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의 버려진 후계자는 역대급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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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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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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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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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 업화의 마법사(4)

DUMMY




“얘가 대체 정신을 어디에다 두고 다니는 거야? 어린애도 아니고, 늦어지면 빨리 집에 돌아왔어야지!”


울먹거리던 어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손바닥으로 등을 갈겼다.


자정을 훌쩍 넘어 새벽에 가까운 시간.

오전에 나갔다가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았으니 걱정하실 만했다.

나는 꿋꿋하게 등짝 스메싱을 견뎠고, 그제야 어머니는 폭력을 중지한 채 내 팔을 꼭 안았다.


“흑흑. 리암도 아픈데, 너까지 속을 썩이면 어떡하니······”


“죄송해요 어머니.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구요. 밤이 되니까 길을 찾기도 힘들고.”


손에 든 통발을 흔들자 모두의 시선이 바뀌었다.


“어머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딱 봐도 10마리는 넘네. 일주일은 먹을 수 있겠다. 나보다 훨씬 쓸모 있는데?”


리암이 엄지를 척 내밀었다.


“일단 얼른 자자. 피곤하다.”


집안사람 모두가 곳곳에 밀짚을 깔고 누웠다. 나 역시 화덕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몸을 뉘이니 긴장이 풀렸다.


‘···이그네스 폰테리오.’


업화(業火)의 이그네스.


그놈이 내게 자신의 제자가 되라고 했다.


[섬뜩한 놈을 찾고 있어. 내가 잡아먹힐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놈. 네가 말한 놈들도 강하긴 하지만, 섬뜩할 정도는 아니야. 심장이 벌벌 떨리고, 오금이 저릴 정도는 아니라고.]


[······너한텐 그 섬뜩함이 느껴져. 좀만 잘 성장한다면, 나를 잡아먹을 수도 있을 듯한, 그런 섬뜩함이.]


‘섬뜩함이라.’


이그네스는 내가 전에 알던 이그네스와 많이 달랐다.


비록 대학에서 퇴학당하자마자 아르센에게 거의 감금당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15년 이상의 간극이 있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내가 알던 이그네스는 사이코패스이긴 했지만, 나처럼 어린아이에게까지 손을 대진 않았다.

‘전투’에 광적으로 집착하긴 했어도, 죽을 것 같으면 물러설 줄 아는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게다가 정신을 차렸을 땐 사람이 바뀌어 있었다.

내가 알던 이그네스였다.


오늘 이그네스가 했던 말을 돌이켜보면,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었다. 자신을 죽일 수 있을 만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이프리트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알고 있는 그녀라면 이그네스가 이 모양으로 다니는 걸 그냥 두고볼 리가 없었다.


본거지인 케툴루 왕국도 아니고, 왜 아스트라 제국에, 그것도 볼 것도 없는 깡촌에 온단 말인가.


‘전혀 모르겠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눈을 감았다.





* * *





“자, 그럼 시작해볼까.”


어제 왔던 계곡에서, 이그네스는 하품을 내뱉으며 나를 바라봤다.


“네가 그동안 마법을 어떻게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개판으로 배웠을 게 뻔하니 기초부터 알려주마. 마법은 대략 7개로 나뉜다.”


이그네스가 나뭇가지로 바닥에 슥슥 적었다.


원소마법, 공간마법, 정신마법, 보조마법, 소환마법, 정령마법, 신성마법.


“일반적으로 마법사라고 하면 90% 이상이 원소 마법사라고 보면 된다. 정령마법, 신성마법은 선택받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애초부터 쓸 수 없어.”


이그네스는 원소마법에서 밑으로 작대기를 내리더니 각각 원소를 적었다.


물, 불, 바람, 땅, 빛, 어둠, 얼음, 번개.


“자, 이게 8원소라는 거다. 여기서 본인만의 주력 원소를 잡아 깊게 파는 거야. 나같은 경우는 불 마법 특화지.”


“여기서 아무거나 고르면 되나요?”


이그네스가 고개를 저었다.


“너처럼 아무거나 고르는 순간 7/8, 87.5%의 확률로 버러지 마법사가 되는 거다. 사람마다 특화된 속성이 있어.”


“그걸 어떻게 아는데요?”


“가장 쉬운 건 외형이다. 특정 속성의 피를 짙게 이어받으면 그게 외형으로 드러나니까. 나는 불 특화니까 적발에 적안인 것처럼.”


“그렇다면 전—”


“빛이겠지. 눈이 퍼런 걸 보니까 물 쪽에도 재능이 없지는 않은 모양이야.”


이그네스가 말을 이어나갔다.


“나처럼 하나의 속성에 완전 특화된 경우도 있지만, 너처럼 2개 원소, 3개 원소에 재능을 가진 놈들도 있다. 물론, 분산될수록 재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재능이라는 게 뭐죠?”


“마법사에게 있어 재능이란, 잠재력이야.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가···를 재단하는 척도지.”


“그 재능을 어떻게 아는데요? 제 한계가 어디인지, 어디까지 올라갈 줄 어떻게 알죠?”


이그네스의 입가가 올라갔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그건 그 누구도 몰라. 흔히 마법사의 저주라고 하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심 하나로 수십 년을 꼴아박는 버러지가 한 두 명이 아니야.”


“······”


“어쨌든, 너는 운이 좋은 편이다. 빛 속성 뿐만 아니라 물 속성에도 재능이 있는 것 같으니. 빛 속성 뿐이라면 유감일 뻔 했어.”


“빛 속성이 왜요?”


답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계속 ‘일반적으로’ 초심자가 궁금해야 할 사항을 물어봤다. 괜히 다 안다고 했다가 무슨 추궁을 당할지 모를 일이었다.


“네가 답해봐라. 불 마법을 쓰면 태울 수 있고, 물 마법을 쓰면 수장시킬 수 있으며, 땅 마법은 파뭍고, 바람 마법은 자를 수 있다. 빛 마법으로는 뭘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글쎄요. 밤길 비추기?”


“크하핫! 맞아. 빛 속성 마법은 실용성이 거의 없어. 쓸 곳이 없단 말이다. 태양처럼 식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면 모를까, 전투 외적으로도 쓸 곳이 없지.”


“그렇긴 하네요. 불빛이 필요하면 불 마법을 쓰면 되니까······”


이그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빛 마법을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건 바르칸 가문 놈들밖에 없어. 그쪽의 ‘비전 마법’이 빛 속성에 기반하고 있거든.”


“비전 마법이라면—”


“그쪽 가문만의 비밀 마법이라는 뜻이다. 내 집안인 폰테리오도 비전 마법을 가지고 있지. 물론, 알려줄 순 없어.”


나는 아르센이 종종 써먹었던 ‘비전 마법’을 떠올렸다.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거라 나 역시 수십 년을 옆에 있으면서도 시전 방법을 알지는 못했지만, 그 괴물 같은 위력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그네스가 발로 끄적였던 내용을 슥슥 지웠다.


“마법의 종류니, 원소 마법이니, 어디에 재능이 있니, 뭐 이딴 건 어차피 나중의 일이다.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으니까.”


그렇다.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마법의 기초.


“마나가 가장 중요하다. 마나가 없으면 마법도 쓸 수 없어. 마나가 없는 마법사는 말 그대로 병신이야. 검 없는 검사, 활 없는 궁수지.”


“······”


내가 절실히 경험했던 삶이었다.

마나 없는 마법사의 삶이 어떠한지, 어떤 기분인지.


“제일 먼저 하는 건 마나를 느끼는 것이지만··· 너는 이미 그 단계는 뛰어넘은 것 같으니 다음 단계부터 시작한다.”


이그네스가 손을 내 배에 갖다 댔다.

전생의 기억 탓인지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거렸다.


“단전에 서클부터 만들 것이다.”


흠. 서클이라. 천천히 모양을 다듬으면서 만들면 괜찮긴 하지. 나중에 마나 회로를 뚫을 때 더 편할 테고.


개인적으론 마나 회로 설계도를 전부 완성한 뒤 서클을 구축하고 싶었다.


서클은 마나 회로의 가장 핵심이자, 엔진이다.

중요한 만큼 마법사들 사이에선 배를 만지는 게 금기시될 정도.


보통 첫 서클을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빠르면 1년, 늦으면 5년에 걸쳐 천천히, 조심스레 다듬어나가는 게 정석이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름 마나 회로 설계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했지만, 상대는 폰테리오 가문의 초천재.

혹시 내가 모르는 비법 같은 게 있을 수도······


“자. 숨을 크게 들이켜봐라.”


“후웁!”


어깨를 들어올리며 숨을 가득 들이마신다. 배가 볼록 튀어나온다. 이그네스가 왼손으로 내 뒷목을 단단히 잡았다.


뭐야, 이거?


이그네스의 밝은 얼굴이 급변한 건 바로 그때였다. 처음 봤을 때의 눈빛. 인격이 바뀐 것만 같았다.


이빨을 드러내며 입이 찢어지듯 갈라진다. 오른손을 등 뒤로 뺀다. 손가락에 붉은빛 마나가 바늘처럼 날카롭게 솟아오른다.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새빨간 마나.


“간다.”


무덤덤한 목소리.

그 뒤로 이그네스가 정권 찌르기를 하듯 마나가 피어오른 손가락을 내 배에 쑤셔박았다.


“크허헉!”


절대 잊지 못할 감각이었다.

단전이 척출되었을 때의······ 그 기분.


“크웨엑! 크헉!”


입에선 괴상한 소리가 나오고, 핏덩이가 꿈틀거리며 입밖으로 튀어나온다.

이그네스의 무심한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프냐?”


이 새끼가 그걸 지금 말이라고······


“콜록! 우웨에엑!”


그러나 말은 나오지 않았다. 말 대신 피만 입에서 뚝뚝 흘렀다.


“아프면 그냥 기절하던가. 일어나면 모든 게 끝나있을 거야. 뭐, 일어났을 땐 저승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덧 아그네스의 마나가 단전까지 침투해 온 게 느껴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그네스가 나를 죽이려고 한 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다섯 쌍의 마나가 회전하며 원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너무 빠르고 투박하다. 게다가 이 형식은······’


아그네스가 만들고 있는 서클은 겉으로 봤을 때도 문제가 있었다.

거르고 걸러 고밀도, 고순도의 마나로 서클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놈은 공기 중에 있는 마나를 그냥 때려 박는 게 아닌가.


‘······이 미친 놈이!’


가장 큰 문제는 서클 내부에 있었다. 아주 교묘히 내부 구조를 숨겼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생명력을 담보로 마법의 파괴력을 극대화한다.’


단순히 마나뿐만 아니라 내 생명력을 담보로 상위 위계(位階)의 마법을 시전할 수 있게 하는 구조였다.


야만인들이나 할 법한 짓을, 본인도 아닌 감히 나에게 하다니!


‘이대로 내가 당할 것 같냐.’


분노로 온몸이 벌벌 떨렸다.

감히! 그 누구보다 크고 우람한 마나통을 가진 이 몸한테!


예의가 아니었다. 신성 모독과도 같았다.


나는 곧장 온몸에 있는 마나를 단전에 집중시켰다. 급류처럼 쏟아지는 마나를 제어하며 원을 그리고 있는 이그네스의 마나 주위로 또 하나의 원을 그린다.


“······!”


이그네스의 눈썹이 꿈틀거렸고, 기회를 엿보던 나는 서서히 이그네스의 붉은 마나를 하나하나 사로잡기 시작했다.


“쿨럭!”


거친 기침과 함께 핏덩이가 튀어나온다. 서클을 구축하는 과정을 강제로 중지했기 때문에 몸에 반발이 온 것이다.


“감히··· 건방이 아주 하늘을 찌르는군.”


이그네스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고, 다시 단전 안으로 그의 마나가 흘러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었다.


단전은 내 영역.


아무리 이그네스라고 해도, 여기선 나를 이길 수 없다.


마나 컨트롤.


이것 하나만큼은 내가 최고였다.


“이봐, 포식자를 찾고 있다고 했나?”


나는 오른손에 마나를 둘렀다. 손가락 끝에 송곳처럼 날카로운 푸른색 마나가 솟아오른다.


이그네스가 내가 할 일을 눈치챘는지 다급히 마나를 회수하며 손을 떼려 했지만.


덥썩!


그걸 왼손으로 제지했다.


그리고.


“그래, 한 번 죽어봐라.”


이그네스의 배에 내 오른손을 쑤셔 박았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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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6) 24.09.10 90 5 15쪽
11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5) 24.09.09 107 4 15쪽
»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4) 24.09.08 131 3 12쪽
9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3) 24.09.07 141 2 13쪽
8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2) 24.09.06 160 3 13쪽
7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1) 24.09.05 185 4 14쪽
6 Episode 1. 새로운 삶(5) 24.09.04 215 3 14쪽
5 Episode 1. 새로운 삶(4) 24.09.03 255 3 15쪽
4 Episode 1. 새로운 삶(3) 24.09.02 277 2 12쪽
3 Episode 1. 새로운 삶(2) 24.09.01 319 2 16쪽
2 Episode 1. 새로운 삶(1) 24.08.31 392 3 11쪽
1 프롤로그 - 줫같은 인생의 마침표 24.08.30 438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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