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명가의 버려진 후계자는 역대급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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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30 14:22
최근연재일 :
2024.09.1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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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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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프롤로그 - 줫같은 인생의 마침표

DUMMY



프롤로그 — 줫같은 인생의 마침표



참 줫같은 인생이었다.


평민 출신으로 태어나 귀족의 학문인 마법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다.

마법진 해석, 계산, 술식, 개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이고 폭력적인 재능.


단 하나 문제가 있다면.


평민이라는 것.

그리고 평민 주제에 귀족의 학문인 마법에 재능이 있다는 것이었다.


졸업만 하면 가난한 집안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입학한 엘더위스 대학의 마법부.


나는 기피와 시기, 경멸의 대상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따돌림을 당해도.

무시를 당해도.

경멸을 당해도.


나는 마법이 좋았다.


밖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서적들을 도서관에서 공짜로 볼 수 있었고, 감히 말을 섞을 수조차 없던 교수님들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미친 듯이 공부했다.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흥분됐다.


모르는 걸 채워나가는 기쁨.

고민하던 걸 깨우쳤을 때의 희열감.

새로운 걸 발견했을 때의 전율.


나는 곧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교수들은 입을 모아 내가 수석으로 졸업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심지어 차기 대마법사에 가장 유력한 인물로 나를 뽑기까지 했다.


그리고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그놈이 내 앞에 나타난 건.


아르센 바르칸.

4대 마법명가 중 하나인 바르칸 가문의 차남.


“네가 그렇게 천재라며?”


그놈은 양의 얼굴을 한 늑대, 아니, 뱀···아니, 키메라 같은 새끼였다.


“이번 시험은 좀 망쳐줄래?”


내 가난을 이용해 돈을 빌미로 성적을 조작하거나.


“내 과제 좀 대신 해줘.”


숙제를 맡겼고.


“알잖아? 이대로면 네가 수석으로 졸업한다는 걸.”


졸업 직전 내가 그동안 해온 부정행위를 다른 학생과 엮어 폭로했다.


물론, 결과는 불명예 퇴학이었다.


좆같았다.

심장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아르센이 꾸민 일이라고 항변했지만, 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명망 높은 마법 가문의 차남.

그리고 평민 출신인 나.


누구의 말이 더 설득력 있을지는 뻔했다.


“걱정하지 마. 네 인생은 내가 책임질게. 물론 네 가족도. 우린 친구잖아.”


가족을 위해 시작한 마법이었다.

비록 졸업은 하지 못했지만, 가족이 먹고 살 수 있으면 상관없었다.


게다가.


“마법 연구도 네가 질릴 정도로 지원해 줄게.”


내가 그토록 바라던 마법 공부를 지원해주겠다고 하니.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친구야.”


그렇기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질릴 정도로’라는 말의 뜻을 이해하는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사건’이 발생하기 전 5년 간 바르칸 가문 저택 독방에 처박혀 연구에 몰두했다.


하루 18시간.

일주일에 126시간.


새로운 마법의 연구, 개발, 개량, 마법진 분석, 마법책 집필, 마도구 개발 등등.


내가 피땀흘려 내놓은 모든 결과물은 아르센의 이름으로 출판되었고.

그로 인한 모든 명예와 위상, 돈은 아르센을 향했으며.

내 것이었던 차기 대마법사의 칭호도 아르센에게 돌아갔다.


그래도 괜찮았다.


가족들은 수십 년의 가난을 뒤로하고 충분히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었으니까.

원하던 공부를 미친 듯이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아르센은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내 앞에 나타났다.


“나는 가주가 될 거야.”


바르칸 가문은 대대로 장자상속제였다. 아르센은 차남.


“아직 형님이 정정하신데 그게 무슨 소리야?”


“형은 방금 처리했어.”


“···뭐?”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핏줄을, 가족을, 형제를, 아르센은 제 손으로 죽였다.


“근데, 방금 아들을 낳았더라고. 혹시나 딸일 수도 있어서 냅뒀건만. 쩝, 아쉽네. 그래서 말인데—”


아르센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단검을 내게 건넸다.


“나 좀 도와줄래, 친구야?”


“지금··· 나더러 갓 태어난 아이를 죽이라고?”


“싫어? 싫으면 안 될 텐데.”


어투가 이상했다.

마치, 내가 곤란할 거라는 듯한 어조.


“오늘 아침에 네 가족들과 식사를 했거든. 후우··· 그런데 어떡하냐? 매우 유감스럽게도 누가 독약을 탄 모양이야.”


“뭐, 뭐!?”


아르센이 눈앞에서 시약병을 흔들었다.


“다행히 빨리 알아채서 나는 이미 해독약을 먹었는데, 너희 가족은 모르는 모양이더라고.”


“야 이 미친 새끼야! 당장 안 내놔?!”


손을 뻗었지만 아르센은 히죽 웃으며 시약병을 가슴 안쪽에 넣었다.

수십 가지의 마법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 누구보다 마법에 자신이 있었지만, 조그마한 실수 하나로 가족을 잃을 수도 있었다.


아르센이 다시 단검을 건넸다.


“그러니까··· 해줄 거지, 친구야?”


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나는 인생에서 가장 사랑했던 걸 잃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단전이 뽑혔다.

눈앞에서 가족들의 목이 허공에 흩날렸고, 피분수가 하늘에 치솟았다.


장남인 제라스 바르칸과 갓 태어난 아이를 살해한 죄였다.

아무리 항변해도 소용없었다. 내가 떠난 사이 아르센이 이미 증거 인멸과 조작을 마쳤으니까.


죽지 않은 건 아르센 때문이었다.


“이놈이 가장 사랑하는 것을 빼앗아야 합니다. 가족을 눈앞에서 처형하고, 더는 마법을 쓸 수 없는 몸을 만들어 계속 살아가게 하는 게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입니다.”


그렇게 나는 하룻밤에 가장 사랑하는 두 가지를 모두 잃었다.


가족, 그리고 마법.


그 이후 바르칸 가문의 지하 감옥에 갇혀 폐인처럼 살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득 정신이 들었다.


계기는 간단했다.


어차피 이렇게 뒤질 인생, 어떻게서든 ‘내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

누군가가, 내 업적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아르센 바르칸이 아닌, 내 이름으로 된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


“뭔가··· 뭔가를 해야 한다.”


그때부터였다.


주변에 돌아다니는 돌맹이를 주워 벽, 바닥, 침대, 화장실 등등.


필기를 할 수 있는 온갖 곳에 마법식을 적었다.


수백, 수천 가지의 마법진.

그걸 보여주는 수만, 수십만 가지의 도형과 획(劃).

그걸 증명하는 수백만, 수천만 가지의 마법식.


단전이 뽑혀 마나를 쓸 수 없었기에 모든 걸 시뮬레이션과 상상, 암산으로 검증하고, 실험했다.


간간히 몰래 방문하는 대학 동문 덕에 종이와 펜을 밀반입해 집필에 들어갔다.


낮에는 벽에 이론과 실험을.

밤에는 실험 결과를 통한 검증된 마법식을 종이에 몰래 기록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마나를 한 톨도 쓸 수 없는 몸으로, 불멸의 역작을 완성했다.


「마법해석학」


모든 마법은 마법진으로 해석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이를 이용해 상대방의 마법에 간섭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학문.


쉽게 말해, 다른 마법사들의 마법을 완벽히 무효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단순히 기존 연구의 확대 수준이 아니다.


없었던 학문을 만들어낸 것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탄생시킨 것이다.


마법의 기틀이 다져진 지 몇 천년.


지금까지 새로운 학문을 개척한 사람은 단 네 명에 불과했다.


4대 마법명가의 시조이자, 그들의 핏줄이 마법명가라는 소리를 듣게 된 이유였다.


그러니까.


나도, 이제 드디어 마법의 역사에 당당히 이름을 남길 만한 업적을 세웠다.


내일 동문이 이 기록을 들고 내 이름으로 출판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끄아아아아아악!”


뜨거웠다.

줫같이 뜨거웠다.


날카로운 무언가가 뱃속을 제멋대로 휘젓고 있었다.


“끄억, 꺼억, 흐어억!”


살기 위해 숨을 헐떡였다. 공기가 폐로 들어올 때마다 심장이 수백 개의 바늘로 찔리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고마웠다.”


낯익은, 덤덤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푸슉— 하고 배에 박힌 단검이 더욱 깊숙이 들어왔고, 금발의 사내는 히죽 웃으며 단검을 잡은 손을 이리저리 돌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참을 수 없는 고통이 홍수처럼 밀려온다.


그럼에도 나는 종이뭉치를 쥔 손에 힘을 가득 줬다.

아르센이 어이가 없다는 듯 내 팔을 밟고 종이뭉치를 빼갔다.


“흐음. 마법해석학이라. 너무 거창한데. 드디어 정신이 나가기라도 했나?”


고개를 갸웃이던 아르센의 얼굴은 한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딱딱해지기 시작했다.


“······믿을 수가 없군. 이런 게 가능하다고?”


“콜록! 이리 내 놔 이 새끼야······”


놈을 향해 손을 뻗는다. 손은 허공만 휘젓다가 힘없이 바닥에 축 떨어진다.


아르센은 나와 종이를 번갈아보더니 이윽고 경악했다.


“말도 안 돼. 설마, 진짜로? 마나도 쓸 수 없는 불구 새끼가 대체 어떻게······”


“내 거다··· 내놔··· 콜록!”


입에서 뜨거운 게 쏟아진다. 빨갰다. 새빨겠다.

눈앞에서 어머니의 목이 잘렸을 때 하늘로 솟구치던 것과 똑같았다.


촤악! 촤악! 촤악!


빠른 속도로 종이를 넘기며 읽어나가던 아르센이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다.


“와하하하! 너 진짜 미친 놈이구나? 이거이거, 몇 년 전부터 벽에 낙서만 주구장창 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이런 불후의 유작(遺作)을 집필하고 있을 줄이야. 응? 이건 또 뭐야.”


뭔가 발견했는지 아르센은 히죽 웃으며 종이 한장을 뜯었다.

첫 페이지였다.


「마법해석학」

[ 저자 : 리안 시바르 ]


“크크크큭! 이야, 친구야! 멋있네! 아주 멋있어. 이렇게 따악, 저자에 네 이름이 박힌 건 처음본다 야.”


화르륵!


첫 페이지에 불이 붙었고, 불나방처럼 하늘거리며 바닥에 추락했다.


“일단 이건 쓸모 없으니까 버릴게.”


“어우어···으어어······”


입에서 괴성이 나온다. 나도 모르는 소리였다. 어떻게 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나는.


“으어어어어······”


실어증에 걸린 사람처럼.


“어어어으······”


바닥에 바싹 엎드렸다.


[ 저자 : 리안 시바ㄹ ]


아르센의 발밑으로 엉금엉금 기어간다.


[ 저자 : 리안 ㅅ ]


검게 타오르는 내 이름에 손을 뻗는다.


[ 저자 : ]


그러나 내 이름은 이미 사라져 있었고.


[ 저 ]


손이 닿자.


[ ]


우수수 무너지며 재가 흩날렸다.


머리 위에 차가운 손길이 얹어졌다.


“이별 선물은 잘 받을게. 이걸로 확실히 대마법사로 올라갈 수 있겠어. 요즘 네가 없어서 연구 실적이 없었는데. 흐흐.”


“어어어어······”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기 싫었다.


“아, 그리고 곧 가주 직위식이 있어. 드디어 바르칸 가문의 가주가 되는 거지. 고맙다, 임마! 이게 다 네 덕분이야.”


문득 한 아이가 떠올랐다.

피범벅이 된 채 추위에 바들바들 떨던 갓난아기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응애! 응애!


죽음을 코앞에 둔 아이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차마 죽이지 못했다.


마법은 살생을 위한 게 아니니까.

살생을 위해 마법을 배운 게 아니니까.


그렇기에 연금술로 시체를 연출한 뒤, 아기를 바구니에 담아 강에 떠나보냈다.

살았을지, 죽었을지 모른다.


만약 그때 살았어도.

지금 살아있을까? 아니면 죽었을까?


미안하다.


내가 미안하다.


“끄어어억! 끄어어어억!”


두눈에서 눈물이 쏟아진다. 죄악감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아르센이 내게 시약병을 보여줬을 때.

그때 나를 믿고 마법을 썼으면 가족이 참수당하지 않았을까?


“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고된 생활에 주름이 많이 껴도 항상 인자하게 웃어 주시던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죄책감이 온몸의 혈관을 타 올라간다.


괜히 대학에서 공부하겠다고 나대지 않았으면 아르센의 눈에 띄지 않았을까?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평민 최초로 마법부에 입학했다는 소리를 듣고 기뻐하던 가족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들! 너무 무리하지는 마. 몸 상할라.’

‘그래도 이왕 들어간 거 공부는 잘 해야되는 거 알지? 하핫!’

‘형! 진짜 대단하다! 나도 형처럼 되고 싶어!’


죄송해요. 어머니. 아버지. 미안하다, 동생아. 다 저같은 아들, 나같은 형을 둬서······


‘아들. 우리는 널 믿어. 알고 있지?’

‘누명인 거 다 알아. 부모 없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라. 원래 인생은 혼자 사는 거야.’

‘형······ 고마웠어. 지금까지 지켜줘서.’


마지막까지도.


부모님과 동생은 웃는 얼굴로.

날 굳게 믿으면서.

오히려, 나를 위로하면서.


그렇게 하늘로 여행을 떠났다.


덜덜덜덜.


번개라도 맞은 것 같았다.

온몸이 벌벌 떨렸다. 하지만, 머리는 차갑게 식었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

강렬한 의지가 솟아올랐다.


“이야, 질기다 질겨. 너희 가족 유전자는 원래 그렇냐?”


화륵!


아르센이 손끝에 피어난 불로 연초를 태우며 나를 내려다봤다.


“그러니까 어딜 건방지게 평민 새끼가 귀족의 학문에 발을 들여?”


퍽! 퍽!


몸 이것저곳에 꽂히는 발길질.


이 새끼는 내 모든 걸 앗아갔다.


“이제야 좀 뒤질 것 같냐? 어?”


점수, 졸업장, 논문, 이론, 학술지, 마도구, 가족, 그리고 내 단전까지.


“임마, 친구가 물어보면 대답을 해야지.”


그딴 새끼한테.


“아, 맞다.”


아르센이 히죽 웃으며 내 코앞에 머리를 들이민다.


“내가 너 친구냐?”


내 마지막 작품까지 줄 순 없었다.


“아르세에에에에에에엔!”


콰직!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물었다. 좀 딱딱한 걸 보니 코였다.

으득! 으드득! 이빨이 부서질 것 같았지만 절대 놓지 않았다.

아르센이 바닥에 쓰러진다.


“으아악! 이, 이놈이 정신이 나갔나!”


퍽! 퍼억! 허리와 단검이 박힌 복부에 통증이 밀려왔다. 참았다. 죽을 만큼 아팠지만, 참을 만 했다. 이것보다 아픈 기억은 수도 없이 많았다.


“으아아아아아아!”


두손으로 단검을 잡아, 뽑는다.


우드득! 후드드득!


처음은 뼈가 갈리는 소리, 그 이후엔 장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머리가 띵했다. 참았다. 참을 만 했다.


“죽어죽어죽어죽어!”


남은 힘으로 단검을 번쩍 들어 아르센의 머리에 꽂는다.

놈의 동공이 거대해짐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푸슉! 뭔가가 터지는 촉감과 생생히 느껴진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악! 내 누운! 내 누우우우운!”


놈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녀석이 꽉 잡고 있던 종이뭉치가 바닥에 털썩 떨어진다.


절대 주지 않겠다.


아르센의 오른눈에 꼽힌 단검을 잡고 뽑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거대한 비명.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난 곧 뒤진다.


바닥을 기어가 종이뭉치를 잡은 후 단검을 갖다 댔다.


약간. 아주 잠시, 흔들렸다.


이걸 없애면 이제 나를 기억해줄 사람이 없지 않을까?

단 하나뿐인, 유일한 내 업적이 없어지지 않을까?


“으아아아아악! 내눈! 내누우운! 이 빌어먹을 새끼가!”


아르센의 고통에 찬 신음을 듣자 고민이 사라졌다.


북! 부욱! 부우욱!


찢는다. 피묻은 검으로, 내 작품을 조각조각 자른다.

그동안 여기에 쏟았던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뇌리를 스친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과감하게 자른다.


후회는 없었다.


“아, 안돼! 내 연구! 내 학문이!”


정신을 차렸는지 아르센이 내쪽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내가 더 빨랐다.


조각낸 종이를 내 목구멍과 창자가 흘러내리는 배에 쑤셔넣었다. 잘게 찢어진 종이가 피와 만난다. 종이가 새빨갛게 물든다.

내 인생의 역작이 걸레짝이 된 채 모든 내용이 피로 칠해지고, 찢어져 흩어진다.

안쪽에서 손을 휘저을 때마다 숨이 헐떡거렸다. 금방이라도 의식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크하하하하하하하!”


더할 나위없이.

마치 처음 마법을 배웠던 때처럼.

엘더위스 대학에 합격했던 때처럼.


행복했다.


“이 씨발 새끼가아아아아아!”


아르센이 황망한 얼굴로, 눈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내게 달려든다.


“참······ 줫같은 인생이었다.”


무거운 눈을 감았다.


그게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줫같네.”


“엘리안! 어디서 그런 못된 말을 배워왔어! 여봇! 내가 애들 앞에서 나쁜 말 쓰지 말라 그랬죳!”


“악! 등짝 좀 그만 때려! 아악!”


그리고 나는.


제라스 바르칸의 아들이 되어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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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6) 24.09.10 90 5 15쪽
11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5) 24.09.09 106 4 15쪽
10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4) 24.09.08 130 3 12쪽
9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3) 24.09.07 141 2 13쪽
8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2) 24.09.06 160 3 13쪽
7 Episode 2. 업화의 마법사(1) 24.09.05 185 4 14쪽
6 Episode 1. 새로운 삶(5) 24.09.04 215 3 14쪽
5 Episode 1. 새로운 삶(4) 24.09.03 255 3 15쪽
4 Episode 1. 새로운 삶(3) 24.09.02 277 2 12쪽
3 Episode 1. 새로운 삶(2) 24.09.01 319 2 16쪽
2 Episode 1. 새로운 삶(1) 24.08.31 392 3 11쪽
» 프롤로그 - 줫같은 인생의 마침표 24.08.30 438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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