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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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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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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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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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 Killed The Video Star

DUMMY

따르르릉.


한참 구시렁거리고 있을 때, 스마트폰 벨이 울렸다.




「청웅 개새끼」




화면에 뜬 발신인의 이름을 확인하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대표님.”


[아, 현수 씨. 지금 작업실에 있어?]


“하하하. 네, 그럼요. 제가 언제 작업실 아닌 적이 있었나요. 여기서 나가지를 못하는데.”


[아하하하하. 그건 그렇지.]


어금니를 빠드득 갈면서 가시를 잔뜩 담아 이야기를 했는데, 듣고 있던 청웅은 그걸 또 웃기다고 까르르거린다. 이 망할 새끼가.






이현수는 신경질이 났다.


치솟아 오르는 화를 겨우 억누르며 물었다.


“그보다 오랜만이네요. 무슨 일로 연락하신 겁니까? 한동안 저를 계속 루나 씨에게 맡기고 방치하더니, 드디어 생각이 바뀐 건가요? 절 풀어 주기로?”


[음? 하하하. 그럴 리가.]


수화기 너머의 청웅은 정말 재밌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이 유쾌하게 웃었다.


그에 반해 이현수의 이마에는 이제 새파란 핏줄이 불끈하고 돋았다.


청웅, 여유 넘치고 웃음이 헤픈 그와 통화를 하면 이제 속에서 열불이 난다.


“그럼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아아. 가수 쪽 지망하는 신인이 있어서 오디션을 보려고. 현수 씨가 좀 봐 주겠어? 지금 그쪽으로 갈게.]


“네? 오디션이요? 갑자기 뭔 오디션이죠? 어떤 요괴인지 모르겠지만, 예능이든 드라마든, 어느 쪽이든 어차피 다 기본은 할 텐데요. 무슨 꿍꿍이길래 안 하던 일을 또 한답니까?”


[아 참. 말을 안 했구나. 요괴가 아니야.]


“네?”


[지금 오디션 보려는 건 인간이야, 인간.]


이건 또 무슨 개소리래.


“······잠깐만요. 루시퍼 직원이 아니라, 연예인 쪽으로 사람이 들어간다고요?”


[응.]


“뭐죠, 그 사람? 이름 높은 무당집 자식이거나 아니면 엄청난 영 능력자입니까?”


그가 루시퍼에 들어오고 나서 알게 된 또 한 가지 사실.


세상에는 자신 이외에도 참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는 것.


이현수 본인 역시 독특하다면 독특한데, 여기서는 함부로 명함을 내밀 수 없다.


특히 매니저 일을 하고 있는 그 ‘두 사람’은 가장 특이했었지. 이상한 인간들만 모인 이곳에서도 제일 이상한 인간들이다.


한 사람은 뼈대 있는 무당 가문의 사람이다.


이현수가 처음 굿을 하려고 찾아가서 만났던 무당도 나름 아는 이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했었는데 이 집안은 완전 차원이 달랐다.


그 선조가 단군왕검과 깊은 연관이 있다나 어쨌다나.


국내뿐 아니라 각국의 내로라하는 사람들에게서 제발 한 번만이라도 가주와 만나기를 원한다는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유명한 곳인데, 그 아는 사람들이 다 세계 레벨이다.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그 한 사람이 바로 이 가문의 후계자다.


그런데 자기는 무당이 되기 싫다면서 가문을 박차고 나와 가출 중이다.


현재 루시퍼에 취직하며 제 딴엔 반항을 하고는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 하는 일들을 보면 무당보다도 더 무당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


다른 한 사람은 신체 능력이 무척 뛰어난 이능력자다.


퇴역 군인으로 한동안은 평범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게 너무 무료해져서 분쟁 지역으로 건너가 용병으로 활동했다고 들었다.


그러다 또 사람 죽이는 게 질려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우연한 기회에 루시퍼를 알게 되어 여기에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그의 보수가 돈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요괴와의 격투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정말 기겁했다.


그게 본인이 원한 거라고. 여기 루시퍼에 정착해서 일하는 유일한 이유란다. 요괴와 싸울 때만큼 피가 끓는 순간이 없다나.


그 둘이 그중에서도 극히 튀는 인물들이긴 하지만, 사실 나머지들도 만만치 않다.


한 사람 한 사람 다 루시퍼 밖에서, 특히 이능력과 관련된 일들에 관해서는 손꼽히는 실력자들이며 충분히 대접받을 만한 위치에 있는 이들이다.


거기다 대부분 혈통 자체에 뭔가가 있어서 집안 대대로 그런 일들에 오래 종사를 해 온 사람들이기도 하다.


즉 그들은 모두 프로였다.


귀신이나 요괴 따위 콧방귀 한 번 뀌어 주고 맞수를 둘 수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그야말로 스페셜리스트.


결코 자신처럼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돌연변이가 아니다.


이번 신입도 그들과 같은 부류인가 싶어 물었는데, 청웅에게서 돌아온 답변이 묘하다.


[아니. 흠. 핏줄이 좀 특이하긴 한데, 지금까지는 계속 평범한 인간으로 살았다던데? 뭐, 능력이 있는 것 같긴 해도, 아직 발현되지는 않았고]


“······.”


[무엇보다 우리 같은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 세상의 이면을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아. 아, 맞다. 이야기 들어 보니까 하루도 안 된 거 같던데? 하하하.]


미간이 찌푸려졌다.


말을 들어 보니 상대는 그와 같은 생초짜다.


제 발로 요괴 소굴로 직접 뛰어드는 멍청이가 자신 이외에도 또 있었단 말인가.


그 신인이라는 사람을 붙잡고 말려야 하나 그는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바로 갈게. 기다려.]


잠시간 이어진 침묵.


거기서 뻔히 읽히는 현수의 머릿속.


청웅이 쿡쿡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스튜디오는 루시퍼 엔터테인먼트의 뒤쪽 다른 건물에 있었다.


차라리 이 요괴 소굴에서만이라도 벗어날 수 있도록 제발 혼자만의 공간을 달라는 이현수의 간절한 요청을 수락하여 따로 떨어진 곳에 마련되었다.


슬기는 청웅을 따라갔다. 은후와 검은 여우도 함께했다.


깔끔해 보이는 건물의 외관과는 달리 안으로 들어서자 어째 으스스한 한기가 들었다.


그 낯선 기분에 슬기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청웅을 뒤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달칵.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있는 한 남자가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


검은 뿔테 안경을 낀 훈남.


눈 밑으로 드리워진 짙은 다크서클과 어쩐지 슬퍼 보이는 촉촉한 눈, 살짝 유약해 보이는 인상이 남자의 특징이었다.


“이 사람은 우리 루시퍼 전속 작곡가 이현수 씨. 여긴 오디션을 보러 온 류슬기 양. 인사해.”


“안녕하세요. 류슬기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슬기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런데 이현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간 지그시 슬기를 바라보기만 하다가 그가 물었다.


“아가씨. 여기 평범한 회사 아닌 거 알지? 그런데도 정말 들어올 생각이야?”


“네?”


“요괴 소굴인 거 다 안다며. 정말 괜찮겠어? 무섭지도 않아?”


현수의 물음에 슬기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은후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분명 어디서든 자신을 지켜 주겠다고 했었다.


그래서일까. 루시퍼 엔터테인먼트가 평범한 매니지먼트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확실히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금방 괜찮아졌다.


아직 은후를 완전히 신뢰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다.


이 정도로 경계심이 풀어진 것이 정말 그의 얼굴 때문인 걸까.


다시 생각해 봐도 웃기긴 한데, 처음 은후가 스스로 요괴라는 것을 밝혔을 때도, 신기하게 그가 전혀 무섭지 않았던 점을 떠올려 보면 완전히 아니라고는 못 할 거 같다.


‘아. 어쩌면 외할머니 덕분일지도.’


슬기는 순간 항상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자신의 외할머니를 떠올렸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런 할머니와 쭉 살았던 덕분일까.


“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괜찮아요. 저 꼭 여기서 가수가 되고 싶어요.”


요괴들의 도움을 받으면 얼굴의 상처는 더 이상 핸디캡이 아니게 된다.


이제 굳이 여기가 아니더라도 은후의 힘으로 상처를 가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슬기는 꼭 루시퍼를 통해서 데뷔하고 싶어졌다.


은후의 부탁으로 쉽게 이 회사와 계약할 수도 있었지만 그건 바라지 않는다.


좀 더 자신을 제대로 알아봐 주고 능력을 알맞게 써 주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스스로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증명해 보여야 할 때.


슬기의 단호한 대답과 흔들리지 않는 눈빛을 본 현수는 한숨을 쉬었다.


“겁이 없는 아가씨네. 이건 뭐, 말려 봤자 듣지도 않겠군. 알겠어. 이쪽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녹화할 거니까 카메라 앞으로 가서 서 봐. 총 두 곡을 들을 거야.”


“네.”


“한 곡은 자신 있는 거 아무거나 불러 보고. 다른 하나는 어디 보자······. 흐음. 루나의 신곡 <Red Moon> 알아? 그거 부를 수 있어?”


루시퍼의 대표 가수 루나가 최근에 발표한 신곡 <Red Moon>.


요즘 가장 핫이슈가 되고 있는 노래다.


팝페라 스타일의 곡인데 전체적으로 음의 진행이 복잡하고, 리듬도 어렵다. 특히 엄청 높은 고음이 무자비하리만치 자주 나온다.


나름대로 노래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도 어지간해서는 부르기를 피하고 있는 곡.


실력파 가수인 루나가 아니었다면 이만큼 소화하지 못했을 거라는 평도 있었다.


“네. 할 수 있어요.”


“그걸로 하지.”


“저, 자유곡은 자작곡으로 불러도 될까요?”


“좋아.”


슬기는 천천히 카메라 앞으로 걸어갔다.


“그럼 할까? 준비되면 언제든 바로 시작해. 긴장 풀고 편하게 불러 봐.”


현수의 신호에 슬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눈을 감았다.


얼마만이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는 게.


전에 있던 소속사를 나온 뒤로는 쭉 혼자서 트레이닝을 해 왔다.


오랜만이라 그런가. 무대에 서는 것도 아닌데 살짝 긴장이 된다.


슬기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근데 오디션을 할 거면 대표님이 그냥 보셔도 됐잖아요. 왜 저한테까지 오신 겁니까?”


슬기가 준비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현수는 문득 든 생각에 옆자리의 청웅에게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


청웅은 피식 웃더니 마찬가지로 작은 소리로 소곤거리며 답했다.


“흐응. 뭐 그래도 되긴 하지만. 기왕 오디션 볼 거면 전문가한테 제대로 보려고. 사실 지인의 부탁으로 그냥 받으려고 했던 건데, 자신의 뭘 보고 뽑으려 하는 거냐고 되레 한 소리 하더라고. 재밌네 싶었지.”


“······.”


그 말을 들은 이현수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청웅의 행동 패턴으로 보아 그 다음은 뻔했다.


지금 청웅은 자신의 흥미를 충족시킬만한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것과 같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상태가 된 이 사람의 장난기는 아무도 못 말린다.


“저렇게 자신 있게 물어 오는데 그 자신감의 근원이 되는 뭔가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현수는 ‘아아, 역시’하는 표정을 지었다.


청웅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자신의 턱을 괴며 말했다.


“그래서 어디 한번 제대로 봐 주려고.”


현수는 속으로 혀를 찾다.


자신이 더 심하긴 하지만 실은 청웅도 만만치 않게 소리에 까다로운 사람이다. 웬만한 가수들은 그의 성에 차지도 않는다.


나름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중에서 청웅의 귀를 충족시켜 주는 가수들은 손에 꼽을 정도.


오죽하면 회사에서도 루나를 포함해서 음악 쪽으로 활동하는 요괴들이 다른 분야에 비하면 아주 적은 수였다.


연기를 하든 개그를 하든 어느 분야를 선택하든 방임이라고 해도 될 만큼 다른 것에는 터치를 하지 않았지만, 가수는 달랐다.


청웅은 오로지 자신이 인정한 요괴들만을 회사 소속의 가수로 이름을 내는 것을 허락하고 있었다.


그답지 않다 싶을 정도로 이 부분에는 무척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서 다들 이상하게 여기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또한, 이현수는 그런 청웅보다도 더 까다로운 귀를 가진 인간.


그가 요괴 소굴 싫다고 싫다고 매일 비명을 지르고는 있지만, 사실 요괴들만큼 그의 노래를 잘 소화하는 이들이 없었다.


대표적인 예가 역시 루나고. 보통 인간들에게는 어려운 곡을 주로 쓰고 있다.


더군다나 이현수의 입에서 ‘OK 사인’이 떨어질 정도로 괜찮게 노래를 부르는 이는 더더욱 극소수다.


그런데도 자신에게 데려왔다는 건 현재 청웅이 엄청나게 심술을 부리고 있다는 뜻.


쓰흡─.


순간 슬기가 크게 호흡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들이마신 숨 일부를 내뱉으며 <Red Moon>의 첫 부분을 불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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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세계의 심마니가 되다 24.08.27 1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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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4 0 12쪽
»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0 0 12쪽
10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2 0 13쪽
9 마주 잡은 손 24.08.27 23 0 11쪽
8 요괴 기획사 24.08.27 22 0 11쪽
7 요괴 기획사 24.08.27 24 0 13쪽
6 너, 내 아이를 낳아라 24.08.27 31 0 12쪽
5 차원의 저편 24.08.27 30 1 14쪽
4 우리 도련님이 고자라니! 24.08.27 33 0 12쪽
3 남자는 차원의 패자가 되길 소망했다 24.08.27 35 0 13쪽
2 남자는 차원의 패자가 되길 소망했다 24.08.27 4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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