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치킨이 더 강한 먼치킨을 낳음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티탄토
작품등록일 :
2024.08.28 16:06
최근연재일 :
2024.09.15 09: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5,973
추천수 :
83
글자수 :
124,360

작성
24.09.11 09:00
조회
119
추천
1
글자
12쪽

16

DUMMY

16화.


‘죄’에 대해서 들어보는 게 먼저다. 그는 주섬주섬 오검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요지는 오검자가 한 무리의 세력을 이끌고 온 것은, 검림을 집어삼키기 위해서였으며, 그것을 위해 검림주와 염제를 압박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것을 위한 일환이란다.


구구절절이 이어지는 설명에 시안은 귀를 기울였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저 아이들은 시안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검림주의 손주라던 라티나에게도 마찬가지. 폭언을 내뱉었긴 했지만, 그뿐이다.


그들이 노린 것은 피엘. 세력이 없는 이. 그 잔인함과 교활함은 전생의 개천교를 떠올리게 만든다. 다시 가슴이 두근거린다.


저쪽에서 수를 썼다면, 이쪽에서도 되갚아줄 뿐.


저들은 염제를 두려워하기에 교묘한 방법으로 수를 만든 것이다. 이런 일들이 하나하나 쌓여 문제를 만들 것이다. 상식이 부족한 시안이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결과다.


그렇다면, 원천 봉쇄가 최선이다.


시안이 곰곰이 생각에 잠긴 사이, 덱스는 자신의 ‘죄’라곤 그런 오검자의 말에 따른 것이라며 호소했다. 물론, 감정에 대한 호소는 시안에게 큰 의미가 없다.


시안은 무감정한 눈으로 덱스를 바라본다.


시안은 덱스와 말을 맞췄다.


“자백으로 가지.”

“예?”


조금 전까지 이득 운운하던 것을 생각하면 의아한 요구다. 눈에 의문을 품은 덱스. 그와 마주하는 시안의 보랏빛 눈동자. 검제의 것을 꼭 빼닮은 그것은 분명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웠지만, 덱스에게는 더없이 섬뜩하게만 느껴진다.


그 눈의 뒤에 얼음으로 만들어진 괴물이 있는 것 같다. 그가 자신을 빤히 바라볼 때마다, 절로 몸이 굳는다.


덱스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절대로 묻지 않겠다며, 시키는 대로만 행동하겠노라고 답한다.


-타고났군.


검의 촌평. 자기의 힘도 아닌 주제에 잘도 써먹는다. 전생의 19호는 히트맨이었다. 필요한 지식이나 명령도 강제로 주입됐으니, 머리를 쓸 일은 없던 셈이다. 그랬던 주제에 ‘공포’라는 힘의 실체를 깨닫고 그걸 활용하기까지 했다.


식은땀을 한가득 흘리는 덱스, 그를 내려다 보며 시안은 무심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너는 염제를 좋게 생각해 왔다. 장로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과 염제 사이에서 갈등하다, 염제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고, 모든 일을 염제에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흐름으로 가자.


덱스는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시안은 턱짓으로 그를 움직였다. 덱스는 황급히 아티펙트를 치웠고, 그와 교차하듯 레이첼이 문자 그대로 ‘하늘을 걸어’오는 게 보였다.


걱정이 가득한 그 얼굴을 보자, 무표정으로 얼룩져 있던 시안의 얼굴에 흐릿한 수채화와 같은 미소가 떠오른다.


시안은 점점 인간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레이첼이 시안의 마음을 감싼 얼음을 조금씩 녹여가고 있었으니까. 부모에게서 받는 사랑만이 아니다.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을 만났고, 그들이 당한 위협에 공감했으며, 분노하기까지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안은 분노를 절제했다. 아마 이전의 19호라면 분노를 느끼는 것도 어려웠을 테지만, 그것을 절제하기는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무너지지 않는다.


뿌리부터 차근차근 자라나고 있는 여린 나무. 나무는 육체적 성장과 더불어 정신적으로도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검은 그것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릴 수 있었다.


이제 어린 아이의 싸움은 끝이난 셈, 그것을 수습하는 건 어른의 몫이다.


검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리고 만다.


-자, 그럼 염제가 어떻게 나올까?



**


덱스는 곧바로 노검각을 향해 달려갔다. 덱스는 말을 쏘아대듯 내뱉으며, 검림주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검림주는 대경해 곧바로 움직였다. 염제에게도 사람을 보내 사건의 발생지로 이동한다.


염제는 소식을 듣자마자 움직였다. 사실, 그녀는 지속적으로 시안의 위치를 가늠하고 있었다. 9성 기사의 가공할 기감은 마법과도 다름없는 효과를 발휘한다. 고작해야 하급의 아티펙트로 기척을 감추고, 소리를 감춰봐도 9성 기사의 시선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염제는 마법사가 아니기에 아티펙트가 작동하고 있던 것까지 확인할 순 없었다. 거리도 먼 데다 초점을 오로지 시안에게 맞추고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시안의 몸엔 문제가 없다. 그것을 느끼고 있는 염제였지만, 두려움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단걸음에 시안을 향해 날아간다.


추성보


화령검과 더불어 레이첼의 무공을 이루는 핵심 중 하나. 레이첼의 몸을 충만하게 채우고 있는 오러가 이그니션 로드의 길을 따라 점화- 폭발적인 힘을 부여했고, 레이첼의 다리는 폭발적으로 허공을 누볐다.


한줄기 화염이 허공을 가른다. 푸른 하늘 위로 선명하게 돋아난 불의 길은 마치 하늘을 가르는 유성과도 같다.


보법의 우열을 따지는 대엔 속도, 회피, 공격과의 연계 같은 여러 요소가 고려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추성보는 수위에 꼽히는 보법이라고 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속도’라는 측면에선 누구나가 최고 중 하나로 꼽는 보법. 특히, 지그처럼 오로지 이동의 목적으로 쓰일 때는 더욱 그렇다.


검림주는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화염의 궤적에 섬뜩함을 느꼈다. 검림주, 구스타프 비셸의 보법도 그리 처지는 실력이라고 볼 순 없다. 하지만 따라잡으려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정도의 속도였다.


“방금 지나간 분이 염제인 겁니까?”


황당하다는 듯 물어오는 융. 그의 곰을 닮은 눈에도 경악이 떠오른다. 검림주는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염제라는 칭호가 아무에게나 붙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제(帝), 제국은 멸망한 지 오래되었고, 왕국조차도 남은 곳은 한 곳뿐이었지만, 왕, 제, 황과 같은 칭호는 정상의 경지에 다다른 이에 대한 찬사를 담어 붙여졌다.


동방의 고대어는 주로 무인들에게 적용된다고는 하나, 마법사가 아닌 검사가 불의 정점에 다다랐다는 평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


하늘을 갈라버릴 듯한 붉은 화염은 순식간에 하늘을 갈라 공터의 상공에 도달했다. 시안은 멋쩍은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양손을 들어 올렸고, 그 모습을 본 순간, 긴장으로 굳어있던 레이첼의 얼굴이 풀렸다.


레이첼은 허공에서 지면으로, 수직으로 강하했다. 중력의 힘을 빌린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대지를 향해 돌진한 것에 가깝다. 시안의 눈이 그 모습을 예리하게 살핀다. 평소에는 볼 수 없던 레이첼의 진정한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시안, 괜찮니?”

“네. 근데 쟤넨 안 괜찮아.”


시안은 이상한 말투로 한곳에 쓰레기처럼 모여있는 아이들을 가리켰다. 레이첼이 들은 거라곤 시안과 저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는 것뿐.


염제의 눈이 반짝인다. 저 아이 중 베인은 염제도 알고 있었다. 일검자의 자랑거리나 마찬가지인 아이. 2성 코어를 형성했다고 소문이 자자했으니까.


‘시안도 마음만 먹으면 올리는 건 금방이다 뭐.’


내심 그런 생각을 품고 있기에 레이첼의 기쁨은 더욱 커졌다. 시안에겐 다친 흔적조차 없었으니까. 아마 시안 혼자서 저 셋을 물리친 것이리라. 자연스럽게 정신을 잃은 아이들을 자세히 살핀다.


치명상이라 부를만한 상처는 없다. 하나, 정신을 잃을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상처는 하나같이 타박상의 일종이었다. 제대로 된 무술이라기보단 내키는 대로 때려서 만든 상처에 가깝다.


‘기혈이 역류한 걸 보면 단전 쪽을 때린 건가? 이쪽은 허벅지 뒤쪽의 근육, 뼈에도 좀 금이 간 것 같고, 이쪽은 턱이네. 이빨은.... 유치가 많길 빌자.’


무술의 수준은 아니지만, 주먹질도, 발길질도 평범한 아이의 수준은 벗어나 있다. 하나, 그에 대해서 의심하진 않는다. 시안의 신체 통제 능력은 레이첼도 경악할 수준이었고, 직접적으로 체술을 가르치지 않았을 뿐, ‘체조’에서 기본적인 주먹질과 발길질을 배웠으니, 그것을 조합한다면 불가능한 결과는 아니다.


“흐응, 그래서 이렇게 된 이유가 뭐니?”


레이첼은 사정설명을 들을 여유가 없었다. 시안은 무덤덤한 얼굴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일어 눈을 마주치기 어려웠다.


일은 시안이 저질러놓고 뒤처리는 레이첼이 하는 셈이었으니까. 아이답게 ‘혼날까 봐’라는 마음은 없었다. 시안이 선을 넘었다면 모를까, 이 정돈 정당방위 이내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야기를 들은 레이첼의 눈빛이 달라진다. 항상 생글생글 웃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니, 예상외로 섬뜩한 인상이 되고 만다.


“관심이 없는 것하고 멍청한 걸 구분하지 못하나 보네.”


히죽 다시 돋아난 웃음은, 평소의 레이첼과는 아득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익숙한 ‘엄마’의 모습이 아니다.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시안은 자신도 모르게 레이첼의 손을 잡았다.


“마침, 오는구나.”


시안은 느낄 수 없었지만, 레이첼은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 듯했다.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검림주와 융이었다. 융은 시안의 목검을 전해주기도 한 인물. 그리고 뒤를 이어 오검자가 나타났다.


스스로를 오검자라 칭한 다섯 명의 인물. 그들은 엉망이 되어 쓰러진 자신의 혈족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서둘러 다가가 그들의 상세를 살폈다.


“아이고! 이게 무슨 꼴이냐!”


일검자, 베릴이 눈물을 글썽이며 베인의 다리를 어루만진다. 오러의 파동이 파손된 근육의 형태를 바로잡았으며 실금이 간 뼈를 보호한다. 이검자, 제시카는 새카맣게 멍든 손자의 턱을 보며 눈에서 살기를 내뿜었다.


“어떤 놈이 감히!”

“놈?”


그들이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레이첼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간다.


그리고 그 순간, 항거할 수 없는 압력이 일대를 짓눌렀다. 끓어오르는 용암과도 같은 기세. 단번에 호흡이 어려워지며 눈가가 흐릿해진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 기세가 모두를 향한 게 아니라는 점. 대상은 오로지 다섯 명의 무인일 뿐, 그들이 데려온 식솔도, 기절해 있는 그들의 아이도 대상이 되지 않았다.


기세를 조절해 특정 대상만을 압박한다는 건, 그 자체로 초고난도의 무공이나 마찬가지.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린 염제를 검림주는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오검자로 향한다.


“커흐윽!”


오검자 중 제일의 무공을 지녔다는 일검자조차 제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은 고통에 몸부림친다. 눈앞이 붉게 물드는 것만 같다.


“재밌네요. 다시 한번 말해줄래요?”


보랏빛 눈은 귀기마저 어려있는 듯했고, 불타는 듯한 오러가 뒤섞인 눈동자는 바라보기만 해도 무언가를 태워버릴 것만 같았다.


“큭, 그, 게 아, 니....”


이검자 제시카는 비틀거리며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그 말은 언어가 되어 이어지지 못하고 무의미한 음절이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레이첼은 그 순간 기세를 풀었고, 그제야 오검자는 물에서 빠져나온 사람처럼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이것이 격차.


1성 무인과 4성 무인 사이의 차이보다, 6성 무인과 9성 무인의 차이가 더 크다. 그것은 ‘차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정도.


소문 속에서만 존재하던 이의 힘을 체감한 일검자의 얼굴은 파리하게 질려있었다. 진탕되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킨다.


“말해봐요. 뭐라고요?”


레이첼은 상냥하게 물었지만, 흉흉하게 불타오르는 그 눈동자를 마주할 수 있는 자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시안조차도 레이첼의 힘에 전율을 느꼈다. 그가 만나 본 모든 무인과 마법사 중 최고다. 누구와 비교할 수 조차 없었다. 감동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하나, 그 감동은 곧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꺄악! 멋져요! 레이첼님! 그래, 이거지. 이거야! 이걸 보고 싶었다니까!


소녀처럼 꺅꺅거리는 검의 파동이 그의 정신을 어지럽혔기 때문이다.


···시안이 한숨을 내쉬지 않은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그리고 검림주는 오검자와 레이첼의 앞으로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먼치킨이 더 강한 먼치킨을 낳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아침 9시 연재됩니다. 24.09.06 67 0 -
20 20 24.09.15 75 1 14쪽
19 19 24.09.14 83 1 13쪽
18 18 24.09.13 104 3 14쪽
17 17 24.09.12 115 2 14쪽
» 16 24.09.11 120 1 12쪽
15 15 +1 24.09.10 126 2 14쪽
14 14 24.09.09 148 2 16쪽
13 13 24.09.08 166 2 13쪽
12 12 24.09.07 182 4 13쪽
11 11 +1 24.09.06 193 3 12쪽
10 10 24.09.05 202 5 13쪽
9 9 +1 24.09.04 222 4 16쪽
8 8 +1 24.09.03 236 5 14쪽
7 7 +1 24.09.02 279 6 16쪽
6 6 +1 24.09.01 325 5 12쪽
5 5 +2 24.08.31 416 4 12쪽
4 4 24.08.30 477 6 12쪽
3 3 24.08.29 568 7 14쪽
2 2 24.08.29 750 7 14쪽
1 1 +1 24.08.28 1,185 13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