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의 버려진 후계자는 역대급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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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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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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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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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 업화의 마법사(1)

DUMMY





테오도르 레비아탄.


4대 마법명가 중 하나, 레비아탄 가문의 가주이자 아스트라 제국의 전쟁영웅, 최연소 황실친위마법병단의 단장, 물 마법의 최고 권위자, 레비아탄의 화신, 바다의 제왕, 천재 발동술사······등등.


그를 수식하는 수많은 칭호. 그리고 그 칭호들은 하나같이 말하고 있었다.


테오도르 레비아탄.

그는 규격을 넘어선 천재라고.


언젠가, 테오도르는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 가장 마음에 드는 칭호가 뭔가요?”


“여기엔 없습니다.”


대박 기운을 느낀 기자가 눈빛을 반짝였다.


“엇? 그렇다면 혹시 비밀리에 뭔가 업적을 세우신 건가요?!”


“아뇨. 저기에 빠진 게 있군요.”


“예? 그게 뭐죠?”


잠시 침묵하던 테오도르는 어깨를 피며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엘더위스 대학 32기 마법부에서 3등으로 졸업한 게 가장 마음에 듭니다.”


“네? 하지만 그건······”


기자는 곤란한 듯 눈썹을 깜빡였다.

왜냐하면, 테오도르의 유일한 오점이 3등 졸업이기 때문이었다.


4대 마법명가 중 하나인 레비아탄 가문의 피를 짙게 이어받은 테오도르가 3등으로 졸업했다는 건 가문 내부에서도 쉬쉬하는 치부였다.


수석도, 차석도 아닌 3등.


“혹시 이유를 여쭤볼 수 있을까요?”


“저보다 훨씬 뛰어난 녀석에게, 차석을 넘겨줬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으니까요.”


“그 당시 차석은 테오도르 님으로 알고 있는데요? 하지만 완고히 거절해서 결국 3등 졸업으로 끝맺었다고······”


“그건 전부 개소리죠.”


“에, 예?”


갑작스러운 상스러운 말에 기자는 크게 당황했다. 테오도르의 미간에 핏줄이 솟았다.


“줫같은 사건에 휘말려서 그렇지, 저도 그렇고, 대가리에 정신 똑바로 박힌 놈들이라면 32기 졸업생 중 그 녀석이 압도적인 수석이라는 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혹시 아르센 바르칸 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당시 32기 수석으로 졸업하셨던······”


“그 씹새끼는 좆이나 까라고 하십쇼. 그놈은 수석할 깜냥이 못 됩니다.”


또다른 마법명가인 바르칸 가문의 자제를 표현하는 모습에 기자는 위태로운 얼굴로 눈알을 이리저리 굴려댔다. 이윽고, 물었다.


“혹시 그분이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아르센 님도 아니고, 테오도르 님도 아니면 대체 누가 수석이라는 말씀이신지?”


“리안 시바르입니다. 비록 저나 아르센 씹새끼와 같은 마법명가 출신도 아니고, 귀족 출신도 아니며, 하물며 마법사 용병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소작농의 자식이지만······ 마법에 대한 재능만큼은 그 누구보다 뛰어났습니다.”


“하, 하지만 제가 알기로 그분은······”


기자는 끝내 말을 맺지 못했다.


리안 시바르. 그가 누구인가.


수많은 부정행위로 대학에서 불명예 퇴학을 당했으며, 이후 그 분노로 아르센의 형인 제라스 바르칸과 그 아들을 살해한 극악무도한 범죄자였기 때문이었다.


그 천하의 몹쓸 놈이 사실 엄청난 천재에, 테오도르가 존경하는 인물?


‘···이대로 인터뷰 내보내면 좆된다.’


다음날 바르칸 가문에서 암살당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오한이 오소소 돋았다. 기자는 해맑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아하하하. 엘더위스 대학 마법학부 32기는 황금세대 중의 황금세대로 알려져 있는데요, 테오도르 님을 포함한 수많은 천재들을 배출한 걸로 유명하죠. 학창시절은 좀 어떠셨나요?”


“천재요? 제가요?”


테오도르가 눈살을 찌푸렸다.

불쾌함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의문이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한.


“너무 겸손하시네요. 물론 마법부 32기가 아르센 님, 테오도르 님, 이프리트 님 등 수많은 천재를 배출한 황금세대이긴 하지만, 테오도르 님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죠!”


“뭐, 솔직히 그놈들도 꽤··· 아니, 상당히 뛰어난 놈들이긴 합니다. 하지만 저나 그놈들은 천재가 아니에요. 이 세상에 천재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놈은 딱 한 명밖에 없습니다.”


“그분이 대체 누구죠?”


“리안 시바르. 그 녀석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천재입니다.”


“하하······”


기자는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인터뷰 망했네.’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









테오도르 레비아탄.

흘러내리는 물빛 머리카락을 가진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금빛 머리카락의 소년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테오도르 아저씨.”


“오냐, 씹새끼의 자식아.”


소년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 표현은 그만 써주시면 안될까요? 저희 아버지에게 밀려 3등 졸업했다고 대체 언제까지 구질구질하게 매달릴 셈이에요? 애도 아니고. 제발 어른이 되세요.”


“허허, 실전 마법을 연습하라니까 앉아서 책만 쳐 읽었나. 입이 아주 방정맞아졌구나.”


“제가 누구한테 배웠는데요, 스승님.”


소년, 이렌 바르칸은 희미하게 웃으며 테오도르 옆에 앉았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어요?”


“니 애비 보러.”


“왜요?”


테오도르는 말없이 옆에 둔 신문지를 던졌다.


상당히 고어한 사진이 2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사진 1 - 극악무도한 범죄자인 리안과 그 가족을 토벌한 후 찍은 사진 ]


“이건······ 호, 혹시 이분이 그분인가요? 스승님이 맨날 노래를 부르시던 분?”


“그래.”


“결국 돌아가셨네요.”


“살해당한 거지. 네 애비한테.”


“···애비라는 표현도 자제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빠, 아버지라는 좋은 표현을 냅두고 왜 굳이—”


“네 애비는 구제불능한 씹새끼니까.”


그때, 집사가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테오도르 님. 아르센 님께서 본다고 하십니다.”


“가지.”


테오도르는 정장 단추를 고쳐입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노에 찬 결연한 푸른 눈동자가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테오도르가 복도를 따라 걸었다.


이렌이 뒤에서 속삭이듯 외쳤다.


“죽일 거에요?”


“죽일 각오로 왔다.”


“그래도 제 아버지에요.”


“알고 있다.”


우뚝, 테오도르의 걸음이 멈췄다.


“그게 그 씹새끼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이유야.”


뚜벅. 뚜벅. 뚜벅.


테오도르의 걸음이 이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무실에 도착한 그는 주먹을 쥐고 문을 두들기려다가, 발을 뻥 내질렀다.


퍼엉!


폭탄이 터진 것만 같은 파열음.

문짝이 날아갔음에도 집무실 안, 창밖을 바라보던 금발의 사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몸을 돌렸다. 오른쪽 눈엔 안대를 끼고 있었다.


“성깔은 여전하군, 테오도르.”


“네 그 좆같은 성질머리도 여전하던데. 리안을 퇴학시키고, 단전을 척출하는 것도 모자라 뭐가 그리 무서워서 죽이기까지 했나?”


“말 좀 가려서 하지 그래? 아무리 4년간 동고동락하던 학우라지만, 나도 참는 데엔 한계가 있어.”


“이미 그 선을 넘다 못해 그 선으로 줄넘기까지 쌩쌩이로 조지던 새끼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하하. 네 입은 못 당하겠군. 대학 시절 ‘입털기’나 ‘쌍욕하기’ 같은 교양 과목이 있었다면 수석을 차지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였을 거야.”


“허허. 이 새끼가 돌았나. 리안을 냅두고 수석 자리를 논해?”


아르센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놈이 있었어도 넌 내 밑이라는 건 변함 없잖아? 꼬우면 나보다 공부를 잘했어야지.”


“실전에서 나한테 개같이 따여 빌빌 기던 게 누구더라?”


“이론에서 계산이 필요 없다고 날뛰다가 지 몸을 태워버린 게 누구였지?”


“듣자 하니 황실친위마법병단 단장 후보로 나오지 않은 것도 나한테 실전 마법에서 개쪽 당할 것 같아서 피했다는데. 사실이냐?”


“엘더위스 대학 마법부 학장에 지원하지 않은 게 마법을 쓸 줄만 알고 풀어낼 능력이 없는 천박한 똥대가리라 그렇다는데. 사실인가?”


“허허허허허허.”


“하하하하하하.”


아르센과 테오도르는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쿠구구구구!


그러나 이미 테오도르가 집무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건물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테오도르와 아르센의 마나가 맞부딪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례.”


아르센은 품속에서 연초를 꺼내, 손끝으로 불을 붙였다.


화륵! 치이익!


그러나 연초는 불이 붙자마자 물에 닿기라도 한 것처럼 차갑게 식었다.


화륵! 치이익!


화륵! 치이익!


화륵! 치이익!


.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르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입에 문 연초를 창밖으로 튕겼다.


“괴물 같은 시전 속도는 여전하군.”


테오도르가 차가운 눈동자로 쏘아봤다.


“···왜 죽인 거냐?”


“알잖아? 그놈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레비아탄 가문의 가주라는 놈이 신문도 안 읽나?”


“아, 내 인터뷰를 통편집한 그 줫같은 신문사 말인가? 당연히 안 읽지.”


“테오도르.”


아르센이 차분한 얼굴로 응시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야. 네가 리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고, 너희 둘 관계가 어땠는지도 알아. 내가 바로 옆에서 지켜봤으니까. 그래서 뭐? 이미 그놈은 죽었어.”


“이 살인자 새끼가······”


“하핫! 형과 갓 태어난 조카를 죽인 놈을 내 손으로 처리했을 뿐이야. 게다가 살인이라면, 네 쪽이 전문가 아닌가? 응? 전쟁영웅 씨?”


“···제국을 위한 결정이었다. 네놈과는 달라.”


“살인은 살인이지. 그나저나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거야. 리안은 죽었어, 테오도르. 그만 잊으라고.”


파앗!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오른쪽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가 끊어졌다. 눈알이 파여진 채 살점이 덮여 눈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테오도르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훨씬 낫군.”


“하하. 이거, 참. 나이를 똥구멍으로 처먹었나······”


손으로 눈을 막은 아르센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분명히 경고해두지. 다시 한번 이런 짓거릴 했다간.”


“했다간?”


“······너도 리안과 같은 꼴이 될 거야.”


“재밌군.”


어느새 안대를 복구한 아르센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리안은 잊어. 흘려보내. 이미 죽은 놈이다. 그리고 넌 그 죽은 놈보다 훨씬 중요한 걸 어깨에 짊어지고 있잖냐.”


“······”


“가주에, 황실친위마법병단 단장에······ 이제 너나 나나 어린애가 아니야. 맘 놓고 학교에서 뛰어놀던 우리가 아니라고. 우리에겐 책임질 게 있고, 지켜야 할 게 있어.”


아르센은 테오도르에게 천천히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이젠 개인적인 원한은 내려놓고, 좀 더 크게 봐야지. 응? 레비아탄의 가주 테오도르 레비아탄 씨.”


“그래서 뭘 어쩌자고?”


“평화롭게 지내자고. 가주 대 가주로서. 이제 이미 죽어버린 평민 놈은 잊어. 바르칸 가문의 가주로서, 레비아탄의 가주에게 말하는 거다.”


“···평화? 네가?”


“우리끼리의 일은 접어두고, 이제 후손에 맡기자는 거다. 내 아들이랑 네 딸이랑 동갑이잖아? 이제 곧 엘더위스 대학에 입학할 텐데, 자식 경쟁이나 하자고.”


아르센의 손을 멀뚱히 바라보던 테오도르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좋아. 단, 조건이 하나 있다.”


“뭐든. 말만 해.”


“리안이 죽기 전에 집필하던 연구가 있어. 네가 죽였으니 잘 알고 있겠지. 그걸 넘겨라. 내 이름으로 내겠다는 게 아니야. 리안 시바르, 그 녀석의 이름으로 출판할 거야. 그게 리안의 마지막 소원이었다. 적어도 그 소망만은 이뤄줘야겠어.”


아르센의 얼굴이 험악해진 건 그때부터였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지하 감옥엔 그 누구도 발을 들일 수 없었을 텐데.”


“나를 너무 무시하는군.”


“가주라는 새끼가, 감히 내 저택에 무단침입을 해?! 어찌 됐든 그 조건은 들어줄 수 없다. 절대로.”


“그렇다면 네놈과의 평화도 없다.”


테오도르는 등을 돌려 한쪽이 뻥 뚫린 문을 향해 나아가다가 우뚝 멈췄다.


“그나저나 네 말이 맞아. 지금 나한테 얹힌 책임이 아니라면, 넌 이미 내 손에 골백번은 죽었어.”


“하핫! 허세는 대단—”


쿠콰카카카카캉!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르센은 온몸을 휩쓸고 지나간 시원한 감각이 느껴졌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뒤쪽 벽이 원형으로 뻥 뚫려 있었다.


아르센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만약 테오도르가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면······


‘방금, 한 번 죽었다.’


테오도르가 말했다.


“알잖아? 너나 나나 모든 분야에서 다 리안한테 따였지만, 시전 속도만큼은 내가 리안보다 빨랐다는 거.”


“······”


“아르센 바르칸. 넌 내가 원하면 언제, 어디서나 죽일 수 있다.”


테오도르가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이마에는 핏줄이 가득 돋아 있었고, 눈동자는 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그러니까, 경고하지. 만약 네가 리안의 유작을 네 이름으로 출판하는 바로 그 날.”


꿀꺽. 아르센의 목울대가 넘어갔고.

테오도르가 말을 이어나갔다.


“너는 반드시, 분명히, 내 손에 죽는다. 그땐 가주건, 단장이던 신경 쓰지 않아. 그게 리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말을 마친 테오도르는 남은 방문을 발로 찼다.

뻥! 폭발음과 함께 문이 창문에 처박혔고, 테오도르는 그대로 방을 나섰다.


“하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만신창이가 된 집무실 안에서, 아르센은 이마를 부여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테오도르······ 이 건방진 망나니 새끼가······”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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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6) 24.09.10 91 5 15쪽
11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5) 24.09.09 107 4 15쪽
10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4) 24.09.08 131 3 12쪽
9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3) 24.09.07 142 2 13쪽
8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2) 24.09.06 161 3 13쪽
»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1) 24.09.05 185 4 14쪽
6 Episode 1. 새로운 삶(5) 24.09.04 216 3 14쪽
5 Episode 1. 새로운 삶(4) 24.09.03 256 3 15쪽
4 Episode 1. 새로운 삶(3) 24.09.02 278 2 12쪽
3 Episode 1. 새로운 삶(2) 24.09.01 320 2 16쪽
2 Episode 1. 새로운 삶(1) 24.08.31 393 3 11쪽
1 프롤로그 - 줫같은 인생의 마침표 24.08.30 439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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