


“······.”


슬기의 말에도 은후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이 산신의 영역에서는 아주 잠시라도 슬기 혼자 내버려 뒀다간 그새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몰랐다. 그것이 걱정이었다.


슬기가 다시 한 번 더 은후를 설득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으니까.


은후가 낮게 혀를 찼다.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계속 내켜 하지 않았다.


“이것은 내 요기로 만든 끈이다. 내가 물속에 들어가 있는 동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재빨리 이것을 당겨라.”


슬기가 그것을 받았다.


은후의 머리카락 색을 그대로 녹여 낸 듯한 은빛의 끈이었다.


“네. 알겠어요.”


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은후는 여전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가만히 슬기를 내려다보았다.


“······안 들어가고 뭐 하세요?”


“어서 줄을 당겨 보아라.”


“네?”


“네가 이것을 제대로 잘 당길 수 있는지 확실히 보고 가야겠다. 내 눈으로 직접.”


“······.”


허얼?


이게 무슨 소리지.


장난치는 건가?


농담인가 싶어서 그의 눈을 쳐다봤다.


몹시 진지했다.


슬기가 줄을 두 차례 당기며 물었다.


“이렇게요?”


“그래. 잘하는구나. 그렇게 하면 된다.”


“······.”


‘그래, 옳지 잘한다.’ 하는 표정으로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참, 황당해서.


아니, 물속에서 그렇게 오래 잠수 못 한다고 했지 누가 아무것도 못 한다고 했나? 설마 이거 하나 못 당길까 봐?


놀리나 싶어서 다시 보았는데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이었다.


첨벙, 첨벙.


드디어 은후가 혼자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슬기는 근처 바위 위에 걸터앉아 그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은후의 가슴 아래쪽까지 물에 들어갔을 때, 그가 갑자기 뒤를 휙 돌아 슬기를 보았다.


그러고는 한 손을 들어 무언가를 당기는 시늉을 했다.


“하하.”


그 행동의 뜻을 알아들은 슬기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꼭 쥐고 있던 은색의 줄을 두어 차례 잡아당겼다.


또 잘했다는 듯 은후가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금 몸을 돌려 그제야 물속으로 완전히 몸을 담갔다.


‘······이게 무슨 과보호래.’


포오옹.


그가 사라진 지점을 시작으로 파문이 일어나 차츰 밖으로 퍼졌다.


슬기는 한 손으로 턱을 괴며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15분? 20분?


조용하다.


은후도 쉬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주변도 한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어째서 이런 산속에 산짐승 한 마리 보이지 않고, 풀벌레 우는 소리 하나 나지 않는 걸까.


자신이 살던 곳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라 그런 건가.


주변에 볼 것이라고는 자색의 신비로운 물안개와 밤하늘을 황홀하게 수놓은 달과 별뿐이었다.


뭐, 그것도 충분히 눈 돌아갈 정도로 곱긴 했지만.


슬기는 상체를 살짝 뒤로 젖혀 아름다운 밤하늘을 구경했다.


바스락.


“음?”


정막 가운데서 갑자기 이질적인 소음이 들렸다.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워낙 사방이 고요했던 까닭에 그것이 유독 더 튀었다.


슬기는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지?’


힐끗 은후가 준 은색 줄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이것을 잡아당겨야 하나.


바스락.


끈을 세게 쥐었다.


당장에라도 확 잡아당길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했다.


바스락.


한껏 긴장하면서 소리가 들리는 곳을 응시했다.


“어?”


그러다 풀숲을 헤치고 나타난 것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슬기는 맥이 확 빠졌다.


파닥파닥.


열심히 날갯짓하며 다가오는 그것은 어쩐지 그 모습이 요정을 닮았다.


“······뭐야, 여기 요정도 있나? 요괴들만 사는 줄 알았는데. 아, 맞다. 마녀도 있었지, 참.”


이미 마녀의 존재도 확인한 마당에 요정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겨우 슬기의 손바닥 사이즈나 될까.


전신이 아주 작은 그 녀석은 온몸이 짙은 녹색이었다.


심지어 아슬아슬하게 신체의 중요한 곳들만 겨우 가리고 있는 얇은 천 쪼가리마저도 그와 같은 색이다.


한순간, 그것이 슬기의 바로 코앞까지 날아왔다.


찌르릇, 찌르릇.


다시 들린 소음이 요정의 날개가 비벼져서 나는 소리인지, 아니면 웃는 소리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았다.


분명 자신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긴 한데.


파리처럼 날아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며 슬기를 관찰하던 그것이 갑자기 슬기의 팔 위에 내려앉았다.


너무 갑작스럽게 방향을 꺾는 바람에 슬기는 그것을 보고도 미처 피하지 못했다.


“야, 야. 이거 놔.”


이리저리 팔을 흔들어 떨어내려 했다.


그런데 그것은 더더욱 힘주어 찰싹 달라붙어오더니 도무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이거 놓으라니까?”


조금 더 세게 팔을 흔들었다.


그런데도 꼭 달라붙은 그것은 여전히 슬기의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뭐, 뭐야.”


한순간, 슬기와 그것의 눈이 마주쳤다.


요정처럼 생긴 이 무언가가 씨익 하고 짙은 미소를 지었다.


‘······이거 원래 이렇게 입이 컸었나?’


얼굴 절반은 차지할 정도로 큰 입.


아까와는 분명 달라진 모습.


그러다 그 벌어진 입 안으로 무수히 많은 이빨들이 날카롭게 돋아난 것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본능이 경고했다.


이것은 위험하다고.


오싹하고 소름이 돋았다.


전신의 솜털들이 모두 빳빳하게 섰다.


슬기는 곧바로 쥐고 있던 은색의 끈을 세차게 잡아당겼다.








한순간.


후욱─.


기분 나쁜 바람이 덮쳐 오듯 불어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시야 안에 담겨 있던 모든 장면이 바뀌었다.


느닷없이 나타나 오싹한 기분을 들게 했던 요정 녀석도, 녹음이 우거져 있던 숲과 신비한 자색의 폭포수도, 그 전부가 단숨에 싹 사라졌다.


당연한 듯이 거기에 존재하고 있던 밤의 하늘도 대지도 지금은 어디에도 없었다.


두 발로 서 있긴 했지만, 자신의 다리로 디디고 있는 이것이 정말 땅이 맞긴 한 건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


오로지 눈앞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티끌 하나 없는 어둠뿐.


완벽한 암흑.


파앗─.


그러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던 세상에서 갑자기 조명 하나가 번쩍 커졌다.


언제부터 저것이 저기에 있었는지는 모른다.


슬기는 고개를 들어 이곳의 유일한 빛을 바라보았다.


파앗.


파앗, 파앗, 파앗─.


이어 그것이 신호라도 된 것처럼 주변에 있던 다른 조명들에도 차례대로 불이 들어왔다.


마치 바둑판 전체를 빈틈없이 전부 백색의 돌로만 가득 채운 것처럼 온 천장이 흰색의 빛으로 빽빽해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아!”


“구급차 불러! 빨리!”


그러다 느닷없이 한쪽 구석이 소란스러워졌다.


분명 아무것도 없었던 자리에 이젠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다.


그들 사이, 누군가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서는 다른 이들이 호들갑을 떨며 걱정스럽게 그 여자를 바라보고 있다.


‘저건······.’


나다.


슬기의 눈동자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장면들은 불과 몇 달 전에 자신이 직접 겪었던 일들의 재현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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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두근두근 뮤직비디오 촬영 24.08.27 17 0 11쪽
19 달과 별 그리고 폭포수 아래서, 그대와 나 24.08.27 16 0 11쪽
» 달과 별 그리고 폭포수 아래서, 그대와 나 24.08.27 18 0 11쪽
17 달과 별 그리고 폭포수 아래서, 그대와 나 24.08.27 22 0 11쪽
16 이세계의 심마니가 되다 24.08.27 21 0 13쪽
15 이세계의 심마니가 되다 24.08.27 19 0 13쪽
14 이세계의 심마니가 되다 24.08.27 20 0 11쪽
13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2 0 11쪽
12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4 0 12쪽
11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0 0 12쪽
10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2 0 13쪽
9 마주 잡은 손 24.08.27 23 0 11쪽
8 요괴 기획사 24.08.27 22 0 11쪽
7 요괴 기획사 24.08.27 24 0 13쪽
6 너, 내 아이를 낳아라 24.08.27 31 0 12쪽
5 차원의 저편 24.08.27 30 1 14쪽
4 우리 도련님이 고자라니! 24.08.27 33 0 12쪽
3 남자는 차원의 패자가 되길 소망했다 24.08.27 35 0 13쪽
2 남자는 차원의 패자가 되길 소망했다 24.08.27 44 0 11쪽
1 소녀는 별이 되기를 꿈꾸었고 24.08.27 8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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