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1,439
추천수 :
1
글자수 :
431,031

작성
24.08.27 06:53
조회
21
추천
0
글자
11쪽

Radio Killed The Video Star

DUMMY

“음? 신인 가수? 우리 회사에서?”


라디오 3부를 시작하기 전, 주어진 짧은 쉬는 시간 사이. 물을 마시며 매니저의 이야기를 듣던 루나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뭐야, 너도 몰랐어?”


“처음 듣는 이야긴데. 누구지?”


워낙 제멋대로 살아가는 요괴들이 대부분이고, 또 그렇게 통제가 힘든 존재들의 집합소인 루시퍼긴 해도 새로운 연예인을 세상에 내놓기 전에 보통 내부에는 먼저 알리긴 했었다.


도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말도 없이 갑자기 일을 벌이는 걸까.


“이야기 들어 보니까, 프로필 사진 촬영은 고사하고 아직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다던데. 달랑 이번에 나올 노래 한 곡 녹음한 게 다래.”


“그래? 흠, 정말 이상한데.”


“그래서 그거 이외에 준비할 작업 시간 벌려고 당분간만 얼굴 없는 가수 콘셉트로 간다던데?”


“뭘 그렇게까지 급하게 하는 거지? 그럼 그냥 차근히 다 준비해서 시작해도 될 텐데.”


“난들 아나. 오 팀장님도 대표님이 우겨서 진행한다는 투로 말하더라고. 그래도 결정에 크게 반대 안 한 거 보면 괜찮겠다고 판단을 내린 거겠지.”


“흐음.”


루나는 홍보 멘트가 정리되어 있는 시트를 뒤적거렸다. 크게 외우거나 할 필요가 없는 문구들이다.


단, 최대한 청취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할 것이라는 주의점에는 느낌표가 잔뜩 박혀 강조되어 있었다.


“아, 그리고 이 곡이 자작곡이라던데? 그걸 현수 씨가 어레인지했대.”


“······뭐?”


루나의 고운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하라는 내 곡 작업은 안 하고 딴짓거리하면서 놀았다 이거지?


순간 루나의 몸에서 옅은 요기가 섞인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어? 뭐야? 누가 혹시 에어컨 틀었어요?”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에게 곧 3부 들어간다는 것을 알려 주려고 다가오던 막내 작가가 느닷없이 느껴진 서늘함에 오들오들 떨면서 팔뚝을 쓸었다.


임정훈은 아차차 하며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루나가 이현수에게 얼마나 집착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실수했다.


“일단 다시 방송부터 하고.”


처벌은 나중에.


뒷말은 삼켰지만, 임정훈의 머릿속에는 그녀의 속마음이 선명하게 잘 전달되었다.


‘현수 씨, 미안.’


다시 자리에서 대본에 집중하는 루나의 모습을 보며, 임 매니저는 속으로 그에게 애도를 표했다.


마지막 광고가 끝나고 3부가 시작되었다.


루나는 가벼운 사담으로 분위기를 풀었고, 고정 패널 두 사람과 함께 간단히 다음 코너를 소개했다.


입담이 좋은 개그우먼 박지혜와 개그맨 황지원 콤비다. 루나와도 라디오에서 꽤 오래 호흡을 맞춰 왔다.


[자, 금주의 핫이슈가 될 만한 것들을 미리 찍어서 선보이는 코너, <일단 그냥 찍고 봐!>입니다. 적중률 따위는 버리는 코너! 오늘은 제가 여러분들에게 들려 드릴 노래가 한 곡 있는데요.]


루나는 자신이 더 기대된다는 냥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놀라지 마세요, 여러분! 저희 루시퍼에서 이번에 신인 가수가 데뷔합니다!]


[캬! 루시퍼 신인이라니! 이거야말로 다들 손꼽아 기다려 온 소식이네요. 내놓았다 하면 어김없이 대박 스타가 되니까요. 화려한 비주얼부터 빵빵한 실력까지, 루시퍼 간판은 그야말로 보증 수표!]


[그렇고말고요!]


[그래서인지 보통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연예인 한 명만 좋아하기 마련인데, 신기하게도 루시퍼는 패밀리 전체를 따르는 팬덤 규모가 상당하죠.]


[그럼요. 그럼요.]


[그런 불패 신화의 루시퍼가 이번에는 또 어떤 보석을 준비했을지 개인적으로도 무척 기대됩니다. 사실 저도 정말 팬이거든요. 하하하.]


황지원이 능청스럽게 분위기를 띄웠다.


[아이고. 회사를 그렇게 띄워 주시니, 앞에 앉아 있는 제가 다 민망해지려고 하네요. 이거 새로운 디스법인가요?]


[오. 그러고 보니, 그 신인이 루나 씨 후배가 되네요. 아하, 이 양반 그래서 이번에 소개하려고 하시는구만. 후배 띄워 주려고. 그럼 여기서만 사알짝 썰을 풀어 보시죠. 이번 신인, 어떤 사람이에요?]


방송이라서가 아니라, 황지원은 정말로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루나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하하. 사실은 저도 잘 모른답니다.]


[예에?]


[회사 내부에서도 비밀에 꽁꽁 싸여 있거든요.]


[에이, 설마. 그래도 한솥밥 먹는 사이······. 어어? 이거 농담이 아니고 진짠가요?]


루나가 전혀 농담을 하는 표정이 아닌 것을 알아챈 황지원이 당황스러워했다.


[네. 정말로요. 어찌나 보안이 철저한지, 전 얼마 전까지 성별도 모르고 있었어요. 그리고 아직도 얼굴을 못 봤다고요. 완전히 너무하지 않아요?]


[우와, 루시퍼 독하네.]


[맞아요. 나도 나름 회사에서 한자리하는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숨기다니!]


진짜 분하다는 듯 루나가 귀엽게 투덜대자, 주변에서 킥킥 웃음을 터트렸다.


[헤에.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꼭꼭 숨기는 걸까요?]


박지혜가 물었고, 황지원도 의아해했다.


[그러게요. 루시퍼 대표님이 괴짜인 거야 워낙 이 바닥에 소문이 쫙 나 있는 거라 어떤 기행을 해도 새삼 놀랍진 않은데, 궁금하긴 하네요.]


[얼굴 보수 공사가 덜 끝났나.]


박지혜가 툭 던진 농담에 또 깔깔깔 웃음이 터졌다.


루시퍼 연예인이라 하면 성형을 안 한 자연 미남 미녀들 집단으로도 유명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성형외과 의사들이 두 손 두 발을 다 들 정도다.


‘루시퍼의 누구누구처럼 해 주세요.’ 하는 환자의 요청에 함부로 손을 댔다가 망한 병원이 한두 곳이 아니다.


일반적인 다른 기획사의 연예인이라면 해당 사항이 있는 말이겠지만, 루시퍼만큼 성형 논란이 안 어울리는 곳도 없었다.


[글쎄요. 저도 실물을 못 봐서 뭐라고 해명의 말도 못 하겠네요. 실력이 짱짱하다는 것만 유일하게 들어서 말이죠. 음원을 공개해도 당분간은 얼굴 없는 가수로만 활동을 한다고 해요.]


[헤에. 그건 또 그거대로 재밌어 보인다. 기대되네.]


[자, 저 혼자만 당할 순 없죠. 같이 궁금해하면서 괴로워하자고요! 여러분 들어 보시죠. 신인 가수 슬기의 <유성>.]


사인을 받은 작가가 볼륨을 높였다.


그렇게 처음으로 슬기의 목소리가 라디오 주파수를 타고 세상 속으로 퍼져 나갔다.




「헐, 누구??」


「명불허전 루시퍼!!」


「루시퍼 신인 가수랍니다.」


「이름 : 슬기, 곡명 : <유성>」


「와, 씨. 목소리가 뭐 저래;;;」


「ㄹㅇ 사람 아님. 미쳤다, 진짜.」


「이 사람 데뷔 무대 언제라고 했죠?」




곡이 흘러나오는 내내 잠잠하더니, 노래가 완전히 끝나자마자 달밤 홈페이지 게시판과 트위터가 폭주했다.


대부분 슬기의 본격적인 데뷔 무대가 언제냐는 질문이 가장 많았다.


유료 문자 서비스로도 개의치 않고 끝없이 문의가 들어와서 다음 진행을 매끄럽게 이어 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우와! 우와!]


[이 정도면, 정말 얼굴이 없어도 가수 할 만한데요?]


현장의 분위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황지원은 계속 우와, 하는 감탄사만 연발하고 있었고, 박지혜 역시 노래의 여운에 빠져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하하. 이야, 엄청난데요. 저도 분발해야겠네요.]


루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야말로 후배를 자랑스러워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녀는 그럭저럭 분위기를 수습하며 무사히 다음 코너로 넘어갔다.


그러나 테이블 아래로 꽉 쥔 루나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어?”


스케줄을 마치고서, 밴을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중이었던 걸 그룹 밀키웨이의 막내 시아가 탄성을 터뜨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목소리는 익히 그녀가 알고 있는 누군가의 것이었다.


“이, 이거 슬기 언니 목소리 아니야? 맞지? 응? 응?”


함께 허니 에스프레소라는 팀명으로 데뷔를 할 뻔했었지만, 사고가 나서 불발이 되었다.


그리고 활동이 불가능할 거라 판단된 슬기가 회사를 나가고 난 뒤에는 남은 멤버들로만 다시 팀을 꾸려 밀키웨이란 4인조 걸 그룹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슬기와 가장 친하게 지냈던 시아는 계속 호들갑을 떨면서 옆자리의 언니들에게 물었다.


“마, 맞는 거 같은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같은 멤버인 로빈과 하나는 역시 떨떨한 표정을 지었지만, 시아의 말에 수긍하고 있었다.


함께 연습한 시간이 얼만데, 그녀들이 슬기의 목소리를 못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아니, 비록 그 시간이 짧았다 하더라도 슬기의 목소리는 쉽게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와! 진짜 어떻게 된 거지? 얼굴 상처는 다 나은 건가?”


“시아야, 한번 연락해 봐.”


“아, 그렇지. 응!”


흉터를 완전히 치료한 건가. 그럼 다행이다. 혼잣말하며 시아가 스마트폰을 꺼냈다.


실은 슬기 언니가 마음 아파할까 봐 따로 먼저 데뷔한다고 이야기를 제때 하지 못했었다.


가끔 연락은 주고받았지만 얼굴 치료에 관한 얘기도 되도록 피해 왔었다. 이제 완치가 된 거면 좋을 텐데.


정말 재능이 많은 언니였다. 그래서 그녀가 다쳐서 활동이 힘들어졌을 때, 얼마나 안타까워했었는지 모른다.


뚜루루루루─.


몇 번이나 신호음이 울렸지만, 슬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시아는 아쉬워하며 그녀에게 장문의 문자를 남겼다.


“왜? 안 받아?”


“응. 바쁜가 봐. 그래도 문자 남겼어.”


자신이 안타까웠던 만큼 내심 두 언니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두 사람의 얼굴이 살짝 들떠 있었다.


로빈과 하나, 그리고 시아는 슬기의 데뷔 소식에 대한 흥분으로 조금 전까지 온몸을 짓누르고 있던 피로도 잊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점점 목소리가 커지려다가, 로빈이 힐끗 옆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 야. 세영이 잔다. 많이 지쳤나 봐. 조금만 목소리 낮추자.”


목베개를 둘러메고서 유리창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눈을 감고 있는 민세영이 보였다.


“응.”


“와, 근데 대박이다. 어떻게 치료를 한 거지. 진짜 심한 흉터였는데.”


“정말로.”


다시 시작된 대화.


한껏 낮춘 세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민세영이 살짝 감았던 눈을 살포시 떴다.


어지럽게 흔들리는 눈동자.


그녀의 얼굴이 한껏 굳어 있었다.




“슬기, 일어나라.”


“으음. 할머니, 제발 5분만 더 자고.”


“얼른. 일할 시간이다.”


어? 그런데 할머니 목소리가 이렇게 남자다웠나?


한번 의문이 들자 천천히 머리가 맑아지면서 잠이 깼다.


슬기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아직은 흐릿한 시야에 은빛 머리카락 미남자의 얼굴이 확대되어 보였다.


“······꺄아아아아아아!”


너무 가까이 다가와 있는 얼굴을 인식하고 놀란 슬기가 소리를 질렀다.


“비명도 듣기 좋군.”


알아듣기 힘든 소리를 하며 미남자가 혼자 고개를 끄덕거렸다.


까, 깜짝이야.


얼굴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진짜 놀랐다.


거의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거리만 겨우 남겨 두고 있었으니까.


‘하마터면 몸 일으키다가 뽀뽀할 뻔했잖아!’


그렇게 따지려고 했는데, 그가 먼저 선수를 쳤다. 은후가 자신의 눈앞으로 불쑥 손을 내밀었다.


“자, 가자. 이제 이쪽 일을 해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두근두근 뮤직비디오 촬영 24.08.27 17 0 12쪽
20 두근두근 뮤직비디오 촬영 24.08.27 17 0 11쪽
19 달과 별 그리고 폭포수 아래서, 그대와 나 24.08.27 16 0 11쪽
18 달과 별 그리고 폭포수 아래서, 그대와 나 24.08.27 17 0 11쪽
17 달과 별 그리고 폭포수 아래서, 그대와 나 24.08.27 22 0 11쪽
16 이세계의 심마니가 되다 24.08.27 21 0 13쪽
15 이세계의 심마니가 되다 24.08.27 19 0 13쪽
14 이세계의 심마니가 되다 24.08.27 20 0 11쪽
»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2 0 11쪽
12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4 0 12쪽
11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0 0 12쪽
10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2 0 13쪽
9 마주 잡은 손 24.08.27 23 0 11쪽
8 요괴 기획사 24.08.27 22 0 11쪽
7 요괴 기획사 24.08.27 23 0 13쪽
6 너, 내 아이를 낳아라 24.08.27 31 0 12쪽
5 차원의 저편 24.08.27 30 1 14쪽
4 우리 도련님이 고자라니! 24.08.27 33 0 12쪽
3 남자는 차원의 패자가 되길 소망했다 24.08.27 35 0 13쪽
2 남자는 차원의 패자가 되길 소망했다 24.08.27 44 0 11쪽
1 소녀는 별이 되기를 꿈꾸었고 24.08.27 88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