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의 버려진 후계자는 역대급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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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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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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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 업화의 마법사(2)

DUMMY





형의 수술이 끝난 후 우리 가족은 기뻐하며 서로 꼭 껴안았지만, 흥분이 가시자 차가운 현실이 나타났다.


“···이제 어디서 살죠? 집을 다시 지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텐데. 제 몸 상태 때문에 벌목도 힘들고, 아버지는 추수하셔야 하고··· 그렇다고 엘리안이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리암이 심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아버지는 입술을 달싹이며 쉬이 말을 꺼내지 못했다. 마땅한 대책이 없이 때문이었다. 추수 때가 아니라면 모를까, 지금은 소작농에게 가장 바쁜 날.


다른 소작농들이 도와주기도 힘들 터였다. 그렇다고 추수를 늦추자니, 고블린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몰랐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중, 우리를 바라보던 게렌이 끼어들었다.


“저희 집에서 머물면 돼요. 그동안 저희를 도와주셨으니, 이번엔 제가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그, 그래도 괜찮겠니?”


“하핫. 져야 좋죠. 아줌마가 저희 어머니를 돌봐주시면 저도 맘 편히 일할 수 있으니까요.”


게렌이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이 아이가 살면서 남에게 호의를 베풀 여유가 있었을까.


“이 은혜는 꼭 갚으마.”


아버지가 감격하며 게렌의 두 손을 꽉 붙잡았다.

그렇게, 우리는 게렌네 집에 머물게 됐다.


“식구가 늘어서 좋네요. 아들이 나가면 좀 쓸쓸했는데. 오호호.”


게렌의 어머니, 리나는 우리를 선뜻 받아줬다.


집도 해결됐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 있었다.


“아들. 잠깐 말 좀 할까?”


부모님이 뒷뜰로 나를 불러낸 것이다.


“아까는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넘어갔는데 확실히 해둬야겠구나. 그······ 네가 썼던 건······ 혹시, 마법이니?”


어머니가 조심스레 물었다.


엄밀히 말하면 마법이 아니라 마나 컨트롤의 일종이었다. 하지만 일반 사람이 보기엔 마법과 마나 컨트롤은 똑같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와서 속일 수도 없고, 속일 생각도 없었다.


“네. 맞아요.”


“대체 어떻게 마법을 쓸 줄 안 거니? 내가 알기론 마법은 귀족의 학문이라 교육을 따로 받지 않으면 절대 쓸 수 없다고 알고 있는데.”


“···저도 잘 몰라요. 최근 몇 년부터 마법을 쓰는 꿈을 꿔서, 그대로 따라 해 본 것뿐이에요.”


“꿈?”


아버지가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여기서 내가 환생했다는 걸 밝힐 생각은 없었다. 괜히 부모님을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고, 그보다, 나를 더 이상 아들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더 무서웠다.


14년간 키워왔던 아들이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됐다는 걸 안다면, 나를 예전처럼 똑같이 아들로 대해줄 수 있을까?


내가 제라스 바르칸의 아들이라는 건 절대 알려줄 수 없다.

아르센, 그 새끼가 어떤 놈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그놈이 사실을 알게 되면 나 뿐만이 아니라 내 부모님, 그리고 형까지도 죽일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나는 어물쩍 넘어가기로 했다.


“네. 꿈에서 봤어요. 아마 제 원래 부모님이 대단한 마법사였나 봐요. 하핫.”


“그, 그런가? 하긴. 마법명가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마법사의 피를 짙게 이어받았으면 따로 교육받지 않아도 마법을 쓸 수 있겠죠. 여보, 너무 심문하듯이 물어보지 마요. 어찌 됐든 엘리안이 우리를 구한 건 사실이니까.”


“크흠. 그래.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보자. 네 말대로면 몇 년 전부터 마법을 사용할 줄 알았다는 건데, 왜 우리한테 숨긴 거니?”


“그건······”


예전에 그랬다가 엘더위스 대학에 들어갔고, 거기서 아르센을 만나 내 삶이 파탄 났으니까.


라고 말할 순 없었다.


“···무서웠어요. 마법은 귀족의 학문이니까, 괜히 제가 마법을 쓸 줄 안다고 우쭐거렸다가 귀족에게 걸리는 날엔 봉변을 당할 것 같아서··· 그래서 그랬어요.”


아버지는 생각 많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확실히, 이제 다 컸구나. 더 이상 애가 아니라 어엿한 성인이야. 생각이 깊구나. 그래, 네 말처럼 귀족의 눈밖에 튀는 날엔 우리 같은 놈들은 언제라도 죽을 수 있지. 이제라도 말해줘서 고맙다.”


그렇게, 마법에 관한 일은 일단락됐다.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








그날 밤, 나는 망루에 올라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고작 하루에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집이 무너지고, 형이 다치고, 복수의 유일한 끈인 팬턴트를 담보로 맡기고, 부모님에게 마법을 사용할 줄 안다는 걸 고백하고, 게렌네 집에서 머물기까지.


“피곤하네.”


나는 눈을 부비적거리며 지평선을 둘러봤다.


자경단의 일원으로서 야간에 망루에서 정찰 임무를 부여받은 나는 야간에 몬스터들이 쳐들어오는 걸 감시하는 역활을 맡았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군.”


말그대로, 깜깜했다.

아직 추운 날씨가 아니기에 야간에 장작을 뗄 만한 여유가 있는 집은 소작농들 중엔 없었고, 괜히 정찰용으로 군데군데 불을 피웠다가 바람이 불어 농지에 불이 옮겨 붙는 날엔 그야말로 재앙이 따로 없었다.


때문에, 내성의 성벽을 제외하면 불빛이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말인즉슨, 정작 필요한 외성 주변의 시야를 확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비록 시간이 지날수록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흐음.”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몸에서 마나를 뿜어냈다.


[탐지].


박쥐의 초음파처럼 마나를 주변에 뿌려 주변을 감지하는, 기본적인 마나 컨트롤.


마나 컨트롤은 말 그대로 마나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최적의 마나로 최고의 효율을 이끌어내는 것에 초점을 둔 기술.

선천적으로 마나가 적었던 나는 이 기술을 극한까지 갈고닦았다. 순수한 마나 컨트롤로는 그 누구도 나를 이기지 못할 정도.


잠시 몸에서 마나를 빠져나가는 걸 느끼며, 계산을 마쳤다.


“5시간 12분 32초.”


현재 몸 상태로 [탐지]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충분하고도 넘치는 시간이었다.


‘이제 마나 회로 설계도를 짜야겠군.’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설계를 마쳐야 본격적으로 마나 회로를 뚫을 수 있었다.


도움 없이 혼자서, 부작용 없이 마나 회로를 뚫으려면 적어도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게 내 최우선 목표였다.


“지반이 단단해야 그 위에 뭐라도 쌓을 수 있으니까.”


나는 [탐지]를 펼친 채 온전히 마나 회로 설계에 집중했다.




* * *



“형. 몸은 좀 어때?”


“괜찮아. 너는 좀 어때? 보초는 할만 해?”


리암이 다정한 얼굴로 물었다. 팔을 움직이면서 짐짓 괜찮은 척을 했지만, 어딘가 어색했다. 고통을 참는 듯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응. 고작 밤에 몇 시간 버티는 게 전부잖아. 고생은 여기 게렌이 다 하고 있지.”


“나야 예전보단 훨씬 나아. 아줌마 덕분에 엄마 걱정도 안 해도 돼고.”


말은 그렇게 해도 게렌의 일과는 고작 14살 꼬마 아이가 감당하기엔 살인적이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신문배달을 하고, 아침이 되면 밭일을 하고, 저녁에는 자경단 일원으로서 순찰을 돈다.


밥은 제때 챙겨 먹고 있는 걸까.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경이로울 정도였다.


“오늘은 내가 숲에 가서 뗄감이라도 가져 올게. 잘하면 식량도 좀 구하고.”


“···할 수 있겠어?”


“응. 그동안 형이 하는 거 보면서 배운 게 있잖아. 나도 이제 14살이니까 제 몫을 해야지.”


“형이 이 꼴이라 미안하다. 집안에 도움이 되야 하는데······”


형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나는 밝게 웃으며 어깨동무를 했다.


“가족이니까 서로 돕고 도와야지. 동생한테도 형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줘. 게다가 형은 이미 우리 가족을 구한 영웅이잖아.”


“하하. 그럼 부탁할게. 하지만 절대 무리하지는 마. 멀리 나가지도 말고. 멀리 나가면 육식동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되도록이면 버섯 정도만 따 와. 알겠지?”


“나만 믿어.”


나는 어깨를 올려 빈약한 알통을 드러냈다. 형과 게렌이 웃음을 터트렸고, 곧장 장비를 챙겨 숲으로 걸음을 옮겼다.


“흠.”


숲에 도착한 후 통나무에 손을 갖다 댔다가, 떨어트렸다.


‘당장 장작이 필요하지는 않다.’


아직 겨울이 오기까진 3개월 정도가 남았다. 게다가 추수가 끝난 후 밀짚을 모으면 장작 대신 활용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식량.”


입이 4개에서 6개로 늘었다. 거기에 2명은 병상. 겨울이 오기 전 식량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으면 보릿고개를 심하게 겪을 수밖에 없다.


‘토끼 같은 걸 하나하나 잡았다간 배도 못 채우겠고.’


좀 더 큰 동물을 잡는다면?


‘염동(念動)이 아니면 옮길 수 없다. 괜히 곰 같은 걸 잡았다가 어떻게 잡았냐고 꼬치꼬치 캐물으면 곤란하지.’


그렇기에 남은 건 하나밖에 없었다.


“생선.”


나는 곧바로 계곡으로 걸음을 옮겼다. 숲 인근이 아닌 중심부까지 들어가야 나오는, 꽤 먼 거리였지만 상관없었다.


주변 10m에 [탐지]를 펼쳐놨기도 했고, 뭐가 나오든 전부 떄려죽일 자신도 있었다.


2시간을 꼬박 걸어서야 계곡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 반 고기 반 까지는 아니었지만, 통통하게 살이 오른 물고기가 언뜻 봐도 많이 모여 있었다.


“흐읍!”


[탐지]를 50m까지 확대해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 나는 곧장 물 안으로 들어갔다.


눈치 빠른 물고기들이 재빨리 흩어졌다. 내겐 그물도, 창도, 물고기를 잡을 장비가 하나도 없었다.


나는 쏜살같이 도망치는 물고기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 후 물 안에 손을 넣고 마나를 돌렸다.


“썬더.”


파츠츠츠츠츠츳!


가장 기초적인 번개 마법.


사람에 위해가 갈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수준의 전력을 광범위로 뿌려댔다.


물에 들어간 몸이 약간 따끔거렸다. 이윽고 수많은 물고기가 물 위에 둥둥 떠올랐다.


비록 단전에 서클을 만들진 않았지만, 1위계(位計) 마법은 무리없이 쓸 수 있었다.


‘2위계도 쓸 순 있고 3위계도 어떻게든 쓸 수는 있겠지만··· 몸에 무리가 가겠지.’


1서클이면 1위계의 마법, 2서클이면 2위계의 마법을 쓸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서클이 없으면 마법을 쓸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몸에 무리를 가해 서클보다 1, 2단계 높은 마법을 일시적으로 사용할 순 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전생에 이미 수천번은 썼던 마법이었다. 마법의 원리와 마법식이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서클이 없어도 압도적인 마나 컨트롤 능력을 사용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뭐, 그렇다고 마법을 난사할 수도 없고, 3위계처럼 엄청 높은 수준의 마법을 사용할 순 없겠지만.’


천천히 걸어가 미리 가져온 통발에 차곡차곡 쌓아 넣는다. 고작 마법 한 방에 20마리가 넘는 물고기를 잡았다.


통발이 꽉 찼고, 묵직해지자 계곡을 나왔다.


어느덧 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어두워지면 숲 속에서 길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서둘러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음?”


[탐지]에 뭔가가 걸렸다. 사람 형체의 무언가.


‘누구지? 마을 사람인가? 나처럼 고기를 잡으러 온··· 헉?!’


[탐지]에 걸리자마자 그 사람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정확히, 내가 있는 곳을 향해서.


생각이 끝나자마자 익숙한 마나가 내 몸을 건드렸다. 들끓는 불꽃의 향을 내뿜는, 익숙한 마나.


“···설마, [역탐지]?”


[역탐지].

[탐지]의 근원을 역으로 탐지하여 시전자를 알아내는 고난도 테크닉.


이런 시골에 [역탐지]를 쓸만한 놈이 대체······


머리를 이리저리 굴렸고, 문득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엘더위스 대학을 졸업한 마법사를 선생님으로 초청했다더구나. 무려 ‘칭호’까지 있는 마법사라던데. 흠, 뭐였더라? 업화의··· 뭐시기였는데.]


“···이그네스 폰테리오.”


업화의 이그네스라고 불리는 사이코패스이자 화염 마법의 스페셜리스트.


4대 마법명가 중 하나인 폰테리오 가문의 초천재.


제발 내 감이 틀리길 빌었지만, 이미 마나의 냄새로도 느낀 것처럼,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숲 너머. 붉은색 머리카락의 사내가 나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사냥감을 바라보듯 붉은 안광이 번득였다.


“뭐야, 이 꼬맹이는.”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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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6) 24.09.10 90 5 15쪽
11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5) 24.09.09 107 4 15쪽
10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4) 24.09.08 131 3 12쪽
9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3) 24.09.07 141 2 13쪽
»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2) 24.09.06 161 3 13쪽
7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1) 24.09.05 185 4 14쪽
6 Episode 1. 새로운 삶(5) 24.09.04 215 3 14쪽
5 Episode 1. 새로운 삶(4) 24.09.03 255 3 15쪽
4 Episode 1. 새로운 삶(3) 24.09.02 278 2 12쪽
3 Episode 1. 새로운 삶(2) 24.09.01 319 2 16쪽
2 Episode 1. 새로운 삶(1) 24.08.31 392 3 11쪽
1 프롤로그 - 줫같은 인생의 마침표 24.08.30 439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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