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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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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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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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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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의 심마니가 되다

DUMMY

“저의 허가하에 은후 님 측의 몇 사람을 이미 서방 차원으로 보냈습니다.”


“그렇군.”


“타 차원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선 안에서 소수만 추렸고 활동도 추적까지만 가능하지만, 저희 마녀들 쪽에서도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마무리되면 마녀 측에 적절히 사례하지.”


“그냥 그때 도련님이 백호 가문 놈들을 진작 다 쓸어 버리셨으면 이렇게 귀찮은 일은 없었을 거잖아요.”


검은 여우가 은후를 보며 투덜거렸다.


“하여간, 은근 정에 약하다니깐. 괜히 아란 님 때문에······.”


“시끄럽다.”


은후의 호통에 여우가 바로 입을 다물긴 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불만스러워 보였다.


도련님은 타인에게 결코 쉽게 마음을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와 가까운 지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은 그야말로 다섯 손가락으로도 다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소수다.


그러나 은후는 일단 한번 마음을 허락한 상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하필 그중에는 선대 요마왕의 막내아들인 아란이 자리하고 있었다.


‘요마왕이 비록 내 원수일지언정, 아란은 여전히 내 친구다. 둘은 완전히 다르고 별개야. 결코, 같을 수 없어.’


은후가 백호 가문의 씨를 완전히 말려 버리지 않고 남겨 둔 이유. 아란도 자신처럼 가족이 없는 외톨이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확실히 아란의 개입으로 인해 허무하리만치 쉽게 어머니를 잃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은후는 그를 탓하지 않았다.


“도련님. 만약에 아란 님이 직접 도련님에게 제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 하면요? 그럼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그렇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상관없다.”


“······정말이십니까?”


“그래. 나 역시 바라던 대로 내 복수를 했다. 그게 녀석이 정한 선택이라면 받아 줄 것이다. 그렇다고 순순히 봐주지는 않겠지만.”


은후는 정말 별거 아니라는 듯 퉁명스런 표정으로 그렇게 답했다.


그리고 여우의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전해 듣기로 아란 님은 마님이 돌아가신 그날로부터 자신을 자책하며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홀로 가문 소유의 산속 깊숙한 곳에 들어가 스스로를 봉했다.


때문에 사실 그때 이후로는 아란 님을 만나지 못했다. 단 한 번도.


도련님 역시 그가 몸을 숨기고 있는 곳을 먼저 찾아가지도 않았다.


눈치로 추측건대, 아무래도 은후 도련님은 아란 님 본인이 먼저 진정으로 원해서 자신에게 돌아올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과연 그런 날이 정녕 올지는 의문이지만.


예전엔 검은 여우 역시 은후 도련님과 함께 아란을 아꼈었다.


그러나 여우는 마님이 죽는 그 순간부터 아란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을 철저히 죽여 버렸다.


그리고 단지 적으로만 간주하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 도련님의 명령을 그대로 따르고는 있지만, 은후의 행동이 전부 다 이해되는 것은 아니었다.


마님의 친자인 그가 자신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라 여겼는데, 결과는 아니었다.


도련님은 정말 한 번도 아란을 원망하지 않았다.


마님과 도련님의 사이가 워낙 각별했었기에, 여우에게 이는 더더욱 예상 밖의 일이었다.


“일단은 지켜보도록 하지.”


은후가 말했다.


이번에 습격을 일으켰다가 잡힌 무리는 전부 가차 없이 처분을 받을 것이고, 아강의 추격은 좀 더 결과를 기다려 보아야 했다.


그럼 지금 선에서 가능한 일들은 얼추 마무리되었고.


은후는 구석에 홀로 앉아 홀짝홀짝 차를 마시고 있는 슬기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슬기의 어깨가 흠칫하고 굳는 것이 확연히 눈에 띄었다.


그렇지 않아도 보통 인간들보다 시력이 월등한 요괴인데, 은후가 그것을 놓칠 리가 없다.


은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기분이 나쁘다.


왜 그녀가 자신을 두려워하기 시작한 걸까.


조금 전의 싸움이 인간인 그녀에게 그렇게나 무서워 보였나?


설령 정말 그렇다고 할지라도 슬기의 마음에 그에 대한 거북함이 조금이라도 생겨났다는 그 사실이 은후는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은후가 슬기에게로 다가갔다.


슬기의 몸은 더욱 뻣뻣하게 굳었다.


그렇지만 은후는 이번에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거침없이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어 의자에 앉아 있는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슬기.”


“······.”


“나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것을 알고 있다.”


“······.”


“믿을 수 없겠지만 너를 위험에 처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처럼 꼭 지켜 주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


“나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만에 하나 좋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거라면 그냥 바로 머릿속에서 지워라. 나는 너를 해치지 않아.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거짓 없이 솔직하게 직시하는 눈동자.


그것을 본 슬기의 얼굴이 복잡해졌다.


믿어도 되는 걸까, 이 요괴를.


자신이 정말 그를 믿을 수 있을까.


미처 숨기지 못한 그녀의 그런 감정들이 은후에게 고스란히 읽혔다.


“······그래도 계속 나를 믿지 못하겠다면, 우리의 계약을 믿어라. 그것은 마녀의 힘으로 이루어진 약속. 절대로 어긋날 수 없는 속박의 언약.”


“······.”


“나는 네가 무사히 가수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대신 너는 내가 약의 재료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그 계약이 유효한 동안 나는 반드시 너를 지킬 것이다.”


슬기는 처음 은후와 계약을 했을 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그러자 풋, 하고 웃음이 났다.


그러고 보니 처음에 자신은 은후를 전혀 믿지 않고 있었다.


그저 어서 저 이상한 아저씨가 자신을 그만 좀 괴롭히고 빨리 사라져 줬으면 하는 마음에 그가 시키는 대로 했었을 뿐이다.


이후에 곧바로 은후가 보여 주는 신비한 능력에 그가 사실 악마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했었다.


그러고는 자신도 할머니처럼 이제 신비한 존재들을 볼 수 있게 된 건가 했었지.


알고 보니 그런 존재는 슬기가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 여러 곳에 많았다.


그 예 중에 하나가 바로 루시퍼 엔터테인먼트였고.


뭐, 여하튼 그땐 정말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 내밀어진 은후의 손이 인생의 마지막 기회처럼 여겨졌다.


그 이후로는 또 어땠더라.


믿든 믿지 않든 상관없었다.


그가 진짜 악마라도 상관없다고 여겼었다.


자신의 꿈이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영혼을 파는 악마의 계약도 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피식하고 웃었다.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렸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하지.


그런 생각을 했던 게 불과 며칠 전인데, 이제 와서 그가 두렵다니 우스운 일이다.


손을 내밀었다.


이게 정말 자신이 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지와 달리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슬기는 은후의 기다란 은빛 머리카락 몇 가닥을 살짝 잡았다.


“솔직히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무서워요, 정말로. 그렇지만 노력해 볼게요. 나도 내가 한 약속을 지키겠어요.”


“······그래. 우선은 그걸로 되었다.”


은후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고 있는 슬기의 손을 잡았다.


슬기의 손은 여전히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주먹을 꽉 쥐고서 긴장하고 있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이제 제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그것이 은후의 눈에는 무척 안쓰러웠고 가여워 보였다.


은후는 천천히 슬기의 손을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그리고 그녀의 손등에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가 떼었다.




“슬기 님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은 어찌 보면 중앙 차원의 심마니라는 직업과 가장 유사합니다.”


시엘이 앞으로 슬기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설명했다.


슬기는 온통 새빨갛게 물든 얼굴을 한 채로 시엘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그렇지만 자꾸 본능적으로 옆에 앉아 있는 은후에게 눈이 갔다. 계속 힐끗힐끗 곁눈질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태연하지?


자신은 당황해서 아까부터 온몸이 화끈거리고 열이 내려가지 않고 있는데, 이 뻔뻔한 요괴 남자는 여유롭게 자신의 옆에서 꽃차를 마시고 있다.


조금의 변화도 없는 그의 평온한 얼굴을 보자 살짝 화가 나려 했다.


요괴들은 다 이런가? 어?


막! 어? 뻔뻔하고 바람둥이 기질이 있는?


이렇게 아무한테나 다 끼 부리고 다니고! 어?


그들에겐 이런 게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닌데 자신이 과민 반응하는 걸까.


나중에 이에 관해 또 흑아에게 자세히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다짐하며 슬기는 은후에 대한 경계심을 살짝 높였다.


그리고 다시 시엘의 말을 경청하기 위해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시엘에게서 들었다.


자신의 피에 이곳에서 산신이라 칭해지는 자의 힘이 조금 어려 있다고.


아주 먼 옛날에 선조와 산신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고, 그들이 남긴 후손들 중에 한 사람이 바로 그녀라고. 은후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거였구나.


느닷없이 찾아온 행운으로 기회를 잡았다고 여겼는데, 알고 보니 이런 연유가 있었다.


만난 적이 없는 조상님에게 무척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인연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지금도 계속 얼굴 흉터를 치료하고 가수가 되기 위해서 언제까지고 방황했을 것이다.


“산신의 영역에는 이제 그의 피를 이은 후손들 말고는 출입이 불가합니다. 주변으로 아주 강력한 결계가 펼쳐져 있어서 자격이 없는 이들이 접근하면 그들은 곧장 경계 밖으로 밀려 나게 돼요.”


“헤에.”


“그런 자들이 영역 안으로 들어가고자 할 시에는 자격이 있는 이와 꼭 함께 입산해야만 결계의 힘을 피할 수 있습니다.”


“······심마니보다는 무슨 놀이공원 입장권이 된 거 같은데.”


꼭 슬기가 있어야지만, 약재를 구할 수 있는 산 안으로 무사히 들어갈 수가 있단다.


은후가 했었던, 같이 약재를 구하러 가자는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또한, 자격이 있다고 해서 그와 함께 여럿이 같이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한 사람당 꼭 한 사람씩만 데리고 갈 수 있어요. 그래서 아쉽지만 저나 흑아 님은 슬기 님을 따라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네?”


또 힐끗 은후를 살피던 슬기의 눈알이 삐걱거리며 돌아갔다.


반문했지만 시엘은 어색한 웃음만을 지어 보였다.


그러니까 지금 그녀가 한 말은······.


“산신의 영역에는 은후 님과 슬기 님, 두 분이서만 들어가셔야 합니다.”


잠시 망설이던 시엘이 다시 입을 열었다.


확인 사살과도 같은 그 말을 들은 슬기는 소리 없이 입만 뻐끔거렸다.








“저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얼.”


몰래 검은 여우를 구석으로 데려와 물었다.


혹시 은후가 바람둥이냐고.


평소에도 막 여자들에게 끼 부리고 다니는 그런 요괴냐고. 아까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얼대로 아니야! 절대로!”


목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여우가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저었다. 그것도 엄청 심각한 표정으로.


“그런데 어떻게 그런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죠?”


슬기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했다.


은후의 스킨십은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분명 여자 한둘 만나 본 게 아닌, 바람둥이 중에서도 상바람둥이가 틀림없을 거라고 짐작했는데, 여우가 그건 절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한다.


은후의 가신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도 의문이야. 진짜로 죽을 저주에 걸려서 저러나. 왜 안 하던 짓을 자꾸 하고 그런대. 보는 내가 다 불안하게.”


검은 여우도 도저히 알 수 없다고 했다. 도대체 은후가 왜 저러는지 자기도 정말 궁금하다고.


지금 도련님이 보여 주는 것들은 그가 평생 알아 왔던 이전의 모습들과 어딘가 분명 다르다고도 말했다.


“흠. 사실 외간 남자랑 단둘이 산에 들어가야 한다 해서 걱정이었거든요. 거기다 저 사람, 왠지 모르게 어딘가 터치도 너무 자연스럽고. ······괜찮겠죠?”


슬기가 불안한 듯 물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왜냐하면, 지금 도련님은 고······. 아니다. 뭐, 몸 상태가 안 좋기도 하고. 어쨌든 내가 보증할게. 괜찮아, 괜찮아. 우리 도련님 신사야.”


여우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 도련님은······.


‘사실 신사이기 이전에 고자란다, 고자.’


그러니까 그런 걱정할 필요가 하나도 없다고, 여우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그 말을 겨우 참고 속으로 삼켰다.


슬기는 그런 여우를 긴가민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 불안하면 마녀한테 마법이라도 걸어 달라고 그래.”


“마법이요?”


“응. 마녀들 그런 거 잘해.”


그런 거? 뭔지 잘 모르겠지만, 우선 시엘 님에게 물어서 부탁을 한번 해 봐야겠다.


슬기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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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달과 별 그리고 폭포수 아래서, 그대와 나 24.08.27 22 0 11쪽
» 이세계의 심마니가 되다 24.08.27 21 0 13쪽
15 이세계의 심마니가 되다 24.08.27 19 0 13쪽
14 이세계의 심마니가 되다 24.08.27 20 0 11쪽
13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1 0 11쪽
12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4 0 12쪽
11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0 0 12쪽
10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2 0 13쪽
9 마주 잡은 손 24.08.27 23 0 11쪽
8 요괴 기획사 24.08.27 22 0 11쪽
7 요괴 기획사 24.08.27 23 0 13쪽
6 너, 내 아이를 낳아라 24.08.27 31 0 12쪽
5 차원의 저편 24.08.27 30 1 14쪽
4 우리 도련님이 고자라니! 24.08.27 33 0 12쪽
3 남자는 차원의 패자가 되길 소망했다 24.08.27 35 0 13쪽
2 남자는 차원의 패자가 되길 소망했다 24.08.27 4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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