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치킨이 더 강한 먼치킨을 낳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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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탄토
작품등록일 :
2024.08.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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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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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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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1화.


그가 언제부터 ‘자아’를 갖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19호의 육신은 분명 성인의 것이었지만, 그에겐 자아가 허락되지 않았다. 목적에 의해 움직이는 생체골렘. 그것이 그의 정체였다.


19호를 부리는 집단의 이름은 개천교. 19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교리를 부르짖으며 행동하는 단체. 19호는 그들이 다루는 실험체이자, 날카로운 칼날이었으며, 언제든 쓰고 버릴 수 있는 감정 없는 소모품이었다.


19호는 개천교의 명령에 의해 수많은 살행을 저질렀다. 얼마나 많은 피가 그 손에 묻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는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되었다.


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하늘을 보게 되었고, 나무 위의 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으며, 벽돌을 뚫고 자라난 작은 풀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한 번 피어난 세상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는 탐욕스럽게 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개천교가 무엇인지,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행위는 과연 ‘옳은지’.


도구에게 허락될 리 없는 감정을 느낀 19호.


수년의 세월 동안 관리자들의 시선을 피해 수집한 정보를 종합해 본다.


개천교는 틀렸다.


그릇된 집단이다. 아니,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될 것들이었다.


그러나, 고작해야 도구에 지나지 않는 19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19호는 관리자의 명령에 저항할 수 없었고, 그 저항은 결국 부질없는 시도로 끝날 게 뻔했으니까.


고통스럽다.


육체적인 의미가 아닌 정신적인 고통이 19호를 좀먹어갔다.


**


그리고 어느 날,


1급 사제는 19호를 비롯한 생체 병기들, 그리고 그것들의 관리자를 소환했다.


“개조해라.”

“이것들은 이미 완성된 물건들입니다.”


도저히 사람을 향해 하는 말이라고는 할 수 없는 말들. 19호는 묵묵히 그들의 대화를 경청했다.


“몬스터의 인자를 융합시키라는 소리다.”

“예?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하루도 지나지 못해서 자멸하겠지. 하지만 상관없다. 그렇게 쓰기 위해 개조하라는 말이다.”

“예, 알겠습니다.”


이해한 이상, 반론은 허락되지 않는다. 1급 사제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


지옥과도 같은 고통이었다.


자아를 잃은 것이라 하나, 고통을 모른다면 생체 병기로 써먹기 오히려 힘들다. 실험실엔 고통을 견디지 못한 비명과 경련, 흘러내린 피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점들이 즐비했다.


끔찍한 시간을 넘어 살아남은 건, 19호를 비롯한 7기의 생체골렘.


“쉰 마리를 갈아서 고작해야 일곱인가.”


희미하게 정신이 돌아온 19호가 처음으로 들은 말. 가슴이 싸늘해진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다. 심장이 더 빠르게 뛰는 것만 같다. 아니, 아직 19호 자신에게 심장이라는 게 남아 있긴 하는 걸까?


모른다. 알 수 없다. 그렇기에 괴롭다.


‘왜 난, 깨어난 거지?’


그 갈려버린 생체골렘 중 하나가 되었다면, 이런 괴로움은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육체적인 고통을 넘어선 정신적 고통. 존재에 대한 의문, 끝이 보이질 않는 절망 앞에 선 좌절감···.


‘날, 날 죽여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메아리치지만, 개조된 이 몸의 성대 하나조차도 19호는 마음대로 조정할 수가 없었다.


생체골렘


그 명칭에 더욱 적합해지도록 개조되고 변화된 것이다. 기능의 활성화로부터 생존 가능한 시간은 불과 다섯 시간여. 개조된 생체골렘은 그 제한 시간 동안 모든 것을 불사르고 사라진다.


“어쨌든 일곱이면 수는 맞췄군. 움직이지.”


관리자 및 연구소의 직원들은 ‘친히’ 수레에 담아 생체골렘을 어떤 장소로 이동시켰다. 지금 발동시켰다간 타이머가 작동하게 되니 이런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


초점이 희미한 눈으로 19호는 연구소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분노


성격이나 말투 같은 것을 알 리가 없는 생체골렘들의 ‘부품’이 연구소 바닥에 아무렇게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떠오른 감정.


그릇된 집단이 그릇된 일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개조된 일곱 기의 골렘을 어디에 쓰려는 것일까?


막아야 한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그 괴리감 사이에서 허덕이는 19호. 하지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건 19호가 자아를 지니고서 떠올린 첫 번째 감정.


‘너희도 같은 걸 느끼게 할 거야.’


‘복수’라는 어휘조차도 알지 못한 불완전한 지식. 하지만 지능 자체가 낮은 건 아니다. 그는 기억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연구실의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무가치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작은 정보 하나가 큰일을 이룬다. 생체골렘의 본능 속에 새겨진 몇안되는 교리에 따라 그는 기억 속에 모든 것을 쑤셔 박았다.


**


19호가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였다.


어두운 밤, 건너편으론 그 어둠과 대비되는 찬란한 불빛이 보였다. 그 극단적인 대비가 마치 19호 자신을 상징하는 것만 같았다.


“이것들한테도 설명이 필요한가?”

“아뇨, 설계 때부터 뇌에 심어두었습니다. 정해진 대로 움직일 겁니다.”

“그건 편하군.”


희미하게 들려오는 관리자의 목소리, 그리고 들어보지 못한 이질적인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든다. 아마도 관리자와 대화하는 그자가 이 작전을 이끄는 듯했다.


“강화형 골렘들의 약점은 돌발상황입니다. 그것에만 주의해주시면 됩니다.”

“흐, 뭐 그럴 일이 있겠나. 임신 중인 여자 하나를 제거하는 일인데.”

“그 여자가 염제만 아니었다면, 저도 걱정하진 않았을 겁니다.”

“하하하, 직접 작전을 수행하는 나보다 자네가 더 걱정이 많은 것 같군. 자네도 알지 않은가? 그 여자는 지금 맨몸이나 마찬가지야.”


여자, 염제


19호의 뇌리에 그 키워드가 맴돌았다.


염제는 그도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개천교가 노리고 있는 인물이었으니까. 9성 기사, 절대자라고까지 칭해지는 경지. 그것에 발을 디딘 무인 중 하나.


‘안 돼.’


19호는 반사적으로 그 말을 입에 머금었다.


염제는 정의로운 인물이다. 최소한 19호가 알기론 그러했다. 그녀는 빈민들을 위해 검을 들었고, 약자들을 위해 검을 들었다. 효율성을 문제로 그 어떤 세력도 손을 뻗지 않았던 ‘아나한’이라는 작은 마을을 위해 나선 건 그녀가 유일했고, 그 누구도 성룡과 수백 마리의 몬스터를 그녀 혼자 쓰러트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동화 같은 이야기. 꿈과도 같은 이야기. 그리고 정의로운 이야기.


19호는 상상 속으로 밖에 그릴 수 없는 이야기. 그 주인공. 이 끔찍한 세상 속에 빛과도 같은 여성.


19호는 표정을 바꿀 수 없는 얼굴로 울었다. 그 누구도 그의 울음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지만, 그의 영혼은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고 싶지 않다.


이 저주받은 몸의 최후로 또 다른 비극을 낳고 싶지 않았다.


하나, 생체골렘의 관리자인 사제가 마법을 펼치자, 그의 육체는 그의 의지에 반하여 꼭두각시처럼 움직였다.


혼과 격리된 육체.


그게 바로 생체골렘의 요지였으니까.


개천교의 목표는 교역도시 리알


그곳에 숨겨진 안가.


**


어떻게 풍경이 변화하는지조차 인지하기 힘들었다.


강화된 상태의 육체는 19호 자신의 예측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인간의 다리처럼 보이지만 그 힘줄은 오크의 것이었으며 대퇴부의 뼈는 저 산악지대에서 산다는 바포메트의 것. 근육은 오거의 것.


말도 안 되는 조합이었지만, 개천교의 기술은 그것을 생물로서 기능하게 만들고 있었다. 경이로운 가속력. 공중에서 건물을 박차고 움직이는 데에도 소음하나 나지 않는 모습엔 침음성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빛의 세계로 넘어간 어둠의 무리. 그들은 리알의 외곽에 있는 허름한 여관으로 스며들었다. 주위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고요했다.


19호의 망막에 바닥에 쓰러진 전사, 그리고 민간인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염제를 호위하기 위한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민간인일까.


“투입.”


관리자는 작게 중얼거렸고, 그 순간 19호의 몸이 기계처럼 반응해 움직였다. 그것은 기묘하고도 불쾌한 경험이었다. 단순히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머릿속으로 이 여관의 구조도가 떠오른다. 19호가 외운 게 아니다. 문자 그대로 ‘주입된’ 것이다.


폭발적으로 움직이는 일곱 기의 생체골렘, 그리고 개천교의 1급 사제 두 명. 아무리 염제라지만, 오러를 제대로 쓰지 못한 상대론 과한 전력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준비한 수단이다.


1급 사제 하나가 마법을 발해 방 문째로 날려버렸다. 그곳엔 흑발에 보랏빛 여성이 칼자루를 움켜쥔 채 서 있었다.


“1급 사제 겨우 둘? 나도 얕보였나 보네.”


태연한 얼굴. 얼마든지 덤벼보라는 기세.


하나, 1급 사제 게이루크는 비열한 웃음을 지은 채 소리쳤다.


“허세 부리지 마라. 오러 하나 쓰지 못하는 몸인 주제에!”

“글쎄. 그건 두고 봐야겠지.”


검은 머리카락이 하늘에서 춤을 춘다. 앗 하는 사이에 움직인 그녀의 발걸음을 19호에 장착된 아이언 호크의 안구가 포착한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눈에 잡히니 뇌가 타는 것 같았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몸이 망가지고 있다.


그걸 확인하면서도 그는 안도했다. 염제의 움직이는 분명 눈으로 읽을 수 있었지만, 읽을 수 있다고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몸 선에 한 줄기 날카로움이 어린다.


“큭! 빌어먹을 년이!”


염제가 노린 것은 1급 사제의 목덜미. 경동맥을 파고들진 못했지만, 그래도 얕지 않은 자상이 생겨 선명한 핏방울을 바닥에 흩뿌렸다.


염제의 표정엔 일절 변화가 없다. 고작해야 1급 사제다. 정상 상태의 그녀였다면, 단번에 아니 이 자리의 적이라고 생각한 모든 것을 싸그리 불태워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염제는 무의식적으로라도 배에 손을 가져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곳엔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이 자라나고 있었으니까.


‘대체 어디에서 빠져나간 거지?’


소문의 출처를 알 수 없다. 태아에게 작열의 오러를 전수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무방비가 되었다는 건, 아주 가까운 이에게 밖에 흘리지 않은 정보다.


그렇다는 건,


‘배신자.’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상관없다. 오러를 쓰지 못한다고 해도, 무위 자체가 어디에 가는 건 아니다. 이 정도의 적이라면 감당할 수-


예리한 면도날 같은 칼날이 그녀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다. 읽지 못했다. 읽을 수 없었다. 도저히 가능한 속도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을 스치고 지나간 암살자를 바라보다가 증오스럽다는 듯 소리쳤다.


“네놈들! 인간의 몸에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인간이라니, 그건 골렘이다.”


비열한 미소를 베어 물은 1급 사제. 생체골렘의 육체적 스펙은 1급 사제와도 맞먹는다. 물론, 사고력이 부족하고, 오러도 쓰지 못하지만, 대신 몬스터의 강인한 부위들을 덧댔으니 위력 자체론 뒤지지 않는다.


“흠, 실망이군 독은 듣지 않는 모양이야.”


그녀를 스치고 지나간 건, 저 남부의 열대림에서 산다는 칼날 매미의 날개. 그 날개는 칼날 같았고, 안에는 치명적인 독액이 흐르고 있었다.


하나, 그녀는 상처를 입었을지언정, 중독증상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염제의 무공 ‘이그니션 로드’의 효능.


오러를 쓰지 못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내부에서 흐르는 힘 자체는 유지되는 모양이었다.


어떤 작용인지는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


“모두- 배를 노려라.”


그것은 명령이 아니다. 생체골렘의 명령은 말 따위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것은 염제를 뒤흔들기 위한 술책.


고요하던 염제의 눈이 분노로 물든다.


짓씹은 입술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마치 불꽃과도 같다.


19호의 몸도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초월적인 빠르기.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부서져 내리는 몸을 혈관에서 흐르는 트롤의 피가 일시적으로 붙잡는다. 움직임, 붕괴, 그리고 재생. 그것은 강화된 생체골렘의 기본적인 메커니즘.


생체골렘은 그 성능을 과시하며 몰아쳤다.


**


벌어지는 접전, 생체골렘은 사방에서 자신들에게 부착된 몬스터의 무기를 휘둘러댔고, 염제는 그 괴이한 공격과 1급 사제의 협공에 수세를 몰리길 반복했다.


그러나-


염제는 염제


그녀는 기어코 1급 사제 하나의 목을 깔끔하게 베어버렸으며, 다섯이나 되는 생체골렘을 쓰러트렸다. 남은 것은 두 기의 골렘과 1급 사제 하나.


물론, 염제도 무사하진 못했다. 전신에서 흘러내리는 피. 필사적으로 지킨 복부만은 멀쩡했지만, 어깨는 깊게 찔려 상당한 피를 흘리고 있었으며, 축 늘어진 손은 검을 드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19호의 전신에도 자상이 가득했다. 하지만, 관절은 멀쩡하다.


“으흐흐흐 괴물 같은 년! 죽어!”


1급 사제의 심장에서 코어가 요동쳤고, 코어의 부름에 반응한 마력이 그의 몸을 잠식했다. 고밀도로 압축된 송곳 같은 바람이 공간을 찢으며 그녀에게 도달한다.


한 호흡을 머금고 날아든 염제. 송곳을 피하지 않고 검으로 흘려낸다. 그건 그녀가 정점에 다다른 무인이기에 가능한 경지. 오러도 없이 마법을 흘려내 버리는 묘기에 1급 사제는 경악했고, 그녀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대체 언제 집어던졌는지도 모를 장검 한 자루가 그의 목을 꿰뚫어 버렸고, 1급 사제는 그대로 목을 감싸 쥐다 절명했다.


하나, 생체골렘에게 내려진 명령은 여전히 유효했다.


최후의 도박이 실패했다. 명령자는 다른 곳에 있는 걸까? 양측에서 몰아치는 남은 두 기의 생체골렘. 좌측의 6호, 우측의 19호.


그녀는 반사적으로 배를 가렸다.


‘안 돼.’


그녀는 죽는다.


19호는 그걸 직감했다. 내뻗어진 그의 손에는 드레이크의 이빨로 만든 단검이 합성되어 있었고, 19호는 그녀의 죽음을 확신했다.


보랏빛 눈동자가 19호의 눈을 스친다.


안돼. 싫어. 제발.


19호는 울부짖었다.


가치가 없는 삶이었다. 임무 사이사이 습득한 세상에 대한 정보.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끌어모았던 정보들. 그 정보들을 조합하면, 19호는 악인이었다. 그것도 구제할 여지도 없는 최악의 죄를 저지른 악인. 선량한 인간을 수도 없이 베어버린 살인귀.


그러나, 그렇게 죄와 오물로 뒤덮인 자신일지라도, 그 이상의 죄를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염제는 빛이다. 어두운 세상을 따뜻하게 감쌀 빛.


그 빛마저 가져가고 싶진 않았다. 지옥에 빠지는 건 자신 하나로 족하다.


그러니 제발···.


제발!


‘움직여!’


그리고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그의 영혼의 부름에 괴물이 되어버린 그의 육신이 반응했다. 그건 아주 찰나의 순간. 하나, 채 뻗지 못한 팔의 궤적을 바꾸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그 단검이 노리는 곳은.


6호!


사마귀의 눈으로 뒤덮인 괴물 같은 얼굴. 하나, 그 희미한 이목구비로 19호는 그가 6호였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으며, 비통하게 부르짖었다.


의미가 없는 고함. 하나, 그건 입 밖으로 새어 나오지 못하고 덧없이 흩어졌다.


마치 6호도 그걸 잘 안 다는 듯. 6호는 19호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6호의 심장을 파고들어간 드레이크 단검. 그리고 19호의 복부를 파고 들어간 6호의 장검.


두 생체골렘은 사이에 염제를 두고 서로를 찔렀고, 뜨거운 피를 흘리며 점점 무너지기 시작했다.


염제의 눈이 부릅떠졌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짐작할 수가 없었으니까. 19호는 점점 흐릿해지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사···살···.”

“네?”

“아···요.”


그리고 신은 그에게 최후의 미소를 남기는 걸 허락했다.


생체골렘이 된 남자가, 그녀를 구했다. 이런 일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하나, 그는 미소 짓고 있었다. 마치 종교화에나 나올 법한, 어딘가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한 미소.


염제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그의 손을 잡았다. 한 손으론 검을 찾아 그를 견제하면서도 괴물 같은 그의 손을 잡아준다. 싸늘하게 식어가는 손.


찾아오는 죽음.


피 그리고 피.


짙은 혈향이 뒤늦게 느껴지며, 염제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피와 피가 섞여 흐르는 끔찍한 세계에서 염제, 레이첼은 자신의 배에 손을 얹었다.


“제발, 무사해야 해.”


속삭이듯 중얼거리는 그녀. 그리고 레이첼은 19호의 감기지 않은 눈을 감겨주었다.


**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왜···.


“시안! 밥 먹자!”


어느덧 귀에 익어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목소리. 검은 머리카락. 보랏빛 눈동자를 지은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운 미녀가 그를 향해 미소지었다.


“엄마, 해 봐. 엄마.”

“아가씨. 아직은 무립니다. 아직 기어다니지도 못하신다고요. ”


머리를 짚는 유모의 목소리.


19호는, 아니 ‘시안’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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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37 mg*****
    작성일
    24.09.10 09:24
    No. 1

    작품 소개가 작품 이름이냐?
    작품 소개도 못하는 병신 같은 관행은
    누가 처음 시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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