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의 버려진 후계자는 역대급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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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30 14:22
최근연재일 :
2024.09.10 22:07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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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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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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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isode 1. 새로운 삶(1)

DUMMY




눈을 떠보니 한 소년이 되어 있었다.


그게 내가 바구니에 떠나보낸 제라스 바르칸의 아들이라는 걸 깨닫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pisode 1. 새로운 삶








“얼레리 꼴레리.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래요. 버려진 자식이래요.”


정신을 차리자마자 눈앞에선 한 남자아이가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야! 내 동생 건들지 말랬지!”


“으악! 동생 바보 떴다!”


저 멀리 왼손에는 짱돌을, 오른손에는 나무 몽둥이를 든 덩치 큰 소년이 미친 듯이 달려왔다.

앞에서 알짱거리던 아이가 화들짝 놀라며 호다닥 도망쳤다.


“엘리안! 괜찮아? 어디 안 다쳤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이리저리 살피던 소년이 내 양볼을 붙잡았다.

들판으로 도망치는 아이를 보며 씩씩거렸다.


“에잇. 내가 동생 괴롭히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동생?


“빨리 집에 가자. 흐흐. 오늘은 특별히 네 생일이라 엄마가 흰 빵을 준비하셨더라구.”


···엄마?


나는 다급히 말했다.


“아, 아버지는? 아버지는 계셔?”


“응? 뭐야, 갑자기. 이제 14살이 됐다고 어른이 된 척하는 거야? 아버지는 무슨. 닭살 돋는다, 야. 아빠는 농사일 정리하시고 곧 돌아오신대.”


아버지가 계신다고?

아니,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지?


형으로 보이는 소년이 흐뭇한 표정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짜식. 너도 이제 많이 컸구나. 그래도 엄마랑 아빠한텐 어머니, 아버지란 말은 쓰지 마. 너무 거리를 두는 것 같잖아. 속상해 하실 수도 있어.”


소년은 내 팔을 붙잡아 어딘가로 이끌었다.


그걸 따라 걸으면서,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저 멀리 보이는 성과 낮은 성벽.

농지가 성벽을 울타리처럼 두르고 있었다.


바람에 따라 황금빛 물결을 만들어내는 작물들.

그걸 수확하고 있는 농부들.


마치······ 옛날 내 고향을 보는 것만 같았다.


꿈인가? 사후세계인가?


혼란스러웠다.


소년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판자집에서 걸음을 멈췄다.


여기가 집?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사포로 매끈하게 간 나무도 아니고, 통나무를 쪼개 쌓아 집 형태만 간신히 구사한 건물이 아닌가.


통나무 사이사이를 짚으로 묶어 고정했고, 곳곳에 썩어 문드러진 부분은 다른 통나무로 덧대 놓았다.


순식간에 시뮬레이션이 돌아갔다.


‘무게 중심이 왼쪽으로 너무 쏠려 있다.’


통나무에 손을 가져다 댄다.


‘강도가 너무 약한데. 습기가 너무 많이 찼어. 썩은 부분 때문에 무게를 버티지도 못하고 있고.’


툭툭. 땅에 발을 구른다.


‘지반도 안 좋아. 비가 오면 금세 약해지겠어.’


결과는 금방 나왔다.


앞으로 길어봐야 3달.

날씨가 나쁘면 하룻밤에도 무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나처럼 정확한 예측은 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본인들이 직접 사는 집이니까 보수를 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소년은 문을 강하게 열었다.


삐걱!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지붕이 잠시 휘청 흔들렸다.

소년이 피식 웃었다.


“뭐야. 이제 14살씩이나 됐는데 아직도 겁이 그렇게 많으면 어떡해?”


소년은 문을 열었다, 닫기를 빠르게 반복했다.


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


“흐어억! 그, 그만! 진짜 그만! 그러다 우리 다 죽어!”


다급히 소년의 손을 붙잡았다.


“히히. 아직 겁쟁이구나. 걱정하지 마. 형이 옆에 있잖아. 너도 해볼래?”


소년이 내 손을 잡아당겼다.


나는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밖에서 잘들 놀다 왔니?”


집안에서 푸근한 인상의 중년 여성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네, 엄마.”


“아이구, 우리 귀여운 막내. 생일 축하해.”


여성이 내 볼따구니를 잡아 늘렸다.


“우에우어우어에우······”


아팠다. 가슴이 아팠다.

내 어머니를 보는 것 같아서.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과 똑같아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여성이 화들짝 놀라며 나를 품에 안았다.


“아이구! 엄마가 미안해. 아팠니?”


“흑흑··· 흐흐흑···”


내가 미안해요. 어머니. 엄마. 죄송해요. 전부 저 때문에······

처형 직전의 어머니 얼굴이 다시금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앙!”


울었다. 시원하게 울었다.

여성의 품에 안겨. 어머니를 꼭 껴안고.


“엄마아아아···흐아, 흐흐흑···엄마아···엄마아아······”


엄마를 불렀다.


“에휴. 그렇게 자주 울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 그만 뚝!”


소년이 갑작스레 바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며 뒤에서 나를 꼭 껴안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킁! 해봐. 킁!”


“크흐으으응!”


콧물이 갓 화덕에서 나온 피자 위의 치즈처럼 주르륵 딸려 나왔다.


어느덧 밥상머리에 앉은 내 앞엔 팔목만한 빵과 수프가 놓여 있었다.


“특별히 생일이니까 흰 빵으로 가져왔다.”


방금 전 들어온 아버지가 땀으로 범벅된 이마를 닦으며 내게 검지를 척 내밀었다.


“빨리 먹어. 우느라 에너지 다 썼겠네. 무슨 이산가족 만나냐? 겨우 몇 시간 못 봤다고 그렇게 울어.”


형, 소년이 빵을 한입 크기로 잘라주며 말했다.


“으응.”


나는 빵에 수프를 발라 먹었다. 뭔가 씹히면서 혀를 자극하긴 했지만, 그보단 당장 어디에 쳐박혀서 또 울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내 나이가 몇인데···14살인가?


몇십 분씩이나 엄마를 목놓아 울고.

그 뒤에 들어온 아버지를 보고 그 품에 안겨 아빠를 부르짖으며 다시 몇십 분을 목놓아 울었다.


쪽팔렸다. 그야말로 개쪽팔렸다.


더 슬픈 건 이 집엔 숨을 곳도 없다는 것이었다.

나름 찢어지게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지만, 여기는 그 궤를 달리했다.


어쨌든.


‘미각도 온전하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5감각에 전부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진짜처럼 생생했다.


그렇다는 건.


“······사후세계도, 꿈도 아닌 현실.”


이라는 가설이 가장 유력했다.


자각몽이라는 특이한 케이스가 있다는 말도 들었고.

사후세계라는 건 검증되지 않고, 증명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지만.


생생히 느껴지는 감각은 명확한 현실이었다.


내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리자 새로운 어머니가 살짝 눈물을 훔쳤다.


“너무 맛있어서 꿈 같니? 죽었다 깨어난 것 같아? 엄마가 미안해. 그동안 더 맛있는 걸 먹였어야 했는데······”


“굻기지만 않았으면 됐지.”


맞는 말이었다. 주변만 잠깐 둘러봐도 견적이 나오는 살림살이에 삼시 새끼 꼬박꼬박 챙겨먹었다는 게 대단했다.


어머니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물론, 의미는 달랐다. 맞는 말이었다.


“여봇! 삼시새끼 먹이기만 하면 되욧?! 양도 중요하지만 질도 중요하다구욧!”


짜악! 짜악!


이어지는 등짝 스메시.


“으아악! 그, 그만 때려!”


일방적인 구타를 멈춘 건 나였다.


“근데 제가 정말 다리 밑에서 주어 온 버려진 아이에요?”


“어머머.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새로운 어머니는 대번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소매를 걷었고.


“신문팔이 게렌이요. 제가 나중에 손 좀 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소년은 주먹을 불끈 쥐었으며.


“흠. 주워 온 건 맞지. 강가를 타고 흘러왔으니까 버려진 자식도 맞겠고. 확실하진 않지만, 가장 유력한 이유일 게다.”


새로운 아버지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와, 펙트에 기반한 가설과 논리.

나랑 잘 맞겠는데.


방금 무식한 형?의 행동을 보고 이 집안의 지능 수준을 의심했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 표본은 아웃라이어(outlier), 그러니까 평균에서 한참 벗어나는 극단값임이 확인됐다.


짜악!


하지만 역시 옳은 말을 하는 사람에겐 고통이 따른다고 했던가.


새로운 어머니가 아버지의 등을 다시 매섭게 내리쳤다.


“여봇! 아빠가 돼서 애한테 무슨 그런 소리를 해욧! 버려진 자식이라닛! 그것도 애 생일에!”


“···아니, 솔직히 얘 생일이 언젠지도 정확히 모르잖아. 그냥 강가에서 주워 온 날을 생일이라고 친 거지.”


이어지는 팩트.


“아니 이 사람이 끝까지!”


짜악!


“어억!”


그리고 이어지는 등짝 스메싱.


“당장 애한테 사과 안해욧!”


다시 올라가는 어머니의 손길을 제지한 건 또 나였다.


“그래서 저를 강가에서 주워오신 건 맞나요?”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천둥 번개가 치던 어두운 밤.


추위에 벌벌 떨면서도, 곧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게 웃으며 안아달라고 내게 손을 뻗던 갓난아기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어머니가 살짝 걱정스러운 얼굴로 손을 내렸다.


“어찌 그렇게 우렁차게 울던지. 글쎄 밭일을 하다가 뛰쳐나갔다니까.”


어머니는 선반 위에 올려진 바구니를 가지고 왔다.


······진짠가?


갈대를 꺾어 만든 바구니와 바닥에 깔린 고급스러운 손수건. 그 위에 놓인 금빛 펜던트까지.

절대 잊을 수 없는 물건이었다.


“성에 있는 세공사한테 물어보니까 진짜 금이라고 하더라구. 디자인도 극상품에 가깝고. 소작민과 인연 없는 물건을 왜 가지고 있는지 꼬치꼬치 캐묻길래 호다닥 도망쳤지 뭐니.”


나는 펜던트를 손에 쥐었다.


‘멈춰! 제발! 제바알! 차라리 나를 죽여요! 애는 제발 살려줘요! 제가 이렇게 빌게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비굴하게 구걸하던 한 여자가 잠시 떠올랐다.


이렇게까지 되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때 그 아이로 환생했다고.


“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살아있을지 죽어있을지 궁금했는데.”


살아있었다.


‘아, 그리고 내가 말했나? 이번에 가주 자리에 오르는 거? 고맙다 임마! 이게 다 네 덕분이야.’


줫같은 면상이 스쳐 지나간다.


바르칸 가문은 대대로 장남상속제를 유지하고 있다.


오직 장남이 가문의 모든 것을 이어받는다.

작위, 영지, 성, 재산, 그리고······


가주의 직위까지.


장남이었던 제라스 바르칸은 죽었다. 하지만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그 아이는 살아남았다.


그렇다는 건.


현재 바르칸 가문의 가장 적합한 후계자는······


“난가?”


바로 나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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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5) 24.09.09 107 4 15쪽
10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4) 24.09.08 133 3 12쪽
9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3) 24.09.07 142 2 13쪽
8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2) 24.09.06 161 3 13쪽
7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1) 24.09.05 186 4 14쪽
6 Episode 1. 새로운 삶(5) 24.09.04 216 3 14쪽
5 Episode 1. 새로운 삶(4) 24.09.03 256 3 15쪽
4 Episode 1. 새로운 삶(3) 24.09.02 279 2 12쪽
3 Episode 1. 새로운 삶(2) 24.09.01 321 2 16쪽
» Episode 1. 새로운 삶(1) 24.08.31 394 3 11쪽
1 프롤로그 - 줫같은 인생의 마침표 24.08.30 440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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